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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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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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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4.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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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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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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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지막 화 - 레퀴엠(requiem)

DUMMY

“아, 뭐 하는 거요? 얼른 갑시다. 난 이제 정글이라면 아주 지긋지긋!”


- 쾅!


너스레를 떨며 이청천 대령을 재촉하던 김우진 대위는 갑작스러운 진동과 폭음에 화들짝 놀랐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이청천 대령이 대기하던 동굴, 김우진 대위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전부 물러서!”


그는 추가로 있을지도 모를 폭발에 대비해 사람들을 갱도 입구에서 물러나게 하는 한편 경사진 비탈을 구르듯 내려갔다.


“이, 이럴 수가...”


김우진 대위의 눈에 무너진 통로가 들어왔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이청천 대령의 모습, 김우진은 미친 듯이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장! 대장! 대답 좀 해봐요!”


“... 난 괜찮아.”


무너진 통로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청천 대령의 목소리, 잔해 사이로 그의 모습이 보이자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모양인지 김우진 대위가 휘청였다.


“휴, 이러다 내가 제명에 못 죽지. 잠시만 기다리슈. 돌덩이가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꺼내드릴 테니까. 야, 밖에...!”


“우진아.”


막혀버린 통로를 다시 뚫기 위해 대원들을 부르려던 김우진을 이청천 대령이 제지했다.


“갑... 자기 뭐요? 이름을 다 부르고.”


김우진 대위는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늘 자신을 부를 때 쓰는 표현은 레너드 또는 레니였는데 갑자기 우진이라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아, 내가 언제 대장하는 말...!”


“여기에는 시한 신관이 장착된 폭약이 설치되어 있어.”


말을 끊은 이청천 대령의 한마디에 김우진 대위의 안색이 굳어졌다.


시한 신관이라, 김우진 대위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빠르게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느닷없이 튀어나온 시한 신관이라는 것의 목적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 갱도 진지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 즉, 여기서 지체할수록 갇힌 이청천 대령은 물론 간신히 동굴을 빠져나온 사람들마저 위험해진다는 뜻이었다.


“신관이 어떻게 세팅된 줄은 모르지만 여유를 부릴 만한 시간은 없을 거야. 자칫하면 지상으로 진입한 아군마저 갱도가 무너지면서 몰살당할 수 있어.”


마치 곧 일어날 일을 멀찌감치 떨어져 관전하듯 담담히 말하는 이청천 대령, 김우진 대위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가만가만. 그럼 대장은? 곧 터질 수도 있다면서? 그러니까 당장 여기서 빠져나와야지! 아니 잠깐, 시한 신관이 설치됐다는 건 어떻게 알고 있소? 위치를 알면 지금이라도 해체하면 될 것 아냐?”


폭발물 해체 정도야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것, 김우진 대위는 침착하게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 그에게 이청천 대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후지모토 대좌가 죽으면서 남겼던 말, 시한 신관이 달린 폭약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놈이 뒤지기 전에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잖아. 신경 쓰지 마시오. 뒤질 때가 되니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서 흔들어 보려는 수작이 확실한데 뭘.”


김우진 대위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잠재우기라도 하듯 일부러 여유 있는 척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딘가에 있는 건 틀림없어. 함께 있던 일본군 병사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 좋소. 일단 여기 돌무더기를 걷어낼 테니 나와서 방법을 찾아봅시다. 여차하면 하천 물길로 탈출합시다. 영국 새끼들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일단 우리부터 살아서 나갑시다.”


“우진아...”


“대장! 잊은 거야? 그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새끼들, 작전 시간까지 속여가면서 우리를 없애려 했던 놈들이오! 차라리 잘됐어! 개새끼들 들어와서 한꺼번에 싹 다 뒤지라지.”


“... 하지만 그중에는 우리 대원들도 있을 거야.”


“뭔 소리요? 내가 그놈들 구난 차량 타고 돌아가는 것까지 직접 봤는데.”


“넌 아직도 그들이 누군지 모른단 말이냐?”


이청천 대령의 한마디에 김우진이 고개를 떨구었다.


구난 차량 탑승을 포기한 채 목숨을 걸고 김우진 대위를 따라나선 김철기, 이준모 그리고 천영수 대원, 이들이 목숨을 구하고자 했으면 달리는 차에서 내릴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어디 다른 대원들이라고 다를까?


김우진 대위가 구난 차량을 타지 않았고 아직 이청천 대령을 비롯한 대원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런 씨발!”


동굴이 울릴 정도로 김우진 대위가 고함을 지르더니 맨주먹으로 동굴 벽을 미친 듯이 쳤다.


찢어진 주먹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으나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얼른 돌아가서 남은 사람들을 인솔해.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자꾸 개 같은 소리 지껄일 거요? 여기 남아서 뭐 하게? 다리 좀 못 쓰면 어때? 내가 업고 무사히 돌아갈 거니까 자꾸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셔.”


김우진 대위는 이청천 대령이 입을 열기도 전에 무너진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손이 긁히고 급한 마음에 어디에 부딪히기라도 한 것인지 손톱이 빠질 것처럼 아팠으나 그는 돌무더기와 나무 지지대를 치우는 손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 뭐...!”


바깥을 향해 소리치려던 김우진 대위, 그는 이청천 대령의 입에서 나온 말에 망부석이 된 듯 굳어버렸다.


“내가 여기를 무너뜨렸다. 폭약을 터트려 통로를 막은 건 나란 말이야.”


