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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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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2.12 20:36
최근연재일 :
2021.04.09 17:56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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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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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502

작성
21.02.1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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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001. 나의 사랑하는 셀레네

DUMMY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하얘서, 천사처럼 느껴지는 그녀는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에게는 예외였다.


"셀레네. 저의 구애를 받아 주시겠습니까?"

'이번에는 구애라니···.'


정말 기가 찬다.


셀레네는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 입술을 뗐다.


"케이몬 공자. 하다 하다 이제는 구애인가요? 정말 파렴치한 인간이었군요?"


냉소 어린 비아냥에도 케이몬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저 계속 그 짜증을 유발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웃기세요? 네? 지금, 웃음이 나오세요···?"


셀레네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언제나 자신의 뒤를 쫄쫄 쫓아다니며 스토커 짓을 하고.

미소를 지으며 자기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듯이 웃는 그가.

자신의 친구를 단지, 같이 다닌다는 이유로 죽인 그가!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케이몬 공자."


하지만 화를 내는 건 오히려 지는 느낌이 들어 꾹꾹 눌러 담았다.

저자는 자신의 화를 내는 모습조차 웃으며 좋아할 인간이니까.

대신,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말했다.


"저 셀레네 스칸달론은 여기서 확실히 말합니다. 저는 앙겔로스 공작가의 케이몬과 약혼할 마음이 전혀 없음을."


차가운 분노 끝에 시원함이 찾아 왔다.

자, 그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래도 과연 웃을 수 있을까?


셀레네도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실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대됐다.

그가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 줄지.

과연 저 잘난 미소가 드디어 깨질지.


"···잘 알겠습니다."

"네?"


그가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서든 매달릴 줄 알았던 셀레네는 그가 수긍하자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뒤늦게 자신이 낸 소리를 깨닫고 입을 틀어막았지만.


"셀레네. 그동안 귀찮게 해서 죄송했습니다. 그럼 안녕히."


케이몬은 미련 없는 발걸음으로 떠났다.


"뭐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언행이었다.

끈질기게 매달리지도, 자신에게 환심을 사려 노력하지도 않는 것은.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케이몬의 모습을 그녀가 복잡한 눈으로 응시했다.


*


케이몬은 그토록 바라 마지않았던 셀레네에게 단호하게 차이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본래 그가 다니는 '세메이온 이능학교'의 기숙사는 2인 1실이 기본이지만.

전에 같은 방을 배정받았던 룸메이트가 케이몬에게 모종의 사건이 터진 후, 관리인에게 방을 바꿔달라 간청하여 지금은 그 혼자 사용했다.


"하아···."


케이몬은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책상 앞에 앉았다.

창문 너머를 보니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이었다.


책상 서랍을 열어 공책과 만년필을 꺼냈다.

팬촉을 잉크에 적신 뒤, 케이몬은 공책 첫 장에 글을 써나갔다.


「에포케력 1740년 2월 28일


나의 사랑하는 셀레네에게 구애를 청했다.

하지만 역시 예상한 대로, 셀레네는 나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일인데··· 왜 이렇게 아플까.

하지만 차라리 잘 됐다고도 생각한다.

결국, 내 집착에서 그녀를 놓아줄 수 있었으니까.

···」


일기를 쓰던 케이몬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욱신거림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에도 펜대는 멈추지 않았다.


「···

가슴이 아프다. 심장이 아프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아직도 고통이 생생하다.

정말··· '앙겔로스의 저주'가 맞는 걸까?」


케이몬은 펜대를 내려놨다.

숨을 내쉴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은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에, 언제까지고 통증에 허덕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걸로 됐어.'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했기에, 지금이라도 놓아줄 수 있었다.

이제 셀레네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성과 반대로였다.


툭- 툭···.


일기장 위로 굵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케이몬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괴로운 듯 오만상을 찡그렸다.


'가슴이 너무 아파···.'


온 몸을 전율케 하는 가슴에서 우러나온 이 고통은.


불치병으로 인해 아픈 것이 아니고···.


곧 닥칠 죽음을 두려워해서도 아닌······.


자신의 전부를 끊어내서 생긴 상실감.


이제는 채워질 일 없는 공허함에서 기인한 것이다.


"흐윽, 하으으··· 흐윽···."


케이몬은 오늘 쓴 일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흔적을 일기장에 새기듯··· 더 오래도록 흐느껴 울었다.


*


아직 해가 어스름한 새벽.

