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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출 님의 서재입니다.

해결사, 검황이 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초출
작품등록일 :
2019.08.15 21:31
최근연재일 :
2019.09.30 23:22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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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2
추천수 :
116
글자수 :
110,215

작성
19.09.3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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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27. 단애 얼후금의 주인(2)

초출, 인사드립니다.




DUMMY

청의 대답에 주설화는 내심 감탄했다.


“단애, 그녀는 이곳에 있습니까?”


주설화는 단애금이 쌓인 천을 슬쩍 쓰다듬었다.


“그곳에는 없지요.”


청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의 눈과 마주했다.


“그렇군요.”

단애금 안에 단애가 없다. 그것은 청과 함께 하고 있다는 뜻이고 또한 단애금이 청을 진정한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 좀 전에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하였는데 무엇이 달라지는 것입니까?”

“많은 것이 달라지지요.”

“많은 것이 달라진다. 무엇인 달라지는 지 알려주지는 않겠지요?”


청의 말에 수줍게 웃는 주설화였다.


“조만간 아시게 될 것입니다. 오래 마음에 담고 있지 않을 터이니.”


청이 찻잔을 돌리기만 할 뿐 마시지는 않자 주설화는 빙긋 웃었다. 단숨에 화경에 이르게 한다는 만년설빙차도 제 싫다면 마시지 않는 법, 그가 마셔야 신비문에서 유야무야 쌓인 음기를 내보내는데 도움을 줄 천산사를 마시지 않는 것도 그의 선택이리라. 더 이상 그에게 마시기를 권하지 않고 그저 자신만이 천천히 음미할 뿐이었다. 청은 그 귀한 천산사를 향을 우린다는 명목하에 찻잔에 찻물을 굴리는 행동을 계속한 이유는 간단했다. 평상시의 청이라면 음기를 밀어내고 정순한 기를 품었을 천산사를 거리낌 없이 마셨을 것이다. 하지만 음기 가득한 단애가 단애금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청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다시 없을 기회를 그렇게 날려 버리고 말았다.


-아깝네. 적어도 지금의 공력에서 몇 배는 상승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이야.

=뭐야. 기껏 저 공력하고 나를 비교하는 거야?

-뭐, 아니, 그냥 그렇다고.

=마음에 안 들어.

‘뭐가요?’

=머리 굴리지 않게 생겨서, 머리 굴리는 것이 말이야.

‘뭔 말이에요?’

=내가 있는지 없는지 보겠다는 심산이잖아. 내가 있으면 천산사인지 백산사인지 못 마실 테니.

-내가 보기엔 아닌데.

=뭐가 아니야?

-그냥 신비문에서 들어 온 잡기를 쫓아 줄려고 한 것 같은데? 천산사는 문주도 함부로 못 마실 거거든. 아낌없이 넣은 것 보니, 단지 청에게 빠졌을 뿐이야.

=네가 어떻게 알아? 여자 마음을 쥐뿔도 모르면서.


또 다시 청의 머릿속이 서문용과 단애금으로 인해 시끄러워졌다.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떼는 주설화였다.


“혹여···”


주설화가 잔을 내려놓았다.


“말씀 하시지요.”

“부디 제가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실 수 있는지요.”


그녀의 시선이 곱게 쌓인 단애금으로 향했고 그녀의 바람을 아는 것 마냥 생죽문이 부르르 떨었다. 단애금과 같이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니나 여인의 한을 품고 있는 생죽문이었다. 청은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한번 까닥이더니 이내 단애금을 쌓던 천을 천천히 풀었다.


“오늘은 단애금의 진가를 볼 수 있을 까요?”


즉, 일반적인 얼후의 연주가 아닌 단애얼후공을 원하는 것이었다.


“뭐, 대단치는 않습니다. 너무 기대치는 마십시오.”

=뭐, 대단치 않아. 기대치 말라고?


청은 토라진 단애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얼후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 활을 잡고 현을 켜니 스르릉, 소리와 함께 줄감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날에 보였던 것과 다른 시작. 단애금 스스로 현과 줄감개가 움직이더니 청이 활을 높이 들었다 내리 켰다.


지잉~

가볍게 현을 마찰 시키자 바람과 함께 단애의 음이 바람소리와 하나가 되어 정자 안을 휘돌았다.


