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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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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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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93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2.29 03:24
조회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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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DUMMY

우리는 모두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 있던 싱 학장님이 잠시 한국에 들렀고, 나는 하라하라를 학장님에게 건넨다.


"그러니까 이건 원래 그 키 큰 페레이라의 친구 거였다, 일부러 우리에게 줬었다 그 이야기네?"


"우리에게 잠시 넘기면 성능을 향상시킬 거라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임효진 이사는 신중한 성격이라 몇 가지 안전장치를 해놨고... 그래서 일이 안 어려워졌죠."


"그런 걸 왜 두고 갔나 어째서 다시 찾으러 안 오나 생각은 했는데. 네 친구가 대비를 잘 했구만?"


"천만다행이죠. 예."


학장님은 하라하라를 다시 나에게 준다. 이것에서 알아낼 건 더 없으니 파괴될 예정이다. 효진이는 아까워하면서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들 그 말에 동의했다. 개인과 국가 모두.


"그래서, 이긴 거 맞지? 그건 확실하지?"


"아 그럼요, 학장님. 페레이라는 죽었습니다."


"그럼 이제 너하고 그 암호명 쓰는 사람 둘만 조용히 지내면 평안한 거 아냐?"


"저도 원하지 않고, 그 사람도 원하지 않아서요."


"이유가 뭐야?"


"저는 할 일이 있고, 저 쪽은 목적이 있고."


"그냥 뭐 가위바위보 같은 걸로 승패 나누면 안되냐? 피 보는 거 지겹잖아."


"지겹죠..."


학장님에게 또 전화가 온다. 아무래도 바쁘신 모양. 나도 바빠질 예정이니 급한 안건 없으면 남은 이야기는 미룰까...


학장님은 전화를 끊고 언짢은 얼굴이 되었고, 나는 적당히 인사한다.


"갈게요, 학장님."


"그래. 어디 있을 거냐? 전화는 되냐?"


"아마 안 될 것 같네요. 이메일은 자주 봅니다."


학장님은 조금 고민한 다음 말한다.


"네 진짜 목적이 그 판에서 이기는 거냐? 마지막 한 명을 잉그리드나 페레이라처럼 죽여서?"


"어, 그건 아녜요."


"내가 요새 감이 오는 게 있어. 어떻게 시간 좀 끌어보면?"


"저도 그러면 좋겠는데 안 될 것 같아서요..."


위를 올려다본다.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붉은 색이라고는 온데간데없다.


"남은 시간이 없네요."


학장님이 무언가를 내민다.


이건, 연구 노트? 그때 휘발유를 뿌려두었던?


"가지고 가라. 나 노벨상 받으면 경매에 붙이던가."


"아뇨, 학장님. 괜찮습니다. 이런 거 누출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넌 봐도 모를 거잖아."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무튼 이걸 받을 이유는 없으니 사양하려고 하는데...


"다른 방법도 찾아봐.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너에게 붙어 있을 수가 없다."


"...네."


"막히는 거 있으면 메일 보내. 나도 자주 볼 테니까."


"네, 학장님."


학장님의 전화가 다시 울린다. 학장님은 욕을 몇 마디 뱉은 후 이글거리는 표정에 해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예, 총장님. 아 그럼요, 그렇고말고요. 맞습니다. 예,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학장님이 전화를 받는 사이 연구 노트를 조심스레 펼쳐 본다.


첫 장에 빼곡히 적힌 내용 중 많은 부분에 빗금이 쳐져 있고, 최근 써넣은 게 분명한 한 줄이 보인다.


<다차원구조에서 관측의 법칙 개입>


학장님은 전화하면서 날 보고 있다가 끊은 후 조금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다.


"감이 오는 게 있냐?"


"학장님."


"말해라."


"악필이시네요."


"이 새끼가."













학장님은 일정에 맞춰 이동하고, 나는 서울청사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하라하라를 인계하고 서명한다. 코어에서 방사능 같은 건 안 나온다니까 그러네.


신수연 사무관님은 어느새 또 무슨 부서로 옮기셨는지 명찰에 부장 직함을 달고 계신다.


그리고 사무관님이 이렇게 고민하는건 처음 본다.


