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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2.12 20:36
최근연재일 :
2021.04.09 17:56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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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6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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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502

작성
21.02.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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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010.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DUMMY

"뭐라!"


쾅-!


벽을 내리치자 병실 전체가 진동했다.


"쿨럭! 쿨럭!"

"집정관님···."


홧김에 능력을 쓴 탓일까.

집정관은 기침을 호소하며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야, 약. 빨리 내 약을, 쿨럭! 가져와!"

"알겠습니다."


즉각 반응한 미소스는 병실을 나가고 얼마 안 있어 한 소년을 데리고 들어왔다.

온몸이 밧줄로 포박된 모습이 꼭 요리하기 전 식재료 같았다.

집정관은 자신의 손 가까이 다가온 소년의 생명을 빨아들였고.


"으으으으······."


소년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썩은 고목처럼 말라비틀어졌다.


"후우······. 이제야 살겠구만."


한숨을 돌리는 집정관의 옆에서 미소스는 죽은 소년의 시체를 치워 버렸다.


"그래서··· 실패했다는 거지?"

"···면목 없습니다."


미소스는 고개를 푹 숙이며 사죄했다.

집정관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으면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 피가 날 정도였다.


"범인이 우리라는 건 걸리지 않았겠지?"

"그렇습니다. 금제를 걸어 놨기 때문에 붙잡혔다 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조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구만."


만약 누가 사주했는지를 들켰다면 몹시 곤란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소포스 황제가 학교 내외의 경계를 강화하는 바람에 같은 방법을 시도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아나톨레 제국의 황제 소포스는 케이몬이 납치될 뻔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전과 같은 방법은 더이상 시도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었다.


"······."


집정관은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이번 실패와 더불어 앞으로의 시도도 성공 가능성이 작다?

어차피 자신은 그 7위계 치료사를 데리고 오지 못하면 죽는다.

그러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녀석을 데려와야 한다.


'더이상은 일반적인 약으로도 버거운데···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치료사, 치료사···. 치료사?


"맞아··· 어쩌면."


왜 그동안 이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미소스. 앞으로 잡아 올 녀석으로는 치료 능력자를 염두에 둬라."

"네?"

"내가 해 봐야 할 게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사가 아주 많이 필요하지. 그러니··· 당분간은 7위계 녀석을 잡는 건 보류하고 치료사를 잡아들이는 데 전념해라."

"집정관님. 아무리 그래도 치료사는 몇 없거니와 만약 들키기라도 한다면···."


미소스는 그답지 않게 반대 의견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만큼 집정관의 명령은 자칫 한 번에 모든 걸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했다.


퍽- 쨍그랑-!


"네가··· 내 말을 무시해? 너도 내가 한물갔다고 생각하는 거지? 어?!"


미소스의 회색 머리가 붉게 물들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냥! 하라면 너는 그대로 따르면 되는 거야. 그게 그리 어려워? 아니잖아."

"······따르겠습니다."


어차피 자신은 집정관께 충성을 바치기로 맹세했으니.

불복은 있을 수 없었다.


*


선황의 초상화가 걸린 알현실.

길쭉한 탁상 위에서는 오랜만에 정기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도키메 기사단을 마수 토벌을 할 때마다 파견 보내려고 생각 중이라네.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폐하···. 아무리 그래도 도키메 기사단을 보내심은 너무 과한 처사 같습니다."

"경들의 생각도 그러한가?"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지만, 그것은 무언의 동의와도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제는 시선을 돌려 자신이랑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인물에게 물었다.


"앙겔로스 공작. 경도?"

"···폐하. 저는 폐하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중년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를 가진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경의 아들이지 않은가. 이번 납치 사건의 피해자가."

"제 후계자는 데로스입니다. 폐하."


데로스는 앙겔로스 가의 차남이자 공작가의 정식 후계자였다.

원래는 형인 케이몬이 정식 후계자가 되는 게 맞지만, 데로스가 태어나자 아버지에 의해 계승 구도가 뒤집혀 버린 탓이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보통은 장남에게 문제가 없다면 후계를 물려주는 게 암묵적인 규칙.

