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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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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94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08 19:23
조회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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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3부 3화 : 게임의 전략

DUMMY

"이런 다대다 경기는 말이죠."


학선이는 어떤 게임을 해도 실버 랭크였다. 에임 맞추기나 RPM 테스트 같은 걸 해보면 상위 15%에는 분명히 들면서! 피지컬의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의 문제.


'저쪽이 다 이긴 경기인데 한 명이 끊겼다고 우리가 이기면 좀 그렇잖아. 내가 나가서 맞춰야지. 우리편이 이기고 있다고 상대를 너무 조롱하고 이기는 것도 싫고.'


이런 걸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행하는 트롤대마왕이 바로 신학선이다. 솔로큐를 돌릴 때 같은 편으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타입.


"리스폰이 없고 탈락자의 성과가 생존자에게 분배되니 마지막에는 2:2 나 1:2의 구도가 만들어진 후 승부가 날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가장 큰 구도는 누굴 남기느냐부터 시작하게 될 것 같네요."


학선이의 말에 모두가 날 쳐다보거나 의식하는데, 아니다.


"나는 <신화투영> 과 <스캔>, <만트라>, <물 분자 진동폭 판별> 여기에 <헥사 링크>까지 봉인될 거예요. 출력이 제게 몰려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뭐 그렇게 많이? 그리고 뭘 만드는 그게 <신화투영>이냐?"


"네... 삼촌. 제가 이름을 말하고 다닌 적이 없죠, 예."


"그럼 네 손발을 다 묶어놓는 건데?"


"상대쪽의 <규칙 위반>하고 교환하는 거니까요. 우리가 이득이에요."


"그게 어떤 건데?"


"들은 대로라면, 자신에게 적용되는 물리 법칙을 바꿔놔요."


삼촌이 미라를 쳐다보고, 미라가 친절히 설명해준다.


"망치를 들고 누굴 때리면 망치의 무게와 속도에 따라 충격량이 정해질 거잖아요? 그 작용 자체에 관여하거나 결과값을 바꾸는 걸 확인했어요."


"그런 친구를 어떻게 이겨?"


내가 설명할 차례.


"그래서 경유진을 일부러 팀에 들인 것 아닌가 싶고요. 우리가 다크호스로 삼아서 자기 능력에 카운터를 못 치게."


학선이가 중얼거린다.


"밴픽..."


왠지 말이 되네. 이번에는 미라가 묻는다.


"내가 유진언니 기술은 잘 모르는데, 그렇게 강해?"


"위력 자체가 강한 게 아니고 그... 지금 상황의 목적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해야 하나?"


"완벽?"


"싸우지 않고 이기는 데에는 <호르모니아>를 따라갈 게 없어. 사람 머릿속에 직접 관여하니까. 물론 그 <호르모니아>도 이번에는 못 씁니다. 제가 요청했어요."


"그럼 뭘로 싸우지...?"


경유진에겐 <펌핑>이나 여러 악독한 기술이 있지만 꼭 써야 할 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고 주로 자기 자신에게만 쓴다. 나름 그 사람의 비밀이니 상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어떤 스킬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학균이 녀석하고 같이 임무 수행할 때 괴물체들 대상으로도 잘 싸웠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


"김학균이 언니에게 계속 수작부려서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왜 쪽팔린 건 나의 몫이고...


"그랬을거야..."


이야기의 중심이 다시 학선이로 옮겨간다.


"구역은 이대로 확정한다고 하고, 각자 시작 지점이 여기잖아요. 포인트는 이 부분부터 생성되고, 마지막으로 남을 구역은 중앙의 셋이 남은 시점에서 어느 팀이 더 많거나 같은 수거나에 따라서 결정되고."


그러고보면 이건 다대다 전투가 아니다. 내가 제일 잘 하는 게 그건데... 여기서는 학선이가 나보다 훨씬 낫겠어.


"그럼 일단 우리 쪽에서 누가 먼저 충분히 포인트를 번 다음 공격받아 탈락할 건지를 정해야해요."


삼촌이 턱을 문지르면서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말 되네."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저일 테니까, 제가 이 두 루트 중 한 쪽으로 침투하는 게 좋아요."


안 된다...


"마지막에 남을 둘을 정하라면 너하고 미라거나 너하고 효진이라서. 둘 중 어느 경우에도 네가 필요해."


"혼자 둘과 싸워 이기려면 미라고 삼촌이 1:1 상황에서 가장 잘 움직이실 텐데?"


학선이가 자기 출력이 34만일 때의 그 크레이지 저스티스인 자기 모습을 안다면 이런 의견을 내놓지 않을 텐데...


"높은 확률로 저쪽에서 끝까지 남길 쪽은 티타늄 고릴라라서. 미라와 삼촌 기술이 안 통할 가능성이 커."


"진협아, 그거 저쪽 대장이 남는다는 이야기 아니냐? 그 사람이 남으면 같은 출력으로 내가 이길만 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예, 삼촌. 그럴 거예요. 근데 TG는 그게... 때리거나 찔러서 타격을 주는 데 특히 내성이 좋아요."


"그래서 학선이를 시켜 둘만 남겨서 한 쪽이 지칠 때까지 계속 치고받아라?"


"바로 그겁니다."


미라가 황당하다는 눈으로 날 보고 학선이는 이해가 갔다고 얼굴을 끄덕인다. 삼촌은 탄식하고.


"허 참."


이 자리에 효진이가 없어서 참 다행이야.


한참 이야기가 오가고 정리가 끝났다. 좌우로 빨리 치고나가 포인트를 벌고 먼저 탈락할 사람은 삼촌과 나, 효진이는 포인트 획득에 참여하지 않고 학선이의 생존을 보조. 미라는 상황에 따라 알아서.


