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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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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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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화 - 최후의 전투(14)

DUMMY

두 동강이 난 칼을 보며 이번에는 후지모토 대좌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런 그를 향해 한 걸음 옮기려던 이청천 대령, 그의 귀에 날카로운 후지모토 시게루의 외침이 울렸다.


“그만!”


이미 무기가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허세라고 하기에는 너무 당당한 그의 외침, 후지모토 대좌의 손에 들린 것을 본 이청천 대령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표정을 보니 뭔지 짐작하는 것 같군. 그래, 자네가 생각한 그게 맞아. 바로 이 갱도 전체에 설치된 폭약을 터트릴 수 있는 장치지. 의심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물론 갑자기 달려들어 이걸 어떻게 하려는 생각 따위는 더더욱 하지 않는 게 좋겠지. 자네 움직임이 귀신 같다지만 설마 내가 이걸 누르는 시간보다 빠르기야 할까? 안 그래? 이제부터 신중해야 할 것이네. 이곳 어딘가에 자네를 찾으려는 동료들 생각도 해야지.”


낭패였다.


갱도 진지 전체에 폭약이 설치된 것만 알았지, 그것을 원격으로 폭파할 수단이, 그것도 후지모토 시게루가 직접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안일했다. 이 동굴 전체를 날릴 수단이라면 직접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어야 하거늘...’


“후회가 막급한 표정이군. 그러니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지. 안 그런가? 자, 그 보기만 해도 섬뜩한 칼을 이쪽으로 던지게.”


후지모토 대좌의 요구에 이청천 대령은 오른손에 쥐고 있던 카람빗을 그에게 던졌다.


“음, 이런 느낌이군. 잡기만 했는데 서늘하기 이를 데가 없어. 수많은 사람의 피를 먹어서 그런 것인가?”


이청천 대령의 카람빗을 손에 쥔 후지모토 시게루는 만족스럽다는 듯 칼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그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주인의 피까지 먹는다면 어떨까?”


후지모토 대좌는 자못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평으로 베었다.


카람빗의 칼날이 이청천 대령의 가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베고 지나가자 그가 휘청였고, 가로로 난 상처에서 배어 나온 피가 그의 옷을 붉게 물들였다.


“이건 또 색다른 느낌이군. 대일본제국의 칼도 훌륭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느낌이 있단 말이지. 미안하지만 이건 내가 전리품으로 가져가겠네. 아마... 이쯤이 경동맥이던가?”


후지모토 대좌는 이청천 대령의 목으로 칼을 가져갔다.


그가 잔인하게 웃으며 손에 힘을 주려는 찰나, 후지모토 대좌의 몸이 앞으로 쏠리더니 균형을 잃고 고꾸라졌다.


“이런 미친 새끼가!”


갑작스러운 사태에 후지모토 대좌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청천 대령을 끝내려던 후지모토 대좌를 쓰러뜨린 것은 다름 아닌 다나카 쥰이치, 그가 이청천 대령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엉금엉금 기어와 그의 다리를 잡고 넘어뜨린 것이다.


격분한 그가 대상을 바꾸어 다나카 쥰이치를 향해 카람빗을 찌르려는 순간, 이청천 대령이 그의 오른손을 낚아채는 것과 동시에 비틀었다.


“윽!”


후지모토 대좌가 입에서 신음을 토해내는 것과 함께 카람빗을 놓쳤고, 이청천 대령이 재빠르게 그의 무기를 회수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 빌어먹을.”


허무한 듯한 후지모토 시게루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이청천 대령의 카람빗이 번뜩였다.


매의 발톱처럼 생긴 칼날이 후지모토 대좌의 목을 긋고 지나가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커헉!”


후지모토 대좌는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으나 시뻘건 피는 그의 손가락 사이로 마구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이청천 대령은 옷가지나 천 등 지혈할 것을 마구잡이로 가져와 목을 감는 후지모토 대좌를 잠자코 지켜보았다.


“크큭, 뭐지, 그 눈빛은? 감히 날 동정하는 건가?”


옷가지로 목을 칭칭 감다시피 한 후지모토 대좌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청천 대령을 보더니 섬뜩한 표정으로 웃었다.


“오, 그 눈빛.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눈빛이군. 조금 전까지는 야수의 눈이 따로 없더니 이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잖아?”


“...”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은 이청천 대령은 돌아서더니 쓰러진 일본군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폭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곳을 나갈 것이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부상자를 부축하도록 하시오.”


이청천 대령의 말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일본군 병사들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자네도 여기를 나갈 수 있겠지.”


“뭐라? 여기를 나가? 으하핫!”


이청천 대령의 말에 후지모토 대좌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가 크게 웃자 간신히 멎는가 했던 피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더니 다시 목에 감은 옷을 진하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봐, 동맥을 끊어놓고 살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건가? 농담이 지나치군. 그런데 기뻐하기는 너무 이른 게 아닌가?”


“무슨 말이지?”


“그렇지, 이르지. 일러도 한참 이르지. 곧 여기가 무너져 가루가 될 것인데 자네는 마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마음을 놓고 있지 않은가?”


