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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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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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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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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67화 - 최후의 전투(11)

DUMMY

“다행이야!”


당장이라도 목을 칠 것 같은 후지모토 대좌가 의외로 순순히 칼을 거두자 다나카 슌이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무사히 돌아온 오오야마 쇼오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런데 아까 말한 게 사실이야? 항복하면 무사히 돌려보내 준다는 것이?”


“확답을 받았어. 적어도 명예를 모르는 자 같지는 않았어.”


확신에 찬 오오야마 쇼오의 말에 다나카 쥰이치는 꿈만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꼼짝없이 죽은 목숨인 줄 알았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니, 그의 눈앞에 고향의 산천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표정 관리해! 연대장님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는 군인답지 않은 모습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람, 아무리 일이 마무리 되었다고 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뻔했다.


오오야마 쇼오의 말에 다나카 쥰이치는 얼른 표정을 고쳤다.


“이게 다 내 덕이라는 건 알고 있지? 돌아가면 평생 갚으며 살아.”


오오야마 쇼오가 일부러 거들먹거리며 피식 웃자, 다나카 쥰이치도 이제 실감이 나는 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오야마.”


후지모토 대좌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부르자 동향 친구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하더니 연대장의 앞으로 달려가 부동자세를 취했다.


“좋다, 네가 돌아가 투항 의사를 전달하라.”


드디어 결심한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 그의 말에 오오야마 소위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기쁜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절도 있게 대답한 오오야마 소위는 다시 다나카 쥰이치에게 다가가 이 소식을 전했다.


연대장이 전원 옥쇄의 각오로 투쟁하라는 말을 꺼낼까 봐 노심초사하던 다나카 쥰이치는 그가 투항을 결정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꼭 같이 돌아가자. 돌아가서 이제 지긋지긋한 탄광 대신 우리도 연금으로 좀 편하게 살아보자고. 일단 어머님이 해주는 우나기돈(うなぎ丼, 장어덮밥)부터 먹자. 풀뿌리는 이제 아주 지긋지긋해!”


“아무렴! 얼른 다녀와.”


오오야마 쇼오의 너스레에 다나카 쥰이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나기돈, 탄광에서 품삯이 나오면 다나카 쥰이치의 어머니가 해주던 관동식 장어덮밥이었다.


대파, 생강, 말린 표고와 간장을 한참 동안 걸쭉하게 끓인다.


어머니는 제법 무거운 냄비를 들고 고운 체에 간장만 걸러 서늘한 곳에 하루 정도 놓아두었지.


힘도 좋은지 아직도 살아서 꿈틀대는 싱싱한 민물장어를 먹기 좋게 잘라 찜통에 넣었다.


잘 쪄진 장어를 꺼내 보관해 둔 간장 양념을 발라 2차로 구울 때면 온 집안에 참을 수 없는 냄새가 퍼졌다.


마치 그 냄새가 느껴지는 듯 다나카 쥰이치의 입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났다.


한편, 갑자기 활기가 도는 병사들과 가벼운 걸음으로 돌아가는 오오야마 소위를 보던 후지모토 대좌, 그는 허리를 굽히더니 벽에 기대놓은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이쯤이었던가?”


미처 이 모습을 보지 못한 일본군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사이, 무심코 오오야마 쇼오가 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다나카 쥰이치의 눈에 기다란 무언가를 집어 든 연대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저, 저건!”


다나카 쥰이치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기다란 통에서 무언가 ‘퉁’하는 소리와 함께 튀어 나갔다.


*


“이거 너무 조용한데...”


시간이 흘러도 오오야마 소위가 돌아올 기미가 없자 김우진 대위가 초조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의 새까만 손톱, 못 볼 것을 본 김철기 대원이 헛구역질을 했다.


초조하기는 엠마 티에리 역시 마찬가지, 뭔가 일이 틀어진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깊어져 가던 찰나, 오오야마 소위가 걸어갔던 방향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김우진 대위가 손을 들어 대원들에게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추었고 긴장이 흐르던 무렵 발걸음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


오오야마 소위임이 확인되자 한숨 돌리며 총을 내리게 한 김우진 대위, 오오야마 쇼오의 모습을 본 엠마 티에리가 결과를 듣기 위해 참지 못하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동굴에 있는 아군 모두 무장을 해제하고 항복하기로 연대장님의 확답을 받았습니다!”


“정말요? 다행이네요!”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이토록 쉽게 성사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엠마 중위의 기쁨은 더욱 컸다.


“쳇,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와, 이제 그런 말도 아십니까?”


천영수 대원이 과장된 표정을 짓자 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려던 김우진 대위는 뭔가 벽을 타고 구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금속성의 물체가 땅을 구르는 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엄습할 때 소리를 만들어 낸 것의 정체가 횃불 아래 드러났다.


‘유, 유탄!’


희미하게 드러난 파인애플처럼 생긴 것, 일본군이 운용하는 91식 수류탄이 틀림없었다.


“피해!”


다급하게 소리친 김우진 대위 하지만 유탄이 날아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엠마 중위는 소리치는 그를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


“저분은 왜 저러시...!”


