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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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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88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2.24 19:45
조회
101
추천
4
글자
10쪽

2부 88화 : 혼전(2)

DUMMY

어쨌든 살아야한다.


내가 죽으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죽을 건 당연하고 그 후로도 벌어질 일이 좋을 수 없어.


그러니, 지금 주변에서 얼마나 죽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누가, 어떤 이름을 갖고 어떤 이유로 여기에 온 사람이 지금 죽어가고 있는지.


페레이라는 나에게서 물러나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내가 이놈들보다 빠르니 그렇게는 어렵지.


이제 분명하다. 네놈에게 핀포인트 공격 기술은 없어. 어떻게 할 거냐?


"어허, 움직이지 말고."


나는 한 명의 목을 잡고, 다른 한 명의 어깨를 끌어안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 두 명은 겁에 질린 얼굴로 페레이라를 보고, 페레이라는 <군세>를 자신의 주변에 무시무시하게 펼쳐댄 채 싸늘한 얼굴이다.


이런 거다, 페레이라. 더 약한 입장이어도 싸우는 법이란 게 있는 법이다.


"비겁한 놈."


구겨진 웃음을 지으며 겨우 한 마디 하네. 나도 비웃는 어조로 대답한다.


"고작 하는 말이?"


페레이라가 펼쳤던 <군세>가 사그라진다.


공격해올 것 같지는 않으니 잠깐 <망원>으로 요새 쪽을 본다. 입구까지는 진입이 됐고... 학선이가 안 보이는 걸 보니 이미 들어갔나보다. 삼촌은 요새 위, 미라는 입구 근처.


이제 판단을 해야 한다. 여기서 페레이라와 계속 대치하면 키브엘이 합류할 때 더 나을 거고, 요새로 가면 적의 심장부가 공격 범위 안에 들어온다...


페레이라가 다시 미군 몇을 죽인다.


그에 맞춰 나는 내가 잡고 있던 둘을 죽이고.


나를 유인할 생각일텐데 그런 수작에 넘어가줄 수는 없지.


"신경쓰지 않는 거냐?"


페레이라가 방금 죽인 사람의 시신을 내 쪽으로 가볍게 던진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시신을 땅에 내려놓고 아무렇게나 허우적거리며 날아오는 몸을 받아 바닥에 잘 둔다. 그런 다음 손을 털고 페레이라를 보고 웃는다.


"신경쓸 이유가 없으니까."


나중에 이런저런 말이 나오겠지. 나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 없는 재주가 하나 있다면 신경쓰이는 것과 중요한 것을 구별해 집중할 수 있는 것.


페레이라는 나에게서 몸을 돌리고 나와 같이 공격해 온 사람들을 보며 쩌렁쩌렁 외친다... 시끄러운 놈.


"들었나? 저 놈은 너흴 방패로 쓸 뿐이다!"


"저 사람들도 알아."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공격할 대상을 페레이라에서 나로 바꿀 사람은 여기 없... 겠지. 아마도.


피 냄새에 머리가 아프다. 입 안이 터진 것처럼 피맛이 돈다. 나도 이 상황이 즐겁지 않지만 네놈이 더욱 그렇겠지.


네놈이 참을 수 있는 피는 네 적의 피뿐일테니.


페레이라가 드디어 요새 쪽을 힐끔거리기 시작한다. 초조한 기색은 아니지만.


"가 볼 필요 없겠나?"


"하..."


페레이라가 균열을 연다. 불안한 얼굴로 술렁이던 페레이라 휘하 병력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저럴 때 비장한 표정을 해야 지휘자 기분이 좋을 텐데.


"안에서 대기해라."


한 발 먼저 움직인다. <비행>이 있긴 해도 페레이라와 나란히 요새 쪽으로 가서 좋을 건 없어.


페레이라는 끝까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본다. 네가 거기 있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말거나 나는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값은 나중에 청구할 수 있을 때 받아내겠다.


우선은 미라 옆으로 간다. 피곤한 표정. 아까 슬쩍 봤는데 코어가 있는 부분을 찔러 파괴하는 식으로 전투를 진행했다. 몇 명은 잘못 맞아 죽었겠지만... 그래도 다수가 코어만 잃고 살기는 했다.


