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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2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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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3,839

작성
15.07.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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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35

DUMMY



135


"아니야! 좀 더 단순하게 해야 돼!"

"이렇게?"

"아니! 좀더!"

펠릭스가 외부의 보조 손잡이를 잡은 채 조종석의 칼의 움직임을 지적하고 있었다.

연습용 고램은 머리 부분이 없었다. 대신 상단에 지도용 의자가 하나 마련되어 있었다. 전면의 조종석도 완전 개방되어 있었다. 그리고 몸통 주변에는 여기저기 보조 손잡이와 발판이 달려 있었다. 그렇게 조교가 조종자의 상단에 앉거나 혹은 보조 손잡이를 잡고서 지도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고램 조종수업이 시작 된지 이틀째였다. 제시 교관은 우선 숙달 가능성이 높은 소년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조교를 늘리면 빠른 시간에 고램 수업을 정상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한 것이다. 그 중 제일 가능성이 높은 순위로 뽑힌 소년은 맥스와 알렉시스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칼이었다. 펠릭스는 칼과 교관의 수업이 끝난 후에 칼의 조종 훈련을 이어받아 가르치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 진단 결과는 어떤가요? 펠릭스 조교님?"

칼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펠릭스는 상당히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음, 그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뭐야? 그렇게 심각한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사실 칼에게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정작 문제는 고램 자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고램은 아직 인간의 움직임을 완전히 구현하지 못해."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고램 조종석에서 내가 본 칼의 움직임이 너무 정교하다는 거야."

"?!"

소년들의 시선이 칼에게 향했다. 그러나 칼은 자신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칼의 문제는 너무 잘해서 문제라는거야?"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젠장! 저놈은 하여튼…."

펠릭스의 대답에 소년들은 다시 장난기 어린 질투의 시선으로 칼을 노려봤다. 그러나 이번에도 칼은 그저 웃으며 시선을 슬쩍 피할 뿐이었다.

"그래서, 펠릭스 조교님의 처방은 뭐야?"

"그게 나도 원인은 알겠는데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제시 교관에게 조언을 구했지."

"그래? 총 교관은 뭐라고 하시던?"

"그게…."

펠릭스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소년들을 바라봤다.


이틀째 수업을 마치고 결국 칼의 조종문제를 깨달은 펠릭스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제시 총 교관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제시 교관이 해준 말은 당황스러웠다.

"그거 참 고약한 케이스군, 그래 한번 열심히 해 보게나!"

그게 다였던 것이다.

"고약한 케이스라고?"

"열심히 해 보라고?"

"그 외에 다른 말은?"

그러나 펠릭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쌍둥이들과 맥스는 서로 마주보며 웃기 시작했다.

"우헤헤헤."

"제시 교관은 농담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 크큭."


"그래서 나를 불러왔다 이거야?"

"그래, 세비안. 뭔가 아는 게 없어?"

잠시 후 펠릭스는 도서관에 있는 세비안을 불러와 물었다. 칼의 상황을 전하고는 세비안의 경험을 물어본 것이다.

"녀석이 조종을 잘해서 생기는 문제를 어째서 내가 알거라고 생각 한 거야?"

"세비안, 네 서부 검술도 굉장히 정교하잖아? 그러니 고램 조종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펠릭스의 질문에 세비안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펠릭스를 바라봤다.

"그래, 펠릭스! 역시 네가 뭘 좀 안다니까! 하하하! 확실히 내 검술이 좀 많이 정교하고 세련되긴 했지…."

아무렇지 않게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세비안을 보고 소년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되었다. 누군가는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고 누군가는 질투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세비안은 주변의 시선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음, 어디보자!"

세비안이 나름 생각에 잠기자 주변 소년들의 기대에 찬 시선이 모였다. 하지만 잠시 후 입을 연 세비안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나도 분명 가문의 기사단장에게 고램 조종훈련을 받으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었지. 너무 섬세하게 조종한다고."

그러자 펠릭스를 비롯해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서? 그래서?"

"기사단장이 그다음에 뭐래?"

"넌 어떻게 고쳤는데?"

그러나 이어지는 세비안의 대답에 다들 얼이 빠져버렸다.

"아니! 안 고쳤어!"

"뭐?"

"그걸 내가 뭣 하러 고쳐? 마법사들이 고램 기술을 개선 시켜야지."

세비안의 말에 다들 멍하니 세비안을 쳐다봤다. 그러나 세비안의 표정과 자세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당당했다.

"그 그래서?"

