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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출 님의 서재입니다.

해결사, 검황이 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초출
작품등록일 :
2019.08.15 21:31
최근연재일 :
2019.09.30 23:22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7,810
추천수 :
116
글자수 :
110,215

작성
19.09.19 22:33
조회
157
추천
3
글자
7쪽

18.신비문(1)

초출, 인사드립니다.




DUMMY

산자락의 끝, 뽀얀 안개가 산에서부터 꾸물꾸물 밀려들어 마을을 집어삼켰다. 한치 앞도 겨우 보이는 담과 담 사이를 더듬어 허름한 집에 도착했다.


“어머니.”


사내의 부름에 후다닥 문이 열리고 노모의 몸이 앞으로 쏟아지며 문을 뛰어나왔다.


“아이고. 산아, 이놈아. 왜 이제 오는 거야.”

“어머니, 걱정이 많으셨죠. 들어가세요.”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이놈아, 꼭 이 어미 속을 까맣게 태워야 쓰겠냐.”

“저는 괜찮아요. 어머니, 다행히 준이 줄 약재도 구해왔고요, 의원들이 문을 안 열어주는 바람에 좀 헤맸더니 이리 늦었지 뭐예요. 들어가요, 들어가요.”

“이놈아, 그래도 날이 저물 것 같으면 빨리 돌아왔어야지,”


노모는 뒤 늦게 돌아온 자식이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이곳 저곳을 살피다 청을 발견했다.


“그런데, 누구?”

“손님이십니다. 어머니, 저와 밤길을 같이 해주셨어요.”

“아이고, 시장하시겠네. 어서 드시오, 내, 얼른 식사를 차려드리리다.”


청은 고개를 숙여 인사 후 사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쉬십시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마침 무사님이 아니었다면 저도 오늘 어떻게 됐을는지 모릅니다. 누추한 곳이지만 편히 쉬고 가십시오.”


사내가 방을 나가려 하자 청이 불러 세웠다.


“잠시 만요.”

“뭐, 불편한 점이 있습니까?”

“여차하면 밤이슬 맞고 한 대잠을 잘 뻔했는데 불편하기는요, 제게는 지금 궁궐만큼이나 편안한 곳입니다. 다만, 여쭙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그렇습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요.”


산이라 불린 사내가 자리에 앉았다.


“붉은 귀신이 이 마을에 자주 나타납니까?”

“아직 모르는 것이오? 하긴 모르니까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겠지.”

“네, 제가 복건성에서 와서 섬서가 처음입니다. 들어 보니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제가 아는 사람이라곤 딱 한 사람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청의 말에 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붉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습니까?”

“붉은 귀신의 소문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죠. 특히 단애금과 붉은 귀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구요.”

“계속해서 들려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 섬서는 예로부터 사내가 귀하다 했습니다.”

“사내가 귀하다.”

“네, 이곳에는 다른 곳보다 유난한 풍속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붉은 팥을 마당에 뿌리고 담장 밑에 탯줄을 묻지요. 그리고 열흘이 지나면 강에 가서 산신님께 숫양과 수소를 잡고, 형편이 안 되는 이는 나무 조각을 깎아 띄우며 아이가 태어났음을 마음으로만 빕니다. 입을 열어 고하면 산신님 쉬는데 방해가 되레 아이를 잡아 간다 하지요.”

“어디에나 있을 법한 것이긴 합니다. 그래서요?”

“네, 어디에나 있을 법 하지만 여기 유독 심하게 지키는 지역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 마교 대전 무렵 많은 사내들이 나가 싸우다 죽어 씨가 귀해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마교 대전이 끝나고 난 뒤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해 구색만 맞춰 지내는 편이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어떤 점이 다른 겁니까?”

“해마다 사람이 사라집니다. 보통은 15세에서 25세 사이의 사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도 아니고 한참 가장의 역할을 할 사내가 한해에 열 명 내외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유독 더 신경을 쓰는 것이지요.”

“그럼 그 이유 때문에 해가 저물면 마을이 죽은 마을처럼 고요해 지는 겁니까?”

“죽은 마을이라. 맞습니다. 지금 저희 마을은 거의 죽은 마을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풍습 때문이라면 다른 마을도 그래야겠지요.”

“그러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입니까?”

“네. 죽은 마을이 된 것은 최근 석 달 전부터입니다.”

“석 달이요?”

“네. 단애금이라는 신물이 나오고 나서부터죠.”


촌부의 입에서 단애금이 나오자 청의 오른쪽 눈썹이 씰룩 거리며 저도 모르게 천에 쌓여 의자에 놓인 물건에 눈이 갔다.


“단애금이 나타나자 붉은 귀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애금, 붉은 귀신?”

“여기는 좀 전에 말한 사내들이 사라지는 이유가 붉은 귀신들이 잡아갔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애금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나면서 갑자기 사내들이 서른 명이나 사라졌습니다. 서른 명이. 이 작은 마을에서 말입니다.”