"괜찮아?"


내가 묻자 미라가 손에 들고 있는 목검을 본다. 이제 날이 있는 칼을 들 필요는 없으니 더 저렴한 걸 들고 다닐 뿐이지만... 이렇게 피가 배어서야 갖고 다닐 수는 없겠다. 진검은 닦아내고 벗겨낼 수라도 있지.


"글쎄."


"안쪽은?"


"삼촌이 위쪽을 다 정리하면."


미라에게 손을 내민다. 페레이라가 잠깐이라도 혼자 있는 미라를 노리면 좋지 않으니.


미라가 내민 손목을 잡고 위로 올라오니... 삼촌도 정리를 끝내놨지만 아직 덜 마친 용무가 있는 듯하다.


"아까 한 말하고 다른데?"


"다르지 않아요! 다르지 않아요! 가장 아래 있는 균열은 몸을 잡아당기는 것 같고, 맨 위에 있는 균열에선 뭔가 날 밀어내는 것 같아서 그래요!"


삼촌이 붙잡고 있던 걸 놓아주고 남자는 다급히 바지를 올리고 요새에서 뛰어내린다. 음.


삼촌은 뒤를 돌아보고 머쓱해한다.


"손가락이나 귀는 효과가 별로 없어."


"손 씻으셔야죠, 삼촌."


"큰 놈은, 죽였냐?"


"아뇨."


"그럼 빨리 내려가자."


삼촌이 숨을 크게 마신 다음 발을 강하게 내려찍는다. 어, 이 요새 벽 분명...


금이 간다! 어떻게?


"이거 폭탄 맞고도 멀쩡했다던데, 뭐 알아내셨어요?"


"내가 딛기는 했는데, 내려찍은 게 아냐. 들어낸거다."


"아."


미라가 끄덕인다. 나도 알 것 같아. 그래... 위에서 떨어져 내려찍는 건 버티지만 그 반대는 아니란거지. 삼촌이 한번 더 발을 세게 딛고 바닥에 간 금이 더 넓게 퍼진다.


"원리는 이해는 못 하겠는데, 어쨌든 에너지 흐름이 있어. 그래서 학선이만 들여보내고 뭘 좀 알 것 같은 놈을 잡았다."


"예, 삼촌. <만트라>로 보니까 맹렬하게 도는 구조가 있는 게 맞아요."


"미라야?"


"입자가속기와 흡사한 구조가 있을 거예요. 찾는 건 어렵지 않은데 깰 수 있을지는..."


바닥이 부서지며 잔해가 솟구친다. 이리저리 널부러진 사람들이 보이고... 학선이가 그 한가운데에서 우릴 올려다본다.


"어떻게 하기로 했어?"


나에게 하는 질문.


"들어가자. 페레이라는 올 거야."


삼촌이 다시 같은 방식으로 바닥을 들어내고 지하 1층이 보인다.


균열 두 개에서 나오는 빛이 거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비추고 있고... 그 한가운데 에이바 메이어가 있다.


내가 위를 경계하고 미라가 에이바 쪽, 학선이와 삼촌이 각자 다른 측후방을 맡는다. 에이바는 긴장하긴 했지만 표정에선 어떤 낭패감도 읽히지 않고, 나는 우릴 둘러싼 놈들의 출력을 <스캔>으로 알아낸다. 10에서 12만이 열 명 정도 있고 나머지는 격차가 크다.


수를 줄여두어야겠다. 가급적 학선이 시야가 안 닿는 쪽부터.


<팬텀 블레이드>를 셋 형성해 에이바와 각자 다른 쪽에 있는 둘을 향해 날렸고... 에이바가 다급히 손을 앞으로 내민다. 세 개의 블레이드 모두 공중에서 뭔가에 부딪친 듯 멈췄고 에이바가 넘어진다. 이거는...


"미라?"


"균열에 공간을 움직일 능력이 있고... 저 자에게 제어권이 있어."


"뒤로 넘어진 건?"