"고치지 않고 고램은 어떻게 조종 한 거야?"

세비안은 다른 소년들의 시선은 또다시 무시하며 대답했다.

"조종은 무슨, 난 그냥 고램에서 내린 후 창고에 내 전용 고램을 처박아 둬 버렸지! 나중에 고램이 좀 더 쓸 만해지면 타겠다고 하고 말이야."

"…."

세비안의 황당한 대답에 다들 놀라서 되물었다.

"…하지만, 그러면 나중에 고램을 조종할 필요가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어이없어하는 소년들의 표정을 보던 세비안은 웃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오히려 소년들을 보고 답답하다는 듯 대답했다.

"잘 생각해봐! 난 가문의 후계자가 될 몸이야. 그런 내가 고램을 타고 나가야 할 일이 생긴다고? 그게 무슨 뜻이겠어?"

"아!"

그제야 소년들은 낮게 깨달음의 탄성을 터트렸다.


영주 전용기가 최전선에 나선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나쁜 쪽으로 본다면 더 이상 가문에 남은 전력이 없다는 뜻이 될 수도 있었다. 가문 최악 최후의 상황이라는 소리였다. 마치 저번 겨울에 발굴 복원된 라이트먼 가주의 영주기처럼….

"귀족 가문의 계승자 입장에서 보자면 조교로 나설 만큼 실력이 있는 레온 녀석이 이상한 거라고."

세비안의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하는 대답에 맥스와 쌍둥이들이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우헤헤헤, 이거야 말로 생각도 못한 대답이군."

"그러게. 크크크."

"우리같이 비천한 남부의 상황에선 정말 생각도 못한 상황이야. 하하하하!"

맥스와 쌍둥이들은 장난스럽게 생각하고 웃었지만 다른 소년들에겐 뭔가 찜찜했다. 묘한 계급의식이나 귀족의 생각을 느끼게 하는 세비안의 발언이었다.


남부에선 이미 영주 전용기의 의미 따위 퇴색한지 오래였다. 심지어 동부의 펠릭스의 일리아드 가문도 매년 겨울이면 영주 전용기를 가장 몬스터가 많이 쳐들어오는 지역에 상주 시키고 있었다. 단지 남부와 달리 동부의 경우는 계절을 불문하고 몬스터가 들끓지는 않는다는 점이 달랐다.

그 덕에 펠릭스나 레온 등 동부 소년들은 몬스터가 한가한 시기에 고램 교육을 받을 여유가 충분했던 것이지만….

"세비안, 그래도 당시에 뭔가 조언 같은 걸 들었을 거 아냐? 잘 생각해봐!"

그럼에도 펠릭스는 포기하지 않고 세비안에게 물었다.

"음…. 그러고 보니 기사단장이 그때 이런 말을 한 게 기억나는군."

"뭔데? 뭔데?"

칼을 비롯해 소년들의 시선이 다시 세비안에게 향했다.

"'참 고약한 케이스군요. 도련님!' 이라고…."

제시 총 교관의 대답과 똑같은 말이 세비안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펠릭스와 소년들은 또다시 벙해져서 입을 벌리고 말았다.

"푸하하하하!"

"크크크크큭!"

"아하하하!"

맥스와 쌍둥이들은 결국 자지러져라 웃으며 뒹굴기 시작했다.

"뭐! 도움이 못 되서 미안해! 아무튼 열심히들 해 보라고!"

멍해져있는 소년들에게 휙 말을 던진 세비안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결국 다시 자신에게로 바통이 넘어온 펠릭스는 미안한 표정으로 칼을 바라봤다.

"훗!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 조교! 믿고 있다고!"

칼은 펠릭스를 안심 시키려는 듯 펠릭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펠릭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었다.

"펠릭스, 네 책임도 아닌데 너무 고민 하는 거 아냐?"

맥티어넨이 펠릭스를 보며 물었다.

"아니, 책임이라기보다는 뭔가 방법이 있을 것도 같단 말이야. 분명 모두 알고 있는데 그런데 그게 딱히 떠오르질 않네."

"흠~."

"도대체 교관들은 왜 나나 다른 학생들에게 다른 학생들의 고램 조종 수업을 맡긴 걸까?"

"글쎄? 확실히 상당히 파격적이긴 하지만…."

그 얘기를 듣자 맥티어넨도 펠릭스처럼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교무 위원인 자신도 교관들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다.

