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케미정 님의 서재입니다.

별똥별 타고 온 집밥귀신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케미정
작품등록일 :
2023.07.17 0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06:00
연재수 :
148 회
조회수 :
5,160
추천수 :
71
글자수 :
550,831

작성
23.11.03 06:00
조회
33
추천
0
글자
9쪽

51편 태후의 사람

DUMMY

흑치 영치가 감격한 듯이 머리를 숙이며

“ 태후님의 은혜에 감읍합니다.” 말하며 연신 고개를 굽힌다.

나는 무엇인지 몰라 눈만 끔벅거린다.


옆에서 흑치 영치가 머그잔의 액체를 마신다.

나도 그걸 바라보며 머그잔으로 손을 가져간다.

차다. 오! 햐얀 덩어리가 얼음 덩어리니.... 잔을 들어 먹어보니 속이 얼얼한 얼음맥주이다.


오! 냉장고도 없는 세상에 얼음맥주라니! 나도 감격한다. 서늘한 기운이 온몸에 흐른다.

정말 귀한 것이다. 이 여름철에 얼마 만에 먹어보는 얼음 맥주인가?


저절로 태후에게 감사의 고개가 숙여진다.

지구에서 같으면 하찮은 대접이지만 이곳에서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배려다.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나와 흑치 영치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황궁에서도 얼음은 귀하여 황족이 아니면 볼수 도 없다고 하며 더구나 맥주를 얼음으로 얼려서 주는 것은 왕들이나 1품 이상이 되어야만 황궁에서 대접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잘못하면 황도에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정신을 차리려 한다.

하지만 차가운 맥주맛의 시원함이 나의 몸을 즐겁게 하고 눈까풀이 감기려 한다.


“ 두 젊은이가 있음은 이 제국의 복이고 황제와 나 테후의 복이네. 당장은 경력이 일천하니 흑치 사령은 중경에서 추관을 하고 판위 백부장은 통판을 맡으면 어떤가? 일 년 정도 지나면 중요직을 맡을 수 있지 않겠나?”


흑치 영치가 흑군의 사령이라고는 하지만 통령밑으로는 정식 임명절차도 없는 비밀조직인지라 정식 품계도 없다. 하지만 추관(推官)은 중경에서 6품 판관이고 판위 샌딘은 통판(通判)이라면 대한민국의 구청장쯤에 해당하는 직책의 6품관리로 상당히 고위직이다.


삽년 넘게 근무한 판 고에니 는 7품 재무관이라 하지만 변두리 지방관 오리온 태수가 임명한 관리이고 판위 샌딘은 수도의 6품으로 황제가 임명한 명실상부한 제국의 관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면 중요직을 준다고 하니 얼마나 올라갈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임명 한다해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황후가 의견을 물어본다.

당연히 황공하다고 하여야 하는데...


“ 태후마마! 황망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태후의 사람이라 하여 아무 공도 없이 변두리 지방군 백부장이 황도의 고위관리가 되는 것은 황제의 치세에 잡음을 불러일으키고 관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며 제국의 인사 행태의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나아가 태후마마에게 누가되는 행위입니다. 황제 폐하와 태후마마의 은혜를 떳떳이 누릴 수 있도록 소신이 지금의 직분에서 마땅이 하여야 할 책임을 다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작금에 초원부족이 우르 칸에게 통일 되여 변경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일을 조정의 누가 보아도 흡족하게 처리하였다 인정할 만 하면 새로이 중책을 받들겠나이다.”


나는 머리를 조아리며 간곡하게 아뢴다.

태후가 이런 벼슬을 내리는 것은 나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인데 내가 태후의 사람이라 자진하여 말하였으니 구태여 벼슬을 내려 나를 포섭하려 하지는 않을 테지 생각하며...


태후가 의아한 듯이 나를 바라보다가 이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흑치 영치를 바라본다.

태후는 아마 벼슬을 주어도 싫다고 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는 듯하다.


“ 그대가 공이 없다니 영웅검을 ..”