케이몬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아··· 크흠. 어제 너무 울었나 보네."


몸에서 물을 너무 많이 배출했는지 일어나자마자 물을 찾게 됐다.

주전자에 있던 물을 컵에 따라 마시고 나서야 좀 살 것 같았다.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세면을 마치고 나온 케이몬은 물이 묻을까 봐 빼놨던 반지 두 개를 다시 꼈다.


오늘은 개학날이라 한동안 입지 않았던 교복까지 꺼내 입었다.

하얀 셔츠와 검은 바지, 검은 로브가 기본 구성이었다.

로브 말고도 재킷, 케이프도 있으나 케이몬은 로브가 편해서 즐겨 입었다.


케이몬은 복장을 점검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검은 머리와 검푸른 눈의 미남자.

턱은 갸름했고 이목구비는 뚜렷했으며 피부는 눈처럼 새하얗다.

붉은빛을 띠는 입술은 훔치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고 훤칠한 키가 교복을 아름답게 소화해냈다.


'이상 없고. 이제 뭐 하지?'


막상 등교 준비는 다 마쳤지만, 아직도 시간이 한참 남아 한가로웠다.


'일단 좀 앉아서 생각하자.'


의자를 당겨 앉은 케이몬은 숨을 규칙적으로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단지, 이런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심장이 아픈데.

준비한답시고 바삐 움직였으니, 중간중간 통증 때문에 느꼈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래서는 앞으로 가볍게 뛰는 것조차도 벅차겠는데?"


어차피 육체 계열의 능력이 아니라서 크게 몸 쓸 일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어제 쓴 일기나 다시 볼까?'


케이몬은 어제 썼던 일기를 다시 꺼내 보고 피식 웃었다.


'너무 감성적으로 썼네.'


누가 본다면 오글거린다고 할지도 모를 만큼.

어제는 슬픈 분위기에 편승에 이런 글을 끄적이고 말았다.


'어차피 다른 사람은 볼 일도 없는데 상관없지.'


이 일기의 마지막 소유자는 자신이 될 테니까.

케이몬은 다시 서랍 깊이 일기를 밀어 넣고 기지개를 켰다.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까?'


아니면 이른 아침부터 개방되는 도서관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기숙사를 벗어나기로 한 케이몬은 방을 나섰다.


*


이제 막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오는 시기라 아침 공기는 아직도 쌀쌀했다.

조금 걷다 보니 식당 건물이 보였지만,

아직 식사 준비가 덜 됐을 시간이었다.


'도서관에나 가 볼까.'


식당을 지나쳐 더 걸으니 보이는 본관 건물.

본관 건물로 가는 길 중간에 양옆으로 길 두 개가 늘어나는데, 각각 무학관과 마법학관으로 가는 갈림길이었다.

도서관은 직진해서 나오는 본관에 있었다.


'오늘도 부지런히 나오셨네.'


언제나 일찍 문을 열고 사서석에 앉아 있는 중년의 여성.

그녀의 전체적인 인상은 엄격해 보여서, 덕분에 도서관에서 함부로 떠드는 학생은 없었다.


'전에 화내실 때 되게 무서우시던데.‘


케이몬은 그녀 쪽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지나갔다.

사서는 안경을 고쳐 쓰며 한 번 눈길을 주고는 다시 읽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원래 이 시간에는 도서관에 들르는 사람이 적어 한산했다.

케이몬은 예전에 읽던 책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집중이 풀린 상태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고개를 돌릴 때였다.


“어?”

"어?"

'저 사람은···.'


네가 여기 왜 있냐는 물음이 담긴 눈으로 쳐다보는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금발에 녹안을 가진 미녀였다.

하지만, 머리나 눈 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귀였다.

보통의 인간보다 귀가 뾰족했다.


'아로마 프시에.'


깊은 숲속에서 산다는 소수 부족 엘프.

그녀는 엘프족 출신으로 이곳, 세메이온까지 온 이능력자다.

그리고.


"좋은 아침입니다."

"뭐?!"


그저 인사일 뿐인데도 화들짝 놀라는 아로마.

그런 그녀는 셀레네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조용히 하세요."

"아, 넵···."


사서석에서 낮지만, 고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로마는 작게 대답했다.

아로마는 한동안 불신의 눈으로 서서 케이몬을 바라봤지만.

케이몬은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장을 넘겼다.


"야."

"왜 그러시는지?"


