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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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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582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2.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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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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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부 71화 : 구조의 문제

DUMMY

우리가 하라하라 안에서 있었던 건 어떻게 잡아도 한 시간 미만. 하지만 바깥에서는 60시간이 지났다... 조금 이상하다. 반대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설명이 되는 건 하나. 우리가 하라하라의 안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이어진 거고, 설명이 가능한 다른 영역이라고 하면...


그렇다면.


하, 이거 아무래도 일이 복잡해졌어. 정확히는 복잡하다는 걸 알아낸 거지만.


일단 눈 앞에 집중하자.


"어쨌거나 삼촌, 반가워요. 어떤 상황이죠?"


"너희가 없어졌다고 해서 나하고 저기... 임효석 상무 왔고. 미국에서도 난리였다. 페레이라가 모은 놈들이 여기 마우얀란드에 하라하라를 찾는다고 들어왔고, 우리와 한 번 싸웠어. 나는 설명 끝. 너희는 무슨 일이 있었냐?"


"일단..."


나는 고개를 돌려 효진이를 본다. 삼촌의 고개도 따라 움직인다. 하라하라가 푸른색으로 빛나며 효진이가 손을 놀리는대로 따라 움직인다.


삼촌은 물끄러미 나를 보고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냥 뭐, 생각보다 잘 됐어요."


"거 참."


나와 삼촌은 효진이에게서 좀 떨어져있다. 효진이는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듯 하라하라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사람들은 홀린 듯 거기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임효진 이사는 재벌가에 있긴 너무 아깝다니까."


"하하하하!"


"농담으로 듣네, 이 놈이. 진담이야."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


"저걸로 뭐, 균열도 만들어내고 뭘 추적도 하고 할 거 많다며?


"네. 이사님이 완벽하게 해줄 것 같네요."


"학선이가 더 좋아하네."


"어, 그래요?"


"봐봐, 저녀석. 신났잖아."


...전혀 모르겠다. 그냥 서 있을 뿐인데.


"그래서, 이제 저걸로 뭐 할 건데?"


"우선은 페레이라가 지진으로 장난치는 걸 막아볼 거고요... 가능한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그리고 페레이라가 저걸로 균열을 생성해낸 적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


삼촌은 우리가 없던 사흘 간 있었던 일을 정리해준다. 페레이라는 곳곳을 다니며 '문제가 있는' 정치인들을 죽이며 사람들의 지지를 모았다. 물론 몸을 숨기고 있다가 목표가 된 한 명만 죽이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추종자들을 끌고 나타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살상하면서.


"내 생각에는 말이다, 이 자식은 네가 여기, 마우얀란드에서 한 걸 의식하고 있어."


아, 과연.


나는 꽤 주목받았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나라를 바꿨다고. 그래서 아비데미는 항복을 받고 나라를 빨리 수습할 수 있었다고 여기저기서 많이 그랬지...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단 말이군, 페레이라.


"그거 뭔지 압니다. 그 자식은 위선자요 나만이 새 세상을 가져올 자로다, 뭐 그런 컨셉인가보네요."


"솔직한 개새끼가 덜 착한 겁쟁이보다 좋다는 건 범세계적 유행인가?"


나는 웃는다. 삼촌은 같이 웃지만 이 놈이 왜 웃는 지 모르겠다는 기색.


지난번에는 다들 보았지... 모두가 솔직한 개새끼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뭐 대부분 더 큰 개새끼에게 찔려 죽을 때까지는 행복해보이긴 했다.


효진이가 삼촌과 내가 있는 곳으로 온다. 즐거운 듯 하라하라를 움직이면서. 학선이와 미라, 임효석 상무가 효진이를 따라 오고.


미라는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왜 그런지는 알 것 같다.


"진협, 그래서 이제 이걸로 뭘 하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그걸로 지구 내부 구조를 들여다봐야 해. 페레이라가 운용하는 뭔가 있고 그걸 탐지해서 무력화할 거야."


"...응?"


"그리고 아마... 그건 균열을 여기로 '끌어오는' 기능이 있을 거야. 그거는 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효진이는 눈만 꿈뻑인다. 그도 그럴 듯이...


