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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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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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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81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0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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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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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3부 2화 : 규칙

DUMMY

호라이마 산.


세계에서 제일 높은 테이블 형태의 산이고 가장 가장 오래된, 고생대에 형성된 지각이 있다고 한다.


프록시마와 티타늄 고릴라가 여기서 목격되었고 우리도 베네수엘라에 들어온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는 두 가지 관점이 형성되었다.


둘 중 그래도 나은 쪽을 고르자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벌어질 거란 예측이고,


좀 더 안 좋은 쪽은 이제 여기서 승자가 정해지면 세상이 대충 멸망으로 접어든다 그런 불안한 말들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두 관점 모두에 동의한다.


우리는 별로 숨길 것 없이 다같이 모여 이야기했다. 우리 쪽에선 효진이가 아직 자유를 찾지 못했고 상대편에서는 키브엘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모두 여덟 명이지만.


그러니까... 맛있는 것도 찾아다니고 놀러다녔다는 말이다. 즐거운 얼굴로 여덟 명이 모두. 그중 경유진의 얼굴이 좀 굳어있지만 즐거워하고 있기는 하다. 정말로.


지난번에 듣기로 경유진은 소위 끗발 좀 있는 집에서 어울리는 딸이 되라는 강요를 버텨온 사람이었다. 지금 여기서 이러는 게 꽤 유쾌한 일탈일지도.


덕분에 앞서 말한 관점 중 두 번째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어마어마한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은 잦아들었고, 우리는 편하게 이곳저곳 다니며 이야기했다.


유쾌한 이야기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것 같지만. 프록시마는 그동안 나와 몇 번 나눈 이야기를 모두의 앞에서 다시 확인한다.


"그래서, 사서. 이기고 지고가 정해지고 나면 어떻게 돼? 우리 쪽 캡틴은 전~혀 말 안해주거든."


지금 프록시마가 말하는 캡틴은 당연히 키브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에 좋은 일이 생기지는 않겠죠, 아무래도."


"시합을 안 하면?"


"그러면 좀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으로 알아요."


"예를 들면 지구가 망한다거나?"


"어느 쪽으로도 지구 혹은 인류가 망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행히."


라미로는 잔뜩 긴장한 채 자기 팀을 보지만... TG는 언제나처럼 느긋하게 웃고 있고 경유진도 싫은 기색이 아니니 실망하는 기색을 보인다. 그래, 이상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래도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 튀게 되지.


"자, 우리 캡틴 쪽 제안. 어제 다 정리했어."


첫 번째 조건, 각 팀 다섯은 출력을 합산한 후 그 절반을 나누어 가진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적혀있지 않지만 알고 있다.


아무 조건 없이 그대로 다섯 대 다섯으로 겨루면 우리 중 키브엘을 탈락시킬 수 있을 사람이 없으니까.


두 번째 조건.


호라이마 산에 <포인트>가 뿌려질 것이다. 그러니까 점수. 각 팀은 흩어져서 <포인트>를 빨리 모아 팀원에게 더 높은 출력을 줄 수 있다. 포인트의 위치와 수치는 랜덤으로.


이 조건의 이유는 다섯이 모여 서로 눈치 보다가 우르르 달려가 붙는 건 재미없을 테니까.


세 번째 조건, 활동 영역은 계속 줄어든다. 활동 영역 바깥에는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20초만 머무를 수 있다. 학선이가 이 부분을 보고 끄덕거리며 어떤 게임 이름을 꺼낸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의 학선이는 그 게임 다시 나오지 않을지 궁금해했는데. 여기서는 사라지지 않았네.


네 번째 조건, 더 싸울 수 없게 되면 탈락. 탈락한 사람의 출력은 남은 팀이 나누어 가진다.


나와 프록시마가 서로 맞춘 이야기지만 프록시마를 제외한 저쪽 팀도 처음 보는 모양. 라미로는 한참 보다가 프록시마에게 묻는다.


"제 <승자독식>은 못 쓰는 거예요?"


"맞아, 못 써."


"쓰면 여기서 제가 제일 오버파워인데?"


"금지할 거야. 이 '판' 은 우리 캡틴이 짜고 누구의 능력을 어떻게 못 쓰게 할지는 사서가 알아서 할 거고."


이번에는 우리 쪽 모두가 놀라서 나를 본다.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잉그리드의 <인용quotation>을 적용할 거야."


내 <비행>과 <신화투영>을 봉쇄했던 그것. 라미로가 곤란한 듯 얼굴을 찌푸리고 프록시마가 유쾌하게 웃으며 라미로의 어깨를 두드린다.


"시합이야, 시합. 라미로. 축구 경기 같은 거라고. 권투 선수 출신이라고 골키퍼를 때려눕히고 골을 넣을 순 없잖아?"


"예, 프록시마. 예."


서로간의 말이 잠깐 멈춘 사이 학선이가 말한다.


"좀 더... 게임처럼 해보죠."