마찬가지로 김우진 대위를 이상하게 여기던 오오야마 소위는 무심코 발밑을 보다가 안전핀이 뽑힌 91식 수류탄을 발견했다.


무의식중에 엠마 중위를 거칠게 밀어낸 오오야마 쇼오, 대비도 하지 못한 채 힘없이 밀려난 엠마 중위가 동굴 벽에 머리를 부딪치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녀를 밀어낸 오오야마 소위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고 눈을 한번 깜빡이던 순간 발밑에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그를 삼켰다.


유탄의 유효 살상 반경에서 한참 떨어진 김우진 대위와 대원들을 무사했으나 문제는 엠마 티에리 중위였다.


쓰러진 엠마 중위에게 달려간 김우진 대위, 동굴 벽에 머리를 부딪친 것인지 그녀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다행인 것은 오오야마 소위가 밀어낸 덕분에 유탄에 의한 치명상은 피했다는 것, 대원들을 불러 엠마 중위를 살피게 한 김우진 대위는 서둘러 오오야마 소위에게 다가갔다.


“으, 으... 내가 아직 살아있습니까?”


참혹한 모습의 오오야마 쇼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분은, 그분은...”


“무사해. 네... 덕분에.”


입술을 꽉 깨물고 답하는 김우진의 말에 오오야마 쇼오가 다행이라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이, 일어나야 하는데. 기운이.”


형편없이 찢긴 하반신이 말을 들을 리 없었으나 오오야마 쇼오는 안간힘을 쓰며 움직이려 했다.


“아, 으으윽!”


갑자기 고통이 밀려오는 것인지 오오야마 쇼오는 아랫입술이 찢어지도록 깨물었다.


“하아, 하아,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피범벅이 된 입으로 허탈한 듯 웃는 오오야마 쇼오, 상처투성이인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좀 닥쳐.”


거칠게 말하긴 했으나 김우진 대위는 붕대며 지혈제를 꺼내 어떻게든 오오야마 쇼오의 출혈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의학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김우진이 보더라도 오오야마의 상처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오오야마 쇼오는 어느새 피투성이가 된 김우진의 손을 잡더니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을 잘 들으세요. 저쪽으로 곧장 가면 개울과 인접한 또 다른 입구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 그곳까지는 폭탄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니 그곳으로 가세요. 동굴은 위험합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오오야마 쇼오가 간신히 입을 뗐다.


“그곳으로 가면 나에게 유탄을 쏜... 크큭.”


한 움큼의 피를 토해낸 오오야마 쇼오가 허탈하게 웃었다.


누가 유탄을 쏜 것인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지난 시간이 더욱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 통로는 비상 탈출을 위한 길이니 곧장 가면 당신이 찾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염치없는 부탁인 줄 알지만, 그곳에 있는 우리 병사들을 구해주세요.”


“그렇게 구하고 싶으면 네가 직접...!”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김우진, 그런 그를 보며 오오야마 쇼오는 희미하게 웃었다.


“비록 적이지만 당신도 명예를 아는 군인이 아닙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온 불쌍한 녀석들입니다. 우리를 온갖 악독한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놈들로 여기겠지만, 적어도 저들은 선은 넘는 짓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


점점 희미해져 가던 오오야마 쇼오의 말이 결국 끝을 맺지 못했다.


생기가 사라진 얼굴, 무슨 미련이 남은 것인지 그는 눈도 채 감지 못했다.


조용히 손을 들어 그의 눈을 감겨주는 김우진, 오오야마 쇼오의 눈이 스르륵 감기자 일본군 포로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


다나카 쥰이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머리가 새하얗게 된 것 같았다.


어떻게, 어떻게 같은 부대원을 향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유탄을 날릴 수 있단 말인가?


‘제발, 제발, 살아만 있어 다오!’


다나카 쥰이치는 자꾸만 피어오르는 불길한 생각을 억누르며 간절히 기원했다.


투항 의사를 전할 목적으로 보낸 오오야마 소위를 향해 망설임 없이 유탄을 쏴서 터트린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척탄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사색이 되어 지켜보는 병사들,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선 연대장을 보는 그들의 눈빛에서 강한 의구심이 느껴졌다.


“자.”


냉정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입을 뗀 후지모토 대좌, 다나카 쥰이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일본군이 잔뜩 긴장한 상태로 그를 주목했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했군.”


쓸데없는 일이라니, 다나카 쥰이치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뭣들 그리 보고 서 있는 것인가? 방해꾼이 사라졌으니 하던 일을 계속해야지?”


후지모토 대좌는 손을 들어 이청천 대령이 버티는 곳을 가리켰다.


연대장의 명령에 병사들은 선뜻 공격에 나서지 못하고 주춤했다.


조금 전 오오야마 소위가 했던 말은 교전을 중지하면 목숨은 보장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 외람되지만, 꼭 싸워야 하는 것입니까?”


눈치를 보던 가운데 한 사람이 용기를 내더니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허.”


그런 그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후지모토 대좌, 그가 말을 꺼낸 병사를 향해 성큼 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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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6 0 12쪽
»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2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9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7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5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4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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