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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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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작성
24.02.2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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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57화 - 낙화(落花) : (3)

DUMMY

”나무로 만든 방패라... 좋은 생각이군.“


연대장의 칭찬에 코즈카 타쿠마 중위는 자꾸만 실룩거리는 입이 경련이 나도록 힘을 줘야 했다.


”그런데 겨우 셋이라... 기가 막힐 노릇이군. 게다가 가장 중요한 그놈이 없단 말이지.“


”예?“


잠시 우쭐하던 코즈카 중위는 착 가라앉은 후지모토 대좌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연대장의 심기를 살피려는 코즈카 타쿠마와 달리 후지모토 대좌는 이런 촌극을 벌인 적의 의도가 무엇인지 읽어내려 애쓰고 있었다.


’고작 셋으로 무얼 하려 했던 것인가?‘


개인화기가 전부인 세 사람이 갱도 입구를 지키는 병력을 제압하고 요충지를 점령해 수복하는 데 애를 먹었으나 이것은 중과부적, 결국 빅터가 얻어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후지모토 대좌는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백번 양보해서 이 무모한 짓이 갱도를 공격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함이라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가.


왜 기껏 요충지를 장악해 놓고 지키기 위한 병력의 합류가 없단 말인가?


적의 증원군이 도착해도 한참 전에 도착해서 지금쯤 치열한 교전을 벌이거나, 수복이 어려운 아군이 한쪽 입구를 포기하고 후퇴하여 방어선을 구축하는 그림이 펼쳐져야 하는데 이건 싱거워도 너무 싱겁게 끝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지금까지 겪은, 적군 중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는 으뜸이라고 하는 이청천이라는 자의 판단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형편없었다.


일본군에 발생한 피해라고 해봤자 열 명 남짓한 사상자가 전부였다.


’갱도를 본격적으로 공격하는 것처럼 소란을 떨더니 겨우 이 정도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군... 가만, 소란, 소란이라...‘


이청천 대령의 의도를 짚어보던 후지모토 시게루의 얼굴이 굳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소득도 없는 공격 하지만 이것은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곳에 도착한 후 그를 비롯한 일본군 제56독립연대 방어 병력은 갱도로 진입한 적군이 몇 명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최소의 병력만 남긴 채 갱도에 포진한 모든 수비 병력을 이곳으로 집결시키지 않았던가.


결과적으로 이곳을 잠깐 점령한 적군 셋은 정리되었으나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모인 아군의 수만 오십여 명,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설마 이놈이 이것을 노리고?‘


후지모토 대좌는 이제야 이청천 대령이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청천 대령은 일부러 이런 소동을 벌인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는 애초부터 이곳을 점령할 의도가 없었을 것이다.


’각지를 지키는 병력이 흩어지기를 기대한 것이겠지. 그리고 저놈들이 최대한 시간을 벌어주기를 원했을 거야. 여기까지는 확실한데, 그래봤자 입구 하나를 점령하는 것이 아닌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하나의 의문은 이청천 대령의 궁극적인 의도였다.


갱도와 바깥으로 통하는 입구 하나를 점령했다고 해서 갱도 진지 전체를 장악했다고 볼 수 있는가?


전혀 아니다. 미로 같은 갱도의 특성상 내부로 전진이 쉽지 않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 아닌가.


’대체 네놈이 노리는 것이 무엇이냐...‘


*


한동안 복잡한 표정으로 서성이던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돌아가자, 코즈카 타쿠마 중위를 따르던 병사들이 중압감에서 해방되어 살겠다는 듯 한숨 돌렸다.


”들어온 놈들은 말끔히 정리했는데 뭘 생각하시는 것일까요?“


심각한 상관의 표정을 못 본 것인지 상등병 하나가 가볍게 입을 놀려댔다.


”시끄럽다! 겨우 셋을 제압하지 못해 이런 추태를 보인 주제에!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코즈카 중위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자 상등병이 깜짝 놀란 듯 몸을 움찔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적의 개인화기에서 버틸 수 있는 나무 방패를 만든 것은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혔으나 그것을 운용하는 데는 미숙함이 많았다.


특히 기동성을 확보해야 할 바퀴가 너무도 취약했다.


적에게 어느 정도 다가간 다음 문제가 발생해서 다행이지, 놈들이 수류탄이라도 던져서 처음부터 방패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지켜보는 연대장이 자신을 어떻게 여겼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놈이 있습니다.“


총알에 난자당한 그는 간신히 숨만 붙인 상태로 힘겹게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런 놈들 때문에 연대장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코즈카 타쿠마는 당장이라도 칼을 꺼내 이놈의 목이라도 쳐 버리고 싶었으나 굳이 전투가 끝난 마당에 부하들 앞에서 조급한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안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면 곤란해. 밖으로 던져버려.“


코즈카 중위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굳이 살아있다는 적을 확인하려 들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자 여섯 명의 일본군이 두 구의 시신과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이에게 다가갔다.


