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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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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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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4.02.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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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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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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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7화 - 결전(3)

DUMMY

“휴, 다행이군.”


엠마 중위가 무사히 위험 지역을 통과했다는 보고에 김우진 대위가 긴장이 풀린 듯 털썩 앉았다.


한사코 직접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엠마 중위는 끝내 허락하지 않으려는 김우진 대위를 보며 한 가지 계책을 내놓았다.


그것은 바로 무전으로 그녀가 이동할 지역을 영국군에게 보내자는 것.


무전이라니? 김우진은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무전이라면 적이 감청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지 않은가. 그리고 그녀가 이런 간단한 것조차 모를 리가 없는데 왜 이런 가당치 않은 의견을 낸다는 것인가.


하지만 이어진 그녀의 설명에 김우진 대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영국군에게 무전으로 교신하겠다고 말했으나 진의는 거짓 정보를 흘리겠다는 것, 감청한 일본군이 중도에 차단하기 위해 나서면 엠마 중위가 빈틈을 노려 이동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군이 과연 무전을 감청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적군이 무전을 엿듣고 있다면 걸려들 가능성이 큰 계책이지만, 만약 그들이 감청 장비조차 없다면 무모한 작전도 이런 무모한 작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엠마 중위는 영국군 제78연대가 예하 부대와 무전을 주고받으며 작전을 수행할 때마다 신묘하게 나타나 훼방놓은 일본군의 움직임을 보더니 그들이 일대의 무전을 감청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그녀는 감청이라는 것을 거꾸로 이용해 활로를 열어 보겠다는 의견을 낸 것이며, 지금까지는 그녀의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또 다른 엠마 티에리의 대전략에 맞추어 일본군을 섬멸하는 것, 김우진 대위는 엠마 중위가 향한 곳에서 시선을 거두어 반대쪽으로 돌리며 중얼거렸다.


“아마 지금쯤이면 교전이 시작됐을 듯 한데... 자, 우리도 어서 움직이자!”


*


“이토 대위의 부대가 방어선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니시무라 다이고 대위의 보고에 스가이 중좌가 흡족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영국군 제78연대는 1대 대대 병력을 투입하여 아군의 작은 진지 하나를 급습했다.


영국군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지를 점령하긴 했으나 그것은 오히려 스가이 중좌가 의도한 것이었다.


그는 영국군이 눈치채지 못하게 이토 겐타 대위의 병력을 신속히 움직여 영국군을 붙들어 놓게 했고, 그 사이 자신은 연대 병력을 몰아 우회 기동하여 적군의 퇴로를 차단해 버렸다.


결국 영국군은 아무런 소득 없이 고작 작은 진지 하나를 점령하려고 1개 대대 병력을 헌납한 꼴이 된 것이다.


‘조바심은 일을 그르치게 마련이지.’


스가이 다케오는 영국군 지휘관의 어리석은 판단을 비웃고 있었다.


도무지 학습의 효과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지한 자가 아닌가?


영국군이 지금까지 호되게 당했던 스가이 중좌의 전술, 우회 기동으로 측면 또는 후방을 노리는 전술로 움직였건만 적군은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제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


영국군 제78연대에게 남은 것은 오지도 가지도 못한 대대 병력이 고스란히 전멸하는 것 그리고 무려 삼 할 이상의 전력을 잃은 그들이 도망치듯 전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물론 스가이 다케오 중좌는 퇴각하는 그들을 곱게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처음 작전은 이들을 적당한 선에서 아군의 갱도 진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지만, 이렇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니 적절한 선에서 전과를 거두고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접 확인하겠다.”


포위된 적을 섬멸하는 과정이니, 딱히 전술의 변화를 줄 필요는 없었으나 스가이 중좌는 허무하게 적이 산화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니시무라 대위를 비롯한 여러 장교와 하사관들을 대동한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스가이 중좌, 이윽고 그의 눈에 전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양방향에서 일본군이 압박하자 버티지 못한 영국군은 등을 돌린 채 풀숲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본군 장교와 하사관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우호 작전이 개시된 이후 다른 일본군 보병 사단에 비해 큰 피해를 보거나 궤멸적인 패배를 경험하지 않았으나, 인도 동북부를 점령하겠다는 작전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 후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하찮게 여기던 영국군이라는 점이 더욱 뼈아팠다.


영국군이 누구인가?


남방 자원지대에서 빗자루 쓸어내듯 몰아낸, 일본군의 깃발만 보면 앞다투어 달아나기 바쁜 오합지졸 중 오합지졸이 아닌가?


그런 놈들에게 쫓겨 경험하지 못한 치욕적인 패배를 겪다니, 일본군이 겪은 심리적 충격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놈들에게 다시 제대로 된 일격을 선사했다.


다시 황군의 깃발이 하늘 높이 나부끼는 듯한 이 장면에서 그들은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 피웅... 펑!


달아나는 영국군을 추격하던 광경이 펼쳐지던 찰나, 수풀에서 갑자기 조명탄이 오르더니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나게 영국군을 쫓던 일본군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신호탄을 보고 있을 때, 귀를 찢는 듯한 총성이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무질서하게 영국군을 추격하던 일본군 수십 명이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저, 저기에!”