프록시마와 경유진은 귀가 솔깃한 모양. 프록시마가 묻는다.


"게임?"


"포인트 외에 다른 게 랜덤으로 생기면 좋겠어요. 시간이 정해져있고, 그 주변에서는 알 수 있고."


경유진이 미소를 띄우고 대답한다. 나는 경유진이 웃는 걸 보고 엄청 놀랐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네.


경유진이 웃는 건 처음 본다.


"상점 차리고 타워하고 졸개들까지 내보내달라고 하면?"


"그것까지 하면 번거로울 것 같네요."


둘이 서로 몇마디 하는데 이거 효진이가 보면 썩 언짢겠네. 여기 없어서 다행인가?


만약 외모에 객관적인 점수를 매길 수 있으면 학선이와 경유진 사이에 차이가 나도 몇 포인트밖에 안 날 테니까.


프록시마가 룰에 대해 나온 이야기를 적은 후 노트를 덮는다. 흥미있는 것 같다.


"나는 서바이벌 게임을 기본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조용한 게임 천재들의 나라라서 발상이 재미있네! 우리 캡틴에게 전달하고 의견 들을게. 사서, 연락한다?"


"네. 프록시마."


"그, 마지막 한 명은 언제 올까? 캡틴은 서두르고 싶진 않지만... 내가 기대돼서."


"하하하. 본인이 직접 올 수 있는 게 가장 좋지만요."


프록시머는 우리 얼굴을 살피며 눈치를 좀 본 후 말을 이어나간다.


"좀 큰 집안 사람이라며?"


"양쪽 다 전성기는 한 10년 전에 끝났지만... 그렇죠."


"내 쪽에서 제안하기는 그렇지만, 그 한 명 말고 다른 사람은 어때? 고요한 거인 씨라던가."


"양해를 좀 구할게요. 저는 이 다섯으로 하고 싶어서."


"그래... 우리가 이길 거지만!"


삼촌이 즐거운 듯 웃고 미라도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다. 프록시마와 티타늄 고릴라, 라미로는 돌아가고 경유진은 우리에게 온다. 같은 한국인이라?


"아까 구조물 이야기 했는데 일종의 버프 같은 거면 어때요? 획득하려면 한 자리에서 오래 버텨야 하거나 그런."


학선이에게 하는 말이다. 학선이가 게임 고수답게 대답한다.


"탈락 후 부활하는 경우가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니까요. 진짜 다칠 정도로 격하게 서로 엉키는 경우도 그렇고."


"그건 그렇네요. 아, 이거 중계권 팔면 크게 벌 텐데!"


경유진은 우리가 같은 나라 사람이라 좀 편하고, 미라는 성별이 같아 그런지 경유진을 챙긴다.


"언니는 무슨 말로 스카웃됐어요?"


"키브엘 씨가 그, 타이밍을 잘 잡았어요. 김학균 대원이 좀, 그... 나를 불편하게 해서, 그런데 아주 그만두기는 곤란한 중에 마침 와서 물었죠. 페레이라를 잡으러 갈 건데 돕지 않겠냐고."


"그 분, 강하죠?"


"강할 거예요. 네."


"그 날 균열 안에서 어땠는지 말해주실 수 있어요?"


"라미로가 피를 잘 못 보니까, 나에게 라미로를 맡겨 놓고 잠시 뒤돌아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프록시마와 같이 가서... 40명쯤 있었나,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한 1분?"


미라가 침을 삼킨다. 페레이라가 특별히 만들어놓았던 <군세>로 만든 탈것에 탄 40명을 프록시마와 둘이서 1분 안에 잡았다면... 지금의 나나 겨우 할까?


삼촌이 조심스럽게 경유진에게 묻는다.


"유진 씨가 생각하기엔 어때요? 그 사람이 저 녀석 멱살 잡고 졌다고 하라면 이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경유진이 폭소를 터트린다. 진짜 놀랍다. 이 사람이 이렇게 웃을 줄 아는구나.


가만 생각해보면 이 사람 성격이 프록시마와 잘 맞을 것 같기도 해. 둘 사이에 강력한 공통점이 있지... 용감하다는 거.


"안 그래도 물어봤는데, 둘이서만 싸우면 일이 커질 거라고 해서요."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삼촌은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는 기색.


미라가 나에게 묻는다.


"내가 궁금한 건 그래서 서로 다칠 일이 없냐는 건데."


"싸울 수 없는 상황이란 것에 대해 명확히 하려고. 몸에 충격이 쌓여서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판단이 나빠지거나 골절되거나?"


"갈비뼈 쪽은 은근히 쉽게 부러지는데... 그보다 각자의 충격량 한도를 정하면? 천천히 회복된다고 치고."


"그러게... 디테일을 정해야겠네."


미라는 다시 경유진과 대화하고, 삼촌이 나에게 와 묻는다.


"근데 중계권 정말 안 판대냐? 얘기해보지."


