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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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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82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11 23:53
조회
102
추천
4
글자
11쪽

3부 6화 : 우스꽝스러운

DUMMY

이글스피릿의 설명은 간단하다.


"왜 팀 게임에는 오브젝트가 있잖아요. 잡으면 버프를 주거나 뭘 하거나."


아니 그건 목표가 정해져있고 죽어도 부활하는 팀 게임에 적합하고...


내가 좀 갈팡질팡하는 사이 학선이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보통의 오브젝트는 분산되어 있어야 기회와 위기가 생기고, 특수 오브젝트는 행동을 강요하는 데 목적이 있으니까 이글스피릿 한 분으로는, 너무 적네요."


"지원자는 많으니까 필요한 만큼 여기서 골라요!"


이글스피릿이 폰을 열고 문서를 하나 보여준다... 명단이네.


"하지만 나는 무조건 넣어줘야 하고요."


가만 있자...


이상하다.


나는 이글스피릿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과 표정을 조금 어긋나게 한다. 밝고 신나는 표정으로 부정적인 말.


"어려울 것 같네요.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듣기로 안의 조건을 여럿 설정할 수 있다면서요?"


나는 슬쩍 프록시마를 보았고 프록시마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음, 그렇지. 이 상황 자체가 별로 비밀이 아니고 이글스피릿과 프록시마는 동료다. 나와 우리 팀 같은 동료.


한번 더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더 짜게 식는 말을 해 본다.


"위험하고요. 우리도 어떻게 해야 최대한 덜 다칠까를 생각하는데 그 안의 돌발변수까지 넣는 건 어렵죠."


이글스피릿이 실망한 듯 짜증난 듯 미묘한 표정을 하고 활기찬 대답을 한다.


"에이, 어려워도 훨씬 재미있을 걸요."


음... 화제를 내밀면 뒤로 빠져나가면서 끈질기다.


그리고 아까 슬쩍 본 명단. 이마니 크리스티에 페시디오까지 있었어.


이거는 역시 미국 정부에서 원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정보국과 국무부로 나누어서 나에게 양쪽의 손을 내민 상태였고 이제 국무부가 마지막 카드라는 말.


생각해 볼 부분이 싱 학장님과 학장님의 경쟁자들이 지금 미국에 있다는 거.


이거 조금 고민되는데. 어렴풋이 이유가 있을 것 같고 그렇다면 끌어들이고 싶지만 키브엘이...


"우리 캡틴은 좋대!"


프록시마는 어느새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고, 이글스피릿은 반가운 표정이 아니라 의외라는 얼굴로 프록시마를 본다. 그렇다면 분명하다. 이글스피릿이 놀자고 여기에 끼겠다는 게 아니야.


중요한 변수다.


이글스피릿은 화기애애한 얼굴로 날 보면서 눈을 힘주어 깜빡인다. '표정 풀어. 주변에 눈 많아.'


반사적으로 긴장했었네. 실없는 소리로 빠져나가자.


"이게 우리끼리 오붓하게 팀 대 팀으로... 좀 소박하게 열려고 했는데 말이죠."


"그럴 수가 있나요. 중계해야지."


"어떻게 중계를 해요, 필드는 넓고 우리는 빠른데. 캠이라도 달라고요?"


"그럴 필요 없잖아요? 선수는 바깥에 있고, 필드 안에는 그림자만 있으면 되니까."


몸에 전기가 오르는 것 같았다. 이제 분명하다. 독약 없는 상자 안의 고양이처럼 분명하다.


중요한 변수...


"가능하대!"


프록시마의 대답에 우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보고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두 손을 들고 환호한다. 프록시마의 영어를 못 알아들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따라하고, 한참 시끄러운 중에 이글스피릿은 얼굴을 한껏 찌그러트려 웃으며 나와 프록시마에게 각각 손을 내민다.


"돈 벌어보죠."


프록시마와 나는 이글스피릿이 내민 손을 잡았다.