케이몬이 책을 다 읽고 도서관을 나오자 아로마도 덩달아 따라 나와서 말을 걸었다.


"너 이번에는 무슨 속셈이야?"

"속셈이라니요?"

"너 원래 나한테는 인사는커녕, 성가시다는 듯이 무시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인사를 하는 거냐고."


그녀의 의심은 타당했다.

자신은 그녀를 보면 인사보다는 무시하기 일쑤였으니까.


전에는 셀레네의 옆에 언제나 붙어 있는 게 질투가 나서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어제부로 셀레네를 포기하기로 한 이상, 그녀를 미워할 이유가 없어졌으니까.


"단순한 변덕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럼 이만."


그 이상으로 할 말이 없던 케이몬은 발끝을 돌렸다.


"······뭔데."


아로마는 케이몬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찝찝함을 지우지 못했다.


*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식당은 북적거렸다.


"여기야! 여기!"

"이제 일어났어?"


1, 2, 3학년이 모두 사용하는 탓에 식당 안은 어쩔 수 없이 소란스러웠다.


학생들은 친한 무리끼리 자리에 앉아 식사하느라 주변에는 다들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예외도 있었다.


"야, 저기 봐."

"응? 아······."


윤기 나는 흑발에 새하얀 피부를 지닌 데다가 키까지 큰 남학생.

식당에 있던 학생들은 안 그러는 척하면서도 그를 보며 쑥덕거렸다.


"오늘도 그러겠지?"

"그럼. 그 집착이 어디 가나?"

"으··· 아무리 배경이 좋고 얼굴이 잘생기면 뭐해."


스토커인데.


케이몬은 주변의 관심에도 태연했다.


'귀가 많이 간지럽네.'


식당 안의 대부분이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스토커라···.'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셀레네의 뒤를 쫓아다녔으니까.

설령 본인은 싫어한다고 해도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정말 싫었겠지···.'


케이몬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간단하게 크루아상 두 개만 접시에 담아 왔다.

그가 앉은 자리 주변에는 먼저 온 몇몇 학생들이 식사하고 있었는데, 다들 그를 꺼리는 눈치였다.


그러나 남이 어떻게 보든 케이몬은 크루아상을 찢어 입에 넣었다.


'셀레네는 아직 안 왔나 보네.'


식사할 때조차 따라붙어서인지 셀레네는 아침 식사만큼은 주말 외출 때 미리 사둔 과일이나 빵으로 해결했다.


'그러면 건강 해칠 텐데···. 무엇보다 이제는 와도 괜찮을 테니까.'


셀레네의 건강이 염려스러웠지만 모두 자신의 탓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스토커처럼 따라다니지 않을 거니까.

이제는 그녀도 아침 식사를 식당에 나와서 하지 않을까? 작게 기대를 건다.


"야, 야. 저기 봐."

"와······."


케이몬의 등장으로 잠시 소란이 멎은듯했으나.

이어 등장한 존재로 식당은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셀레네?'


파문을 일게 한 존재는 셀레네였다.

옆에는 아까 만났던 아로마도 같이 있어서 파장이 더 컸다.

외모에 더해, 자신과 달리 성격까지 좋다고 소문난 두 사람이다.

그런 이들이 본래 나오지 않던 아침 식사 자리에 모습을 보였으니.


학생들은 그녀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불안한 낯빛을 띠는 이들도 생겨났다.


"야, 셀레네 선배가 왔다면···."

"케이몬 선배가 달라붙겠지."

"으··· 셀레네 선배 불쌍해서 어떡해?"


그런 비슷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셀레네도 그걸 들었는지, 몇몇 학생들의 시선이 향하는 쪽을 바라봤다.


'케이몬.'


셀레네는 그냥 그의 존재가 짜증 나기만 했던 전과는 달리.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로 그를 보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그리고 그건 그녀가 자리에 앉고 식사를 시작하면서 더 심해졌다.


"셀레네, 케이몬 녀석이 어쩐 일로 너한테 안 붙고 그냥 나갔대?


급기야 자기 접시를 비운 케이몬은 그대로 식당을 나갔다.

이건 이거대로 파문이 일었다.


"야, 이게 무슨 일이냐?"

"허, 저 스토커가 갑자기 무슨 바람으로 저러는 거지?"


언제나 껌딱지처럼 따라붙던 케이몬이 오늘 보인 행동은 그간의 것과 비교하면 기행이라 생각될 만큼 놀라웠다.

