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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정 님의 서재입니다.

별똥별 타고 온 집밥귀신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케미정
작품등록일 :
2023.07.17 0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06:00
연재수 :
1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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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0
추천수 :
71
글자수 :
550,831

작성
23.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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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9편 아픈 추억

DUMMY

이러니 이들이 토벌되지 않고 도깨비 산적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것이리라.

물레방앗간은 거미줄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방앗간 문을 열고 밖을 본다. 높은 고산인 듯 구름이 결쳐진 듯 짙은 연무가 끼어있다.

안개처럼 뿌연 사이로 넓고 옅은 경사의 구릉지가 보인다.


과거에는 밭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랑과 고랑이 있고 잡풀이 우거져 있다.


뒤돌아서 여성을 바라본다.

여성은 앞가슴을 두 손으로 여미며 불안한 눈초리를 보낸다.

흑치 영치가 한숨을 내쉰다.


“우리를 어떻게 보고 이게 .. 네 미모에 관심 있어서 데려온 거 아니야.”

흑치 영치가 눈살을 찌푸리며 기분 나쁘다는 듯이 흘겨본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불쌍하고 안쓰럽게 보인다.

토끼 같은 눈동자와 바들거리는 어깨를 보니 더욱 그렇다.


전에는 호기롭게 큰소리를 치더니 이젠 기가 죽었다.

사나운 개가 짖다가 급히 꼬리를 내리고 끙끙거리는 모양새다.

흑치 영치와 내가 그녀를 어떻게 하려는 것으로 생각하나보다.


나도 간을 보려 한다는 흑치 영치의 말이 좋게 들리지 않는데 잡혀있는 그녀로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 흠! 이곳에 이렇게 넓은 경작지가 있는데 농사는 짓지 않고 공물을 털어먹는 도적떼가 오히려 당당하다니 제국의 법을 우습게 여기는가?”


“ 녜! 저는 제국의 법을 우습게 여깁니다.”

“ 우습다! 그 사유가 정당하다면 정상을 참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요망한 소리를 지껄인다면 너희 들은 모두 참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간을 본다는 것이 정상을 참작 한다는 말인 것 같다.


여성은 한참을 앉아 있다.

아까처럼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를 지르지도 않는다.

흑치 영치는 기다리는 듯하다 . 물레방아 앞에 펼쳐진 구릉진 밭을 바라보고 있다.


여성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나는 손수건을 건넨다. 아무 말 없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촉촉이 젖은 눈으로 여성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여성은 지금 23세 라고 한다. 우리보다 무려 10살이나 연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머리도 짧게 잘라 그런지 그렇게 많게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하만 필화 이다.

이 고산 구릉지에는 예전에는 일천여명의 사람들이 부락을 이루고 살았었다고 한다.

하만 필화의 아버지는 이 북악산 부락의 촌장이었다.

15년전 지금의 기장군인 유치 안센은 당시 북영군 백명의 보병 우두머리인 중대장이있다.


이들은 한여름 야간잠복 훈련을 하던 북악산의 게곡에서 목욕을 하던 처녀들 네 명을 발견하고 중대장 류치 안센이 주동이 되어 여자들을 추행하였다.


이 여자들 중 한명이 유서를 쓰고 자살을 하였다고 한다.

당시 촌장인 하만 필화의 아버지는 촌장으로서 이를 묵과할 수 없어서 유서를 들고 현의 관아에 고발을 하러 갔다.


당시 현령은 지금의 북영군 총대장 북영장군 헤이 롱텬이라고 한다.

현령에게 고발하고 나서 삼일 후 북영군의 기병중 1개 대대가 북악산 산적 일명 북악산 도깨비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출동하여 북악촌을 불지르고 모두 죽였다고 한다.


북악산 도깨비 산적은 그때 저들이 만들어낸 명칭이었다고 한다.


그때 출동한 기병대대장이 지금 기장군으로 있으며 당시 백인대 중대장이었던 류치 안센의 아버지였다고 한다.