화들짝 놀란 니시무라 다이고가 가리키는 손끝을 보니 수풀 속에서 이번에는 여러 개의 섬광이 번쩍였다.


수풀 속에서 번쩍인 것은 단순히 소총 몇 정이 대응 사격한 것이 아니었다.


소리의 공간 없이 가득 메우는 총성은 틀림없는 기관총 사격이었다.


달아나던 적이 침착하게 기관총을 설치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매, 매복이다! 퇴각하라! 전군 퇴각하라!”


스가이 중좌는 뒤늦게 적의 노림수에 말려든 것을 깨달았으나 그의 명령이 닿기에는 너무 늦었다.


중화기는커녕 적의 매복을 의심조차 하지 못한 채 달려들던 일본군은 M2 브라우닝 기관총이 토해내는 12.7mm 탄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저, 저기를!”


다시 니시무라 대위가 가리키는 손끝을 본 스가이 다케오의 눈에 절망이 가득했다.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불덩이, 적군이 쏜 3인치(81mm) 박격포탄이 혼란에 빠진 일본군을 향해 떨어졌다.


- 쾅!


대기하던 일본군 한가운데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일부는 폭발력에 의해 고무공 튕기듯 튕겨 나갔고, 포탄을 그대로 뒤집어쓴 이들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짓이겨진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퇴각해! 전부 물러나!”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스가이 중좌가 목이 터지라고 외쳤으나 그들을 덮친 불행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적군입니다!”


울부짖든 외치는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돌리니 아군의 측면과 후방에서 함성과 함께 영국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 돼...”


절망에 가까운 스가이 중좌의 말과 함께 시작된 영국군의 일제 사격.


모든 방위를 점령한 영국군의 사격에 부대원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이토 대위 쪽으로만 활로가 열렸습니다! 속히 움직이셔야 합니다!”


“안된다! 저들을 어떻게 두고 간단 말이냐!”


“뭣들 하는가? 어서 부연대장님을 모시거라!”


니시무라 대위는 허망한 표정으로 차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스가이 중좌 곁에 있던 장교들을 보며 소리쳤다.


여기서 연대 지휘부가 전멸할 수는 없는 일, 그는 자리에 남아야 할 사람과 이탈해야 할 사람을 빠르게 구분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보며 니시무라 다이고 대위가 다시 호통치자 그제야 가지 않으려는 스가이 중좌를 끌다시피 하여 움직이기 시작한 장교들, 그들의 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본 그가 다시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퇴각하라! 전원 퇴각하라!”


니시무라 대위는 몸을 아끼지 않고 전장에 뛰어들어 머리를 싸매고 엎드린 병사들을 안전한 곳으로 물러나도록 재촉했다.


하지만 고개를 들 수 없도록 쏟아지는 기관총 사격과 측 후방에서 쏴대는 적의 소총 사격에 병사들은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다.


“포복으로 움직여! 여기 있다가는 죽어!”


어찌나 소리를 질렀던지, 목에서 비릿한 피가 올라오는 듯했으나 니시무라 대위는 멈출 수 없었다.


- 탕!


유난히 크게 들린 총소리, 니시무라 다이고 대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크게 출렁인 것을 느꼈다.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려 하복부에 손을 가져갔더니 아랫배에서 나온 뜨끈한 피가 그의 손을 흠뻑 적시기 시작했다.


순간 몸에 힘이 빠지며 휘청인 니시무라 대위 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하더니 쓰러지지 않고 다시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모습, 참혹하다는 말로 차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참극이 펼쳐졌다.


겁에 질린 채 울부짖는 일본군 병사들은 낮은 포복으로 사력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들을 노리는 무자비한 탄환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통증도 잊은 채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문 니사무라 다이고 대위는 땅에 떨어진 아리사카 소총을 집어 들었다.


노리쇠를 당겨 탄피를 배출한 다음 새 탄환을 다시 밀어 넣은 니시무라 대위, 그는 섬광이 번쩍이는 곳을 향해 신중히 조준했다.


방아쇠를 당기자 묵직한 볼트액션 소총의 반동이 고스란히 몸에 전해졌다.


그리고 반동과 함께 창자를 잘라내는 듯한 고통이 전해졌으나 니시무라 대위는 이를 악문 상태로 다시 노리쇠를 당겼다.


다시 목표를 찾아 총구를 조준하던 니시무라 다이고, 그의 눈에 수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영국군 하나가 들어왔다.


‘네놈 하나는 저승길 동무로 데려가마.’


니시무라 대위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그를 향해 수십 발의 섬광이 번쩍였다.


그가 쥐고 있던 소총을 힘없이 떨어뜨리며 풀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일어나 움직여야 하건만 어찌 된 영문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야... 하는데...’


니사무라 다이고는 문득 시골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노모와 어린 동생들이 떠올랐다.


그들 앞에 자랑스러운 황군의 일원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건만.


그는 문득 이대로 여기서 죽어버리면 그들의 생계는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죽은 군인의 가족들에게는 충분한 연금이 지급된다는 것을 떠올렸다.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생계는 책임졌으니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삶이 아니었는가?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던 니시라무 다이고, 그는 끝도 없이 밀려오는 나른함과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을 결국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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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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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8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7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8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5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1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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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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