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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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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564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2.02 22:54
조회
109
추천
4
글자
12쪽

2부 72화 : 단 한 발의 폭격

DUMMY

배운 이론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응용해보는 것이다. 보통 실제로 응용할 수 없으니 문제를 풀지만.


효진이는 멋지게 하라하라를 탈취해냈다. 그러나 페레이라가 한 것처럼 그걸 다루려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 지 감도 안 오는 상황.


그렇다고 쏘아보며 끙끙거릴 순 없으니 사용해 보기로 했다. 실전에서.


효진이가 눈을 감은 채 하라하라를 공중에 띄우고 정신을 집중한다. 푸른 빛이 나는 에너지가 효진이의 코어와 하라하라에서 동시에 나와 어우러진다.


목표는 하라하라에 연결된 외부 구조를 통해 이쪽의 정보를 보는 것. 우리를 가두고 있는 바로 그 구조를 움직여보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자, 이사님. 하라하라가 조종기고 그 조종기로 이 근처를 들여다보기 좋은 CCTV를 찾아 연결한다는 기분으로."


"...연결은 됐어. 하지만 거기에 그런 기계 같은 게 있을 리는 없잖아!"


학선이가 거든다.


"재료를 끌어와 내 통제 아래 놓고 그걸로 빚어낸다는 느낌으로."


"빚는다고?"


"깎아도 좋고 섞어서 굳혀도 좋고, 끼워맞춰도 좋고."


임효석 상무는 불만스러운 얼굴이긴 하지만 효진이를 지켜보고 있다. 효진이는 일 분 정도 뭔가 애써보지만... 쉽게 될 리는 없다.


"야 이거 모래와 바닷물만 주고 반도체를 만들라는 것 같은데? 이게 맞아?"


나는 깜짝 놀란다!


"모래와 바닷물에 손이 닿는 감각이 있어? 움직여질 것 같아?"


"응? 어? 잠깐, 잠깐만."


다시 집중해본다.


이래저래 걱정이 되긴 한다. 효진이의 메인코어는 투사계.


생성계거나 조작계라면 좀 쉬웠을까...


하라하라에 익숙해지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좀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다. 투사계는 어쨌든 쏘아 보내는 것이 주특기. 초장거리에서는 다른 어떤 타입보다 강력하다.


"이사님. 뭔가 쏘는 건 될 것 같아?"


"발사한다는 말이지? 마음대로 안 될 것 같은데."


"그쪽에서 에너지를 끌어와 여기서 쏘는 건."


"흠."


효진이가 눈을 뜨고 하라하라를 손 위로 올린다. 틱틱거리는 소리를 내며 하라하라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짙어진다.


"될 것도 같고. 하던 거 멈추고 이것부터?"


"아니, 하던 거는 계속해야 해. 그쪽으로는 시간이 급해서."


"왜 갑자기 지구의 운명이 내 어깨에 걸린 분위기인 건데? 아무튼 알았어."


나는 움직일 준비를 하고, 학선이가 의아한 듯 물어본다.


"가보게?"


"지도를 보면 어디 숨었는지 얼핏 알 것 같거든. 가서 보고 오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오고."


임효석 상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선다.


"따라가고 싶은데. 사서"


고민이네.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이유가 있겠지.


"같이 가시죠."


임효석.


왕조도 아니고 재벌가에 승계순위 같은 걸 따지는 게 우습지만, 어쨌든 그게 우리나라 정서니까. KP그룹의 4세 승계순위 8위, 화선그룹으로는 20위 바깥.


2000년대 초반도 아니고 지금 두 그룹에서 세네명 나눠먹고 나면 남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그들 입장에서 많지 않다는 거지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구경도 못할 자산을 가져가는 거지만.


나는 쫓아오기 편하라고 좀 천천히 움직였고... 그래도 쫓아오기 힘들어서 얼굴이 벌개진다. 적당히 아무도 안 보는 위치쯤 와서 용건을 묻는다.


"말씀하시죠~."


"어떤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만뒀으면 하는데."


"어째서요, 상무님 마음에 안 들어서요?"


"내 동생이야."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죠. 상무님의 동생이면 뭐 특별히 다를까요."


"잠깐 미뤄뒀지만 중국에서 중요한 걸 해야 하고 우리 그룹에서도 맡은 일이 많아! 이번에 없어졌다는 말에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짐작 가나?"


쯧.