끄응...


학장님이 뭔가 하고 싶은 거다. 실험이던 뭐던.


내가 져서 다섯번째가 모든 걸 확보한다는 선택지는 고를 수 없으니 이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러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학장님에게 뭔가 계획이 있어. 그게 무엇이고 어떤 목적인지를 알아야한다. 입이 바짝 마르네.


우리는 학선이를 아예 프록시마 쪽으로 보냈다. 룰을 어떻게 정하고 필드를 어떻게 구성할지 이야기하기 위해.


거기에 중요한 게 중계...


"규칙의 목적이 변하겠네."


"응."


미라와 나는 학장님의 연구노트를 봐서 안다. 지금 이 세계를 외부와 반응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건 격리된 경계면, 이 내부가 헝클어지지 않고 약간의 변형만 가능하게 만드는 건 이 안의 우리들. 관측되면서 관측하는 인간.


어떤 스포츠 경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텐데...


나는 미라에게 묻는다.


"가시광선 신호를 전파로 변형해 그 결과는 보는 건 관측된 거라고 할 수 없겠지?"


"그건 아니지. 분명히 달라."


"그렇다면 학장님은 같은 결과를 보는 각 관측 주체의 상태에 관심이 있으신 거 아닐까?"


"잠깐만, 지금 한 말 다시."


"일정한 결과물을 보는 다수의 관측 상황."


미라가 손을 깍지낀 채 두 엄지를 이마에 대고 생각한다.


"범위 안에 한정할 수 있는 피관측 가시광선이, 각 관측자에게 미치는 영향..."


삼촌은 모두 내려놓았다는 편한 얼굴로 나와 미라에게 묻는다.


"나 없어도 되지?"


"예, 삼촌..."


"결과는 말해줘라. 궁금하니까."


삼촌은 방에서 나가고 미라가 이마를 문지르며 나에게 묻는다.


"관측자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니 당연히 관측 행동이 피관측되는 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애초에 피관측되는 쪽에 관측체의 인지 체계에 먼저 영향을 준 결과이기도 하니까. 그 단계의 실험일 거란 이야기지?"


"일단은."


"학장님하고 한 번 이야기했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안 될 것 같고."


나와 미라는 한참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럼 이 설탕 뼈대라고 메모해두신 건 우리가 갇혀 있는 안에서 유효한 작용이 관측 및 피관측이라는 말이고."


"그렇지."


"지금의 우리가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가 구성된 결과일 뿐인데도 그것이 가능한 건... 우리가 하라하라의 안에서 보았던 클라인펠트 병 구조로 증명한 초차원의 실재일테고."


"분명히."


"초차원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속하지 않은 존재가 있고... 우리가 중력을 모르던 시절에도 중력을 이용할 줄 알았던 것과 같이 생각하자고. 그 존재가 이 상황에 맞는 조건을 짜 두어서 설탕 뼈대로 지구가 지탱된다, 라고 하신 게... 맞겠지."


"아마도."


"이진협씨? 아까부터 세 글자보다 긴 말은 힘드신가요."


"미안, 두뇌가 두개골 안에서 쓰러진 것 같아."


"그래, 나도 머리가 아프니까..."


미라가 노트와 책을 챙기고 일어나고 나도 따라서 일어난다.


할 일은 나와 있다. 목적도 달라졌다. 미라는 자기 방문을 열었고 나는 그 뒤에서 묻는다.


"학선이가 잘 해주겠지?"


"내 생각에 너무 잘못 만들어놓지만 않으면 될 거야. 그리고 학선이는... 치밀하잖아? 효진이가 그러더라. 항상 100%인 점에 반했대."


"아닐 것 같은데..."


미라가 웃는다.


"나도 같은 생각 했는데."


"하하하."


"진협. 너는 돌아갈 거지? 네가 있던 곳으로."


어...


"응."


"그래. 나중에 보자."


미라의 방문이 닫힌다.