’여즉 숨이 붙어 있었는가...‘


몇 발인지도 모를 탄환에 적중된 이춘삼 중사는 아직도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허리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고 피를 많이 흘린 것인지 시야는 자꾸만 흐릿해져 갔다.


그런 희미한 광경 속에 들어온 축 늘어진 두 사람의 육신, 도준영 대원과 장필규 대원이었다.


’아따, 썩을 놈들. 뭣허러 자빠져 있냐? 싸게 좀 움직여 봐야.‘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작은 움직임조차 없었다.


’같이 오는 게 아니었구먼...‘


이춘삼 중사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결국 이렇게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따라나서려는 녀석들을 말렸어야 했다.


말려서 듣지 않는다면 차라리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


머나먼 땅에서 채 피우지도 못한 꽃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이춘삼 중사의 귀에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리, 다가오던 일본군이 아직 이춘삼 중사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듯했다.


쪼그려 앉은 한 사람이 이춘삼 중사의 뺨을 ’철썩‘ 소리 나게 치더니 뒤를 돌아보며 낄낄댔다.


뒤이어 다가온 다른 이는 이춘삼 중사의 옆구리를 냅다 걷어찼다.


둔탁한 소리, 틀림없이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였다.


옆으로 두어 번 구른 이춘삼 중사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쇳소리 같은 비명을 지르자, 일본군들이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비웃으며 한 마디씩 뱉어내기 시작했다.


’차라리 여기서 죽었으면...‘


이춘삼 중사는 치욕을 당하느니 빨리 숨이 끊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나 그들은 쉽게 그를 보낼 뜻이 없어 보였다.


힘겨운 숨을 내뱉은 이춘삼 중사, 꿈틀거리듯 몸을 비틀던 그의 오른손에 잡히는 차가운 감촉의 둥근 무언가, 손가락으로 그것을 더듬던 이춘삼 중사는 그것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흐흐... 우리 차돌이 성님 가는 저승길 적적할까 봐 저승사자가 이런 선물도 줬구먼.‘


이춘삼 중사가 엉겁결에 손에 쥔 것은 도준영 대원이 투척하려다 놓친 수류탄, 안전핀은 반쯤 빠진 상태라 한 손으로도 충분히 핀을 뽑을 수 있는 상태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척하면서 떨어진 수류탄을 슬쩍 숨긴 이춘삼 중사, 이를 발견하지 못한 일본군이 죽은 도준영 대원과 장필규 대원에게 각각 두 사람씩 붙어 팔 다리를 잡아 옮기기 시작했다.


흩어지면 파편의 살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춘삼 중사, 그는 남아 있는 한 줌도 되지 않을 기운을 짜내 소리를 질렀다.


이춘삼 중사가 움찔대며 괴이한 소리를 지르자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그에게 다가온 일본군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연신 떠들기 시작했다.


”뭐야, 저놈은?“


”끈질긴 놈일세.“


”저리 비켜, 배를 갈라서 소금을 쳐도 움직이나 보자고.“


어지간하면 나서지 않으려 했던 코즈카 중위는 이춘삼 중사가 괴성을 지르는 것을 보자 더는 참지 못했다.


그는 벌컥 화를 내더니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군도를 뽑으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이춘삼 중사에게 다가온 코즈카 중위,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이춘삼 중사의 가슴에 찔러넣었다.


”커헉...“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고통, 이춘삼 중사는 왼손을 뻗어 가슴에 들어온 날붙이를 잡으려 했다.


”좋아,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고.“


중얼거린 코즈카 타쿠마는 더욱 깊이 칼을 찔러넣었다.


이미 몇십 센티미터는 넘게 들어간 칼날, 그 모습을 본 몇몇 일본군이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부르르 떨더니 이내 축 늘어진 이춘삼 중사, 그의 팔이 힘없이 떨어지자 그의 몸에서 칼을 뽑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코즈카 중위가 그의 몸을 발로 밀어 뒤로 쓰러뜨렸다.


”하여튼 독종 같은 새끼들.“


”코.. 즈카 중위님, 저게 뭡니까?“


가소롭다는 듯 냉소 가득한 얼굴로 일어선 코즈카 중위, 그의 뒤로 무언가 굴러오자 다른 병사 하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가... 어?“


사람을 직접 칼로 찔렀다는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던 코즈카 타쿠마는 그제야 발밑으로 굴러온 타원형의 둥근 무언가를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내 흙빛이 된 그의 얼굴.


이춘삼 중사가 뒤로 넘어가면서 안전핀을 뽑자 그의 발밑으로 굴러들어 온 수류탄, 조금 전 칼로 가슴을 찔렀던 코즈카 중위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터지기 일보 직전인 그 수류탄을 집어 든 것이다.


”이런 젠장...“


허탈한 코즈카 타쿠마의 표정도 잠시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은 일본군의 얼굴 앞에서 폭발했다.


-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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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8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7 1 10쪽
»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5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3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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