“태후마마! 그 일은 황제폐하께서 자의로 한일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영웅검에 관한 공로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입니다. 저도 판위 백부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 우리가 수도의 중책을 맡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초원부족 외에도 수상한 움직임이 많습니다. 제국과 백성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다면 모든 일이 헛수고입니다. 우선 국경을 안정시킨 다음 마마의 곁에 있겠습니다.”


태후의 말을 흑치 영치가 가로채며 진중하고 작은 목소리로 주위를 살피며 말한다.

평상시 같으면 불경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태후는 두 사람이 진정 충신이라 생각하며 오히려 강한 믿음과 신뢰가 솟아난다..


“ 허! 알았네. 그대들처럼 진실한 충신이 몇이나 있을꼬? 내일 대관식이 끝나면 따로 생각을 해보겠네 소식을 보낼 때 까지 잠시만 머물러 있게.”


자리를 물러나며 흑치 영치가 나를 바라보는 눈이 감탄한 듯 한 표정이다.

“ 표정이 왜 그래?”

“13년간 제국의 변경에만 살았으면서 어쩌면 그렇게 능숙하게 말을 잘 하는 것이지? 태후의 혼을 쏙 빼어 놓았잖아. 자네에게 홀딱 빠졌어. 샌딘! 해병 특수부대 출신 맞아?”


“ 내가 변경에 살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덕분이야.”


다음날 대관식에 갈 직급이 되지 않아 참석을 못하는 우리는 더위를 식히고 머리도 식히고자 현강으로 뱃놀이를 갔다.

마리는 신변경호를 하여야 한다며 부득부득 따라온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그녀는 많이 변했다.


뱃놀이는 사형장이 있는 현명교의 서쪽으로 1경의 시간의 말을 달려 탕미산 기슭의 울렁바위 앞에 이른다.


중경부 백성들은 사형장 하류 에서는 뱃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꺼림직 하겠지..


뱃놀이에 쓰이는 배는 배가 아니라 뗏목이다.

제국에 자생하는 속이 빈 나무를 두겹으로 엮어 그 위에 술상을 놓고 뱃놀이를 한다.

뱃놀이가 아니라 뗏목놀이라 해야 맞다.


뱃놀이에 술이 빠질 수 없지 우리들은 술을 마신다.

시원한 강바람에 독한 술을 마셔도 취하지도 않는다.

마리는 아무리 술을 권하여도 호위중이라고 하면서 마시지 않는다.

흑치 영치는 옆에서 지켜보고 감탄을 한다.


술이 몇 잔 들어가더니 흑치 영치가 한국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저 침묵을 지킨 체 서있다.


지구에서 나도 여자였지만 여자는 입을 놀리는 재미로 산다는데 마리는 나에게 팔리기 전에 무엇을 하였는데 저렇게 말이 없을까?


“ 우리의 영혼은 정말 지구인일까?” 흑치 영치의 물음이다.

“무슨 소리야? ”


“예를 들면 말이야. 나 호크니 별의 흑치 영치의 영혼에 지구인 다니엘 김의 기억을 업로드 한 것인지도 모르잖아?”


“ 나도 그 생각은 하였어. 애초에 영혼이라는 것이 없는지도 모르지 기억자체가 영혼인지도 모르잖아. 우리의 기억을 저기 서있는 마리에게 업로드 하면 마리는 어떨까? 한국말도 알고 자신이 지구의 한국인 이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아 ! 너는 나보다 한 단계 더 나갔구나. 정말 혼란스럽네.”

대답하며 흑치 영치가 술을 벌컥 들이마신다.


“ 그리고 말이야 우리 뒤에 유인 우주선이 오고 있었잖아?”

물음에 흑치 영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계산으로 20년쯤 뒤쳐져서 우리 뒤를 오고 있었는데 그를 보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지구인들은 이 행성을 어떻게 할 것 같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흑치 영치다.


“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들을 생각하면 그들 같이 되지 않겠나?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지구인을 만나면 우리는 누구 편에 서야 하나?”

나의 물음에 흑치 영치는 한참을 입만 벌리고 있다.