"카메라가 우릴 쫓을 수 없으니 힘들 것 같아요."


"이겨야 하지?"


갑자기 중요한 걸 물으시기는.


"저는 그래요. 아마 저쪽도 그럴 거고."


"그런 것 치곤 말이다..."


"모르죠, 내일이라도 마음을 바꿔서 절 거꾸로 잡고 흔들어서 항복하라고 하면 해야죠."


"마음이 바뀌어도 널 죽이려드는 경우는 없는 거네?"


"그게... 저 사람에겐 절 죽일 기회가 세 번 있었거든요. 아주 쉽게."


"음."


"그랬어요. 하하."


"그렇다면 뭐."


삼촌이 손을 깍지낀 채 손바닥을 앞으로 내민 후 위로 죽 뻗는다. 팔 곳곳에서 뿌득 하는 소리가 나자 피식 웃은 후 말을 마친다.


"나는 다른 걱정 없이 그냥 즐기면 되는 거지?"


"가급적 우리가 이기는 방향으로..."


"그거야 당연하고. 친선 축구를 해도 우리 편을 이기게 해야 즐겁지!"


삼촌이 양쪽 손가락을 한 번씩 튕기고 전기가 찌릿 하고 올라온다. 그걸로 정하셨군요, 삼촌.


"그런 말도 있더라. 이게 끝나고 나면 이게 없었던 때로 돌아간다고."


"그렇게 될 수도... 있겠죠?"


"있어? 정말?"


"예."


삼촌은 안심했다는 얼굴로 날 본다.


"다른 사람들 생각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그냥... 균열이 없으면 코어도 더 필요없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 사람이..."


삼촌은 말을 하다 말았지만 우리는 대충 짐작한다. 그렇지만 경유진은 우리와 가까이 지낸 적이 없으니...


"그, 사람이요?"


삼촌은 조금 생각한 후 대답한다.


"별 이야긴 아니고, 사람을 너무 쉽게 죽이는 세상이 아닌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였어요."


"아, 그렇네요. 그렇겠어요."


예전에 삼촌이 갈 곳 없는 무력은 사람을 겨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에게 뺏는 게 가장 빠르고 싸게 먹힌다고...


같은 맥락의 말이겠지.


다들 조금씩은 불안해도 크게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도, 저쪽도. 다행이지.


나는 가슴이 타는 것 같지만.


지금은 효진이가 좋은 이유가 되어서 일정을 미루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외통수다.


내가 일부러 진다는 선택지는 없다. 모두를 데리고 미라에게 가야 하니까.


만약 이겨버리면 인간은 니콜로 한 명을 위해 존재하는 생물종이 되어버리고.


어떻게 할까...


"같은 출력에서요?"


경유진이 약간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내 집중이 깨지고 다른 사람도 그쪽을 본다. 미라는 살짝 검연쩍은 얼굴.


경유진도 좀 당황했지만 그래도 말을 마무리한다.


"같은 출력이어도... 우리 대장이 질 것 같진 않고요."


저 대답에 미라 눈에 살짝 불이 들어오는 거 보니 어떤 질문이었는지 알 것 같다.


하아, 그래.


일단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할머니나 막내 같은 다른 쪽의 연락을 기다리자.


어쨌든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비는 해야 하니까.


"오늘부터 특훈 좀 하죠."


"좋아."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미라가 대답한다. 우리는 다같이 웃었다. 경유진을 포함해서.


모두를 데리고 가야 한다.


다치지 않는 쪽이 좋겠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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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3부 4화 : 최선 23.01.09 90 4 9쪽
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4 4 10쪽
»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1 4 11쪽
223 2부 91화 : 혼전 (끝) +2 22.12.27 118 4 12쪽
222 2부 90화 : 혼전 (4) 22.12.26 102 4 11쪽
221 2부 89화 : 혼전 (3) 22.12.25 102 4 9쪽
220 2부 88화 : 혼전(2) 22.12.24 101 4 10쪽
219 2부 87화 : 혼전(1) 22.12.23 10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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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부 85화 : 내몰리다 22.12.20 103 4 10쪽
216 2부 84화 : 끈질기고 집요한 +2 22.12.19 120 4 11쪽
215 2부 83화 : 출진 22.12.17 107 4 10쪽
214 2부 82화 : 통제 22.12.16 107 4 10쪽
213 2부 81화 :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 일들 22.12.15 10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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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2부 79화 : 모두에게 평등한 고난 22.12.12 113 4 11쪽
210 2부 78화 : 지독한 싸움 22.12.10 106 4 15쪽
209 2부 77화 : 예고의 날 22.12.10 129 4 15쪽
208 2부 76화 : 냉소 22.12.08 112 4 10쪽
207 2부 75화 : 수집 22.12.07 115 4 11쪽
206 2부 74화 : 예고 +2 22.12.06 116 4 10쪽
205 2부 73화 : 소란 22.12.05 10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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