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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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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87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12 22:36
조회
98
추천
5
글자
10쪽

3부 7화 : 걸작

DUMMY

니콜로는 내 반응이 이상하게 느껴지는지 의아하다는 얼굴로 한번 더 말한다.


"이해 못 했나?"


그럴 리가...


"아뇨, 니콜로. 무슨 의미인지 잘 알아요."


"영생불사라고. 인류가 자아를 가지면서 끝없이 바래온 그것 말이다."


"아, 네. 모든 문명권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이 있죠."


"내가 허튼 말을 한다고 생각하나?"


"니콜로라면 쉽게 하겠죠. 인간도 노화에 대해 많이 알아냈으니까."


"인간과 제대로 대화하는 게 처음이라 이럴 때 어색하군. 그래, 너는 인류가 불멸성을 갖기 원하지 않는단 말이지?"


"지옥이죠, 모두가 안 죽는 그건."


"당연히 그만두고 싶은 자들은 쉬었다 깨어날 수도 있다. 그래도 안 되면 영영 떠나는 거지."


"다른 건 없습니다. 지옥이에요."


"너는 인간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군."


"평소에 생각하고 다니지는 않죠."


아까 한참 빈정거리고 조롱해도 아무 동요가 없었는데 지금은 경멸과 희미한 분노가 느껴진다.


한참 고민해 준비한 선물의 가치를 부정해? 같은 느낌인데...


"네가 무엇이라고 네 종족이 끝없이 바래 온 것을 부정하느냐?"


"너무 급작스럽긴 한데, 바라는 데 의의가 있는 게 있다고 해야겠네요."


니콜로는 불쾌한 얼굴로 날 쳐다보다가 표정을 바꾼다. 얼굴에 실린 감정만큼은 알기 쉬우니.


"좋다."


"네?"


"그래. 이건 내가 널 어떻게 설득할 지 더 깊이 준비해오지."


"아뇨, 니콜로. 그럴 필요..."


"그 대신 너도 생각해라. 지금 다섯째가 승리해서 내가 못 얻을 것을 얻는 것이 너에게 더 나은 결과일 것이냐?"


대답할 말이 없긴 하다. 실제로 그 부분이 문제거든.


마지막의 마지막, 다른 아무 선택지도 없을 때 어느 쪽에 붙은 귀신이 이기는 것이 더 낫냐는 것.


"니콜로가 더 낫다는 보장도 없지요."


"나는 약조하지 않았느냐!"


소리지르기는. 깜짝이야.


"네가 원하는 걸 얻을 것이라 하였다. 널 여기로 보낸 여자에게 돌아가려고 하지 않느냐? 네가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느냐?"


"미라도 나 자신도 중요하지만, 누가 영원히 인류를 갖고 있느냐도 그만큼은 중요합니다."


"하!"


화났군. 이건 진짜 화났다.


"인간이 남을 생각한다고? 자신이 없을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고? 그렇지, 그런 개체들이 있다. 그 개체들은 위대해. 그러나! 얼마나 되나?"


문득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사람은 화가 나면 창의적이 되고 문제해결능력이 올라간다고... 지금 니콜로도 그런 건가?


"그 얼마 안 되는 한 줌의 위대한 개체로 인류에 밝은 미래가 열리리라 믿나? 멍청하구나, 너희 대부분은 겁내고 피하고 싶을 뿐 다른 인간과 상관없는 미래에 고민하지 않아!"


"그건 맞습니다."


"너 자신을 과대평가 하는 건 우습고 재미있으니 마음대로 해라. 그러나 너희 종을 과대평가 하지 마라, 너희 따위가 나와 내 형제들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믿느냐? 너희부터가 다른 종에게 그러더냐?"


"알겠으니까 좀 진정하시죠. 덥습니다."


니콜로의 옆에 있던 책상에서 연기가 난다. 거 참... 김승철의 <엔트로피>로 열을 빼낸다.


기반이 증대하니 확실히 다른데. 나를 해칠 생각은 없었을텐데 역정 좀 내는 걸로 이 정도 에너지가 작용해.


당연하지만 니콜로와 운동량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싸워 이길 가능성은 아예 없다. 이것도 골치아파.


