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2.12 20:36
최근연재일 :
2021.04.09 17:5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39,053
추천수 :
1,702
글자수 :
268,502

작성
21.02.18 08:00
조회
1,157
추천
50
글자
16쪽

007. 뿌린 대로 거둔 것뿐입니다

DUMMY

"너 이제는 셀레네 안 쫓아다니기로 한 거야?"

"······."


아로마를 따라 잠시 도서관 밖으로 나온 케이몬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지만.

곧 담담한 표정으로 긍정했다.


"네. 이제는 귀찮게 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


그를 유심히 보던 아로마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그럼 이제 가 봐도 돼. 이거 물으려고 잠깐 보자고 한 거야."

"그렇습니까?"


케이몬은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럼 저는 이만···."

"잠시만."


등 돌린 그를 아로마가 붙잡았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포기한 거야?"

"······제가 뿌린 대로 거둔 것뿐입니다."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케이몬은 다시 도서관에 들어갔다.


*


막상 자리로 돌아와 다시 책을 펼치니 집중이 계속 흐트러지는 기분이었다.

방금 나눴던 대화 때문일까.


'이제는 완전히 남으로 대하겠지.'


셀레네 쪽에서도 내 행동에 의문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나도 셀레네를 줄곧 피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갈 테고···.'


어느새 내 존재는 그녀의 기억 속에서 잊힐 것이다.

이러면 된 거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말 아닌가?


"······."


책장이 더는 넘어가지 않았다.

넘기고 싶지 않았다.


케이몬은 도저히 책을 읽을 기분이 아니라서 책을 덮고 일찌감치 도서관을 나왔다.


복도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앙상한 나무가 마치 그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


대륙 서부에 위치한 오클레스 공화국.

공화국 내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집정관이 누워 있는 곳은 병실이었다.


"쿨럭! 쿨럭! 쿨럭!!"


한 번 터지기 시작한 기침에 어쩔 줄 모르고 몸이 활처럼 휘었다.


"쿨럭, 후우···."


간신히 기침이 멎자 안도와 자괴감이 뒤섞인 낯빛을 띠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뛰어난 능력자였다.

한때는 가진 능력으로 무법천지였던 파륄리오 왕국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그 자리에 지금의 공화국을 세우는 데 크게 일조했을 정도였다.


"쿨럭! 쿨럭! 또 시작··· 쿨럭! 진짜 지랄 맞게."


자조 섞인 말을 내뱉으며 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방금 입을 막았던 손을 보니 거무죽죽한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나도 다 됐어···.'


자연스럽게 걸린 병은 아니었다.

그를 시기하던 누군가가 그의 술잔에 맹독을 탄 결과였다.

당연히 범인은 어떻게든 찾아 처형했지만··· 그는 이미 맹독에 깊이 중독된 후였다.


'사박다니의 맹독···.'


옛날 대륙에서 가장 큰 뒤세 산맥의 왕으로 군림했던 뱀의 독이었다.

한 번 중독되면 고열과 두통, 무기력증을 호소하며 점점 장기가 죽어가는.


'그렇게 나도 죽고 마는 거겠지.'


지금까지는 다른 녀석들의 생명을 착취해서 목숨을 연명했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였다.


'죽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군.'


허망함만 느끼던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


"쿨럭, 미소스?"

"집정관님."


회색 머리에 구릿빛 피부.

2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구의 남자.

그는 집정관의 충실한 오른팔이었다.


"찾았습니다."

"무엇을 말하는 게냐······."


가뭄이 온 듯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힘없이 되물었다.

하지만 이어진 부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7위계의 치료 능력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7위계···? 어디냐, 그 능력자는 어디 있지?!"


흥분에 몸을 급히 일으키려던 집정관은 고통을 호소하며 다시 누울 뻔했지만.


턱.


"집정관님. 진정을···"

"이거 놔라."


옆의 서랍장을 붙잡고 억지로라도 버텼다.

집정관은 걱정스레 부축하려는 부하의 손을 차갑게 쳐냈다.

그 모습에서 삶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그가 독을 치료하지 못했던 이유.

현존하는 치료사의 한계였던 5위계로도 치료가 불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죽기 직전의 사람도 살린다는 7위계라면?

사박다니의 독도 치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디 있지? 그 능력자는."

"···아나톨레 제국의 세메이온 이능 학교에 있다고 합니다."

"새롭게 발견한 능력자인가?"