"충격을 받은 건 아냐. 공간이 밀리면서 같이 떠밀린 것."


"혹시 여기, 상위 차원 비슷한 상태야?"


"분명히."


흐음.


손목에서 던지는 칼을 하나 뽑은 다음 송골매의 <판결>을 써서 날려보지만 결과는 같다.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았지만.


페레이라가 느긋한 이유가 이거군... 깰 방법은 이것저것 생각했으니 하나씩 해 보면 돼. 그렇지만...


"너무 안 오는데."


"그 큰 놈 말이냐?"


"예."


"...오고 있어. 천천히. 손에 뭘 들고."


"보이시나요?"


대답하지 않으시는데... 바람을 움직여 감지하시는 것 같다.


"왔다."


미군 시체가 하나 우리 사이에 떨어진다. 학선이가 깜짝 놀라 한 발 멀어지고... 미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위를 본다. 그리고 미라를 노리고 하나 더 빠르게 집어던진다. 야구공이라도 던지듯...


미라는 주변의 공간을 움직여 시신이 곡선을 그리며 다시 솟아오른 다음 천천히 떨어지게 한다. 학선이가 눈의 핏줄이 터질 만큼 화내고... 삼촌이 진정시킨다.


"넘어가지 마."


"예..."


"저기 있는데도 크게 보이네. 크긴 크다."


페레이라가 가볍게 뛰어내린다. 에이바는 이제야 안도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아니, 후안...!"


뭐라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내가 봐도 저 놈 눈이 좀 맛이 가 있어서.


"늦었어. 전부 죽이고 오느라."


그리고 날 가리킨다.


"저 놈이 버렸거든."


안 좋은데... 학선이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진다. 페레이라는 지금 포르투갈어로 말하고 있어서 우리 중에선 나만 알아듣는다.


"저 놈이 뭐라는 거냐?"


"1조가 전멸했대요."


에이바는 위를 올려다본다. <만트라>로 읽으면 지금 요새 주변에는 전부 우리 편. 이론대로라면 이 안의 이상한 구조를 깨고 이 병력 모두가 공격하면 페레이라는 도망쳐도 나머지는 전멸하겠지.


하지만 페레이라도 에이바도 긴장한 기색은커녕...


"에이바. 갖고 오면 돼."


"그래."


에이바가 신경을 집중하고, 미라가 눈을 찡그리며 말한다.


"지금 여기가 다른 위치에 연결되었어."


"연결이라고?"


"멀지 않아. 가까운데, 일시적이고. 어째서..."


가까운 곳에서 뭔가 퍼석 하고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 혼자 느낀 건 아니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이상한 위화감이 사라지고, 그 대신...


에이바가 자신의 손 위에 나타난 걸 보며 말한다.


"...방어가 있었어. 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아."


하라하라다. 효진이가 갖고 있던 그대로.


페레이라는 에이바를 보고 미소지은 다음 우릴 보고 싸늘하게 웃는다.


이거는...


이건 예상한 범위 안에 없군.


페레이라가 공격하려고 몸을 긴장하고, 에이바가 다급히 말한다.


"잠깐, 후안. 잠깐! 아직 아니야!"


"뭐? 어째서."


"이거... 도대체 누가."


에이바의 얼굴에 분명한 당혹이 떠올라있다. 하라하라가 불안하게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조금씩 부풀었다 원래대로 돌아갔다 한다. 에이바는 얼굴을 찡그린 채 하라하라를 붙들며 소리친다.


"이거! 이걸 바꾼 그 여자를 찾아 죽여야 해!"


페레이라가 오늘 처음으로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우리는...


학선이가 앞으로 튀어나가 몸을 날려 페레이라를 걷어차는 바람에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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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3부 3화 : 게임의 전략 23.01.08 104 4 10쪽
227 3부 2화 : 규칙 +1 23.01.07 114 4 12쪽
226 3부 1화 : 현재의 상황 23.01.06 98 4 10쪽
225 2부 마지막화 : 이어져 있는 +2 22.12.31 95 4 11쪽
224 2부 92화 : 준비와 정리 22.12.29 10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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