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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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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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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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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61화 - 최후의 전투(4)

DUMMY

”당했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유인하려는 수작이었습니다.“


경보 장치가 작동한 곳은 병력이 몰린 곳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에 있는 갱도 입구였다.


”적군 셋은 그저 시간을 벌고 시선을 돌리는 용도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흠, 그렇군.“


그렇군? 그렇군이라니.


적의 수의 완전히 말려들었는데 공연한 힘을 뺀 마당에 연대 최고 지휘관인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는 태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놈들이 진지 내부 깊숙한 곳까지 손을 뻗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은근히 그를 질책하는 뉘앙스까지 섞인, 후지모토 대좌를 제외한 유일한 장교인 오오야마 소위의 말에 후지모토 시게루는 오히려 반색했다.


”그래?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군.“


”예?“


연대장의 반응에 오오야마 소위는 당황했다.


그는 순간 연대장의 총기가 일시적으로 흐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적군이 갱도 내부로 진입했다는 것이 이렇게 건조하게 받아들일 일이란 말인가?


소수의 병력이 일렬로 이동해야만 하는 좁은 통로를 가진 갱도 진지, 아무래도 공격하는 입장이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아무리 많은 병력이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한 사람씩 통로를 지나가야 하니 방어하는 입장이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동굴 진지였다.


하지만 그 이점이라는 것이 어디 아군에게만 적용된다고 하던가?


중요한 것은 적군의 일부가 이미 갱도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즉,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갱도 진지 방어의 장점을 거꾸로 적군이 가져갔다는 뜻이며, 내부로 들어온 적군을 섬멸하기 위해서는 조금 전처럼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놈이 알아서 들어온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


”예?“


점점 심각해지는 연대장의 말에 오오야마 소위의 안색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런 그를 한심하게 보던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는 혀까지 끌끌하며 차더니 그를 일깨우듯 말했다.


”이봐, 진지 곳곳에 뭘 설치했는지,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진지에 설치라니... 아!“


약간은 경멸이 섞인 듯한 연대장의 표정에서 오오야마 소위는 그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후지모토 대좌는 갱도 진지를 접수한 다음 곧장 각 입구 부근에 폭약을 설치하도록 했다.


방어가 수월한 동굴이지만, 만에 하나 일본군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입구를 폭파해 내부로 진입한 적을 외부와 단절시켜 섬멸하려는 목적으로 폭탄을 설치한 것이다.


그렇기에 후지모토 대좌는 이청천 대령이 동굴 진지 안으로 들어왔기를 내심 기대하는 중이었다.


운신이 자유롭고 정글이라는 지형의 특성상 유격이 능한 그를 바깥에서 상대하는 것보다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된 갱도가 전장으로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전투력이 뛰어난 이청천이라고는 외부와 연결이 차단된 이곳에서 고작 몇 명으로 버티는 것은 불가능한 것, 만약 그가 스스로 들어오기라도 했다면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을 간단한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는 셈이다.


한참을 달리다가 지휘통제실로 쓰는 공간에 도착한 후지모토 대좌는 걸음을 멈추었다.


아마 원격으로 경보음이 들린 동굴 입구를 폭파할 생각인 듯했다.


”만약 놈들이 정찰 목적으로 들어왔다가 경보음에 빠져나갔다면 헛심을 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나쁠 것은 없겠지. 갱도를 빠져나간다면 놈들을 기다리는 것은 불벼락이 될 테니까.“


”아...“


한눈에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한 오오야마 소위 하지만 후지모토 대좌는 일일이 설명하는 것조차 귀찮게 느꼈는지 굳이 부연 설명을 하려 들지 않았다.


이청천 대령 또는 그의 수하들이 침입한 곳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폭파해서 얻는 가장 좋은 결과는 내부로 들어온 적의 고립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미 빠져나갔다고 하더라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어차피 바깥으로 통하는 입구는 여러 곳, 이미 확보된 입구를 잃은 이청천은 시간을 들여 다른 입구를 찾거나 이동해야 할 것이고, 그곳에는 한층 삼엄해진 일본군 방어 병력이 그들을 기다릴 것이다.


아니면 그들이 이동할 수 있는 몇 군데의 경로에 미리 병력을 배치했다가 기습을 해도 되니, 선택권은 후지모토 자신이 틀어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상에서 전투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몇 시간 후에는 갱도 진지 위로 소이탄이 떨어질 예정, 지상은 온통 불바다가 될 것이니 이청천 대령과 빅터가 맨몸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재주가 있지 않은 이상 그들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숯덩이가 될 것이 자명했다.


즉, 갱도로 들어오던 밖에서 버티던, 이청천과 빅터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자, 그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지켜볼까? ... 아, 그리고.“


원격으로 당장이라도 폭발물을 건드릴 것처럼 하던 후지모토 대좌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오오야마 소위를 손짓해 불렀다.


