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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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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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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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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8,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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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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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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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3부 5화 : 공유하지 않는 기억

DUMMY

"그럼 그 두 번째부터 지금까지 계속, 구조를?"


"지금까지는 아니지. 40년 정도 겪었을 때 구조는 이해했으니까. 내 <규칙 위반>도 완성했어. 아, 고통과 실패의 나날들이여. 처음 몇 번은 죽을 때마다 걱정했지만 계속 반복되다보니 안 끝나는구나, 싶더라고."


"그, 괜찮다면..."


키브엘은 나를 앞서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고 히죽 웃는다. 달과 나 사이에 있어 자세한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 뭐가 궁금해?"


"<리셋>은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 거지?"


"알지? 이걸 격리하고 있는 영역. 우리가 <균열>을 통해 들어가는 경계면 쪽."


"안개."


"그게 소진되면 아무도 원하지 않아도 리셋이 일어나고, 지금까지는 4의 과반, 3을 가진 쪽이 리셋할 수 있었지."


"여기로 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있어. '아쉽지만 파기한다' 라고."


"중력의 넷째 말이지? 지난번엔 둘째가 여섯째를 잡고 넷째가 미국을 움직여 둘째의 하수인을 암살하고 두 기반을 한꺼번에 가져갔거든. 그 주인도 대리인도 눈에 불을 켜고 날 찾았지."


"미라가 너였다고 생각한 거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칠레에 검은 균열이 나타났고, 미라와 나와 몇 명이 카유와 같이 들어갔고... 우리 둘 외에는 모두 죽었고. 카유가 죽였다."


"넷째는 대리인에게 균열 안의 에너지를 자기 몸처럼 쓰는 법을 가르칠 수 있어. 그외에 좀 별다른 건?"


"균열 안에 균열이 만들어지고 넷째가 거기서 나왔다. 태양 같은 모습으로."


"다른 쪽도 아니고 넷째가? 밑져봐야 본전이란 연산을 한 걸까... 한 번에 모조리 쏟아부어서 과부하를 일으켜 추가 경계면을 만들었단 말이고, 그건 분명 날 포획할 수 있지. 그렇다면, 음..."


키브엘이 발을 멈추고 고개를 위로 하고 생각하고, 나도 멈춰서 그 옆얼굴을 본다.


기분 탓이겠지만.


말이 안 되는 소리인 것 같지만... 언젠가 이런 일을, 겪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


키브엘은 생각을 끝냈는지 다시 걸으며 말한다.


"미라는 그걸 보고 뭔가 깨달은 거야. 아니면 생각하던 걸 확신했을 거고. 어느 쪽일까?"


"확신한 쪽일 것 같다."


"그럼 미라도 이판사판으로 한 일이 아니구나. 미라는 거의 다 이해했네. 참 나, 전공자라 그런가? 나는 40년이 걸렸는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지? 지금 친근하게 같이 걷고 있지만 키브엘이 내 편이거나 나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할 수는...


생각하자.


키브엘은 최선의 결과가 자신의 목적이라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치고...


"아까 말한 최선이라면, 어떤 걸 말하지?"


"나에게 가장 좋은 결과. 내가 원하는 상황. 지금의 경우가 앞으로 생길 다른 경우보다 더 낫다는 확신. 지구와 인류의 미래. 장차 일어날 일들의 방향, 각 경우들의 확률. 모든 걸 고려해서 그중 내가 가장..."


"재미있을 것?"


몸을 과장되게 빙글 돌려 나를 쳐다본다. 아까와 달빛의 방향이 달라 이제는 얼굴이 잘 보인다.


"오늘 어쩜 이리 예리하신가? 옛날 기억이라도 돌아왔어?"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무의식적으로 물어버렸다.


키브엘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고, 나는 아까부터 느껴지는 기시감이 불편해 한번 더 묻는다.


"혹시 전에도 너와 이렇게 걸은 적이 있나?"


"첫 번째 이후로는 없지만?"


"있다는 말이군."


"그때는 네가 날 불러냈지만. 아, 못 먹고 수염도 못 깎았는데 어찌나 처량하던지! 어쩔 수 없지, 내 몰골의 상태도 불가항력의 결과였을 테니."