"교관은 우리끼리 뭔가 해 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문득 맥티어넨은 레온의 경우가 생각났다. 펠릭스가 칼을 집중적으로 돕고 있듯 레온은 알렉시스를 집중적으로 돕고 있었다. 그리고 교관들은 생각보다 이들 조교 학생들의 수업에 전폭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자율성을 부여하고 심지어 지도 교관이 있으면 수업이 끝난 후에도 고렘 연습을 허용했다.

"설마 경쟁을 시키는 것은 아니겠지?"

맥티어넨은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었는지 피식 웃었다.

"펠릭스!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만 자자! 소등시간 벌써 지났다고."

"벌써?"

깜짝 놀란 펠릭스는 창밖을 바라봤다. 어느새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머리 싸매고 앉아서 고민하는 것보다 내일 수업에 나가서 움직이는 게 어쩌면 답이 나올지 몰라."

말을 마친 맥티어넨은 강제로 불을 껐다. 결국 펠릭스도 주섬주섬 침대를 찾아 들어가야 했다. 펠릭스의 방을 마지막으로 기숙사의 불빛이 모두 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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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4

  • 작성자
    Lv.99 관인
    작성일
    15.07.05 21:41
    No. 1

    펠릭스가 묘안을 생각해낼지 궁금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5.07.05 22:42
    No. 2

    과연 어떻게 될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wwwnnn
    작성일
    15.07.06 02:24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5.07.06 13:24
    No. 4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5.07.07 02:31
    No. 5

    모았다가 보니 확실히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펠릭스가 주인공인데 아직 주도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학생이다보니까 아이샤의 활약이 더 돋보이네요.
    데이브 공작가의 후계자와도 친분을 쌓아서 마음을 훔쳤고
    앞으로 주도적 역활을 할 남부의 유망주들과도 돈독한 사이이니까
    더 앞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5.07.07 02:42
    No. 6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하늘의땅
    작성일
    15.09.10 18:24
    No. 7

    이제야 펠릭스도 뭔가 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5.09.10 18:31
    No. 8

    그럴까요? ^^;;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도수부
    작성일
    15.11.10 12:04
    No. 9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5.11.10 15:31
    No. 10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네빌
    작성일
    16.02.19 23:31
    No. 11

    펠릭스가 그래도 친구하나는 잘사귀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2.19 23:37
    No. 12

    좋은 친구들이죠.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삶의유희
    작성일
    16.11.13 23:30
    No. 13

    하나하나가 쌓여서 주인공이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렇게 해서 주인공이 되면 독자는 뭐에 재미를 느껴야 할까요?
    대충 살아도 성공할 수 있구나! 이것일까요?
    이제 써놓으신 글의 중반을 읽고 있는데 아직도 왜 펠릭스가 주인공이 되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제 세례명이 펠릭스이고 작가님이 기억에 남아 이 글을 읽고 있지만 전기라고 하기보다 서사에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 제 느낌일 뿐이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11.14 00:52
    No. 14

    흠...
    세례명 이시면 천주교 신자이신가 보군요.

    35편 글 부터 댓글을 달아 드렸습니다만
    아마도 원하시는 그런 글이 아닌 모양입니다.

    많이 길게 갈 생각이라 여기는 아직 진 프롤로그에도 못 미치는 곳이라서요.
    조심 스럽게 이후는 읽기를 재고 해 보심이 어떨지 권해 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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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6 +8 15.07.08 6,572 161 9쪽
» 135 +14 15.07.05 7,061 169 10쪽
135 134 고램 수업 +12 15.07.04 6,939 157 11쪽
134 133 +16 15.07.03 6,911 161 20쪽
133 132 +12 15.07.01 7,119 168 13쪽
132 131 +12 15.06.28 6,827 159 10쪽
131 130 +12 15.06.27 6,648 156 15쪽
130 129 +8 15.06.26 6,851 154 13쪽
129 128 +4 15.06.25 6,735 153 10쪽
128 127 +12 15.06.21 7,132 164 10쪽
127 126 대 이주 +4 15.06.20 7,717 181 10쪽
126 125 +4 15.06.19 6,775 167 11쪽
125 124 +4 15.06.17 6,833 162 12쪽
124 123 +2 15.06.14 7,206 153 10쪽
123 122 +8 15.06.13 7,079 153 10쪽
122 121 +4 15.06.12 6,928 153 15쪽
121 120 +6 15.06.10 7,254 152 8쪽
120 119 +6 15.06.08 7,315 160 12쪽
119 118 +8 15.06.07 7,213 144 10쪽
118 117 +4 15.06.05 7,098 16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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