나는 잠시 그 방문을 보고 있다가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발을 옮겨 내 방으로 온다.


힘없이 누워버린 채 반드시 나타날 것을 기다린다. 되도록 빨리 가길 바라면서.


안 올 리는 없지. 얼굴에 비웃음을 가득 띄우고 오겠지.


하, 역시. 예상을 안 벗어나는 존재.


"기대하고 있군. 어느 때보다도."


"왜 기대가 안 되겠어요. 지구에서 가장 현명한 두뇌의 집합체가 여러분 여덟에게서 인류가 독립할 음모를 꾸민다는데."


"지금 농담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 말 걸 그랬군요."


"일곱째가 그전에 있었던 일을 알려준 게군?"


"이야기하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 녀석은 항상 말이 너무 많았지. 란디프 삽두 박사에게 그걸 알려준 게 나라는 말도 했던가?"


"...아니요."


나는 누워있다가 몸을 일으켜 니콜로를 본다.


"니콜로가 알려주었다고요? 란디프에게?"


"그 두뇌는 작은 사실 하나만 확인해주면 나머지를 추론할만한 능력이 있었지."


"못 먹을 감 썩기나 하라는 속셈이었겠군요?"


"안타깝게도 그 때 내가 무얼 했는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실패했다는 결과만 기록되어 있을 뿐. 막내는 잘 알고 있을 텐데 그걸 갖고 날 놀리지 않는 걸 보면 막내에게도 유쾌한 화제는 아니겠지."


안 그래도 머리가 핑핑 도는데 더 복잡하게 만드네. 어쨌든 내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은 안 했다.


"그럼 저는 그 기억에 없는 니콜로를 충실히 따르도록 하지요."


"한 가지 말해주마. 지금의 내 연산으로는 네가 원하는 걸 얻을 방법은 단 하나, 점점 우스꽝스러워지는 너희 둘의 그 장난에서 네가 이기는 것이다."


"내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요."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인간이 100점, 그렇지 않은 인간이 1점이라면 너는 고작 30점에 머무른다는 것을 유념해 두어라."


"아니요, 니콜로. 만약, 제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하하하하. 네게 그것이 가능하느냐?"


"미라가 원하지 않을 테니까, 가능하지요."


니콜로의 표정이 갑자기 변한다. 나는 계속 말한다.


"니콜로의 형제들이 만든 이 우스꽝스러운 장난에서, 이제 둘만 남았고 그 둘이 누구인지는 서로 확인했네요."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이냐."


"나와 키브엘, 둘이 무얼 하던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상당히 어려우시겠어요. 나를 시켜서 라울 싱 학장의 목숨을 거두라고 해도 나는 들을 척도 안 할 거고."


"그쪽은 이미 그 노인 하나가 죽는다고 멈출 상황은 아니다마는, 네 의도는, 네가 지금 내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냐?"


"나는 미라에게 가는 걸 포기할 수 있지만 니콜로는 지금 여기서 이길 것을 포기하기 어렵겠죠?"


"요점만 말해라."


"저는 제가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지겠다는 말이냐?"


"필요에 따라서는."


니콜로는... 화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망설이지도 않는다.


"필요라. 너는 이런 말을 감정 때문에 풀어내지 않지. 좋아, 조건을 제시해 보아라."


"연산 결과를 말해 주시지요. 니콜로가 이길 때와 다섯째가 이길 때 각각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나는 너희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분배하며 유지해 나갈 것이다. 다섯째의 계획은 당연히 모른다."


"바라고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죠."


"예를 들자면... 그래. 영원한 젊음과 수명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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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3부 4화 : 최선 23.01.09 90 4 9쪽
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4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1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2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1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218 2부 86화 : 음악은 전파를 타고 22.12.22 106 4 11쪽
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3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0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7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7 4 10쪽
213 2부 81화 :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 일들 22.12.15 108 4 11쪽
212 2부 80화 : 회의 22.12.14 11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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