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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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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86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2.22 23:18
조회
106
추천
4
글자
11쪽

2부 86화 : 음악은 전파를 타고

DUMMY

옛날 전쟁 이야기를 보면.


그러니까 삼국지 같은 아주 오래 전의 전쟁 이야기, 지금과 명확하게 이어지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 죽는 이야기를 보면 함정인 걸 모르고 뒤쫓다 궤멸당하는 이야기는 정말 많이 나온다. 그러면 이제 하하하 어리석은 악역 녀석들 멍청해서 착한 사람의 군대에게 무참히 학살당했구나 하고 웃을 수 있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보면 대놓고 이 곳은 함정입니다, 라고 팻말을 걸어놓고 행여 못 볼까봐 네온사인을 걸고 시끄러운 음악까지 틀어놨는데 발을 들여야 할 때가 있단 말이지.


그래도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있다. 삼촌이 활동하고 페시디오가 감지한 것들.


"에이바 마이어는 요새 안의 균열을 다뤄서 쓸 수 있어. 그건 분명해."


미라가 내 건너편에 예상 지하 구조를 보면서 한참 생각한다.


"갇히겠네."


"응."


가장 위에 있는 두 개의 균열을 처리해야 더 아래로 갈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걸 없애는 사이 바깥에서 지켜줘야 할 테고."


미라의 말이 맞다. 균열은 사람이 들어갈 때마다 출입구의 위치가 달라지니 한참 시간을 보낸 후 들어왔다 나가는 것만으로 안에 있는 사람을 미아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나나 싱 학장님은 출구를 감지해 빠져나오겠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방어진형을 유지하는 상황을 요구했겠네."


"바로 그렇습니다."


"아래로 가면 더 위험한 상황에서 같은 일을 해야 하고."


"응."


미라는 입을 열지 않고 크게 숨을 쉬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지독하네."


정말 그렇다... 지뢰밭을 깔아놓은 걸 알아도 들어갈 걸 아니까 저격수까지 배치했다고 해야할까. 지금 기준으로 이 이상 더 견고한 방어책은 없을 것이다.


"그럼 미군 쪽이 들어가고 우리가 막아서고?"


"그런 역할입니다."


"공격 개시는?"


"내일."


"그렇네. 준비해야지."


여기 와 있는 미군들 중 작전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다. 두 번의 지진으로 3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고, 그 이유로 전쟁을 나온 군대 앞에 길이 하나뿐이라면 가야 한다. 거기에 무슨 지뢰가 깔리고 어떤 매복이 도사리고 있건.


미라와 이야기를 끝내고 삼촌과 학선이를 보러 온다. 첫 번째 공격에는 삼촌이 참전하지 않기로 결정되었지만 학선이는 나와 미라와 같이 지키는 역할을 담당할거다.


조금 걱정이다.


지금의 학선이는 무르고... 마우얀란드는 물론이고 체코에서도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지 않았다. 그래도 될 만큼의 능력이 있어서 그랬지만.


이번에는 눈앞에서 많이 죽을 것이다. 적이, 혹은 아군이. 사람이.


걱정되지만 미국은 페시디오 한 명을 제외하고는 죽으면 곤란한, 혹은 코어를 뺏기면 곤란할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페시디오도 전투에 참여할 일은 없고.


그래서 학선이만큼의 역할을 할 사람이 이곳에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긴장하거나 위축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삼촌이 나와 학선이를 번갈아본 후 말을 전한다.


"임효진 이사가 기대해도 좋다고 전해왔더라."


"어, 그거 좋은 소식이네요. 내일 알 수 있는 거겠죠?"


"분명히. 자... 그럼 다들 쉬어둬. 나는 내가 할 일 있을 지 찾아봐야지."


공격은 15시간 뒤. 내게 주어진 방으로 들어와 마음을 진정시킨다.


여기 온 사람 중 절반 정도는 나와 페레이라의 싸움에 미국이 끼어든 것으로 이해하고 그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들이 페레이라를 제거하려는 것과는 별개로.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고, 날 탐탁찮아 하는 사람들과 같이 계속 움직이는 건 쉽지 않다.


중요한 날이 될 거다. 어떤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고, 어떤 경우에 물러날지 어떻게 퇴각할지는 충분히 구상해두었다. 생각이 멈추지 않을 만큼 불안하지만 내일 같은 편에 서서 싸울 사람들도 마찬가지.