"알아본 바로는 작년까지 3위계였던 학생이 이번 측정 때 재생, 정화 모두 7위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만···."


예상치 못한 정체에 집정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동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 녀석을 데리고 올 수 있을까? 아니, 무조건 데리고 와야 한다."

"···알겠습니다."


미소스는 과연 그게 쉬운 일일지 의문이었지만.

자신이 모시는 이를 위한 일이라면 불가능하더라도 해내야 한다.


*


특별 활동 날 당일.


'이게 게이트···.'


게이트를 처음 접하는 케이몬은 넋을 놓고 바라봤다.

티끌만큼의 빛도 보이지 않는 어둠.

저곳을 통과하면 다른 게이트와 이어진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고 들었다.


"신기한가 보구먼."

"네···. 마법으로 만든 것들은 언제나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게이트는 마법의 산물이었다.

룬 문자라는, 저들밖에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마법사는 마도구를 만들었다.

게이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아서 제국 내에도 몇 없는 마도구였다.


'세메이온이라 가능한 건가.'


만약 다른 학교였다면 모르겠지만, 세메이온은 황제가 지었기 때문에 각종 특혜를 누렸다.

게이트도 그런 특혜 중 하나일 것이다.


마수학 교수 모르페는 모일 학생이 모두 모이자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당부했다.


"이미 오래 이 활동을 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오늘 처음인 학생도 있을 테지만. 저는 늘 한 가지를 강조합니다. 방심은 금물이다."


그가 마수 토벌의 담당 교수가 된 지도 벌써 8년이 흘러간다.

그동안 많은 담당 학생들의 죽음을 겪었지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한 번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한 학생들이었다.


"방심하지 마십시오. 능력이 안 돼서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겨우 한 번의 실수로 죽는다면 허무하지 않습니까."


학생들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

저런 말이 지겨울 수도 있지만, 그만큼 실수로 인한 사고가 매년 많이도 일어났다.


모르페 교수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그의 인도 아래, 학생들은 차례차례 게이트로 들어갔다.


'여기에 들어가면 정말 다른 곳에서 눈을 뜰까.'


묘한 두려움을 느끼며 케이몬은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


눈을 한번 깜빡이자 아까와는 전혀 다른 장소가 케이몬을 반겨줬다.


'와···.'


코앞에 펼쳐진 초록빛 산의 전경에 케이몬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자네. 멀미는 괜찮았나?"

"아, 교수님. 네. 아까 주신 약 덕분인지 아무렇지 않네요."

"그거 다행이구먼. 게이트를 처음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멀미를 하는 사람이 꽤 있으니 말이네."

"네···. 그런데 혹시 여기는 어딘지 여쭤봐도 될까요?"


케이몬은 난생처음 와 보는 이곳의 이름을 알고 싶었다.


"아타톨레 제국의 동부 끄트머리쯤이라네. 언젠가는 플라네터스 영지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지."

"그렇다면···."

"맞네. 이제는 마수가 출현하는 바람에 여기 살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야 했지. 그래서 버려진 땅이라 부르기도 한다네."

"그렇군요···."


갑자기 마수가 어느 지역에 출몰하게 된다면,

그곳은 이제 버려질 운명밖에 남지 않는다.

언제고 죽을 위험이 있는 땅에 누가 살고 싶을까.


'그래도 갈 곳이 없어서 남은 사람들은 아마···.'


기적적으로 아직까지 살아 있거나, 아니면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모두 모이게! 조원을 불러 줄 테니."


모르페 교수의 지휘 아래, 조원이 정해졌다.

다들 자신의 조원과 안면이 있는지 서로 친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누구랑 조원이 될까?'


어떤 조는 6명인 조도 있고, 또 어떤 조는 8명인 조도 있었다.


"케이몬 앙겔로스, 판 아그로스. 디케 필리아, 오르니오 플라스마. 이렇게 네 명이 조라네. 조장은··· 오르니오 플라스마 학생이 맡는 걸로 하고."


그러나 케이몬이 속한 조는 네 명이 전부였다.


"네 명인 조는 각자의 실력을 고려해서 구성하느라, 인원이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었네. 대신, 다들 실력이 출중한 조원으로 선별했으니 큰 무리는 없을 거네."


케이몬은 주위를 둘러봤다.

크게 불만은 없는지, 아니면 불만이 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는 건지.

반발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 다들 자기 조원을 찾아서 기본 물품이 든 가방을 받은 뒤에 출발할 거네. 얼른 자신의 조원을 찾게나."