"상무님, 평소 으르렁 한 번 하면 사람들이 벌벌 떨어서 그게 익숙한 건 알겠는데, 지금은 중국도 대기업도 우선순위가 못 됩니다."


"네 입장에서?"


"관점은 제 관점에서, 입장으로는 전 세계에 사는 인류의 입장에서요."


"알 수 없는 말장난 몇 마디 하면 내가 그렇구나 할 줄 안 건 아니겠지."


"상무님의 양해가 중요하지는 않아서."


"내 가족인데도?"


하하하하.


귀하신 재벌가에서 자아란 정말...


"저도 물론 효진이가 중요합니다. 상무님 가문이나 학선이만큼은 아니어도요."


"그 남자 이야기는 왜 나와."


"그래도 저는 효진이가 원하지 않는 것 앞에 제가 원하는 걸 두지 않을 겁니다."


"...뭐?"


"효진이의 일이면 효진이의 선택이 더 중요하죠.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은데, 이진협씨. 우리는 보통 사람들하고 입장이 같지 않아."


쯧.


"동백산업이란 데에서 3개월 일했거든요."


"뭐?"


"몰라요? KP공업 조립라인에 인력 파견하는 회산데. 소유주는 뭐 상무님의 12촌 내 친척쯤 될테고."


"무슨 말이야?"


"제가 일하는 동안은 별 사고 없었지만 거기엔 명단이 하나 있어요. 특별관리대상. 어떤 사람들이 관리대상일까요?"


임효석 상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했다.


"내 입장에서 재벌가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역설해봐야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효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질 수 있나?"


"딱히 말 안하려고 했는데... 왜, 상무님은 지금이라도 그 동백산업의 특별관리대상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질래요?"


"네 말은 피장파장의 오류다."


"지금 논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본데 아녜요, 제가 놀리고 있는 거죠 상무님을. 정신 좀 차리시라고."


임효석 상무가 발을 멈춘다. 하아 재벌가 도련님 짜증나...


"언제 어디서나 존중받고 남 앞에서 목에 힘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특히 요새같은 때는 더."


"왜..."


"네?"


"왜 정부에서 널 그렇게 없애고 싶어했는지 알겠네."


"하하하하!"


임효석 상무도 웃기는 하지만 진짜 웃는 게 아니다. 그렇지 뭐.


"제가 존재 자체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불안은 가진 것 많은 사람들의 적 맞죠."


"일부러 그러는 건가?"


"상무님이 모심받고 사는 삶에 익숙한 것처럼 나도 이게 익숙할 뿐인데요."


"네가 무슨 권리로 효진이에게 그러지?"


"권리가 왜 필요하죠? 효진이와 협력할 뿐인데. 서로 원하는 게 있어서."


"효진이가 뭘 원한다는 건데!"


"알고 싶어하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나도 그렇고요."


떠드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임효석 상무에게 조용히 있으라는 눈치를 준 다음 <물 분자 진동폭 판별>을 사용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몰래 쓰는 스캔처럼 쓸 수 있게 되었다. 품이 많이 들지만.


나는 미라가 여기서 쓰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다음 효진이에게 바꿔달라 부탁한다.


"이사님, 포착. 경도랑 위도 다음엔 사진 찍어서 표시해서 보낼게."


"거기 위를 때려부수면 돼?"


"아... 잠깐만, 에브리마에게 물어볼게. 때려부술 수는 있는 거야?"


"될 것 같아."


"최곤데?"


에브리마는 바쁘고 결국 푼사니를 거쳐 이리저리 물어본 끝에 좀 무너져도 되는 바위산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제 다시 전화를 건다.


"공격 승인됨, 이상."


"뭔데 그게. 자, 조금 있어봐."


나는 생글거리며 적이 숨어 있는 곳을 보며 걸터앉고 임효석 상무를 올려다본다.


"...왜, 왜?"


"자비심이 좀 있는 편이신가요?"


"나는 불교를 믿지 않는데..."


"아니 뭐 자비가 종교만의 미덕이겠어요. 그냥... 효진이가 힘 조절 잘 못할 지도 모르니까. 아, 눈 꽉 감으세요."


"뭐?"


대답은 내가 아니라 그 다음 일어난 일이 대신해주었다.


새파란 광선이 하늘에서 떨어져 적의 은신처를 산산조각냈다. 역시 힘조절은 어렵지만 조준은 정확했다. 언제나 그랬지. 임효진이니까.