셀레네는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보지."

"그치? 하긴··· 그 녀석이 너한테 안 달라붙을 리가 없지. 아, 그러고 보니 째 아까 나한테는 인사까지 하더라? 나 순간 놀라서 도서관인데도 어? 소리까지 냈잖아. 그거 때문에 사서 선생님께 괜히 혼나기만 하고···."

'케이몬이 아로마한테 인사를 했다고?'


셀레네도 그가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아로마를 질투해서 공기 취급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사를 하다니···.


'정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셀레네는 머릿속에서 그의 뒷모습이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


'나도 모르게 평소처럼 다가갈 뻔했어···.'


"후···."


케이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습관이란 게 정말 위험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언제나 해 왔던 행동에 몸이 먼저 반응해서 셀레네의 곁으로 갈 뻔했다.


'중간에 멈춰서 다행이지.'


앞으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잘못하면 셀레네의 곁으로 가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


개학식은 짧게 끝났다.

식을 하는 동안 한 일이라고는 짧은 연설을 듣고, 아나톨레 제국의 국가를 부르는 게 전부였다.


'바로 수업 가야겠네.'


그리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가면 딱 맞을 시간이다.


'오늘 첫 교시가 치료학이니까··· 본관 가서 강의실이 어딘지 봐야 하겠다.'


아마 개학 첫날이니 수업은 하지 않고, 전달 사항만 전하고 마칠 것이다.


'나머지 세 수업도 별로 다를 건 없겠지.'


각자 수업으로 대거 이동하는 학생들 사이에 섞여 케이몬은 본관으로 이동했다.

입구에 적혀진 치료학 강의실을 찾아가니 이미 적잖은 학생들이 도착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케이몬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그에게 같이 앉을 친구는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혼자였다.

시간이 되자 교수님이 들어오고 강의실은 고요를 찾아갔다.

그녀는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네요. 다들 즐거운 겨울 방학이 됐나요?"

"아니요-!"

"아직 아쉽습니다!"

"호호, 그래도 여름 방학이 또 있으니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세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간단히 공지만 하고 마칠 겁니다."


그 말에 다시 소란스러워졌지만, 교수님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잡음이 하나둘, 사라지고.

분위기가 조성되자 교수님은 미소지으며 공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 내일이 다들 무슨 날인인지는 아실 거라 믿습니다. 무슨 날일까요?"

"능력을 검사하는 날입니다."


한 여학생이 그렇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내일은 매년 있는 능력을 검사하는 날이죠. 현재 이 강의를 듣는 학생 중에 치료에 관련된 이능력을 가진 학생이 대부분일 겁니다. 다들 치료의 이능력이 희귀하다는 건 잘 알고 있죠?"

"네."

"그러니 모두 자부심을 품고 검사에 임하세요. 다른 이들보다 우리가 우월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검사에서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는 말라는 소리입니다."


케이몬은 교수님이 저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치료 계통은 성장이 적어서 처음과 나중 검사한 결과가 별로 다르지 않으니까.'


마법이나 무학, 또는 치료를 제외한 이능력은 더 발전할 여지가 많지만,

치료의 이능력만은 다르다.

능력자의 대부분이 초기 능력치를 큰 변동 없이 평생 가져갔다.


'그래도 수요가 많아서 상관은 없지.'


능력의 수준이 어떻든, 치료에 관해서라면 어디서든 필요로 한다.

생명체란 기본적으로 다치면 치료를 해야 나으니까.

그래서 발전의 여지가 적더라도 쓸모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두 번째는 내일은 능력 검사라 넘어가지만 앞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특별 활동이 있다는 사실 잘 알죠? 만약 지금 와서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담당 교수님에게 찾아가 보세요. 만약 자리가 남는다면 바꿔주실 겁니다."


대다수 학생은 바꿀 마음이 없어 보였다.

특별 수업의 신청은 작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에 했는데.

만약 바꾸게 된다면 절차적으로 복잡하고, 또 원하는 곳에는 못 들어갈 수도 있어서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케이몬은 당시에 셀레네와 같은 '빈민 구제' 활동을 신청했었다.


'될 수 있으면 안 만나는 게 좋겠지···.'


힘들게 정리한 마음을 들쑤시고 싶지 않았다.


'바꾸자.'


마침 하고 싶은 활동도 생각났겠다, 케이몬은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작가의말

2021/ 02/ 27 수정 ) 반지 두께 -> 반지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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