지금 살아있는 자는 자신을 포함해 48명으로 당시 동굴에서 놀던 아이들과 물레방아에서 있던 사람들이 부락에 일이 생긴걸 알고 동굴로 피신하였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하만 필화도 방아를 찟기 위하여 온 어머니와 함께 있다가 동굴로 피신하였는데 나중에 부락에 들려 아버지가 목이 잘려 있는 것을 보았고 언니와 오빠는 불에 타서 형체를 알 수 없고 소지품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무덤을 만들어 묻어주고 어머니는 그 후 시름시름 앓다가 1년이 못되어 돌아가셨다고 한다.


하만 필화는 방앗간에 오면 거부반응과 트라우마를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복수를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도 부탁한다.


“ 음! 현령의 연락을 받은 대대장이 아들의 죄를 덮으려 부락민을 모두 살해하였다는 것이군. 그럼 현령은 지금 장군 이라하고 기장군의 아버지는 무엇을 합니까?”

내가 묻는다.


“ 그자는 지금 카시오에서 장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흑치 영치를 바라본다.

“ 맞아 그가 카시오 왕 밑에서 대장군을 하고 있는 류치 풍이라는 자일세”


그래서 이 하만 필화라는 여성이 특명어사라고 하니 카시오의 왕의 명령을 받은 어사인줄 알았을 것이다.


카시오 왕도 제국의 신하이니 북영군의 대대장이 카시오의 대장군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 감이 이상하다. 북영군의 북영장군과 기장군은 황명보다는 카시오왕의 왕명을 더 중히 여기는 자들이 아닐까 하고 ..


“ 당신은 지금 기장군 암살 미수범이며 지방관리 암살 미수범으로 피의자 신분인데 복수를 운운해?” 흑치 영치가 아까보다 말을 부드럽게 하면서도 다시 으름장을 놓는다.


“ 지방관리 살해 미수범?”

하만 필화가 눈을 깜박거리며 묻는다. 그녀는 흑치 영치가 으름장만 놓지 자신을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추포하지는 않을 거라는 분위기를 감지 한 것인지 부드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아마 그의 말이 부드러워 졌기 때문일 것이다.


“ 당신이 여관에게 독을 쓰지 않았나?”


“ 그 여성이 지방관리?”

여성의 말에 흑치 영치가 고개를 끄덕인다.


“ 네가 던진 표창이 황군의 방패에 튕겨서 복부에 꽂혔다. 그리고 저 여성은 오리온군의 서평관 관리이다.”


“내가 그 여인이 서평관 관리인줄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나는 저 여인에게 표창을 던지지 않았어요.”


“ 뭐라고?! 그 기장군이나 당신이나 다를 게 뭐가 있나? 아들의 죄를 덮으려 부락민을 척살한 그 작자나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무고한 자에게 독을 뿌려댄 당신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녀에게 직접 독을 뿌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당신이 죽이러 하는 사람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함부로 독이든 표창을 뿌려 댔으니 같은 살인자들이다. 만일 그녀가 죽었다면 말이다.”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이 새빨개진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흑치 영치를 노려본다.

“나는 저들과 같지 않습니다.”


“ 당신은 같아! 복수를 할 능력도 없으면서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을 다시 죽이려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잡혀서 가면 15년 전에 부락민을 살해한 자들이라고 고발하여 법정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가. 아니면 그때 법인들을 모두 척살할 자신이라도 있는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혼이 있다면 얼마나 한심하며 고통스럽겠는가. 딸이라도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부모들 마음일 터인데. 설령 고발하여 저들을 법정에 새운다고 하더라도 당신들이 저지른 공물탈취, 살인들은 정당화 되지 않아. 더구나 법정에 세운다고 하여도 15년전의 사건을 증명할 증거라도 가지고 있는가? 무엇하나 이룰 수 있는 게 없어. 당신을 따라서 시키는 대로 하는 저들을 보니 불쌍하네. ”


흑치 영치의 말이 끝나자 한참은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하만 필화의 통곡이 방앗간을 울린다.