"...그러니까, 진협씨. 다섯이서 놀러갈 거다. 사고 안 치고 조용히 휴식하다 올 거다. 몰래 좀 실어달라... 이거죠?"


"네에."


"중요한 점은 남들 모르게, 몰래겠네요."


"맞습니다."


"티티카카 호수와 우유니 사막을 다녀올 거라고 적혀 있는데 남들 몰래요?"


"가서는 잘 숨어다닐게요."


"그리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시고요."


"네!"


"좋아요, 기각."


"아..."


사무관님은 한숨을 쉰다.


"어떤 추론을 해도 사고를 치러 가는 건데 이걸 어느 공무원이 도와줄 수 있겠어요."


"볼리비아에 다른 일이 있으면 해결하겠다는 핑계라도 댈 텐데 그런 일도 없더라고요..."


"그래요. 전세계적으로 균열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관련이 있나요?"


"음, 네. 관련이 있습니다."


사무관님이 감정이 실리지 않은 깊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낯익은 표정이지만 이번에는 처음 보네. 지금부터 대답을 잘 해야겠어.


"어떻게 봐도 마지막으로 남았다는 그 한 명하고 다투러 가시는 걸 테고. 이건 몰라서 묻는 건데요, 싸우지 않는 선택지는 정말 없나요."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모르겠습니다."


"가고 싶어하시는 걸로 보이지는 않고. 가야만 하는 게 아니라면, 원하는 것이 없다면 가지 않는 것이 맞지 않아요?"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요."


"충분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정말 그럴지."


다른 방법.


그렇게 제정신은 아닌 자칭 신 같은 존재라는 한 명과 그 일곱 형제들이 벌이는 이 판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다른 방법이라...


있을 수 있지. 내가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방법 자체는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어요."


사무관님은 내가 제출한 요청을 챙겨서 서류철에 넣은 후 내게 말한다.


"조용히 갈 방법은 찾아볼게요. 그래도 다른 길은 없을지 충분히 생각해두시고."


"예, 사무관님. 그럴 생각이에요."


"정말이죠?"


"알아보려는 게 있기는 합니다.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사무관님은 굳은 표정을 풀고 싱긋 웃는다.


"그게 잘 되어야겠네요."










흐으, 만나면 진빠지는 분 둘을 뵙고 왔더니 남은 기운이 하나도 없다.


인터넷을 보면 벌써 내가 누구고 키브엘은 누구고 하는 이야기로 꽉 차 있고. 나에 대한 이야기가 맞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놈의 영국 도박사들은 벌써 내가 이기니 키브엘에 이기니 걸고 있다고? 이 사람들 축구 기사 홍보용 가상의 집단 같은 거 아니었나. 할 일도 없지 정말.


페레이라 죽었다고 주가들 치솟는 거 보게. 뭘 사라 뭘 팔아라 유명한 누가 뭘 했다 이랬다 저랬다 기관은 얼마를 팔아치웠고...


모르겠다. 사람들의 불안은 이해하겠는데... 사람들의 욕망은 너무 어렵다. 평생 이해 못하지 않을까?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오, 관광객인 척하는 사람들. 미국 말고 다른 데서도 제법 많이 왔네. 다들 열심히 뭘 보는 척하고 있다.


이제 슬슬 더운데 니트 입혀 보낸 나라는 무슨 생각이지. 이 동네에 갑자기 건장한 외국인 여러 명이 야외에 나와 신문 보고 있고 그러면 이상할 거란 생각 안 드나...


뭐 이 사람들도 좋아서 그러겠나. 하라고 하니까 하는 거지.


나도 좋아서 볼리비아를 가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숙소에 도착해서 조심스럽게 학장님이 준 연구노트를 편다. 사진으로 찍어 보존부터 하고 한 자 한 자 옮겨 적는다.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중간에 한 부분을 통째로 빗금치고.... 그 다음에 적혀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최근에 쓰신 모양.


우리의 차원에서 시공간은 입자가 아니지만 그 구조를 관측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해 제어까지 할 수 있다면 시공간 또한 특정 단위로 쪼갤 수 있다는 의미...


바로 니콜로의 형제들이 하고 있는 일.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다. 구루가 이것을 가장 먼저 눈치채고 알아내려 하자 반복될 때마다 죽여왔다는 것.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이것을 알아내거나 말거나 아무 신경 쓰지 않았겠지.


