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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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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2.12 20:36
최근연재일 :
2021.04.09 17:56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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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5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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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502

작성
21.02.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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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017. 돌아가지 못할 추억

DUMMY

케이몬··· 케이몬··· 케이몬!


"케이몬!"

"네, 네?!"


케이몬은 움찔거리며 판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요즘 많이 힘들어?"

"네?"


난데없는 말에 케이몬은 눈을 깜빡이며 반문했다.

오르니오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심각하게 얘기했다.


"눈이 정말 피곤해 보인다. 케이몬."

"네? 조금 피곤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


케이몬은 엄지와 검지로 눈 사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런 사람이 식사를 하다 말고 졸아요?"

"네? 제가 그랬습니까?"


그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네. 저희가 몇 번을 깨웠는데요."


디케의 말에 멍하니 있던 케이몬은 멋쩍은 듯 목을 긁적였다.


'내가 정말 졸았나 보네.'


눈을 한번 감았다 뜬 게 전부인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저도 모르게 졸았나 보다.


케이몬은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마들렌을 입에 넣었다.

빵을 기계적으로 씹다가도 고개가 자꾸만 내려갔다.


"케이몬. 안 되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네?"


보다 못한 아르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아르콘이 자신을 일으키자 케이몬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 이러는···"

"그냥 기숙사에 가서 조금이라도 자던가, 아니면 벤치에 가서 주무십시오. 이러다가는 길을 걷다가도 쓰러지겠습니다."

"맞아요. 그냥 한숨 푹 자요."


다른 친구들이 아르콘의 말에 힘을 싣자 가뜩이나 허약한 상태의 케이몬은 반강제로 끌려가다시피 했다.



벤치에서 자기는 불편해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케이몬의 방을 들어가기는 아르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가······ 케이몬의 방입니까?"


아르콘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그리 많은 방을 봐 온 건 아니지만, 당장 자신의 방만해도 자신의 물건이 방 곳곳에서 보였다.

한 마디로 사람 냄새가 풍겼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는······.'


그러나 케이몬의 방은 기숙사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가구나 물품 외에는 기껏해야 옷이나 책 정도가 다였다.


"아르콘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보다 방이 정말 깨끗하네요."


차라리 어지럽혀져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인간미가 느껴졌을 것 같다···.

하지만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방은 먼지 한 톨 남아 있지 않았다.

케이몬에게 결벽증이라도 있었던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의자에 앉아서 쉬는 거로 되겠···"


침대에 바로 눕지 않고 의자에 앉은 케이몬이 걱정되어 그리 말했지만,

케이몬은 의자에서도 잘만 자고 있었다.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의자에 앉아서 자는 게 불편할 만도 한데,

케이몬의 얼굴에서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르콘은 괜히 이 상태의 케이몬을 건드리면 잠만 달아날 거라는 생각에 그냥 자게 내버려 뒀다.


"후···."


수업 시작 시각까지는 대략 20분 정도 남았다.

얼추 가야겠다 싶을 시간에 케이몬을 깨우기로 한 그는 남은 의자에 앉아 케이몬을 바라보았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르콘은 근심을 담아 낮게 중얼거렸다.

요즘 들어 부쩍 케이몬이 피폐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예전에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한창 욕을 먹고 셀레네를 극성으로 따라다닐 때도 이렇게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무엇이 도대체 그를 힘들게 하는지 의문일 따름이었다.


"그게··· 혹시 셀레네를 포기한 이유와도 관계있는 겁니까?"


나직한 목소리에 케이몬의 숨소리만 화답했다.


'지난번에 그랬지.'


며칠 전 밤.

아르콘은 한탄하는 케이몬을 위로하다가 문득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저는 올해 이후로 셀레네를 보지 못합니다.


'올해가 졸업이니까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지···.'


그런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르콘은 그의 말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느껴졌다.

마치 긴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처럼.

케이몬은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겼다.


'도무지 알 수 없군···. 좀처럼 힘들어도 얘기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아르콘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음?"


