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89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2.15 01:59
조회
108
추천
4
글자
11쪽

2부 81화 :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 일들

DUMMY

세미나실에 사람들을 남겨놓고 나는 지하로. 처음 내려가본다.


오래 전 만들어진 핵벙커 중 한 곳. 들어오는 통로는 하나, 카드키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이 들어오면 맹독성 최루액이 누출되는 설비를 갖춘.


왜 독가스가 아니라 최루액인지 잠시 생각했지만 중요한 사람이 들어와있는데 오작동으로 죽어버리면 좀 그렇긴 하겠다.


긴 계단을 내려와 연구실에 도착. 학장님을 따라온 분들이 날 보고 죽겠다는 얼굴을 한다. 공기도 안 좋고 눅눅하고... 그렇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학장님은 침침한 눈을 하고 있다가 나를 힐끗 쳐다보고 웃는다. 미소는 아니고, 세상에 이런 답답한 놈이 다 있다는 표정.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안이다.


많이 피곤하신 것 같다. 환경이 좋지 않아.


"많이 두들겨 맞았다고 들었다."


"예, 뭐. 죽지는 않았으니까요."


"너, 소리가 많이 뒤틀렸다."


"하하하, 많이 맞긴 했어요."


"일본 전에."


음...


음.


세 곳에서 서른 정도를 살해했지.


내가.


"예. 어떤 상태인가요? 학장님."


"심박이 불규칙하다. 빠르게 뛰어야 정상인데 네 머리 한 부분이 마비되어 있어서 강제로 제어되고 있어."


"제어?"


"네가 일부러 하는 건 아니겠지만. 너 말이다..."


머뭇거리시는군.


<필드>를 사용해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한다. 학장님은 그걸 확인하자마자 묻는다.


"뭐 하던 녀석이냐, 너."


"익숙한 일입니다."


"사람을 얼마나 죽여야 그 정도가 되는 거야?"


"많이요."


"눈앞에서? 손으로?"


"저, 학장님..."


학장님은 의자를 뒤로 젖혀 몸을 기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숨을 길게 쉰다.


"너 무서운 놈이었구나."


"망설이진 않는 편입니다."


"자꾸 맥락을 못 짚네... 그 이야기가 아니다. 무얼 원하길래 그런 집념이 있는 게냐?"


드릴 말씀이 별로 없다. 그냥...


이야기를 하자. 보통 그러듯이.


"뻔한 핑계지만 다들 그러듯이 처음엔 살기 위해서 그랬고요."


"그랬겠지."


"저는 저보다 빨리 미치는 사람들과 같이 있었습니다."


"보다, 빨리?"


"2024년 6월 22일이었어요. 본 것만큼은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학장님이 뭔가 눈치챈 듯 나에게 집중한다.


"괴물이 나타났고, 군대가 공격한다길래 구경을 갔어요. 그리고 그날 출동한 군인들이 모조리 죽었습니다. 타고 있던 장비채로 녹아버렸어요. 갇혀 있던 사람들은... 바닥에 깔린 독을 피하지 못하고 멀리, 높은 건물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휘말려 죽었죠."


"서울 이야기야?"


"예. 정신이 드니까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고 발톱이 빠진 채로 사람들을 따라가며 걷고 있었어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울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우리도' 그랬겠지?"


"아마도요..."


"저번에 우리가 닿으려 한, 널 관측 중이라는 그 존재. 네 세계에 있던 사람인거지?"


"그 표현 재미있네요. 제 세계."


"그래서?"


"난리가 났고... 우선순위가 낮은 사람들이 우선순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항의하다가 총을 맞았죠. 처음엔 명령으로, 그다음엔 겁먹은 병사의 실수 때문에."


나는 계속 이야기한다.


김승철이 이끄는 우선순위가 낮은 사람들에 합류했다. 코어를 받았다.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싸우고 서로를 죽였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곧 편하게 자고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이해가 간다."


"예."


죽이는 건 유일한 살아갈 방법이었다. 우리는 금방 쌓인 시체 옆에서 농담하고 웃었다. 김승철이 괜찮은 리더처럼 보였고 모두 자기 자신에 흠뻑 취했다...