니콜로는 조금 진정했는지 두 걸음 뒤로 물러난다.


"네가 죽으면 다섯째가 이긴다. 그건 원하지 않지만,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도록 언행을 갖춰라."


"보장은 못 합니다."


"더 이야기할 마음이 없으니 가겠다. 들어라. 다섯째는 결코 나보다 더 나은 관리자가 되지 못한다."


"그쪽에는 별 관심이 없긴 한데, 왜요. 어떤 이유로?"


"그 녀석은 쉽게 질린다. 너희에게 흥미를 잃을 것이다. 잠깐 눈을 돌리는 사이 너희가 멸종할 상황이어도 이유를 찾지 못하면 포기할 것이다. 그것은 그 녀석의 본질이니까."


흐음.


"내 말을 못 믿나?"


"아뇨 니콜로. 니콜로가 전달하는 말에 거짓이 없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고 믿습니다. 다만..."


"다만?"


"그런 다섯째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키브엘을 대리인으로 골랐다는 부분이 이상해서요."


"당연히 어느 정도는 다섯째도 인내하고 견딘다. 그 범위 안일 뿐이다."


"그렇겠죠."


니콜로는 몇 마디 더 씩씩거린 후 가 버렸다.


아... 아직 정오도 안 됐는데 어마어마하게 피곤해. 이글스피릿은 프록시마가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학선이는 거기서 안 돌아왔고.


어제 늦게 잔 것도 있고 해서 이불을 덮고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 웃는다. 잠들기 전 생각나서 웃어버리고 만다.


영원한 생명과 젊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텐데 말이지.


그런 게 있어서 좋을 거라곤 하나도 없다.


전혀 없다.











짧게 자고 일어나 점심시간에 못 먹은 아침을 먹는다. 어제까지와 달리 사람들이 친근한 얼굴로 말도 걸어오고 하지만 적당히 상대하며 다 흘려넘긴다.


오후 세 시쯤 프록시마와 룰을 정하러 간 학선이가 돌아왔고... 이번에는 처음 보는 표정을 하고 진중한 동작으로 뭐가 잔뜩 쓰인 종이 다발을 내려놓는다.


"완성해왔어."


미라는 그래도 학선이의 기분을 고려해서인지 대놓고 웃지 않고 삼촌도 어른답게 표정을 잘 유지한다. 그러니 핀잔을 주는 건 내 몫이 되었다.


"완성이라니... 걸작이라도 나왔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지 말라니까?


"분명히 전 세계가 달아오를 거야."


흐음.


학선이와 프록시마의 글씨가 이리저리 얽힌 내용을 차분히 정리해간다. 다행히 학장님 노트보다는 덜 정신사납다. 95와 100 정도의 차이지만?


"참여 인원은 양 팀 5명, NPC 역할 열다섯 명. 총 스물 다섯. 역시 60만을 갖고 나눠 갖네."


"역시?"


"3,4,5 로 모두 나눠지려면 60까지 가야하고 6천이나 6만을 나눠가지면 그림이 안 나올테니까."


"정확해."


"필드는 원형, 금지구역은 벌집 모양으로...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니라 한 곳씩 생기네?"


"NPC와 PC들이 최대한 많이 부딪치는 게 목표라서."


"포인트는 잘게 뿌려지지 않고 NPC와... 싸워 이겨야 한다고."


"그러면 이제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인지하고 개입할지 아니면 다른 NPC를 찾아갈지, 그리고 그 선택을 빨리 내려야 하게 되어 있어."


"금지구역은 꾸준히 미로로 생성. 그러니까 이게 금지구역이 아니라 벽이네?"


"한가운데로 떨어트려 탈락시킬 수 있고 건너편도 볼 수 있으니까 벽보다는... 용암?"


"흐음."


이 상황 자체는 싱 학장님이 미국에 요청해서 만들었을 테고...


"이글스피릿이 그, 전세계가 볼 쇼를 만들자 뭐 그런 이야기를 했지?"


"광고비로 2억 달러 정도 쓸 거라 그랬어."


"혹시 우리 출연료는 안 준대?"