알아서.


"왜 나만 방임주의인데?"


"너는 그때그때 잘 판단할 것 같아서..."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면 잡고 함정인 것 같으면 피하고 최대한 살아보고?"


"바로 그렇습니다."


"이게 그냥 시합이라 다행이지..."


나를 포함해 모두 웃는 분위기지만, 미라의 마지막 말에 삼촌이 조금 반응한다.


"저쪽 대장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니겠지? 들은 이야기만 들어도 그럴 사람이 아닌 것 같긴 해도 남을 잘 속이는 사람이란 게 있으니까."


"없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없겠지. 너처럼 나사가 항상 꽉 조여져 있는 놈이 반쯤 풀어놓고 대할 사람이면."


"하하하."


"프록시마처럼 치밀한 사람이나 경유진 씨처럼 조심성 많은 사람이 같이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네, 삼촌. 그럼 몇번 더 만나서 정할 걸 다 정하면..."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래도 해야지.


"효진이를 빼내올게요."


"흠."


효진이는 지금 폰도 갖고 있지 않아 연락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진협아. 꼭 임효진 이사여야 하냐?"


만약에 만약, 승부가 난 후 뭔가를 해야 할 때 모두가 있어야 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


"역시 많이 문제가 될까요?"


삼촌이 말하기 전에 학선이가 먼저 말한다.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 자길 빼놓고 하기 없다고 했어."


이 남녀 보게나... 개인적인 연락 많이 하네.


"그게 언제였어?"


말을 안 하는데. 효진이와 우리가 연락 못 한 건 일주일이 넘었는데... 어떻게.


음, 그렇지. 임효석이 전화를 대신 받아주거나 할 순 있지. 임효석은 학선이가 제법 마음에 든 눈치였거든.


"얼마 안 됐지?"


"어제..."


미라가 다 알겠다는 듯 웃으며 놀린다.


"아까 유진언니와 화기애애하게 담소 나눈 건 비밀로 해 줄게."


"그건 담소가 아니라... 그리고, 음. 음..."


"그래서 언제 사귀자고 할 건데?"


"아마, 여기서. 우리가 이기면?"


너무 당당하게 말해버리니 놀릴 재미가 사라져버렸어...


그럼 결론이 났네.


"양쪽의 준비와 합의가 끝나는대로 데리고 와야겠네."








회의를 마치고, 즐겁게 떠드는 저녁시간도 끝나고.


숙소 창 바깥으로 보이는 세상을 보며 생각한다.


나는, 돌아가고 싶나?


이전 세계로.


어떻게 봐도 지금이 더 나은 세상이다. 정말 어떻게 봐도.


이글스피릿이 살아있다. 마우얀란드는 좀 더 나은 상태가 되었지. 지중해 인근이 방사능으로 뒤덮여 수백 년을 못 갈 땅이 되지도 않았어. 프랑스는 해안선을 그대로 갖고 있지. 우리나라는 정부가... 아니, 그만두자.


보자고. 수백만에서 수천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부터 쓸려나가며 시신의 산과 통곡의 천둥을 만들 일이 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난번과 비교해서 더 나은 거겠지. 나에게는 지난번의 기억 뿐이니까.


미라의 이론대로 격리된 이 곳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없던 것이 되고 결과만 남는다면...


균열이 없고, 코어가 없는 상황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오려면...


"전쟁밖에 없겠네."


이를 잘근거린다. 내가 눈을 빠르게 깜빡이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숨기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떤 답답함과... 이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미라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이 마음 한 곳을 짓누르고 있다.


질 수는 없다. 이기면 니콜로가 나와 모두를 미라에게 보내주겠지만 니콜로가 원하는 세상이 온다. 아마도 지금 이 결과를 현실로 가져가서.


모두와 웃고 떠들고 어떻게 이기고 저쪽의 누구는 어떤 능력을 갖고 있을 때에는 잠시 잊을 수 있지만... 혼자가 되면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생각을 덜 하는 게 행복의 비결이라고 누가 그랬다던데. 하하, 지금 내 행복이 중요한가.


하나의 존재에게 길들여진 인간의 미래를 그려본다.


다같이 생각을 덜 하게 될까?


니콜로라면 핵융합 발전을 빨리 실행하고 갈조류를 흩뿌려 기후위기를 늦추는 일을 할 것 같기는 하다. 인간이 잘 살게 하겠지. 니콜로가 필요한 그날을 위해.


그럼 모두 행복할까. 걱정 없이. 그렇게 수 조 년을 살아서.


행복할 리가 있나... 그래, 이건 인류의 행복 문제도 아니지.


여기 오고 많이 걷거나 활동을 많이 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라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전화가 온다.


잘못 걸린 전화겠지, 여기는 지금 밤 열한 시고 이 번호는 아는 사람만...


알지만,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지.


키브엘.


"이진협입니다."


"딱딱하긴~ 잠시 이야기 안 할래? 괜찮다면 너와 나 둘만, 가급적 네 쪽에서는 현미라 한 명만. 나머지 둘은 내가 불편해서."


"나 혼자 가겠어."


"그래도 좋다면. 오래 안 걸릴 거야."


한 명은 있긴 하구나. 니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아무것도 해결되는 게 없겠지만... 답답한 것에 대해 말을 좀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질 수도 있다.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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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3부 4화 : 최선 23.01.09 90 4 9쪽
»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5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2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3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2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218 2부 86화 : 음악은 전파를 타고 22.12.22 107 4 11쪽
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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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2부 80화 : 회의 22.12.14 11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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