다른 이들의 눈에는 앙겔로스 공작이 그 규칙을 깨면서까지 심하게 둘째 아들만 편애한다고 생각했다.


"케이몬은 경의 아들이 아닌가?"

"···공작가는 데로스만 무사하면 상관없습니다."

"흠··· 뭐. 하지만 경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 제국에는 필요한 존재라네."


황제의 말에 다른 귀족들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5위계, 6위계도 아닌 자그마치 7위계니까.


"몇 년 전에 서거한 성녀도 7위계였지. 아마 천 년쯤 지나야 다시 성녀 같은 존재가 다시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황제의 말에도 몇몇 귀족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을 대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7위계라 해 봐야 치료계통 아닌가? 그런데도 폐하는 어찌 그런 치료사를 지키자고 도키메 기사단을 파견하신다는 건지···.'


치료계를 원하는 곳이 많다고 해도 무예나 마법보다 능력을 높이 사지는 않았다.

막말로 치료 외에는 쓸데가 없으니까.

더구나 치료계도 손쓸 수 없는 병이 은근 많았다.


하지만. 이건 7위계 치료사의 힘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폐하. 저는 파견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플라스마 변경백!"

"호오? 경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보통 치료계는 못 치료하는 병이 치료할 수 있는 병보다 많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7위계는 다릅니다. 성녀님의 사례만 봐도 그렇지요."


죽기 직전의 사람을 살리고, 어떤 병이라 해도 고쳐낼 수 있었다는 신성국 다이몬의 성녀.


"저는 예전에 그 기적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어렸을 적. 절대 낫지 못할 불치병을 앓았었다.

그의 부모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어버릴까 봐 걱정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녀에게 치료를 부탁했다.


"원래는 안 될 일이었지만, 성녀님께서 저희 가문과 인연이 있으셨던 덕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허약하던 몸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건강을 찾았을 때.

그때의 놀람과 기쁨이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정도였다고?'

'플라스마 변경백은 결코 이런 일로 거짓말할 인물이 아닌데···.'

'정말인가 보구나. 허··· 그동안 한껏 과장된 것인 줄만 알았더니.'


7위계의 이적을 직접 보지 못했던 이들은 그제야 케이몬을 지킬 필요성을 깨달았다.


"나 대신 경이 다 해 줘서 더는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없겠어."

"과찬이십니다."

"그럼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


이번에도 무언의 긍정이었다.


"그래. 이 건은 이렇게 결정이 났고···. 이제 남은 건 혹시나 모를 위험 말인데."

"무슨 위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다들 의아한 기색으로 황제를 바라봤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여 교내나 마수 활동 외에 교내에서 습격을 당한다면 곤란하지 않겠나? 아무리 그래도 미래의 새싹들이 학습하는 곳에 칙칙하게 호위를 세울 수도 없고 말이야.“

‘또 시작하시는군.’

‘이번에는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저러시는지···.’


황제는 전부터 종종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말을 내뱉고는 했다.

그걸 자주 겪은 이들이 보기에 방금 황제가 한 말은 이어질 말의 서막처럼 느껴졌다.


신하들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 세메이온은 안전한 곳입니다. 만약 그곳이 위험하다면 다른 가문의 자제들도 위험할 것입니다."

"경. 내가 세메이온에 재학 중일 때만 해도 기상천외한 일이 많이 벌어졌네. 완전한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실제로 세메이온에 몇몇 굵직한 사건이 터진 적이 있기는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재 세메이온에서 가장 강한 학생이 누구지?"


그의 물음에 대답한 사람은 세메이온의 교장을 맡고 있는 엔트레포 남작이었다.


"스칸달론 백작의 영애와 플라스마 백작 영식입니다."

"스칸달론 백작과 플라스마 변경백. 두 경의 자식들을 케이몬에게 호위로 붙여도 되겠나? 아, 그렇다고 수업에도 지장이 가게 하라는 건 아니네. 남는 시간에 그러라는 뜻이지.“

‘역시······.’


학생에게 학생을 지키라니··· 애들 소꿉장난도 아니고···.

심지어 남는 시간에만 호위를 수행하란다.


‘전하가 요즘 많이 심심하신가 보군.’