“단애금의 연주를 듣고 싶다 하셨습니까?”


청이 주설화를 향해 물었다.


“부탁드립니다.”

“그럼, 한 곡 타 보겠습니다. 단, 음이 여러분의 혈을 타고 넘을 때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단애는 자신을 거슬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현이 위에서 움직이자 낮은 음이 퍼져나가 마침내 생죽문의 바람소리와 섞여 흐느낌이 진해졌다. 이번엔 위에서 아래로 힘 있게 단번에 내려가며 현을 마찰시키자 단애금의 맑은 소리가 생죽문의 흐느낌을 덮어버렸다. 남아들과 여인의 한을 달래는 연주가 시작 되었다. 단애얼후공이 생죽문을 타고 넘어 구석구석 파고들었다. 신비문의 여인들에게,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혼을 달래려 단장이 에이는 듯, 천상에 노니는 듯이 그렇게 그들을 위로했다. 연주가 계속 될수록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생각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이 그저 빠져들었다. 단애의 음이 처음부터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듯 신비문에 자신의 음을 가득 채워 산채를 채워나갔다.


연주가 끝나고 기나긴 여운 끝에 주설화는 빙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많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대협.”

“문주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겸양의 말씀입니다.”

“저야 말로 문주께서 직접 독문무공인 생문죽을 연주 했다면 제가 오히려 이곳에 뼈를 묻어야 했겠지요.”


청은 단애얼후공을 마치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대금으로 눈길을 주었다. 입술에 대었다 떼기를 수 번, 청은 현을 켜면서도 그녀의 손를 주시했었다. 단애얼후공과 생죽문. 두 사람이 음공으로 서로를 겨뤘다면 지금 서있는 곳은 폐허로 바뀌고 몇 명만이 살아남았을 지도 모른다.

주설화는 자신의 대금으로 서문청과 단애얼후공을 누르고 싶었다. 청의 단애얼후공은 완성되지 않았다. 겨우 5성에나 이뤘을까? 그 정도라면 자신의 대금으로도 한번은 노려볼만 했다. 하지만 그녀의 호승심에 그와 연주를 했다면 겨우 5성의 음공이었을 뿐임에도 폐허를 면치 못했을 신비문이었다.


####


주설화가 청의 상태를 알았더라면 청을 자신이 귀거하는 곳으로 가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청은 침상에 쓰러지듯 몸을 누였다. 제 본 그릇보다 월등히 넘치는 공력을 써댔으며 서문용과 단애에게 온전히 자신을 맡겼으니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 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애송이 같으니.

“말걸지 마요. 지금 대꾸할 힘도 없어요.”

-미련한 놈 같으니라고. 주설화가 알았으면 저 놈을 잡을 절호의 찬스였을 텐데.

=그러게.

“시끄럽게 굴지도 말라니까요.”

-쯧쯧. 조금만 부지런히 심공을 익혔으면 고작 그거 연주 했다고 네가 이렇게 됐을 성 싶으냐?


청은 침상에 누웠던 몸을 겨우 일으켜 단애금을 다시 풀었다.


=뭐, 뭐 하려고?


청은 말없이 자신의 중지를 얼후에 닿아 기를 순환했다. 얼후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버텼으나 이럴 땐 제 후손의 편을 드는 서문용이었다. 단애가 얼후로 들어가자 다시 침상에 몸을 뉘었다. 한식경이나 쉬었을 까?


-이제 일어나지?

“왜요?”

-그녀가 오고 있잖아.


청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외부에서 은밀히 다가오는 인영에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내가 쉴 시간을 잠시도 안 주는 군.’


“은영영입니다.”


청은 문을 열자 허리를 숙이고 영영이 들어섰다.


“문주님께서 오늘 저녁은 대협이 원하는 것으로 중원의 방법으로 요리하라 하셨습니다. 혹시 원하는 요리라도 있는지요?”


문주의 말을 전하는 영영의 얼굴엔 긴장과 근심이 가득했다.


“원하는 요리라. 내 생각을 할 터이니 이곳에 앉아요.”


청은 창밖의 이목을 염려하며 지필묵을 들어 그녀에게 물었다.