자신의 조원을 부르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겹쳐 들렸다.

그리고 그중에는 케이몬을 부르는 목소리도 있었다.


"케이몬 앙겔로스! 어디 있나! 케이,"

"저 여기 왔습니다."

"···너인가?"


옅은 푸른색의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의 남자.

그는 케이몬과 같은 조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리는 등,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저도 왔어요."

"네 명인 조 여기 맞지?"


나머지 두 사람은 케이몬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찾아온듯했다.


"각자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디케 필리아라고 해요. 3위계 마법사로 불 마법을 잘 다뤄요."

"나는 판 아그로스. 나는 3위계 기사야."

"···오르니오 플라스마라고 한다. 4위계 기사지."


마지막 케이몬 차례가 되자 시선이 그를 향해 모였다.


'다들 탐탁치 않은 모양이네.'

"케이몬 앙겔로스라고 합니다. 7위계 치료사입니다."


케이몬은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인사했다.

7위계라는 말에 다들 알고는 있었지만 믿기지 않는 눈빛이었다.


"오, 네가 걔야? 스토커."


케이몬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없어 보이는 건 판 아그로스가 유일했다.

그의 질문은 다소 직설적이었지만, 악감정보다는 호기심이 돋보였다.


"네. 맞습니다. 이제는 아니지만요."

"그거 정말이었어? 요즘 들어 셀레네 양에게 안 따라붙길래 그런 소문이 돌긴 하던데. 대부분은 헛소문인 줄 알았거든."

"이제는 더이상 스토커 짓은 안 합니다."

"무슨 일이래? 좋아하는 여자가 바뀌기라도 한 거야?"


케이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럴 리가요. 말조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우야··· 눈 너무 무섭게 뜬다. 알았어. 내가 이상한 질문을 했네. 미안해.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판은 사과가 빨라서 좋았다.


물품을 받고 중간 지점까지는 교수님, 그리고 다른 조와 함께 이동했다.


"여기서 다시 만나기로 정하지. 각자 조가 챙긴 가방 안에는 신호탄도 있으니, 위급 상황에 터뜨리게. 그러면 나와 여기 이분들이 자네들을 구하러 갈 테니까."


모르페 교수는 두 명의 남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듣기로는 혹시라도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경우, 구조하기 위한 안전 요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학생 여러분도 상대하기 가능한 마수가 나오지만, 가끔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마수도 있네. 그런 경우는 주저 말고 바로 신호탄을 터뜨리거나 도망쳐서 내게 알려야 하네."


지금부터 할 일이 위험하다 보니 모르페 교수의 말이 길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뭘 하지 말라고 했지?"

"방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정답이네. 그럼 다들 잘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슬슬 시작하지."


*


"그래서 내가 그때 어떻게 했냐면···"

"와, 그거 대단하군요."


케이몬은 판이 이렇게 수다스러운 줄은 몰랐다.


'어떻게 가는 내내 입을 한 번도 안 쉬고 놀리지?'


목도 안 마른 지 물통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나마 반응해 주는 게 케이몬 밖에 없어서 그런지 오직 그에게만 계속 말을 걸었다.


케이몬은 적당히 맞장구만 쳐 주기를 반복했다.


결국, 옆에서 듣기만 하던 디케의 인내심이 먼저 바닥나 버렸다.


"판 아그로스. 너무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응? 내가 뭘···"

"지금까지 여기까지 오면서 왜 한 번도 마수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거야···"

"당신, 당신이 너무 시끄럽게 하니까 마수도 질려서 안 나온 것 같은데요? 저는."

"너무해······."


그녀의 꾸지람에 판은 시무룩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마수라면 오히려 판의 소리를 듣고 찾아올 것 같지만···.'


그러나 케이몬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내심 판의 입은 언제 멈출까 싶던 참이었다.


'미안합니다. 판.'


웬만하면 들어 주려 해도 당신은 너무 말이 많네요.


"정지."


오르니오의 말에 뒤따라 걷던 세 사람이 멈췄다.


바위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한 그림자.

칠흑같이 검은 털을 가진 늑대였다.


"흑랑···."


원래 이 숲에서 자주 출몰한다는 흑랑이 서늘한 안광을 흘리며 다가왔다.