그들은 황제가 말하는 호위의 의미가 무색하게만 느껴졌다.


"저는 괜찮습니다. 들어 보니 이미 마수 토벌도 같은 조라고 하니."


플라스마 변경백은 시원하게 허락했다.

남은 건 스칸달론 백작. 그는 셀레네의 아버지였다.


그는 아주 잠깐의 침묵 끝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폐하. 감히 불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딸에게 물어보고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그의 말에 한 귀족이 대꾸했다.


"허, 스칸달론 백작. 굳이 물어볼 건 또 뭐가 있소? 폐하의 명···"

"그만."


황제의 한 마디에 알현실 전체의 공기가 뒤바뀌었다.


나직하면서도 위압적인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경. 내가 평소에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한다고 해도 말이야. 껴도 될 자리와 안 될 자리는 구분해야지. 안 그런가 다들?"


황제의 눈동자가 자신을 스쳐 갈 때마다.

귀족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했다.


"자. 그래서 경은 자식에게 직접 묻고 결정하겠다?"

"그렇습니다. 폐하."

"이유를 물어도 될까?"

"······."


스칸달론 백작은 앙겔로스 공작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게··· 아무래도 앙겔로스 공작의 영식과 제 딸의 사이가 안 좋은듯하여서."

"아하··· 그런 이유에서였구먼."


황제도 그 두 어린 남녀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기에 단번에 이해했다.


"그런 거라면 보류할 만도 하지. 그러면 결정이 돼도 딱히 내게 알릴 필요는 없네. 만약 수락한다면 그대로 진행하고, 아니면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회의는 마무리됐다.


*


"케이몬. 그래서 앞으로는 너와 같이 다녀야 한다."

"그것참··· 골치 아픈 일이군요."


아침 식사 시간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히려 잘 된 겁니다. 케이몬. 지난번처럼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아르콘의 말에 케이몬은 그저 긍정할 수만은 없었다.


'크게 상관 없기는 한데···.'


어차피 오르니오와는 안 그래도 친해져서 자주 어울려 다닐 테고,

그러니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심리적 압박감이란 게 있었다.


'셀레네. 미안합니다. 내가 얼마나 셀레네에게 몹쓸 짓을 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상황이 되어 봐야 깨닫는다고.

케이몬은 셀레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황명이나 다름없으니까."


황명이라는 단어를 듣고 케이몬은 저항을 포기했다.


"그런데··· 혹시 주말에 나가는 것도 포함되는 겁니까?"

"···그렇지 않겠나?"


케이몬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던 오르니오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안색이 나빠졌다.


"아니군. 그냥 교내에서만 호위하라 했으니 아니겠지."


오르니오는 애써 부정하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식사를 먼저 끝내고 기다리고 있던 디케가 말했다.


"어차피 달라지는 것도 없지 않나요? 요즘도 우리끼리 자주 다녔는데."

"그, 아닙니다."


여기서 심리적 압박감 운운해 봐야 내 전적 때문에 이상하게 쳐다보겠지.


"어? 셀레네다."


판의 목소리가 잡념에 빠져 있던 케이몬을 깨웠다.


'셀레네?'


원래는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지난번에 그런 일이 있고도 무시하는 건 그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오늘도 아름답네···.'


옆에는 언제나처럼 아로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손은 괜찮은 것 같네.'


슬쩍 본 그녀의 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깔끔했다.


'다행이다.'


이제 확인할 건 다 했으니 오해를 사기 전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정말 아직도 좋아하나 보네?"

"정말이네요."

"흐흐··· 역시."


눈을 크게 뜨는 두 사람과 음흉한 미소를 흘리는 아르콘.


'왜 저러지?'

"제가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했나요?"

"아니. 지금 거울이 없다는 게 정말 아쉽네."

"거울?"


케이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판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너 지금 엄청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아까보다는 옅어졌지만."


그의 말에 케이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 사라졌다."


태연하게 말하는 판을 뒤로하고 케이몬은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았다.


'나도 모르게 그만···.'


습관처럼 셀레네를 보고 미소짓고 있었나 보다.


"케이몬은 소문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디케. 그게 무슨 말인가요?"