”생각해 보니 각 위치를 지키는 것보다 놈들이 올 수 있는 예상 침투지에 미리 매복하는 것이 좋겠어. 병력을 내어줄 것이니 지금 즉시 지상으로 올라가도록 하라.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놈들은 함몰된 입구와 가장 가까운 입구로 재진입을 시도하겠지.“


”알겠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갱도로 들어오려는 적군 중 이청천이라는 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아직 자네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연대장의 냉정한 평가에 오오야마 소위는 그저 상기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적을 발견했다고 무작정 공격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지. 상대의 기량과 나의 전력을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만 황군을 이끌 수 있는 장교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 오오야마.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청천이라는 자가 없다면 어떻게 대응하면 되겠습니까?“


오오야마 소위의 말에 후지모토 대좌가 냉소를 지었다.


”그자가 없는 빅터 따위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만약 상황이 그렇다면 한 놈도 빠짐없이 도륙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황군이 받았던 수모를 한 번에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


한편, 동굴 진지 바깥에서 병력과 함께 대기하던 엠마 티에리 중위는 갱도 내부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경보음에 사색이 되었다.


이청천 대령이 일부러 경보 장치를 울렸을 리는 없으니, 그의 존재를 알아챈 일본군이 경보 장치를 작동시킨 것이 틀림없었다.


엠마 티에리 중위는 다급한 와중에도 병력을 둘로 나누어 일부는 자신을 따라 갱도 진지 내부로 진입하게 하고 나머지는 바깥 상황을 주시하도록 했다.


”최우선 목표는 대장님의 구출입니다. 불필요한 교전은 최소화합니다.“


엠마 중위는 M42 기관단총(United Defence M42)에 25발들이 박스 탄창을 결합하더니 이청천 대령이 내려간 갱도 입구로 발을 내디뎠다.


’제발 무사하기를...‘


몰래 성호를 그은 엠마 티에리가 갱도로 내려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내부에서 굉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며 뿌연 흙먼지가 앞을 가렸다.


- 쿠쿵!


”전원 정지! 전원 정지!“


날카로운 목소리로 갱도로 들어가려던 부대원들을 정지시킨 엠마 중위, 시야를 가린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그녀의 앞에 절망적인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무너져 버린 갱도의 통로, 우두커니 선 엠마 중위의 뒤에서 대기하던 대원들이 그제야 상황을 알아채고 다급하게 달려와 손으로 돌덩이와 잔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일본군이 이런 일을 짐작하고 치밀하게 설계한 것인지, 몇 사람이 달라붙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커다란 바위가 길을 막고 있었으며, 설상가상으로 바위틈을 메우는 흙더미가 빈틈없이 내려앉아 통로를 다시 뚫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폭약 가져와!“


손이나 작은 삽 따위로는 길을 뚫을 수 없다고 판단한 대원 한 사람이 폭발물로 입구를 뚫어보려 했으나 엠마 중위가 그를 막고 나섰다.


”안 됩니다. 갱도 자체가 그리 튼튼해 보이지 않아요. 자칫하면 대장님이 있는 곳까지 함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 안에는 대장님 혼자 계신다는 말입니다!“


그 사실을 어찌 그녀가 모를까?


이청천 대령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지금 가장 절망스러운 것은 엠마 중위였다.


- 만약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당신이 대원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갱도 진지로 들어가기 전 그가 남겼던 말, 지금 부대에 필요한 것은 비탄에 빠진 여인이 아니라 이들을 이끌 지휘관임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길한 생각을 억누르던 엠마 티에리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이윽고 결심이 선 듯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부대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당분간 부대는 내가 지휘합니다!“


엠마 중위의 단호한 말에 웅성거리던 대원들이 사담을 멈추고 모두 그녀를 보았다.


다급한 마음에 지휘 계통을 무시한 채 각자 중구난방으로 떠들기는 했으나 엠마 중위의 한 마디에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위기에 처한 이청천 대령의 구출이 시급한 것은 맞지만, 의견이 분분하고 분열된 상태의 부대가 취약하다는 것을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이들을 적절히 통제하고 명령을 내려줄 수 있는 지휘관의 존재, 오랜 기간 험난한 전장을 함께 헤쳐온 엠마 중위라면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 듯했다.


”속히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이곳으로 진입은 불가합니다.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다른 입구는 Q-7(queen-7), 2개 조로 나누어 일개 조는 진입, 나머지는 입구에서 대기합니다. 조의 편성은 전과 동일합니다.“


엠마 중위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굴 내부에 갇힌 이청천 대령에게는 1분 1초가 급한 상황, 조금이라도 서둘러서 그를 구출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이 대원들을 움직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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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6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6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1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8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7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8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5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1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5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3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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