“어째서 붉은 귀신이 잡아 갔다고 확신하는 겁니까? 누가 잡혀갔다가 살아 나온 사람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다른 집단이 잡아 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붉은 귀신이 확실합니다. 왜냐면 그들이 잡아가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누가 보았단 말입니까?”

“그들의 아내가, 누이가, 할머니가 보았죠.”

“아! 이런.”

“사람이 아니랍니다. 온 몸에서 핏물을 흘리고 지나간다고 하기도 하고, 아이가 있는 앞에서 잡아가기도 했답니다.”

“살아 있을 수도 있겠군요.”

“죽었을 겁니다. 그 사람들. 포달랍궁의 접경지역에서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 있는 곳을 몇 몇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었답니다. 길을 잃어 그 인근을 헤맸던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산은 깊은 숨을 들이 마신다음 말을 이었다.


“그것에서 사라진 사내의 옷을 발견했다고,”

“자세한 말씀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겁니까?”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거지요. 저는 아픈 동생이 있어 멀리 이동이 어렵고. 다른 사람들은 잡혀간 가족을 기다리는 겁니다. 죽었다고 해도 믿지 못하고 그들이 꼭 돌아 올 것이라 생각하는 거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내일은 일찍 서둘러 이 마을을 빠져 나가십시오.”

“염려 감사합니다.”


나가는 산을 바라보다 청은 자세를 바로 했다.


“뭔 짓을 꾸미는 걸까요?”

-그러게, 그 요상한 집단이 뭘 꾸미고 있는 거지?

“단애금에게 물어볼까요?”

-다시 꺼내보려고? 별로 도움이 되진 않을 걸, 요상한 심보를 갖고 있어서 신비문에 대해 물어보면 입을 꾹 닫더라고.

“붉은 귀신과 단애금. 확실히 연관이 있는 거겠죠?”

-내일 가보면 답이 나오겠지.


***


이른 새벽, 전날의 안개가 더욱 뿌옇게 내려앉아 지옥도에 들어와 있는 형상이었다. 청은 감사의 인사 몇 자를 적고는 그 옆에 은자 닷 냥을 같이 놓았다. 청이 문을 열고 나서자 인기척에 산이 문을 조용히 열어 내다보았다.


“아침식사라도 하고 떠나시지요.”

“아닙니다. 신세지고 갑니다. 더 들어가 주무십시오.”

“그럼,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청은 집을 나서자마자 전날 붉은 귀신과 만났던 그곳으로 향했다. 그가 서있던 담벼락과 그 인근을 샅샅이 뒤지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전날의 고요함과 달리 낮의 마을은 제법 사람들이 다니며 북적거렸다. 청은 그들의 흔적을 찾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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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단애 얼후금의 주인(2) +1 19.09.30 155 2 9쪽
27 26. 단애얼후공의 주인(1) +1 19.09.28 96 3 8쪽
26 25.사무혼(似無魂) 조희(2) +1 19.09.27 119 4 7쪽
25 24.사무혼(似無魂) 조희(1) +1 19.09.26 118 3 7쪽
24 23. 수상한 자매(2) +1 19.09.25 125 3 7쪽
23 22. 수상한 자매 +1 19.09.24 139 3 7쪽
22 21. 신비문주의 초대(2) +1 19.09.23 143 3 7쪽
21 20. 신비문주의 초대 +1 19.09.21 184 4 7쪽
20 19. 신비문(2) +1 19.09.20 199 3 7쪽
» 18.신비문(1) +1 19.09.19 158 3 7쪽
18 17. 귀신 잡으러 가다.(2) +1 19.09.18 169 3 8쪽
17 16. 題 二 章 신비문 (神緋門), 붉은 귀신 굴로 들어가다. 1.귀신잡으러 가다. +1 19.09.17 204 4 7쪽
16 15. 드디어 열린 금호 표국 +1 19.09.16 192 4 15쪽
15 14.단애금의 진가(眞價)(2) +1 19.09.12 201 5 8쪽
14 13. 단애금의 진가(眞價) +1 19.09.11 198 5 7쪽
13 12.재회하다(2) +1 19.09.10 213 5 9쪽
12 11. 재회하다. +1 19.09.09 231 5 8쪽
11 10.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3) +1 19.09.07 246 3 9쪽
10 9.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2) +1 19.09.06 237 4 7쪽
9 8.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1) +1 19.09.05 258 4 7쪽
8 7.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3) +1 19.09.04 273 5 8쪽
7 6.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2) +1 19.09.03 300 5 7쪽
6 5.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1) +1 19.09.02 328 5 8쪽
5 4.송월객잔(2) +2 19.08.30 457 6 14쪽
4 3. 송월객잔(1) +1 19.08.27 498 5 15쪽
3 2. 내가 미쳤어! 아닌가? +1 19.08.22 514 4 14쪽
2 1. 검황의 탄생 +1 19.08.20 779 6 16쪽
1 序章. 해결사 검황과 그의 은밀한 조력자 조희 +2 19.08.15 1,077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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