흑치 영치는 술을 또 한잔 한다.


“ 지구인에게 우리의 영혼이 지구인이라 하면 믿어줄까?”

이번에는 흑치 영치의 질문에 내가 술을 마신다.


나는 한잔을 더 따라 마신다.

“ 나에게 딸이 있잖아? 갈리버 학교에 다니는 .. 그 딸이 우주선을 타고 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니?”

나의 말에 흑치 영치가 이마를 친다.

또 흑치 영치의 생각이 길어진다.


“ 우리 보다는 저기 아롱별에서 왔다는 능력자들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우리도 그들에게 놀아나고 있는 거잖아? 오히려 그들에게 맡기는 게 머리가 덜 아프겠지만 너처럼 딸이 온다면 문제다. 그래도 딸이 오면 좋겠지?”


나는 아련히 딸이 생각난다.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흐른다.

나의 눈물을 옆 눈으로 보던 흑치 영치가 혀를 찬다.


“ 그래 나는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면 너의 심정도 알 것 같다.”


우리는 마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지구의 한국어를 사용하는 동안 마리는 재미없다는 듯이 입을 쭉 내밀고 하늘을 바라본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 귀신 부르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하늘이 까매지네..쯧쯧”

마리의 혼잣말에 우리는 지금까지 하던 심각한 소리를 잊고 크게 웃는다.


이때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한 필의 말이 달려오고 뒤에 마차도 달려온다.


흑치 영치가 술을 먹으며 무심히 바라본다.


뗏목과 가장 가까운 강변에 말이 선다

흑치 영치는 그제야 술병을 내려놓는다.

말위에 옥색 옷을 걸쳐 입은 자가 손으로 입에 깔때기 모양을 만들어서 소리를 지른다.

“ 흑치 사령님!”

흑치 영치가 일어나서 그를 바라본다.

(다음편에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별똥별 타고 온 집밥귀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88 풍보각의 북 24.01.29 15 1 8쪽
88 87 풍선도인 24.01.26 24 0 9쪽
87 86 풍촌 가는 길 24.01.24 17 1 8쪽
86 85 레모 항기스의 유골 24.01.22 22 0 8쪽
85 84 첫 번째 탈출 캡슐을 찾다. 24.01.19 19 1 8쪽
84 83 병풍산맥 24.01.17 19 1 8쪽
83 82 향기공주 2 24.01.15 20 1 9쪽
82 81 향기공주 1 24.01.12 20 1 9쪽
81 80 소금산 24.01.10 19 1 8쪽
80 79 마갈족2 24.01.08 18 1 8쪽
79 78 마갈족1 24.01.05 23 1 8쪽
78 77 판 고에니 현령 24.01.03 21 1 8쪽
77 76 양왕의 편지 24.01.01 16 1 8쪽
76 75 논공행상 23.12.29 20 1 9쪽
75 74 두 개의 달이 먹히다 5 23.12.27 20 1 9쪽
74 73 두 개의 달이 먹히다 4 23.12.25 20 1 8쪽
73 72 두 개의 달이 먹히다 3 23.12.22 21 1 8쪽
72 71 두 개의 달이 먹히다 2 23.12.20 22 1 9쪽
71 70편 두 개의 달이 먹히다 1 23.12.18 25 1 9쪽
70 69편 초원족의 침입 23.12.15 25 0 9쪽
69 68편 오리온 태수가 오다. 23.12.13 23 0 8쪽
68 67편 신왕의 귀환 23.12.11 21 0 9쪽
67 66편 노루국의 왕과 공주 23.12.08 20 0 9쪽
66 65편 노루국의 왕 23.12.06 20 0 8쪽
65 64편 마리의 정체 23.12.04 19 0 9쪽
64 63편 수박도사와 일당 23.12.01 23 0 8쪽
63 62편 수박도사 23.11.29 24 0 9쪽
62 61편 환영 23.11.27 28 0 8쪽
61 60편 북깨비 23.11.24 28 0 10쪽
60 59편 아픈 추억 23.11.22 33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