"이걸로 뭐 에너지를 뽑아내 쏴서 던지고 그걸로 평화를 찾아오는 게 아니고?"


"그건 된다는 말이구나? 과연 이사님. 역시 세공사. 대단해."


"아니, 어떻게? 아무리 봐도 이 안에 그런 걸 할 구조는 없는 것 같은데?"


"그게..."


나는 설명하기에 앞서 미라를 보고, 미라도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표정에 담긴 의미는 아마도, 너는 알고 있었냐는 의문.


하, 부담스럽네.


"설명할게. 이사님. 우리는 조금 전까지 하라하라의 내부에 있는 균열에 있었던 게 아니야."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놀람을 표현한다... 역시나 미라만 빼고.


"학장님의 가설이 있어. 그리고 그 가설이 맞을 거야. 우리는 지구째로 갇혀 있고, 하라하라나 균열은... 그 지구를 우주에서 분리한 영역의 일부가 우리에게 온 걸 거고."


미라 한 명만 한숨을 길게 쉬고, 남은 모두는 전세계의 대통령으로 황제펭귄이 선출되었다는 말이라도 들은 표정을 짓는다.
















우리가 사라지고 싱 학장님은 자기 방식대로 숨었다. 글린 박사나 다른 연구진들은 총리 관저로 몸을 피하거나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래서 우리에게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할 사람은 미라 한 명 뿐이고, 미라는 어쩔 수 없이 모두가 앉아 있는 책상 앞에서 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가설의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우리의 시간이 빨리 가고 있다는 건데요...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우리가 물살 속에 있는 플랑크톤이나 수중생물 같은 거라고 하고, 우주는 그 물이 가득 차 있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여기서 물은 시간입니다."


오늘 처음 알았다.


미라는... 그림을 못 그린다!


"물은 계속 움직여요. 그리고 잠시 외력의 영향을 받아 변형되거나 할 수 있지만 금방 원래대로 돌아가잖아요? 시간도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물을 담아서 병에 넣는 것처럼... 시간도 분리돼 격리될 방법이 있을 수 있죠."


다들 진지하게 끄덕이고 있지만 사실 미라의 그림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분명 미술 점수를 좋게 받았을 것 같지 않은 센스다.


"무슨 방법으로 시간을, 그리고 공간째로 잘라서 다루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허수질량과 초광속입자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이야기는 생략할게요. 그보다는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시간과 공간을 격리하며 우리에게 작용하는 중력까지 차단된 게 거의 확실해요."


저 그림은... 태양인가? 옆을 누운 와이파이 신호는 중력을 의미하는 거겠지? 그걸 그린 후 X표를 쳤으니까.


평범한 그림인데 왜 저렇게 이상하게 보일까. 무시무시한 재능이다. 역시 미라.


"이론대로는, 또 엔트로피대로는 이런 상황에 빠지면... 강제적으로 외부의 영향에 차단되면 규칙이 무너지며 이 내부가 붕괴해야 해요. 그리고! 제 그림 말고 말에 집중해 주세요."


다들 깜짝 놀라는 거 보니 미라도 모르고 있지 않았구나.


역시 미라... 아니, 이건 역시가 아닌가.


"원래 분산되거나 무너져야 했을... 이 격리된 내부를. 지구를, 우리의 '관측' 으로 대체한 어떤 작용이 있어요. 저는 그걸 시뮬레이션 연산 작용이라고 하면 적절한 이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모두가 슬며시 손을 든다. 각자 눈치를 보더니 한 명씩 손을 내리고... 효진이만 남았다.


"그럼 미라, 우리가 갇힌 신세라는 거지?"


"실험당하고 있는 것이 가까워."


"그게 하라하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바깥의 시간이 훨씬 빨리 간 것과 연관이 있어?"


"그래서 이사님, 나는 우리가 하라하라의 안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고 생각해. 오히려 여기... 이만큼이 우리가 갇혀 있는 부분이야. 지구에서 달까지. 엔트로피대로라면, 그 영역 바깥에서 이 정도의 격리벽이 필요할 거고. 모르긴 몰라도 어떤 물질로, 입자로 가득 차 있겠지? 우리가 균열에 들어가는 건, 내 생각으로는 여기에 진입했다가 돌아오는 것."