돌파에 실패하더라도 한 가지는 알아내야 한다. 균열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그것을 이용해 지진을 일으키는 요령까지 짐작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이미 정리를 끝낸 생각은 놓아보내고 진정하는 데 집중하자.


다른 건 없다. 언제나와 같다. 할 수 있고 해야 하면 하는 거니까.


나는 침대에 눕지 않고 의자에 앉은 채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5월 12일. 04시. 상대는 코어를 가진 집단이고 높은 위치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다.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았겠지만... 페시디오가 설명한다.


"안에서 밥을 잘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기색은 없었다. 나였다면 소모전을 저쪽에 강요했을 거다."


페시디오는 나를 꽤나 싫어한다. 일단은 자신과 같은 능력을 남이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두 번째는 그냥 성격이 안 맞아서.


그런데도 꽤나 걱정하는구만. 모처럼이니 묻고 싶은 게 좀 있다.


"트리에가 혹시 페레이라에 대한 말 같은 건 남긴 거 없어요?"


페시디오는 잠시 생각하고 답한다. 평소라면 귀찮아서 이런 답은 안해줄텐데 지금 많이 긴장해있네...


"이글스피릿이 물었었어. 페레이라는 어떤 자냐고. 잉그리드는 자기 생각과 많이 달라서 갈라졌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잉그리드가 모두에게 인기 좀 좋을 때였죠 아마?"


"핀란드의 백색가면이었으니까. 네가 아시아의 마고였던 것처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잉그리드와 마르틴은 미국에서 처음 만났죠?"


"그 둘 별로 특별한 사이 아니었는데?"


"그 맥락은 아니고, 잉그리드에게는 페레이라가 필요하긴 했는데 마르틴을 알고 나서 갈라지기로 정한 거 아닐까 싶어서 그래요."


"그건... 그렇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결과적으로 마르틴이 나에게 도움이 된 게 맞네. 처음부터 저 둘이 협력을 계속했으면 몰랐으니까...


"그런데 왜 잉그리드에게 페레이라나 마르틴이 필요했지?"


"아니 뭐, 날 노렸으니까요... 나는 세고."


마지막 말에 페시디오가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구기며 날 쳐다본다. 하하하.


이제 가야지. 곧 정해진 시각이니까.


"너."


"음?"


"잉그리드를 죽이지 않은 이유 같은 게 있나?"


"아 맞아. 그런 이야기도 돌고 있죠. 내가 거기서 잉그리드의 심장을 찔렀어야 페레이라 같은 게 지금 안 설치고 있을 거라고."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그게... 포기하길 바랬죠. 너무 순진했나."


페시디오는 더 말하지 않는다. 나는 내 위치로 가서 헬멧을 쓴다. 이것은 군사작전이고... 교전수칙이라는 게 있어서, 나는 미군에 소속된 상태고 복장을 갖춰야한다나 뭐라나.


학선이와 미라는 다른 곳에서 시간차를 두고 출발하고, 내가 가장 앞에 선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뒤를 따라올 사람들이 쓰러지지 않게 하고 싶지만.


발포음과 함께 조명탄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요새에서 이쪽이 보이지 않도록 연막탄이 쏟아진다.


달려나간다. 속도를 맞춰서. 대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새에서 투사계 공격이 날아오고, 페시디오가 상황을 전한다.


"페레이라 존재 확인.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온다."


경우 1 에서도 첫 번째 상황. 자기 편을 지키면서 필요에 따라 우릴 끌어들이겠지.


그러니까 왜 다 알고도 이렇게 들어가야 하냔 말이지...


공격이 갑자기 정확해졌다! 페레이라가 뭔가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세이프하우스>를 연막 속에서도 보일 정도로 유지하며 움직인다. 같이 달리는 사람들이 벗어나지 않도록.


페레이라의 목소리가 산맥에 쩌렁쩌렁 울린다.


"하찮고 어리석다, 미국! 이제 동양인에게 이용당하기까지 하나!"


그에 맞춰 페시디오가 다급히 무전을 보낸다.


"상층부 균열 두 개, 출력 급히 상승 중! 반복한다. 진입로에서 가장 가까운 균열 둘, 출력 상승!"


굳이 나와 도발하고 에너지를 끌어온다고. 이건 다른 경우가 아니겠군.