「내 마음이 편했을 까 걱정이시오?」


청이 정확히 짚어 말하자 은영영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


「변하지 않으셨다 하시는 것입니까?」

「어떨 것 같소? 차기 문주는 뭐라 하시오?」

「아무말씀도 없으셨습니다.」

「그럼 어찌 근심이 어리셨소?」

「다만, 저희의 도움이 없더라도 능히 이곳을 나가실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뿐입니다.」


은영영은 귀곡당의 시비로 귀곡당주는 신비문의 주요 소속당의 하나였다. 귀곡당주의 위치에 따라 시비 또한 그녀를 모시기 위해 생죽문에서 단애얼후공을 직접 접하였기에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저희를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나는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 주었소. 하지만 당신은 아직 본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군요. 당신의 누이보다, 문주의 웬만한 제자 보다 높은 내력으로 이 귀곡당의 시비의 모습을 하고 나한테 접근 했는지 아직 말해주지 않았소, 차기문주 보다 은영영, 당신이 더욱 의문스럽군요.」


은영영은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 내력을 한눈에 간파한 청이 두려워졌다. 그리고 더욱 그를 붙잡아 꼭 내보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알겠습니다. 오늘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저 저를···」


“오늘은 오랜만에 사천요리가 먹고 싶은데 준비가 되겠소?”


청은 은밀하게 은영영에게 물었다.


“네.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말씀하십시오. 대협.”

“오늘은 그대와 함께 하고 싶은데? 영영, 당신의 수발은 누구에게 허락을 받으면 됩니까?”


청이 은영영에게 은밀히 말했다 하나 이미 들을 사람들은 다 들을 수 있었을 터였다. 그리고 은영영이 거처를 나오는 순간 주설화의 귀에 들어갔음을 의심치 않았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초출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첫 연참이 끝났습니다.  

다음 회 부터는 매일 찾아 오지는 못하더라도

주 1~2회씩 올릴 예정이며 더욱 풍부하고 긴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계속해서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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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단애얼후공의 주인(1) +1 19.09.28 96 3 8쪽
26 25.사무혼(似無魂) 조희(2) +1 19.09.27 118 4 7쪽
25 24.사무혼(似無魂) 조희(1) +1 19.09.26 117 3 7쪽
24 23. 수상한 자매(2) +1 19.09.25 124 3 7쪽
23 22. 수상한 자매 +1 19.09.24 139 3 7쪽
22 21. 신비문주의 초대(2) +1 19.09.23 143 3 7쪽
21 20. 신비문주의 초대 +1 19.09.21 184 4 7쪽
20 19. 신비문(2) +1 19.09.20 199 3 7쪽
19 18.신비문(1) +1 19.09.19 157 3 7쪽
18 17. 귀신 잡으러 가다.(2) +1 19.09.18 169 3 8쪽
17 16. 題 二 章 신비문 (神緋門), 붉은 귀신 굴로 들어가다. 1.귀신잡으러 가다. +1 19.09.17 204 4 7쪽
16 15. 드디어 열린 금호 표국 +1 19.09.16 191 4 15쪽
15 14.단애금의 진가(眞價)(2) +1 19.09.12 201 5 8쪽
14 13. 단애금의 진가(眞價) +1 19.09.11 198 5 7쪽
13 12.재회하다(2) +1 19.09.10 213 5 9쪽
12 11. 재회하다. +1 19.09.09 231 5 8쪽
11 10.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3) +1 19.09.07 246 3 9쪽
10 9.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2) +1 19.09.06 237 4 7쪽
9 8.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1) +1 19.09.05 258 4 7쪽
8 7.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3) +1 19.09.04 272 5 8쪽
7 6.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2) +1 19.09.03 300 5 7쪽
6 5.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1) +1 19.09.02 328 5 8쪽
5 4.송월객잔(2) +2 19.08.30 457 6 14쪽
4 3. 송월객잔(1) +1 19.08.27 498 5 15쪽
3 2. 내가 미쳤어! 아닌가? +1 19.08.22 513 4 14쪽
2 1. 검황의 탄생 +1 19.08.20 778 6 16쪽
1 序章. 해결사 검황과 그의 은밀한 조력자 조희 +2 19.08.15 1,077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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