학선이가 손을 든다.


"우리가 하라하라 안에서 겪은 그 쳇바퀴는, 그럼."


"내 생각에는 우리가 갇혀 있는 구조. 그 구조의 큰 부분을 이용해서 그... 하라하라와 연결한 거야. 누군가가."


삼촌이 팔짱을 끼고 탄식하며 묻는다.


"누가 어째서?"


"모르겠어요, 실험이라도 하고 있는 거겠죠. 인간이 다룰 수 있는 규칙과 에너지는 아녜요."


"신?"


"설마요."


임효석 상무는 아까부터 날 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지 않자 묻는다.


"이진협씨, 다 말해줄 때 같은데. 알고 있는 거."


"제가 말할 수 있는 것 중에 여러분이 모르는 건 없어요."


"진협씨는 뭐, 그... 신에게 명령받은 어떤 거야?"


"아뇨. 그건 말할 수 있는 거네요. 아녜요."


임효석 상무가 바짝 긴장한 채로 일어난다.


"미안하지만 난 돌아가겠어. 효진, 가자."


효진이는 모두가 예상한 대답을 한다.


"가는 건 이해하는데, 나는 여기 있을래, 오빠."


효진이가 임효석 상무를 멍청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진지하다. 오빠 두 글자에 순간 궁서체가 겹쳐보였어.


효진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임효석 상무는 얼어붙은 듯 화난 듯 단순하지 않은 시선을 내게 고정해서 떼지 못한다.


실수로라도 다른 놈들이 무엇인지 나는 알려줄 수 없다. 내게 기회는 이번 한 번 뿐이니까.


"효진."


"나는, 안, 가. 오빠."


"왜."


"왜냐니?"


효진이가 손을 들자 하라하라가 공중을 날아 효진이의 손바닥 앞으로 온다.


"내가 알고 싶은 것에 거의 다 왔어. 어떤 이유던 무슨 상황이던 나는 돌아가지 않아."


효진이의 말에 삼촌과 학선이가 긴장을 좀 푸는 것 같다. 다행이야.


임효석 상무는 한숨을 길게 쉰 다음 머리를 세게 두세번 긁고 자리에 앉는다.


남이 하는 거 보니까 좀 별로네. 그래서 미라가 내가 저러는 걸 싫어했구나...?


효진이가 하라하라를 눈 앞에서 회전시키며 내게 묻는다.


"그래서 진협, 이걸로 뭘 할 거라고?"


"미라의 설명에 이어 계속 설명하자면... 우리는 그걸 통해서, 우리를 감싼 영역을 통해... 내려다보듯이, 여길 봐야 해. 그래서 지구 안쪽에 페레이라가 뭘 해놓은 건지 알아내야 하고."


"구조의 문제네?"


"맞아. 구조의 문제."


"그럼 내가 하는 게 맞네. 나는 그게 전문이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그게..."


잠깐의 고요가 이어진다.


"이제부터 알아봐야 한다?"


"그렇지?"


"맨땅에 헤딩하는 거네?"


"바로... 그렇지."


"내가?"


"..."


나는 잠깐 대답을 머뭇거렸고... 효진이는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기분 좋은 듯 하라하라를 두손으로 꽉 잡는다.


"그거 좋네. 재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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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6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5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6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3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4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3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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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5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1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8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9 4 10쪽
213 2부 81화 :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 일들 22.12.15 110 4 11쪽
212 2부 80화 : 회의 22.12.14 115 4 10쪽
211 2부 79화 : 모두에게 평등한 고난 22.12.12 113 4 11쪽
210 2부 78화 : 지독한 싸움 22.12.10 106 4 15쪽
209 2부 77화 : 예고의 날 22.12.10 129 4 15쪽
208 2부 76화 : 냉소 22.12.08 112 4 10쪽
207 2부 75화 : 수집 22.12.07 115 4 11쪽
206 2부 74화 : 예고 +2 22.12.06 117 4 10쪽
205 2부 73화 : 소란 22.12.05 11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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