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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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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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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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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62화 - 최후의 전투(6)

DUMMY

‘아는 게 죄다. 아는 게 죄야. 에라이, 죄 많은 인생...’


1차 세계 대전부터 코쟁이 녀석들이 흥얼거렸다던 군가, ‘Over there’를 부르며 제자리 걸음을 하는 이규식 대원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이었다.


‘누님은 개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 사악한 고자 제조기 옆에 있었던 거냐고...’


입으로는 군가를 부르면서도 불안한 듯한 시선은 조금도 쉬지 않고 좌우를 살폈다.


이규식 대원은 지금이라도 당장 시커먼 총칼을 든 일본군이 시뻘건 눈을 한 채 달려들지 않을까, 오금이 저리는 듯했다.


“뭐야, 이 새키. 너 미쳤냐? 왜 여기서 노래 부르고 지랄...!”


“으아악!”


“엄머, 시벌 놀래라!”


이규식 대원은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자빠질 만큼 기겁했다.


“야, 얘 왜 이러냐?”


어이없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우진 대위.


“아이고, 지대장님!”


이규식 대원은 지옥에서 부처를 만나기라도 한 듯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얼씨구? 야야, 이거 미친 거 확실해. 아주 맛탱이가 갔다니까! 얌마, 근데 너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니까? 나 모르는 사이에 군악병으로 보직 변경했어?


김우진 대위가 재차 다그치자 이규식 대원은 그제야 이곳에서 처량하게(?)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군의 군가를 부르고 있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적군은?”


엠마 티에리의 작전이 먹혀들었는지 확인하러 간 대원은 포위망을 형성했던 일본군 진영 일대가 눈에 띄게 어수선해졌다는 정황을 보고했다.


“그으래? 그러면 일단 장단을 맞춰줘야지.”


일단은 엠마 중위가 의도했던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김우진 대위는 곧장 다음 계획에 착수했다.


“자자, 세 사람 앞으로!”


김우진 대위는 구난 차랑에서 뛰어내린 세 사람을 가리켰다.


영문도 모른 채 불려 나온 대원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우진 대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야? 표정들이 왜 그래? 내가 뭐 이상한 짓이라도 시킬까 봐 그래?”


“뭐 언제는 이상하지 않은 걸 한 적이 있습니까? 미친 짓도 이유를 알아야 덜 불안하죠.”


“이 새키가! 아무튼 잘 들어. 너희 셋 아니지, 규식이 포함 넷은 지금부터 빅터 중창단이다, 알겠나?”


역시나 이상한 김우진 대위의 지시였다.


“뭐야? 왜 전부 알겠다는 표정이야? 적군이 코앞에 있는데 중창단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


“머리로 이해하는 걸 포기하면 편하죠. 특히 지대장님 말씀은 말입니다.”


“이 새키들이! 너희 넷 한 번 불러봐. 좋아... 뭐야? 철기 넌 왜 군가에 화음을 넣고 지랄이야?”


네 사람이 부르던 ‘Over there’를 듣던 김우진 대위는 흡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식들, 왜 잘하지? 아무튼 좋아. 너희는 계속 그렇게 한 곡조 뽑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제자리 걸음 실시! 왼발! 왼발! 자, 좋았어.”


대원들에게 이상한 지시를 내린 김우진 대위는 군장 속을 뒤져서 검은 복면을 찾아내더니 곧장 착용했다.


“자, 그럼 난 간다.”


군장을 내려놓은 채 가벼운 복장으로 사라진 김우진 대위, 그가 사라진 뒤로 음정이라고는 하나도 맞지 않는 군가와 그에 곁들인 힘찬 군홧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설마 영국놈들이 여기까지 왔단 말씀입니까? 부연대장님의 본대 병력을 뚫을 수가 없을 텐데요.”


스가이 다케오 중좌의 주력은 이미 소멸한 지 오래였으나 연락이 닿지 않는 그들이 이 상황을 알 리가 없었다.


“틀림없어! 너희들 귀에는 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이냐?”


오오야마 소위의 호통에 병사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볼 뿐이었다.


열도 밖으로 나온 것이 이곳 밀림인데, 영어를 어떻게 알아듣는단 말인가.