"사서에서 전달. 급격한 적 출현에 대비."


일본에서 보여주려고 한 '군대' 가 나올 게 틀림없... 뭐지?


요새의... 벽이 한꺼풀 벗겨진다. 저만큼이 <군세>였다고? 잉그리드가 움직이는 그것.


아니, 아냐. 그거라면 말이 돼. 폭격에 작은 손상이 하나도 없고 에너지의 일부가 흡수되었다면 당연히 <군세>말고 뭐가 그게 가능하겠어.


그런데...


저 놈이 이 곳에 없는 동안에도<군세>가 유지되었다고? 그건 큰일이다.


그 말은 곧...


"동료들이여, 따라와라!"


요새의 벽이었던 <군세>가 사람이 탈 수 있는 모양의 것으로 변하고, 페레이라가 요새에서 뛰어내린 후 균열을 하나 만들어 연다. 수십 명이 하나씩 골라탄다음 우릴 향해 맞돌격한다. 페레이라를 포함해서.


혹시 모르니까.


"페레이라-!"


저 놈도 알겠지만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린다. 연막 때문에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집요한 놈이다. 준비성도 철저하고 인내심이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것에 강력히 집착한다. 그러니 충분히 지금 공격해올 수 있다. 그동안 키브엘이 나타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연막 저편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나를 향해 빠르게 오는 것이 느껴지고, 그에 이어 <군세>로 만든 무기가 내 머리를 분쇄하려고 날아온다.


오늘의 내 숙제는 이 자식과 맞붙지 않는 것. 페레이라는 공기가 팽창해 터질 속도로 무기를 휘둘러 공격해오고, 나는 그놈의 얼굴이 보일 정도의 거리가 된 후 체코에서 바르콜락 간부 중 한 명이 사용했던 섬광 지뢰로 페레이라를 유인한다.


"엇!"


페레이라가 눈을 찡그리며 잠시 멈추자 다른 사람들이 공격해보려 하지만...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페시디오의 무전이 더 빠르다.


"적은 41개의 탑승체, 공격에 대비!"


미군과 <군세>에 올라탄 다른 사람들이 맞부딪친다. 상황 보고와 고함과 비명이 어지럽게 도는 중에, 페레이라는 시력을 회복하고 나를 응시한다.


"혼자 오다니."


"되겠더라고."


이런 경우엔 요새 내부의 균열 하나가 망가질 때까지 내가 이 놈을 잡아두기로 했다. 물론 혼자서는 무리니까... 무선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다.


페레이라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날 본다.


"뭐 하는 짓이냐?"


"신경 꺼. 페시디오, 준비됐어요."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돈 받고 들어도 힘들 것 같은 음색이 흘러나온다.


페시디오의 <불협화음>. 잠깐은 내가 버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페레이라는 무언가 눈치챈 듯 충격파로 날 흔들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귀에 거는 형태라서.


한 번 맞붙어봤다. 그 때의 영상을 받아서 보고 또 보았다. 거기에 어떻게 해도 이 곳에는 수나 전력으로 미군 쪽이 우위.


나는 죽지만 않고 버티면 우리 쪽에 좋은 거다. 간단하고 명쾌한 사실. 나는 <신화투영>으로 제우스의 번개 지팡이 아스트라페를 만들어 손에 쥔다.


"와라. 아니면 가겠다."


당장의 문제는 한 가지. 이거 듣고 있기가 매우 괴롭다는 것 정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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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3부 4화 : 최선 23.01.09 90 4 9쪽
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4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1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2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1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 2부 86화 : 음악은 전파를 타고 22.12.22 107 4 11쪽
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3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0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7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7 4 10쪽
213 2부 81화 :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 일들 22.12.15 108 4 11쪽
212 2부 80화 : 회의 22.12.14 115 4 10쪽
211 2부 79화 : 모두에게 평등한 고난 22.12.12 113 4 11쪽
210 2부 78화 : 지독한 싸움 22.12.10 106 4 15쪽
209 2부 77화 : 예고의 날 22.12.10 129 4 15쪽
208 2부 76화 : 냉소 22.12.08 112 4 10쪽
207 2부 75화 : 수집 22.12.07 115 4 11쪽
206 2부 74화 : 예고 +2 22.12.06 116 4 10쪽
205 2부 73화 : 소란 22.12.05 11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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