우리끼리 죽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규약을 어기면 추방이었어요. 싸우다 한 쪽이 죽어도 그랬죠. 싸우는 정도로 왜 죽이기까지 했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 알아. 나도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다."


"네. 리더가 처형을 주도하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어요."


김승철은 냉철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보였다. 매끄러운 말로 판결을 내리며 비통해했고 눈물을 흘리며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자를 죽였다.


조직은 점점 커지며 더 많은 시설과 농장이 보호를 요청해왔다. 김승철은 서울을 탈환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고...


"적안룡이라고 했거든요, 우리는. 뱀새끼라고 더 많이... 그랬지만. 서울에는 독이 잔뜩 깔려 있었고 그걸 막는 법은 저만 알았어요. 제가 유인해서 끌어내 모두와 같이 잡았습니다. 독이 사라지고 다들 흩어져 좋은 아파트에 들어가서 금붙이를 챙겼어요. 서울이 우리 지역이라고 선포하고, 지금 생각하면 참..."


"다른 집단의 연합공격을 받았겠네?"


"네. 서울을 내줬죠."


연합을 이끈 건 송완섭이었다. 지금은 뭐 하나 몰라 그 사람... 그 때 있던 누구보다 좋은 지도자였는데.


"적이지만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협상하고서 보내주고, 이제 사람들을 모아 정부를 복원하려 했는데..."


"했는데?"


"소위 말하는 논공행상이 잘 안 됐죠. 그래서 그냥... 해산했어요."


"맙소사구만."


"연합을 만든 사람은 적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살아남았고, 우리는 내분이 일어났습니다. 리더가 모두의 탓을 했죠. 자기 외 모두의."


김승철의 무리는 흩어졌다. 나는 유명해져있었고, 삼촌도 그랬다. 자기 그룹을 가질 생각도, 어디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다. 그보다는...


"믿었던 리더는 알고보니 미친놈이었고, 떠났죠. 새로 모인 다섯명하고 큰 균열이랑 대형체를 찾아다니며 코어를 모았어요. 그러다 그 리더가 미친 짓을 하고 있길래 설득하러 갔는데... 와. 죽을 뻔했죠."


"이제 충분히 들었어. 더 이야기할 거 있냐?"


"그 정돕니다. 뭐, 그 뒤로는 적당히 평화롭게 살았어요."


"여긴 왜 온 거야?"


"아까 말한 다섯 명 중에 한 명이... 보냈죠."


"그 한 명이 현미라 학생이구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네 안에서 지금 엄청 큰 소리 났다."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학장님."


"신학선 군, 현미라 조교. 삼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랑... 그, 이새롬 양?"


"임효진이에요."


"그 사람 기업가 가문이라며, 어떻게?"


"재벌들도 많이 죽었어요. 그 아까부터 말한 리더 같은 그룹이 이것저것 뜯으며 보호해주고 뭐 부두목 같은 위치로 올려주고..."


"돌아가는 게 목표야?"


"예."


"불편한 질문일 것 같은데, 미안하다. 네 덕분에 이쪽 세상이 훨씬 더 낫지 않아?"


"현미라가, 다섯 명을 데리고 오라고 해서요."


"끄음..."


학장님이 깊이 생각한다. 저 수염이 씰룩거리는 속도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와 정비례할 것 같다니까.


"가설이 섰다. 저번 실험 때 네 생각으로는 정보 연결이 된 것 같다고 했지? 실험 결과도 그렇게 해석이 가능했어."


가설...?


"그랬습니다."


"상위 차원 구조가 있는 건 분명해. 그리고 우리 쪽에서 관측할 수 없으니 그쪽에서 우리를 관측하는 파장을 잡아야한다."


"예."


"실험 준비해 놓을 테니 틈틈이 와서 맞춰봐라. 하루에 두 번."


"그러겠습니다. 학장님."


"눈 반짝이는 거 봐라. 그래, 그러면. 다섯 모두가 그 위치로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냐? 어떻게 돼."


"제가 아는 현미라라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알고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미라는 자주 시간축 가설과 시공간 사이 마찰면 가설을 이야기했는데, 그 가설에 맞는 방법이겠죠."