"너에게 누굴 죽여달라고 부탁하려고?"


"오 이거 농담이 아닌데. 정말 기억이 돌아왔어?"


"나라면 그랬을거라 생각해서."


"우릴 배에 태우고 북아메리카로 온 한 명이 우리에게 '목숨값'을 요구하기 시작했거든."


"값."


"나 혼자 살 수도 있었다, 내가 아니면 너흰 모두 죽었을 목숨이다. 모두 내놓아라. 특히... 여자들은."


"나보다 강했겠군..."


"넌 약했다니까. 다행히 나보다는 약했고. 그래서 나에게는 자기 텐트로 들어오란 요청 못 하더라."


나는 달리 할 말이 없고, 키브엘이 한숨을 길게 쉬고 계속 이야기한다. 걸으면서.


"우릴 구해줄 때까지만 해도 참 좋은 사람이었어. 글쎄, 사람이 극한 상황에 계속 있다 보면 고장나는 법이니까. 아 씨, 왜 울적한 이야기 하고 있지."


"네가 원하는 최선에 대해 우리가 합의하거나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에이, 그건 내가 입밖으로 안 내지. 우리 왕언니도 모르는데 그쪽 맏이까지 들어버리면 일이 골치아파."


어느새 한 바퀴 돌아 나를 불러낸 곳으로 왔다. 시간은... 새벽 두 시.


키브엘은 계단을 오르듯 가볍게 다리를 들어 아까 있던 건물의 옥상에 단번에 올라간다. 솔직히 좀 부러운데...


"산책 즐거웠어. 규칙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옛날 이야기 하느라 못 했네. 프록시마를 통해 전달할테니 그럼."


"잘..."


"음?"


"잘 자라."


"아, 그럼. 물론. 너도, 그럼 이만."


옥상 뒤편으로 사라진다.


나는 아무래도 큰일난 것 같다...


키브엘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잘 못 잤나 보네."


"응. 어쩌다보니."


학선이가 좀처럼 남의 상태에 대한 말을 안 하는데, 내가 거울을 봐도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얼굴이긴 했다. 오늘은 낮에 좀 자야겠어.


그나저나.


"오늘은 유달리 많네요."


우리는 일부러 숨어다니거나 하지 않았다. 근방에 머물 도시는 없어 음식도 하는 숙박업소에 오기도 했고.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있는 바람에 그러니까...


다른 급한 일이 없을 듯한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애써 우릴 의식하지 않는 척하는 사람들이 식당을 꽉 채웠다. 이거 밥 먹을 자리가 없어서 곤란하네. 이미 일어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숙소를 바꾸는 게 좋겠죠?"


"안 따라오겠냐? 남쪽에 그 도시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어?"


산타엘레나... 뭐였더라? 산타엘레나 데 우아이렌. 이 도시 이야기하시는 거네.


그게 나으려나. 앞으로 더 몰리면 이 가게에도 별로 좋은 일은 못 될 것 같다.


미라가 아쉬운 눈치네. 여기 음식 미라 입맛에 잘 맞았으니까.


"지금 짐 챙기고 이동하자. 밥 못 먹겠다."


"그게 좋겠어요."


나는 기쁜 건지 곤란한 건지 알 수 없는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일부러 크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들리게.


"퇴실할게요."


표정이 좀 변하긴 했지만 역시나 기쁜지 곤란한지 모르겠어. 그런데...


"지금 하실 건가요?"


"예, 아무래도?"


가게 주인은 시계를 본 다음, 주변의 눈치를 본 다음 내게 속삭인다.


"한 시간만 더 있다 가시면 어떨까요?"


"어, 이유가 있을까요?"


가게주인은 더 작은 소리로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손님 친구분이 지금 베네수엘라에 있거든요."


설마 효진이... 일 리는 없고, 그럼 누구지. 그리고 누구길래 이 사장님까지 아는 걸까.


"제가 모르는 제 친구라니, 누굴 말하시는 걸까요?"


"그게 좀..."


이거 궁금하네. 보자, 나하고 친구라고 알려져 있고 여기에서 큰 소리로 말하기 곤란한 이름 정도면...


하나밖에 없네?


"혹시 이글스..."