"케이몬 앙겔로스. 너는 실수 없이 다친 사람이 나오면 즉각 치료하고, 디케 필리아. 너는 기회가 될 때마다 마법을 사용해라. 판 아그로스. 너는 둘을 호위하고."


조장으로서 역할 분배를 깔끔하게 마친 오르니오는 언제든 맞붙을 수 있도록 자세를 취했다.


크릉···.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주위를 배회하던 흑랑은 자신이 이길 것이라 판단했는지 달려들었다.


"디케! 지금!"

"네!"


디케는 준비하고 있던 화염구를 달려드는 흑랑을 향해 던졌다.

그걸 순순히 맞았다면 마수가 아니었으리라.


크르릉.


보통 늑대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순발력으로 화염구를 피한 흑랑.

녀석은 조금 경계심이 생겼는지 주춤했다.

그 틈을 타고 이번에는 오르니오가 먼저 달려들었다.


"와··· 잘 싸우네. 정말."


판의 말에 옆에 있던 케이몬과 디케도 동의했다.


날카로운 이빨을 검으로 흘리고, 그사이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켁!


"끝났네. 정말 허무하게도···."


목을 관통당한 흑랑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치료."

"이런···."


오르니오의 상처를 보고 케이몬은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볼 때는 흑랑의 공격을 전부 흘려낸 줄 알았는데···.

그가 보여준 팔에는 물어뜯긴 상처가 있었다.


'이런 상처를 입고도 그렇게 싸우다니···.'


케이몬은 그의 고통을 얼른 줄여주고자 치료를 시작했다.

정화의 기운으로 먼저 이물질을 제거하고, 재생의 기운으로 뜯긴 부분을 순식간에 재생시켰다.


"······깔끔하군."


예상외로 치료가 너무 잘 됐는지 오르니오의 눈빛이 누그러졌다.


"···고맙다."

"별말씀을."


그에게서 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말이 나오자 케이몬은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마석을 채취해야 한다. 문제는··· 마석이 어디 있냐는 건데."


케이몬의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었다.


'마석은 마수마다 있는 위치가 다르니까.'


어떤 마수는 심장에, 또 어떤 마수는 뇌에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정말 위치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만약 쉽게 마석을 채취하고 싶다면 마법이 필요했다.


"제가 해 볼게요."


디케는 흑랑의 사체 앞으로 다가가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폐에 있어요."

"알았다."

"어허, 쉬고 있어. 내가 할게. 난 한 것도 없는데 이런 잡일이라도 해야지."


판의 말에 오르니오는 뭐라 반박하려는 낌새를 보였지만.

그래도 힘을 비축해 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맙다."

"와? 정말? 그러면 이따가 내 얘기 좀 들어···"

"나는 잠시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다. 얼른 해 놓도록 해라."


판은 케이몬과 다르게 겸손하지 않았다.

졸지에 묵묵히 이야기를 듣는 인형이 될 뻔한 그는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상황을 모면했다.

다시 시무룩해진 판을 보며 케이몬은 소리 없이 웃었다.


'어쩌면 우리 의외로 잘 맞을지도 모르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016. 죽음이 기다려지기는 처음이라서 +7 21.02.25 1,016 52 15쪽
15 015. 모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4 21.02.25 1,044 47 16쪽
14 014. 당신 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걸요...? +8 21.02.24 1,110 48 15쪽
13 013. 지독하리만치 사실적인 꿈 +9 21.02.24 1,118 49 15쪽
12 012. 제발....... +6 21.02.23 1,126 50 15쪽
11 011. 이제는 모두 끝이구나 +11 21.02.22 1,129 50 14쪽
10 010.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8 21.02.21 1,126 48 17쪽
9 009. 부디 별일 없어야 할텐데.... +4 21.02.20 1,133 49 16쪽
8 008. 어떡하시겠습니까? +4 21.02.19 1,129 50 14쪽
» 007. 뿌린 대로 거둔 것뿐입니다 +7 21.02.18 1,158 50 16쪽
6 006. 너 잠시만 나와 봐 +3 21.02.17 1,171 52 16쪽
5 005. 착각일 거야 +7 21.02.16 1,196 53 16쪽
4 004. 저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3 21.02.15 1,197 49 16쪽
3 003. 새로 사귄 친구가 말썽입니다 +5 21.02.14 1,268 53 20쪽
2 002. 저랑 친구 해 주시겠습니까? +6 21.02.13 1,429 51 18쪽
1 001. 나의 사랑하는 셀레네 +11 21.02.12 2,052 54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