"시간축 가설이라고 해도 각 설에 따라 달라. 어느 쪽이야? 프랑크 이론쪽인가 아니면 초입자설인가. 시공간 마찰설은 내가 들어본 적 없는 거고."


"초입자설이고, 시공간 마찰설은 우리 세계에 그 일이 벌어진 후 나온 이야기라서요."


"기억나는대로 전부 이야기해봐."


"미라는 그거에 대해 쉽게 이해하려면...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럼 시간은 돈다고 선언하고 시작하라고 했어요."


"시간이 회전한다고?"


"예. 모든 것은 공전하니까, 시간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그럼 축을 정하고 자신이 시간을 다룰 수 있다는 이론 쪽이겠네? 초입자설이 맞고 그 이론에 근거해 널 보냈다, 보내서 관측 중이다... 젠장, 내 노벨상."


"네, 네?"


"아냐. 나는 플랑크 이론 쪽에 더 가깝거든. 걱정마라. 초입자설도 알고 있으니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가서 쉬어도 된다."


"초입자설... 이라고 하면 어떤 가설인가요?"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시간도 입자로 구성되었다는 가설이다. 시간도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던 것 같은데 그게 맞는지는 나중에 알아보고 말해주겠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보다 상위의... 초차원에서 작용하고 있겠네요?"


"맞아.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중력의 영향으로 서로 부딪치고 있다는 게 그 네가 말한 마찰면 어쩌고일 거다. 그 기반으로 설계하는 건 어렵지 않아. 한... 두 달 뒤까지는 만나게 해 주마."


학장님의 마지막 말에 숨이 잠깐 막혔다. 학장님은 징그럽다는 듯 눈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친다.


"가, 가! 사람은 떼로 죽여놓고 이런 거에 감격은. 무섭다. 가."


"학장님, 노벨상 타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내가 지금 무료봉사하는 것 같냐? 다 상 타려고 하는 거지. 빨리 가... 아니다. 나도 나가서 위쪽 공기 좀 쐬어야겠다."


"업히시죠! 날아서 모시고 가겠습니다."


"아직 그럴 나이 되려면 멀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만나게 해 준다고. 볼 수는 없을 거다. 그건 나도 이해할 수 있어.


그래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필요한 정보는? 무사한지, 지루하지 않은지, 괴롭지 않은지 알고 싶다.


다만 하나, 니콜로의 막내 형제가 둘째나 넷째가 미라를 찾아내면 성가시다고 했어.


"그, 학장님. 혹시 저번처럼 방해가 있으면...?"


"그 때는 네게 연결된 링크를 따라 중첩영역을 찾는 거였다. 이번에는 달라. 자, 뭘 할 거냐면. 그 쪽에서 발생하는 초입자가 있다고 치고 그게 너에게 와서 부딪치는 걸 검출해 낼 거다."


"...네..."


"이 자식이 날 못 믿네. 됐다. 올라가서 바깥 밥이나 먹으련다. 네가 사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4 3부 9화 : 관심이 집중되는 곳 23.01.16 100 4 11쪽
233 3부 8화 : 준비 +2 23.01.14 120 4 10쪽
232 3부 7화 : 걸작 23.01.12 99 5 10쪽
231 3부 6화 : 우스꽝스러운 23.01.11 103 4 11쪽
230 3부 5화 : 공유하지 않는 기억 +2 23.01.10 101 4 11쪽
229 3부 4화 : 최선 23.01.09 90 4 9쪽
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4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1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2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2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218 2부 86화 : 음악은 전파를 타고 22.12.22 107 4 11쪽
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3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0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7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7 4 10쪽
» 2부 81화 :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 일들 22.12.15 109 4 11쪽
212 2부 80화 : 회의 22.12.14 115 4 10쪽
211 2부 79화 : 모두에게 평등한 고난 22.12.12 113 4 11쪽
210 2부 78화 : 지독한 싸움 22.12.10 106 4 15쪽
209 2부 77화 : 예고의 날 22.12.10 129 4 15쪽
208 2부 76화 : 냉소 22.12.08 112 4 10쪽
207 2부 75화 : 수집 22.12.07 115 4 11쪽
206 2부 74화 : 예고 +2 22.12.06 116 4 10쪽
205 2부 73화 : 소란 22.12.05 110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