"쉿, 손님, 쉿!"


그렇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글스피릿 목소리를 듣고 갑자기 반응해서 그릇을 깨먹거나 음식을 엎거나 하면 좀 그렇지. 매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러고도 기다리라고 하다니, 나와 이글스피릿이 만난 그 캠핑장입니다 같은 마케팅을 하고 싶으신건가!


들어드리지 뭐. 나는 모두에게 돌아왔다.


"잠깐 더 나중에 나가는 게 좋겠다고 하네요."


"그건 그렇겠다. 여기 샌드위치 방 안에서 먹어도 된다고 적혀 있었냐?"


"침대에서만 금지."


"그래 그럼 그거나 사서 각자 들어가서 먹지."


나는 삼촌과 이야기한 후 우리 가까이에 앉아 태연한 얼굴로 밥을 먹는 사람에게 말했다.


"선생님, 녹음기 끄고 지워주시죠."


포크를 내려놓고 작게 한숨을 쉰 다음 순순이 지우네. 다른 사람 몇 명에게도 좀 그렇게 해야겠다.


내가 개별행동을 하니 웅성이기 시작하네. 안 좋아, 그건 안 좋지.


"우리는 내일이 되기 전에 나가려고요. 사적인 부탁은 죄송합니다."


멀리 있던 소년 한 명이 번쩍 손을 든다.


"사진 같이 찍어주시면 안 돼요?"


끙... 모두를 보니 아이의 부탁인데 들어주자는 얼굴들이다. 그러지 뭐.


"그래요. 친구에게만 해 줄 거예요."


소년이 신나 의자 위에서 뛰니 부모가 진정하고 내려오라고 한다. 아이의 부모가 다른 사람에게 핸드폰을 건네고 우리는 그 가족과 같이 사진을 여러 장 찍는다.


아이가 사진을 보며 한참 좋아하는 사이 슬쩍 빠져나가려 했는데...


"사서! 이제 사서는 슈퍼히어로죠?"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해?


가장 긍정적인 말, 가장 좋은 말. 완곡하게...


"강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는 사람이 진짜 히어로죠."


무슨 말이냐는 표정. 그렇지, 여섯 살 정도 됐을 것 같은데 너무 관념적인 말을 했다.


소방관이 진짜 히어로라고 했으면 의미가 통...


...


어,


익숙한 착지음. 하늘에서 날아오다 적당히 가속하지만 주변에 자신이 도착했다는 건 충분히 알릴 만한 정도의 충격.


아 이거 지금 들어오면 곤란한데.


큰 동작으로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이글스피릿이 들어온다. 추위에 몸을 조금 떨면서.


"어우 추워, 춥네요! 여긴 따듯해서 다행이에요.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글스피릿이에요!"


밥을 먹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환호한다. 나는 슬쩍 사장님 얼굴을 보고.


지금 접시 좀 깨지고 의자를 갈아도 이득이라는 계산이 완료가 되셨군.


그럼 영업을 도와드려야지. 여기 침구도 좋았고, 음식도 잘 해주셨거든. 우리에게만 잘 해주신 게 아니길 바라면서.


내가 먼저 큰 동작으로 손을 내밀고, 이글스피릿이 큰 소리가 나게 그 손을 박수치듯 마주 잡고 흔든다. 주변에서 터지는 카메라 셔터음이 좀 민망하네.


"사서, 재미있는 거 한다면서요!"


"그렇게 하려고요."


"끼워달라고 하려고 왔어요."


"네? 어, 이글스피릿. 그게... 이게 양쪽의 다섯명이 정해졌고..."


"에헤이, 다 알고 왔지요! 그래서 선수 말고. 다른 역할로!"


다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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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5화 : 공유하지 않는 기억 +2 23.01.10 102 4 11쪽
229 3부 4화 : 최선 23.01.09 90 4 9쪽
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5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2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3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2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218 2부 86화 : 음악은 전파를 타고 22.12.22 107 4 11쪽
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4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0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7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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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2부 80화 : 회의 22.12.14 11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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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2부 77화 : 예고의 날 22.12.10 129 4 15쪽
208 2부 76화 : 냉소 22.12.08 11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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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부 73화 : 소란 22.12.05 11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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