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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출 님의 서재입니다.

해결사, 검황이 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초출
작품등록일 :
2019.08.15 21:31
최근연재일 :
2019.09.30 23:22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7,804
추천수 :
116
글자수 :
110,215

작성
19.09.26 23:12
조회
117
추천
3
글자
7쪽

24.사무혼(似無魂) 조희(1)

초출, 인사드립니다.




DUMMY

청을 기다리고 있는 곳은 실내가 아닌 실외였다. 등나무가 멋들어지게 서로서로 얽혀들어 자연적으로 지붕을 만들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설산에서 내려오는 냇물도 여름에 맞지 않게 서늘함을 주는 데 등나무 아래의 바람 또한 냉랭함을 실어 늦가을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쌀쌀함이었다. 그럼에도 여인들의 옷은 얇기 그지없어 속살이 훤히 비추었다. 연한 분홍빛 장의에서 핏물 들인 장의까지 나름의 구분을 지어 생활하는 것이 붉기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는 듯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밝군요.”

“아이니까요.”

“식사 후에 아이들을 보러 가 봐도 될지?”

“보통 또래의 아이들과 같습니다. 별다른 것이 있을까요?”


명백한 거절.


“뭐, 그냥 문주님과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아름다워서 그 아이들은 또 얼마나 어여쁠까? 하는 생각에, 하하. 무례가 되었다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주설화가 고개를 숙여 받아들였다.


-아이를 보는 것이 무례라. 그 아이들도 모두 여아들인 모양이네.


등나무 그늘에 마련된 간이 식탁에 식사가 준비 되었다. 자리에는 문주 주설화, 차기문주 조희, 그리고 귀곡당주 목염선과 목염진이 자리에 함께했다.


“어제 저희가 준비한 것이 부족하셨나 봅니다.”

“설마요, 차고 넘쳤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아닌 것 같아서,”

“아닙니다. 충분히 대접 받았고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제 식사 후 다시 길을 나서야겠는데.”

“벌써 가시게요.”

“네, 갈 길이 멀어 움직이려 합니다.”

“아쉽습니다. 이곳엔 즐거운 것도 재미있는 것도 많은데 모처럼 오신 손님이 이리 가신다고 하니. 역시 우리의 대접이 많이 미흡했던 모양입니다.”


섭섭해 하는 듯 주설화의 몸이 여리 여리하게 흔들렸다.


“문주,”

“우리 신비문은 불문율이 있습니다. 제 집에 들어 온 손님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라는. 만약 이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곳의 특징은 요염이 안통하면 보호본능을 건드리는 것이군요.’

-그러게.

“지키지 못한다면?”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아랫것들을 죽이게 되지요. 그래야 우리 문에 오는 손님을 지극으로 대하지요.”

“그렇다면?”

“어제 대협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제 칠 제자 은영련, 그의 언니 은영영, 그리고 목욕 시중을 든 아이 두 명, 시종 포함하여 열두 명이 손님이 가시는 오늘 저녁에 처형을 당하게 되는 거죠.”

“이런, 저 때문에 죄 없는 이가 죽는다는 겁니까?”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죄. 그것이 죄명입니다.”

“그러면 그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이곳에서 삼일을 지낸다면 우리 대접의 문제가 아닌 손님의 성향의 문제로 그들이 문초를 격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삼일이면, 그 이후에는 가도 그들의 죄를 묻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삼일이면 널 구어 삶아먹을 수 있다는 말이군.

“네. 그때는 저희도 더 이상 막지 않겠습니다.”

-못가도록 막겠다는 말 보다 더 무서운 말인데?

‘삼일 뒤에도 넘어가지 않으면 죽일지도···’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가지 이곳의 유흥을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청의 대답에 주설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상을 내가고 차를 내오자 고운 손을 뻗어 찻잔을 들어 올렸다.


“멀리서 연주를 들은지라 오늘은 자세히 듣고 싶은데 부탁드려도 되겠는지요?”

-제대로 너에 대해, 아니 단애금에 대해 알고 싶다. 이말 인거지?

‘그렇겠죠.’

-수위 조절할 것 없이 제대로 금을 타야겠구나.

‘왜요?’

-널 만만히 보였다가는 삼일이 아니라 오늘 널 잡으려 할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하늘을 보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정을 내렸는지 청은 단번에 천을 풀어 펼쳤다. 하얀 천이 바람에 나부끼며 단아한 몸체와 은빛으로 빛나는 활이 제 몸을 드러냈다. 화려한 청의 몸놀림과 단애금의 위용에 잠시 넋을 잃은 그녀의 제자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번득이는 눈을 한 주설화였다.


“아름답군요.”


붉고 탐스러운 입술에 살짝 침을 더해 더욱 윤기가 흐르는 주설화다.


“단애금이로군요?”


청은 부정도 수긍도 하지 않은 채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늘 막에 모인 그녀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음에도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저 단애금을 켜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왜 이리 늦게 꺼낸 거야?

‘좋은 것은 아껴야 하니까요.’

=싸가지는 없는 듯해도 너 역시도 좋은 것은 알아보는 구나.

‘돌아오니 좋아요?’


청은 단애금의 밑을 고정하고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데로 몸체를 움직였다.