학선이는 내 말에 가만히 눈만 깜빡이다가 눈을 떨군다.


"물어볼 걸 그랬네..."


"아니, 아니야. 농담 같은 거였으니까 그만. 이건 그냥 우리 일이잖아."


"좀 큰 행사가 되면 효진이가 오기도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돈 이야기는 나하고 프록시마가 천천히 할게..."


삼촌이 두 손으로 내 손목을 굳게 잡는다. 물론 장난치는 거다.


"믿는다, 진협아. 나는 50억이면 아무것도 더 안 바란다."


"세금 떼면..."


"세금 떼고 나서 50억이다. 그거면 된다."


"노력해 볼게요."


우리가 농담을 나누는 사이 미라가 어느정도 파악을 끝낸 것 같다. 표정은 당연히...


"잘 이해 못 하겠어."


미라는 게임도 안 하고 쇼 프로그램도 안 보니까... 방향은 분명하다. 각 팀이 흩어져 각자 머리와 능력을 쓰며 살아남는 과정을 잘 보이게 하려는 것.


상황을 만난다, 판단을 내린다, 판단의 결과를 시청자는 알지만 판단한 본인은 모를 수 있다. 그렇게 사건이 연속되어 화면 안의 인물은 헤매고 시청자들은 결과를 숨죽여 기다린다.


"학선. 이게 핵심은 그거지? 각 NPC 그룹의 상태에 따라 '벽'의 상태가 바뀌고, 그걸 우리는 알 수 없는데 시청자는 규칙을 알고."


"티타늄 고릴라 씨가 그랬어. 이런 거는 정신없이 사건이 계속 벌어지는 쪽이 좋다고."


TG에게 그런 쪽의 통찰력이 있었네. 몰랐다.


NPC는 정해진 범위를 순찰한다. 선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강한지 약한지는 한 번 교전해봐야 알 수 있고, 쓰러진 NPC가 많을수록 행동을 제약하는 범위가 줄어든다.


NPC는 총 세 그룹으로 행동 제약 범위의 규모, 범위 변경의 속도, 제약 범위 안에 있을 때의 페널티를 각각 결정한다. 처음에는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환경에 쫓긴다.


음...


학선이가 왜 혼자 감격해 돌아왔는지 알겠다. 이건 통할 거야.


"좋네. 진짜 좋다 이거."


"그렇지?"


"정말 그래."


학선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웃고 싶지만 웃으면 안되겠지.


미라는 설명을 듣고는 알겠다는 기색이고 삼촌은...


"일이 이렇게 커지면 열리는 데에는 한참 걸리겠네. 그사이 내가 뭐 좀 알려줄테니 다들 좀 익혀두자."


이전에 우릴 여러 번 살린 걸 말씀하시네. 삼촌이 혹독하게 몸에 익힌 침투훈련.


"그럴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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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3부 9화 : 관심이 집중되는 곳 23.01.16 100 4 11쪽
233 3부 8화 : 준비 +2 23.01.14 120 4 10쪽
» 3부 7화 : 걸작 23.01.12 99 5 10쪽
231 3부 6화 : 우스꽝스러운 23.01.11 103 4 11쪽
230 3부 5화 : 공유하지 않는 기억 +2 23.01.10 101 4 11쪽
229 3부 4화 : 최선 23.01.09 90 4 9쪽
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4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1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2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1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218 2부 86화 : 음악은 전파를 타고 22.12.22 107 4 11쪽
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3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0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7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7 4 10쪽
213 2부 81화 :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 일들 22.12.15 108 4 11쪽
212 2부 80화 : 회의 22.12.14 115 4 10쪽
211 2부 79화 : 모두에게 평등한 고난 22.12.12 113 4 11쪽
210 2부 78화 : 지독한 싸움 22.12.10 106 4 15쪽
209 2부 77화 : 예고의 날 22.12.10 129 4 15쪽
208 2부 76화 : 냉소 22.12.08 112 4 10쪽
207 2부 75화 : 수집 22.12.07 115 4 11쪽
206 2부 74화 : 예고 +2 22.12.06 116 4 10쪽
205 2부 73화 : 소란 22.12.05 11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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