시간을 죽이고 있던 아르콘은 우연히 케이몬의 침대 밑으로 삐져나온 무언가를 보고 의아해했다.


'저건 뭐지?'


별생각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가간 그는 허리를 숙여 삐져나온 걸 잡아당겼다.


"이건···."


그가 발견한 것은 순백의 손수건이었는데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아르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묻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냥 얼마 묻지 않은 거라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처가 나서 지혈하느라 묻은 것일 수도 있고 하니까.


'그런데 이건··· 그 정도가 아닌데.'


손수건 사방에 튀고 중간에는 집중적으로 묻어 있는 피.

정말 지혈했던 거라면 이리 요란하게 피가 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르콘은 곰곰이 생각했다.

이런 핏자국이 만들어지고 케이몬이 피를 흘린 이유가 무엇일지.


'보기에는 기침하면 침이 이렇게 튈···'


그러고 보니 애초에 손수건을 사용할 용도는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손이나 눈물을 닦거나 기침할 때 침 튀는 걸 막는 용도로 쓰일까.


'그렇다면······.'


기침했는데 피까지 침처럼 튀어 나왔다?

적어도 건강한 사람 몸에서 일어날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잠들어 있는 케이몬의 몸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훑어봤다.

그리고 아르콘은 확신이 섰다.

이건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


동부 뮈스테리온 산맥 옆에 위치한 나라.

다이몬 신성국은 신을 성왕보다 더 최고로 섬기는 나라였다.


신의 조각상이 있는 아래, 한 노인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한참을 그 자세로 기도하고 있던 노인은 몸을 일으켰다.


"성하."


기도실을 나오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성기사가 따라붙었다.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찌 됐나."

"조사해 본 결과 근래에 가장 많이 사라진 능력자는 치료사가 맞았습니다."

"역시나······."


성왕은 실종자의 구체적인 숫자를 듣고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반쯤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정세가 심상치 않군. 벌써 백 명이 넘는 치료사가 실종됐다니···.'


백 명.

많다면 많고 어찌 보면 적다고도 할 수 있는 수였다.

하지만, 그게 능력자 중에서도 매우 적은 비율을 차지하는 치료사라면 말이 달라진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아냈나?"

"죄송합니다···. 당장은 특이 능력을 지닌 자의 소행이라는 것 정도밖에는···."


성기사는 면목 없다는 고개가 점점 내려갔다.


"자책할 필요 없네. 아무 흔적도 없이 납치한 자들이 단서를 남기면 그게 더 수상한 거지."


실종된 치료사들은 하나 같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그 때문에 조사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그런데··· 요즘 공화국 집정관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 인간말종이?"


성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화답했다.

그는 집정관이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집정관은 본래 신성국의 국민으로 불길한 능력을 가지고 악행을 일삼아 처형될 운명이었기에.

한때는 집정관의 목에 어마무시한 금액이 걸려 있던 적도 있었다.


"그때 녀석을 못 잡은 게 그토록 크게 돌아올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신성국의 죄인이 왕국을 뒤집고 공화국의 새 지도자가 될 줄을.


성기사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쩌면···"

"어쩌면 집정관의 소행일 지도 모른다 이거지?"


성왕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 마침 건강도 나빠졌다고 하니까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하지 않겠나."


타인의 생기를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흡수한 생기를 힘으로 치환할 수도, 혹은 몸을 재생시키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인간도 한 나라의 수장일세. 전처럼 무작정 죄인 취급을 한다면 역풍을 맞는다는 소리지."


집정관의 부하는 대부분이 중한 범죄를 저질러 도망 온 범죄자였다.

그리고 개중에는 집정관처럼 위험한 특수 능력을 가진 자들도 적지 않았고,

때문에 공화국을 함부로 적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일단··· 집정관을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고 조사하게나."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게 하고······. 7위계라는 그 아이 역시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겠지?"


성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높은 확률로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일의 범인이 죽어버린 탓에 건진 게 없다고 합니다."

"금제인가······."