그녀의 통곡은 세상이 모두 끝난 것처럼 통곡한다.


한참을 통곡한 후 그녀는 벌떡 일어난다. 번개같이 달려와 내가 차고 있는 영웅검을 뽑아든다.

그리고 검을 뽑아서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대려 하지만 흑치 영치가 재빠르게 그의 팔을 붙잡고 나는 발을 날려 그의 손목을 찬다 검이 손에서 떨어진다.


“ 이젠 자살까지 하려고?”

“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니 그렇다고 죄인으로 죽기는 싫습니다. 자살이라도 햐여 떳떳할 수 있도록 하여주십시오.” 하만 필화가 고개를 숙이며 간청한다.


“가지가지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당신처럼 자살하라고 할까?”

흑치 영치의 호통에 다시 하만 필화의 통곡이 이어진다. 통곡을 하다가 기절한다.


“ 에이 너무 심하게 몰아친 거 아닌가?”

내가 힐난조로 흑치 영치에게 말한다.


“ 이건 일종의 심리 치료법이지 한이 맺힌 자들은 저렇게 통곡이라도 하여서 한을 풀어야 한다네 일종의 카타르시스 이지.”

“ 깨어나면 이젠 어떻게 할려고?”


“ 저들의 무모성을 알려주고 우리 조직원으로 살게 해야지 세월이 걸리더라도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주고 여기를 잠간만 지키고 있게 .”

말하며 홀로 방앗간 밑으로 내려간다.


한참 후 흑군 세 명과 47명의 도깨비산적들이 방앗간으로 들어온다.

그때는 이미 하만 필화도 깨어 있다.


하만 필화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더욱 무섭게 보인다. 마치 죽음을 초월한 사람처럼 앉아 있다.

(다읍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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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 풍촌 가는 길 24.01.24 17 1 8쪽
86 85 레모 항기스의 유골 24.01.22 22 0 8쪽
85 84 첫 번째 탈출 캡슐을 찾다. 24.01.19 19 1 8쪽
84 83 병풍산맥 24.01.17 19 1 8쪽
83 82 향기공주 2 24.01.15 19 1 9쪽
82 81 향기공주 1 24.01.12 20 1 9쪽
81 80 소금산 24.01.10 19 1 8쪽
80 79 마갈족2 24.01.08 18 1 8쪽
79 78 마갈족1 24.01.05 21 1 8쪽
78 77 판 고에니 현령 24.01.03 21 1 8쪽
77 76 양왕의 편지 24.01.01 15 1 8쪽
76 75 논공행상 23.12.29 19 1 9쪽
75 74 두 개의 달이 먹히다 5 23.12.27 20 1 9쪽
74 73 두 개의 달이 먹히다 4 23.12.25 20 1 8쪽
73 72 두 개의 달이 먹히다 3 23.12.22 20 1 8쪽
72 71 두 개의 달이 먹히다 2 23.12.20 22 1 9쪽
71 70편 두 개의 달이 먹히다 1 23.12.18 24 1 9쪽
70 69편 초원족의 침입 23.12.15 25 0 9쪽
69 68편 오리온 태수가 오다. 23.12.13 23 0 8쪽
68 67편 신왕의 귀환 23.12.11 21 0 9쪽
67 66편 노루국의 왕과 공주 23.12.08 19 0 9쪽
66 65편 노루국의 왕 23.12.06 19 0 8쪽
65 64편 마리의 정체 23.12.04 18 0 9쪽
64 63편 수박도사와 일당 23.12.01 22 0 8쪽
63 62편 수박도사 23.11.29 24 0 9쪽
62 61편 환영 23.11.27 27 0 8쪽
61 60편 북깨비 23.11.24 27 0 10쪽
» 59편 아픈 추억 23.11.22 3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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