“... 흔들려는 수작이라면 그만둬. 말할 힘조차 아껴야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목숨을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다니 새삼스레 고맙군. 하지만 자네는 중요한 것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아, 흐흐흐.”


이청천 대령은 굳이 떠들어대며 죽음을 앞당기는 후지모토 대좌를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단순한 블러핑이라고 하기에는 그가 얻을 것이 없지 않은가?


상당한 피를 흘렸으니 쇼크가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의 후지모토 시게루였으나, 그는 고통에 초월하기라도 한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시한 신관이라고 들어봤겠지?”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이청천 대령의 안색이 달라졌다.


“크큭, 그래, 자네가 모를 리 없지. 그나저나 이제 좀 흥미로운 표정이 됐군! 아주 마음에 들어! 난 말이야, 이곳 어딘가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폭약에 시한 신관을 설치했네. 당연한 말이지만 언제 터질지, 어디에 설치되었는지는 오직 나만 알고 있지.”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원격 발파 장치를 제거한 것만으로 갱도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클클, 자네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겐가? 그 장소는 나만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 있는 쓸모없는 놈들에게 내가 그런 것을 알려줬을 리가 없지 않은가?”


후지모토 대좌의 말을 들은 일본군 병사들은 당황한 듯 웅성거렸으나 그의 말처럼 시한 신관이 설치된 폭약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그곳이 어디지? 말해!”


이청천 대령은 다급하게 후지모토 시게루를 재촉했으나 그가 입을 열 까닭이 없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그는 마지막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이청천 대령을 보며 씩 웃었다.


“네놈은... 여기서 나와 함께... 가는 거다... 나의... 완벽한... 승리다...”


흡족한 듯 웃던 후지모토 대좌의 몸이 축 늘어졌다.


*


빌리 에이킨 대령이 극적으로 폭격을 멈추게 한 모양인지 더는 지상에서 폭음이 들려오지 않았고, 매캐한 냄새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지대장님! 저기 앞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던 김철기 대원이 앞에서 들린 인기척에 바짝 긴장했다.


“전투 준비! 오발로 인한 폭발 위험이 있으니 총기 사용은 불허한다.”


지시를 내린 김우진 대위는 양손에 대검을 쥐고 언제든지 상대에게 달려들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한층 가까워진 발소리 그리고 커진 그림자, 이윽고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다시 전투용 대검을 고쳐 잡은 김우진 대위가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대장!”


다가오는 이의 정체는 이청천 대령이었던 것이다.


“무사한 거요? 아니, 다리가!”


“괜찮아, 걷는 데는 문제 없어. 어서 부상병들과 함께 이곳을 나가자.”


“마침 폭격도 멈췄소. 나가서 조금만 기다리면 홍차놈들이 우리를 태우러 올 거란 말이오.”


마음의 무거운 짐을 덜어낸 김우진 대위는 어느 때보다도 가볍고 밝은 목소리였다.


“엠마 중위는?”


“아까 폭발로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었소. 큰 부상은 아니니 염려하지 마시오.”


그의 말을 들은 이청천 대령은 천영수 대원에게 업힌 엠마 중위에게 다가갔다.


잠든 듯 의식을 잃은 그녀, 이청천 대령은 복잡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그녀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외상도 없소.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요.”


엠마 티에리가 정신을 잃은 것을 걱정하는 것쯤으로 여긴 김우진 대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 작전 전에 준 신호기는 아직 가지고 있어?”


“대원들 대피시키면서 빌리 에이킨 대령한테 줬수다.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슈? 어차피 필요도 없는데.”


“알겠다. 자, 얼른 이곳을 나가자.”


이상하게 말을 얼버무리는 이청천 대령, 김우진 대위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탈출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이내 머릿속에서 그의 반응을 지워버렸다.


좁고 구불구불한 동굴 통로를 따라 이동한 끝에 그들은 빛이 들어오는 작은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장 먼저 나가슈. 난 저놈들을 뒤에서 올릴 테니.”


“아니야, 네가 나가서 사람들을 잡아줘. 난 한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끌어올리기는 무리야.”


“겨우 그 정도로 힘이 안 들어간다고? 천하의 대니얼 리가? 이건 두고두고 놀려 먹을 거요.”


김우진 대위는 씩 웃으며 앞장서더니 드디어 동굴 진지를 빠져나갔다.


가장 먼저 끌어 올린 것은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엠마 중위였고, 부상자부터 차례차례 지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 아이고, 이제 살 것 같네.

-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햇빛이야?


지상으로 올라온 빅터 대원들과 일본군 제56독립연대 병사들은 심호흡하며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자, 이제 대장만 남았소. 아까 스가이 다케오란 놈이 팔을 집중적으로 타작해서 나도 힘드니까 얼른 잡아요.”


“... 잠깐만 물러서 봐.”


“엥?”


느닷없이 물러서라는 말과 함께 손을 젓는 이청천 대령, 김우진 대위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입구에서 몇 걸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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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마지막 화 - 레퀴엠(requiem) 24.03.27 67 3 12쪽
»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7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6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1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8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7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8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1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5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3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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