"가죠, 몇 명 다쳤을 테니까 일단 살려놓고 천천히 정보를 캐자고요."


"너 너, 너? 아니, 이게 효진이가 한 거라고?"


"14만에서 16만 정도 위력이고... 앞으로 더 강해지겠죠? 잘 보이세요, 동생에게."


깨끗한 폭격이다. 한 발로 끝내는.


나는 기분 좋게 걸음을 앞으로 옮긴다. 그래도 효진이가 좀 빗겨 쏜 덕에 산만 무너지는 정도로 끝났네. 산의 잔해가 들썩이는 곳에서 치우는 걸 도와준 다음 처음 눈이 마주친 친구에게 묻는다.


"많이들 다쳤나?"


잠깐의 정적. 좀 똑똑한 놈들이라면 얌전히 고개 숙이고 들어오겠지만...


그렇지, 페레이라를 위한답시고 여기까지 들어온 놈들이 그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일 확률은 별로 높지 않지.


"적이다! 적! 예언자님의 적이다!"


"나와, 빨리 나와! 공격해!"


오합지졸이라는 말로도 좀 부족하군. 그래도 하나씩 놓고 보면 제법 세다. 출력 7만에서 9만 정도? 한 명이 11만이다.


"상무님 앞으로 쌓이는대로 적당히 고쳐주세요. 너무 깨끗이는 말고."


"아니 뭐 너 잠깐 이게 어떤 도대체..."


"왜 이러세요, 상무님이 따라와놓고. 온 김에 도와주면 서로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나에게 뭐가 좋은데!"


"쓸데없이 예리하시기는."


뛰쳐나온 놈들 중 가장 튼튼하고 빨라보이는 놈이 망치를 들고 날 내려찍는다.


이러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임효석 상무의 기를 좀 죽이는 게 좋겠으니... 손가락 하나로 망치를 막아 멈춰세운다. 충격은 내려친 놈으로 반사되고 어깨와 다리에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소리를 내며 옆으로 넘어진다.


기절했네.


"이 친구 관절 좀 나갔으니까 맞춰주세요."


"...안 죽었어?"


"자기 힘으로는 잘 안 죽어요. 내 힘은 안 실었으니까."


열을 쏴내는 놈은 놈은 쥐어박고... 회전하는 칼을 날려대는 놈은 돌을 던져 맞추고, 독침 쏘는 놈은 땅에 허리까지 묻어놓는다. 그 상태에서 머리를 잡고 아래로 살짝 밀면서 웃어주면 어지간한 놈 아니면 얌전해진다. 아무리 11만짜리 코어 사용자여도.


"네가 이놈들 대장이지?"


"그렇... 다요."


"아까 누가 예언자 어쩌고 하는데 페레이라가 예언자야?"


"과연 정확하십니다!"


"마음에 드는 친구네. 그래, 페레이라는 사람들을 긁어모으고 있는 거지?"


"그럼요! 맞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요!"


"고마워. 선택지를 준다. 코어 두 개를 내놓고 도망갈래, 코어를 가진 상태로 모두의 앞으로 불려갈래. 너만 특별히 네 운명을 정할 수 있어."


"보잘것없는 제 코어라도 필요하시다면!"


"그래. 목숨이 중요하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처음부터 모두의 코어를 빼내 가져갈 생각이었다. 자와디하고 푼사니에게 선물로 줘야지...


임효석 상무는 내가 제대로 싸우는 걸 본 게 처음이고, 내 의도대로 반쯤 하얗게 질렸다.


나는 웃는다.


"제가 좀 설친다고 생각하실 순 있는데, 평소엔 많이 자제하고 있습니다."


대답을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니다. 그래도 임효석 상무는 뭔가 생각한 게 있는지 그 말에 답하듯 말한다.


"효진이는... 너와 있는 게 가장 안전하냐?"


핵심을 짚네. 좀 곤란하긴 하다.


"그렇다고 할 순 없죠, 솔직히. 그래도..."


"그래도?"


"학선이가 목숨 걸고 지킬 테고, 저는 그걸 도울 거고.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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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6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5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6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3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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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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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5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1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7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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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2부 79화 : 모두에게 평등한 고난 22.12.12 11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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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부 76화 : 냉소 22.12.08 112 4 10쪽
207 2부 75화 : 수집 22.12.07 115 4 11쪽
206 2부 74화 : 예고 +2 22.12.06 117 4 10쪽
205 2부 73화 : 소란 22.12.05 11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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