"풍문으로는 정말 파렴치한이나 다름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다르잖아요."


파렴치한이라니······.


틀린 말이 아니어서 반박할 여지도 없었다.


"케이몬은 왜 그렇게 셀레네를 좋아하는 거예요?"

"그건······."

"어? 뭐야? 셀레네가 이쪽으로 오는데?"

"네?"


판의 말에 케이몬은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볼 뻔했다.


다행히도 그 전에 멈췄지만.


고개를 살짝 틀고 곁눈질을 하니 정말 그의 말대로 셀레네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케이몬은 애써 침착을 가장했다.


"···별일 아닐 겁니다. 우리 주위에 자리가 많아서 그런 거겠죠."

"그렇다 하기에는 너무 직진으로 오는데?"

"······."


혹시 얼마 전에 상처를 멋대로 치료한 것 때문일까?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따지러 오는 거라면 이해가 됐다.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케이몬의 심장은 한층 더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그녀가 완전히 자신의 뒤에 섰을 땐.


세상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잠시 할 얘기가 있어요."


셀레네의 목소리만 귓가에 울려 퍼졌다.


*


식당을 나오면서 작은 소란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화제의 두 사람이, 그것도 단둘이서 식당을 나섰기 때문이다.


인적이 드문 곳.

본관 뒤편의 숲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잠시간 아무 말이 없었다.

서로의 시선도 마주치지 못했다.


"저를 부른 이유가 뭔가요?"


케이몬은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걸었다.


"······."


셀레네는 좀처럼 말하기 어려워하는 기색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혹시 그때 제가 상처를 치료했던 것 때문에 기분 나빴다면···"

"···그때는 고마웠어요."

"네?"


들을 거라 생각도 않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대답이 나오자 어안이 벙벙했다.


'고맙다고?'


불미스러운 일이 있고 난 이후. 처음 듣는 감사 인사였다.


이번에는 케이몬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셀레네가 한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당신을 따로 불러낸 이유는··· 아버지를 통해 전달받은 황명 때문이에요."

"황명이라니··· 무슨 황명을 말하는 겁니까?"

"당신을 학교 내부에서 호위하라는···."


아.


오르니오에게 들었던 것과 비슷한 얘기였다.


"잠시만. 셀레네가요?"


믿기지 않아 다시 물어보니.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알아요. 폐하께서도 학교 안에서 무슨 위험이 있다고 그런 황명을 내리신 건지···."


아까 오르니오에게 처음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그가 느꼈던 감상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셀레네가 저를 호위해야 한다 이 뜻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셀레네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그렇게 싫은 건가···.'


잠시 멍하니 땅바닥을 바라보던 케이몬은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뗐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네?"

"오르니오도 제게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그도 저를 지킨다고 옆에 있을 테니 굳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게 나도, 셀레네도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겠지.


케이몬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황명이라 해도. 어차피 수업은 거의 같은 걸 듣고, 그 때문에 대부분 같은 공간 안에는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호위를 하지 않아도 하는 것처럼 보이겠죠."


설령 호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어도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호위가 꼭 가까이서만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애초에 호위라는 것도 웃기지.'


내용부터 너무 말도 안 되는 황명이 아닌가.

케이몬은 그저 황제의 장난이라고 여겼다.

전부터 전혀 이해하지 못할 명령을 자주 농담이랍시고 내리고는 했으니.


'예전에는 자기 딸과 혼인하라는 농담도 하셨었지······.'


신하 된 입장에서는 전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게 문제였다.


"그러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케이몬은 그녀에게서 뒤돌아섰다.

용건이 끝난 이상. 이 자리에 오래 있으면 마음만 흔들릴 뿐이었다.


"잠시만요."

"네?"


셀레네가 그의 로브 자락을 잡고 멈춰 세웠다.

케이몬이 의아한 얼굴로 다시 돌아서자,

셀레네는 그의 눈을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저는·········."


작가의말

매번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황제는 장난기가 많은 편입니다. 

예전에는 케이몬에게 자신의 딸과 혼인을 하라 했을 정도니까요. 

딸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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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1. 이제는 모두 끝이구나 +11 21.02.22 1,130 5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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