이전까지는 애매할 뿐이었지만 우리는 보고 왔다. 상위차원에서 구성한 게 틀림없는, 무한히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클라인의 병 구조. 효진이는 그걸 이해해서...


벨이 울린다? 모이기로 한 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누구지.


아, 윤슬아 소대장이네. 그 뒤에 상민이와 송골매, 그리고 여러 명...


잠금쇠를 걸고 문을 조금만 연다. 멋쩍게 웃는구만.


"웬일이세요?"


"바쁜가? 체포 좀 하라고 하더군."


"전력으로 저항할 생각인데 괜찮으시죠?"


"그럼 그만두도록 하지."


"뒤에 사람들은요?"


떫은 표정의 남성이 조심스럽게 압수수색 영장을 소심한 자세로 내민다.


음, 좀 놀려줄까.


"누군지 몰라도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영장 발부라니... 누구 도장이 찍혀 있죠?"


남자는 더 떫은 표정이 됐지만 말은 분명하게 잘 한다.


"선생님, 이 직인은 프린트 된 거니까 큰 의미는 없고요. 형식에 불과합니다."


"저도 그럼 형식적으로 거부하는 선에서 끝낼테니 돌아가시죠."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소대장과 상민이, 송골매가 안으로 들어온다. 상민이는 재미있다는 모양.


"형님 의외로 깔끔하게 하고 사네요?"


"의외는 또 뭐가 의외야. 아, 지난번에 네 기술 빌려서 이겼다. 고마워."


"폴란드에서요?"


"그전에... 이거 뭐 먹을 걸 쌓아둔 게 없네. 소대장님, 점심 드셨어요? 지금 나가서 먹기는 그렇고 좀 시킬까 싶은데."


"밥 얻어먹고 돌아가면 혼날 것 같으니 안되겠네. 마실 건 우리가 가져왔으니 같이 들자고."


"체포하러 오신 거 맞죠?"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어렵겠죠 역시."


뚱캔 커피를 나눠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소대장 본인도 궁금하고 또 가서 보고할 중요할 내용이라면 역시...


"균열은 이제 더 안 나타나는 건가?"


"반드시 그럴 거라고 못은 못 박아도 대충 그럴 것 같네요."


"그 다음은 사람들에게 있는 코어도 사라지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아녜요. 그건 분명합니다."


이 상황을 니콜로와 여섯째가 통제하고 있다면 나와 키브엘 중 승자가 정해질 때까지는 바꾸지 않겠지.


"자네는 이제 뭘 할 건가?"


"쉴 겁니다. 놀아야죠. 돈도 제법 벌었으니 탕진도 좀 하고."


"정말인가?"


"아뇨."


모두 웃어버린다. 송골매까지.


이 사람 독기 많이 빠졌네... 이 사람 기술도 많이 빌려쓰고 있긴 한데 말해서 좋을 건 없겠지.


"그래서, 도와줄 건 없나?"


"괜찮습니다. 감사해요."


"당연히 그렇겠지. 그래도 말일세..."


소대장이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 조금 고민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결국 말을 하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라도 맡겨주길 바라네."


그런 사람이 있지. 믿음을 주는 것만으로 그 대상에게 용기가 되는 사람.


고마울 따름이다.


"꼭 그럴게요."


작가의말

28일에 뻗어있느라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공지와 같이 29일 분은 휴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연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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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3부 5화 : 공유하지 않는 기억 +2 23.01.10 101 4 11쪽
229 3부 4화 : 최선 23.01.09 90 4 9쪽
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4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2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3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2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218 2부 86화 : 음악은 전파를 타고 22.12.22 107 4 11쪽
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4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0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7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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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2부 80화 : 회의 22.12.14 115 4 10쪽
211 2부 79화 : 모두에게 평등한 고난 22.12.12 113 4 11쪽
210 2부 78화 : 지독한 싸움 22.12.10 106 4 15쪽
209 2부 77화 : 예고의 날 22.12.10 129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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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2부 75화 : 수집 22.12.07 115 4 11쪽
206 2부 74화 : 예고 +2 22.12.06 116 4 10쪽
205 2부 73화 : 소란 22.12.05 11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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