"네. 범인을 묻는 순간 손쓸 틈도 없이 죽어버렸다고 합니다."

"녀석의 악랄한 수법은 어디 가지를 않는군."


성왕은 혀를 차며 신랄하게 말했다.


"흠······ 케루브. 아무래도 아나톨레 제국이 7위계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우리가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낫지 않아 보이나? 자네의 생각은 어때."

"저 역시 성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여태 7위계 치료사는 성국에서 밖에 나온 적이 없었는데,

대표적으로 그들을 성인(聖人)이라고 불렀다.

물론 케이몬으로 인해 그런 전적이 깨졌지만 말이다.

신성국에서는 치료 능력이란 곧 신이 내려주신 가장 고귀한 축복이다.

고로 신성국에서 7위계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쯧쯧. 아무리 공작의 아들이라 해도 7위계 치료사를 그렇게 무방비하게 두면 쓰나."


듣기로는 그런 일을 당할 뻔하고도 세메이온에서 재학 중이라고 하는데···.

성왕의 눈에는 제국의 대처가 너무 안일해 보였다.


"마침 그곳에 있는 이들에게 임무를 내리게나. 7위계를 데려오라고.“

”알겠습니다.“


꽃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아름다운 법이니까.


*


특별 활동이 있는 수요일.

이번 마수 토벌의 진행 장소는 제국의 영역 내에 있는 작은 섬이었다.


'위압감이 대단하네···.'


케이몬은 육중한 갑옷을 두른 채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무리를 보고 감탄사를 흘렸다.

그들은 황제의 명으로 마수 토벌 활동을 지키고 있는 도키메 기사단이었다.


콰앙-!


오르니오가 정면에서 상대하고 후방에서 디케가 날린 화염구로 마무리.

판은 연기를 피우는 마수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심장이에요."

"알았으!"


얼마 안 있어 판에게 마석을 건네받은 디케가 주머니를 열며 말했다.


"이걸로 다섯 개째네요."


그녀가 마석을 세는 한편, 케이몬은 오르니오의 상태를 확인했다.


"오르니오. 다친 곳은 없나요?"

"없다. 하지만··· 살짝 힘에 부치는군."

"그럼 쉬어야죠. 만약 실수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잠시 쉬어가기로 한 그들은 나란히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나저나 아까 그 기사님들 힘드시겠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웬일로 판이 맞는 말을 했다.


"그때와 같은 일이 일어나도 저분들 덕분에 걱정은 없다만··· 그래도 자꾸 의식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군."

"저도 그래요."


더구나 몇몇 기사는 기척을 숨기고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부담스러울 만도 했다.


"그러고 보니 오르니오는 케이몬을 지킨다면서 막상 하는 건 없네요?"

"어쩌겠나. 위험이 안 일어나는데."


오르니오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그건 그렇죠. 하긴··· 제아무리 간 큰 놈이 있다고 해도 어딜 세메이온에 들어오겠어요?"


디케의 말에 오르니오는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음? 무슨 소리야? 여태 세메이온도 뚫린 적 몇 번 있는데."

"네?"


처음 듣는 말에 디케가 반문했다.

판은 자기가 아버지에게 들은 거라며 이야기했다.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세메이온에 다닐 때 어려 모로 대단했다나 봐."


세 사람은 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번은 누가 자기 형을 암살하려고 암살자를 보낸 적도 있었고, 한번은 파혼한 전 약혼녀를 납치하려고 누가 몰래 잠입한 적도 있었고···"


이 외에도 타국에서 보낸 세작이 숨어든 것, 자국의 귀족이 원한 관계 때문에 학생을 암살하려던 것, 누가 마수를 세메이온에 푼 것··· 등등.


"무슨······."


세 사람은 화려한 전적에 말문이 턱 막혔다.

디케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알려지지 않을 수 있죠?"


그녀는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자신의 가문인 필리아의 삼대를 통틀어서 세메이온에 입학한 것은 그녀가 유일했으니까.