“그, 그게 대체 무슨 말... 설마?”


김우진 대위는 조금 전 이청천 대령이 동굴을 나오기 전 잠시 물러서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의 말이 끝난 후 동굴에서 일어난 폭발, 그 폭발을 일으킨 것이 이청천 대령이란 말인가?


대체 왜?


그는 무슨 연유로 폭탄을 터트려 스스로를 고립시켰단 말인가?


“시한 신관이 터지면 막을 수 없어. 갱도는 무너져 내릴 것이고,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갈 거야. 우리를 찾으려 온 대원들까지 말이다.”


이청천 대령의 말에 김우진 대위는 기가 막혔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짐작이 됐기 때문이다.


“신관이 작동하기 전에 물을 끌어와야 해. 여기를 수몰시키는 것만이 갱도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야.”


이청천 대령의 말에 김우진 대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서 그는 이 와중에도 뜬금없이 위치 수신기를 물어본 것이었다.


“시끄러워요. 내가 들어갈 테니까, 당장!”


“누군가는 여기 남아서 위치 수신기를 작동시켜야 해.”


“그러니까 내가 들어간다고 했잖아!”


김우진 대위가 시뻘게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신호기를 작동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대장밖에 없어? 그리고 부대를 부하한테 넘기는 무책임한 대장이 세상 어디에 있어!”


“우진아,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나와 넌 달라. 넌 찾아야 할 사람이 있잖아.”


이청천 대령의 말에 김우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말에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의 유일한 혈육이라는 여동생, 김우진이 이청천 대령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은 조선 어딘가에 있을 그의 여동생을 찾기 위함이기도 했다.


“돌아가. 돌아가서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냐. 대장 우리 다른 방법을 찾아봅시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요.”


방법? 그런 건 몰랐다.


하지만 이대로 그가 포격을 유도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분신과 같은 사람을 여기에 홀로 남겨놓고 발걸음을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김우진 대위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이청천 대령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혼자라면 힘들었을 거야. 넌...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이자 친구였다.”


이청천 대령의 말에 김우진 대위가 무너지고 말았다.


왠지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약해질 것만 같은 생각에 이청천 대령은 등을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에서 한 사내의 처절한 목소리가 울렸으나 이청천 대령은 입술을 깨문 채 어둠을 향해 걸어갔다.


*


‘이제 마지막인가?’


작전 목표 지역에 도착한 이청천 대령은 털썩 주저앉더니 품속에서 위치 송신기를 꺼냈다.


이제 이 작은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휴.”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온 한숨,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기억 끝에 서 있는 한 사람, 엠마 티에리.


그는 잠시 그녀와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이런 식으로 헤어질 줄은 몰랐는데...’


허탈하게 새어 나오는 웃음 하지만 그녀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어쩌면 의식을 잃은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군.’


만약 그녀가 붙잡았더라면, 그녀의 눈망울을 보고 망설임 없이 돌아설 수 있었을까?


“하아...”


그의 입에서 탄식에 가까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미련이 남았기 때문일까?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건만 조금도 후련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살아남고 싶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자꾸만 고개를 드는 삶에 대한 갈망, 이청천 대령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눈을 감았다.


이대로라면 버튼을 누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후지모토 시게루가 설정한 시한 신관의 바늘은 ‘0’을 향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떠오르지 않은 내일에 대한 미련이 그를 잡은 사이에 행여나 신관이 작동하면 김우진과 엠마 티에리 그리고 대원들조차 희생될지 몰랐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은 이청천 대령, 물끄러미 위치 송신기를 보던 그가 이윽고 결심했는지 작은 버튼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가 위치 송신기로 신호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공기를 찢는 듯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시간이 느려진 듯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잘들... 지내라...’


벽에 머리를 기댄 채 희미하게 웃는 이청천 대령, 갱도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과 함께 엄청난 양의 물이 방향을 바꿔 동굴로 쏟아졌다.


중심을 잡을 시간조차 없이 밀려든 물, 이청천 대령은 정신을 차려보려 했으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엄청난 수압에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어느새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수풀 사이를 미친 듯이 달리는 사내, 달리던 도중 넘어지기라도 한 것인지 그의 몸과 얼굴은 엉망이었으나 그는 속도를 줄일 기미가 없어 보였다.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무거워진 다리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이끌며 달리는 이는 김우진 대위, 그는 사람들을 갱도 진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대피시키는 한편, 빌리 에이킨 대령이 이끄는 제78연대 포병대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바람처럼 달리던 김우진은 발을 잘못 디뎠는지 중심을 잃고 비탈에서 미끄러져 아래로 굴렀다.


“헉... 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으나 그는 멈출 수 없었다.


김우진 대위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그의 머리 위로 시뻘건 불덩이 수십 개가 날아왔다.


“안 돼!”


절규에 가까운 그의 외침 하지만 그의 바람도 소용없이 날아간 불덩이들은 한참을 날아가더니 곧 지축을 울릴 만큼 무시무시한 진동을 만들어 냈다.


“안 돼! 안 돼... 크으윽...”


힘없이 털썩 무릎을 꿇으며 미친 듯이 울부짖는 김우진 대위, 가련하게 들썩이는 한 사내의 어깨로 무심한 달빛이 내려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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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에필로그 24.03.31 76 2 17쪽
» 마지막 화 - 레퀴엠(requiem) 24.03.27 68 3 12쪽
272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7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7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2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5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1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9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8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6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4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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