=반갑구나. 익숙한 분내. 여인들의 향. 음기 가득한 땅의 기운도.

‘그러면 여기 있지 뭐 하러 나왔어요?’

=이 녀석이 나를 타박하는 게냐?


어김없이 투탁거리는 청과 단애금 사이에서 서문용의 혼은 청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팔을 번쩍 들어 말총을 휘두르며 힘차게 현을 부딪쳤다.

딩~지잉.

작은 그늘 막에서 시작 된 울림은 산채의 구석까지 고른음을 내며 퍼져나갔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 온 기쁨을 표현하며 차가운 냇가와 물기 가득한 땅, 기온에 맞지 않게 자라나고 있는 활엽수와 지나가는 행인을 유혹하는 모양의 새빨간 꽃에게 까지 단애금의 음은 하나하나 인사하며 파고들었다. 음은 곧이어 여인들의 한을 담아내며 가슴을 울렸고 눈물을 자아냈다. 그들 사이에서 단애금의 음률에 동조하지 않는 두 명. 한명은 신비문주 주설화와 차기문주 사무혼 조희. 단애금을 켜던 청은 그 두 여인을 보며 조소를 지었다. 청은 슬슬 마무리 짓기 위해 현의 세기에 힘을 빼며 마무리를 하고자 할 때였다. 단애곡을 듣던 주설화가 움직였다.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못하고 그의 음에 빠져 있을 때 사무혼 조희는 그의 음이 아닌 주설화를 주시했다. 주설화가 손짓을 하자 조희는 칠흑과 같은 천으로 둘러싸인 무엇인가를 건넸다. 망설임 없이 그녀가 천을 풀어헤치자 흑요석과 같은 까만 어둠과 같은 거문고가 몸체를 드러냈다.

징, 지잉, 딩.

단애금에게 말을 걸었다. 속삭이며 단애에게 슬슬 장난을 치듯 시비를 걸었다. 단애금 또한 지지 않고 그의 음에 맞추어 화답했다. 서로의 음이 높아지고 격렬해지자 조희가 움직였다. 붉은 비단의 장의는 어느새 흑화 되어 한낮에도 어둠을 연상케 했다. 그녀의 음이 거세지자 단애금은 그녀의 음을 감사 안았다. 음이 하나 되는 듯 보였으나 이내 폭포수가 되어 그녀의 음이 터져 나왔고 격렬해지는 음과의 싸움에 초목이 빛을 잃어가고 그녀의 제자들은 사색이 되었다. 기어이 시종의 입가에 핏물이 넘쳐나자 조희가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멈추십시오.”


하나의 얼후와 또 하나의 거문고를 동시에 튕겨내는 조희였다. 그녀의 행동이 청과 주설화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행태를 멈추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단애얼후공은 아니 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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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단애 얼후금의 주인(2) +1 19.09.30 155 2 9쪽
27 26. 단애얼후공의 주인(1) +1 19.09.28 96 3 8쪽
26 25.사무혼(似無魂) 조희(2) +1 19.09.27 118 4 7쪽
» 24.사무혼(似無魂) 조희(1) +1 19.09.26 118 3 7쪽
24 23. 수상한 자매(2) +1 19.09.25 125 3 7쪽
23 22. 수상한 자매 +1 19.09.24 139 3 7쪽
22 21. 신비문주의 초대(2) +1 19.09.23 143 3 7쪽
21 20. 신비문주의 초대 +1 19.09.21 184 4 7쪽
20 19. 신비문(2) +1 19.09.20 199 3 7쪽
19 18.신비문(1) +1 19.09.19 157 3 7쪽
18 17. 귀신 잡으러 가다.(2) +1 19.09.18 169 3 8쪽
17 16. 題 二 章 신비문 (神緋門), 붉은 귀신 굴로 들어가다. 1.귀신잡으러 가다. +1 19.09.17 204 4 7쪽
16 15. 드디어 열린 금호 표국 +1 19.09.16 191 4 15쪽
15 14.단애금의 진가(眞價)(2) +1 19.09.12 201 5 8쪽
14 13. 단애금의 진가(眞價) +1 19.09.11 198 5 7쪽
13 12.재회하다(2) +1 19.09.10 213 5 9쪽
12 11. 재회하다. +1 19.09.09 231 5 8쪽
11 10.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3) +1 19.09.07 246 3 9쪽
10 9.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2) +1 19.09.06 237 4 7쪽
9 8.금호표국과 황하의 끝 짜락 소하(小蝦)(1) +1 19.09.05 258 4 7쪽
8 7.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3) +1 19.09.04 272 5 8쪽
7 6.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2) +1 19.09.03 300 5 7쪽
6 5. 금호표국으로 모여드는 인파(人波)(1) +1 19.09.02 328 5 8쪽
5 4.송월객잔(2) +2 19.08.30 457 6 14쪽
4 3. 송월객잔(1) +1 19.08.27 498 5 15쪽
3 2. 내가 미쳤어! 아닌가? +1 19.08.22 513 4 14쪽
2 1. 검황의 탄생 +1 19.08.20 778 6 16쪽
1 序章. 해결사 검황과 그의 은밀한 조력자 조희 +2 19.08.15 1,077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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