"은연중에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일걸? 다들 폐하의 눈치를 봐서 쉬쉬하니까 겉으로 떠돌지 않는 것뿐이지."


세메이온을 운영하는 황실에서는 이런 소문이 나돌아서 좋을 게 전혀 없었다.

그러니 이를 알고 있는 이들도 굳이 황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다들 쉬쉬하는 것이고.


"생각해 봐. 세메이온이 그런 굵직한 사건들이 터졌다는 게 알려지면 황실의 체면이 뭐고, 폐하의 체면은 뭐가 되겠어?"

"그것도 그런데···."

"그러니까 너희들도 이 얘기 함부로 하고 다니지 마. 케이몬이 습격당했던 것도 포함해서. 알려져서 하등 좋을 게 없으니까."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판은 그들을 보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말을 덧붙였다.


"뭐, 우리 때는 더이상 그런 일은 없겠지. 아무렴 그때는 시국이 복잡하기도 했으니까 말이야."

"그러면 정말 다행인데 말입니다···."


숨겨진 비화를 들은 탓인지 케이몬은 기분이 찝찝했다.

꼭 이런 일은 안 일어난다고 확신할 때 일어나는 법이니까.


"우리 이제 이런 칙칙한 얘기는 말고 내일이나 생각하자."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판단한 판은 화제를 돌렸다.


"내일이 일 년에 몇 없는 연회 날이잖아."


연회는 전교생이 모여 함께 즐기는 작은 축제나 다름없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케이몬은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개학한 것도 어제 같은데 벌써 연회라고 하니 말이다.


"내일은 드디어 내 운명의 짝을 만나는 건가···."

"으웩. 판 그건 또 무슨 이상한 소리예요?"


판이 감상에 젖은 말을 내뱉자 디케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질색했다.


"그야 당연히 연회는 자신의 동반자를 구하라고 열리는 거 아니겠어?"

"친목이 주목적이죠. 무슨 그런 뜻이 다 있어요?"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


오르니오가 작은 목소리로 판을 옹호하자 디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세상에. 오르니오도 그런 데에 관심 있었어요?"

"무슨 뜻이지?"

"아니, 무슨 목석처럼 사랑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어요."

"···어차피 언젠가는 결혼을 해야 하는데 기왕이면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

"와··· 의외네요. 정말."


디케의 말에 오르니오는 헛기침했다.

그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판은 내일을 생각하며 싱글벙글 웃다가 문득 말이 없는 케이몬에게 질문했다.


"케이몬은? 케이몬 정도면 연회에서 뻑갈 여자들이 수두룩··· 읍!"

"왜 오늘은 조용하나 했네요. 진짜!"


디케는 이놈의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는 입을 급히 막았다.

하지만 이미 질문의 대략적인 뜻이 케이몬에게 전달된 후였다.


디케는 케이몬이 아직도 셀레네를 잊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치코치도 없는 판이 그런 케이몬을 건드렸다.


'이걸 그냥 바늘로 꿰매? 없느니만 못한 것 같은데··· 앞으로 판이 살아가는 데에는 그게 더 도움이···.'


디케가 한창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케이몬은 담담하게 말했다.


"디케. 저는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케이몬. 판의 입은 그냥 꿰매는 게 본인의 장래를 위하는 것···"

"읍! 읍읍!!"


격렬하게 저항하는 판과 살벌한 기세로 그의 입을 막고 있는 디케를 보고 있노라면 케이몬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진짜 괜찮은데.'


판의 거침없는 말도 케이몬은 웃어넘길 수 있었다.

이제는 셀레네와 토요일마다 만나는 사이가 되었으니까.

전처럼 다른 여자를 사귀라는 말에서 발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보기는 좋네.'


가장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면 저 소리부터 생각날 것 같았다.

이런 모습도 시간이 지나면 돌아가지 못할 추억이 될 테니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원래 오늘 올릴 생각은 없었으나... 어쩌다 보니 글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래서 자유 연재니까 내일 올리기 보다는 보다 빠르게 올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올립니다.

오늘도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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