“대단하십니다. 영어를 단번에 알아들으시다니!”


어느 병사의 말에 오오야마 소위는 급박한 상황에도 어깨가 우쭐해지는 듯했으나 사실 그도 들리는 저것이 영어인지, 프랑스어인지는 몰랐다.


‘일본말은 아닌 것이 확실하고, 근방에 있는 놈들이라고는 영국놈들이 전부니, 영어가 틀림없는 것이지.’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방심한 빅터를 달아나지 못하게 빈틈없이 포위했으나 적군이, 그것도 후방에서 나타나리라는 것은 시나리오에 없던 것이었다.


반원 형태의 포위망은 빅터를 옭아매는 데는 적합할지 모르나, 후방에서 나타난 적에게는 취약한 부분이 노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후방 적군의 공격에 의해 포위망을 형성한 일본군이 완전히 두 쪽으로 갈릴 수도 있었다.


“놈들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속히 명령을!”


군가와 발소리에 이어 함성까지 들리자 다급해진 병사 하나가 급기야 오오야마 소위를 보며 닦달하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마라! 이건 전부 놈들의 얕은 술책일 뿐이다.”


오오야마 소위는 믿는 구석이 있기라도 한 듯 전혀 위축되지 않은 채 당당하게 말했다.


“놈들의 대응이 제법이지만 진법을 통달한 나에게는 아무런 위험도 되지 않는다.”


병사들은 갑자기 진법을 운운하며 일장 연설을 시작한 오오야마 소위를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보았다.


“저들은 분명 한곳에 병력을 집중하여 돌파를 시도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군 병력은 두 개로 나뉘어져 포위된 빅터와 영국놈들에게 역공을 당할 공산이 커지겠지.”


간단히 말해서 반원 형태로 형성된 일본군의 포위망을 잘라버린 후 나뉜 그들을 빅터와 합세하여 각개격파 한다는 뜻이었다.


오오야마 소위의 그럴듯한 추론을 들은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놈들이 한점으로 돌파를 시도한다면 오히려 그보다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놈들의 뻔한 수와 대응 방법은 이 머릿속에 다 들어 있으니 말이다.”


“그, 그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한시가 급한 마당에 느긋한 오오야마 소위를 본 한 사람이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으나 오오야마 소위는 그런 그에게 냉소 어린 시선을 보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는 그 유명한 미카타가하라 전투도 모르는 것인가?”


미카타... 뭐?


병사들은 그것에 대체 무엇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아는 것을 감추는 법을 도통 모르는 오오야마 소위는 한층 더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병사들을 쓱 둘러보았다.


미카타가하라 전투, 센고쿠 시대, 교토에 진출하려 하던 카이의 호랑이(甲斐の虎)라고 불리던 맹장, 다케다 신겐과 그를 저지하려는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연합군의 대회전이다.


다케다 신겐은 미카다가하라 평야에서 적의 종심을 돌파하기 위한 넓은 삼각형 형태의 진형을 꾸렸는데, 이에 대항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학익진을 펼쳐 적군을 섬멸하려고 했다.


오오야마 소위는 이점에 착안해 파고드는 적군의 양익으로 망치 역할을 할 병력을 움직인 다음 후방의 영국군을 포위해 섬멸하려는 것이었다.


“자,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오오야마 소위의 기나긴 설명에 병사들은 그저 눈만 끔뻑일 뿐이었다.


‘너희 같은 무지렁이들에게 뭔가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무릇 범인이 영웅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법, 오오야마 소위는 눈앞의 이들을 그저 말하는 감자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만약 후방의 적군이 아군의 양 날개를 노린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당돌한 감자의 날카로운 지적에 오오야마 소위는 가슴이 뜨끔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학익진을 찢어버린 방법이 바로 그가 지적한 측면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대비책은 떠오르지 않는 우리의 진법 마스터.


“이렇게 한가하게 잡담을 늘어놓을 시간에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여라! 작전은 정해졌어!”


오오야마 소위는 그저 목청을 높여 감자의 싹을 자를 뿐이었다.


“두고 보아라. 센고쿠 3영걸(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재림을 목도하게 될 것이니! 자, 가라!”


오오야모 소위는 눈을 부릅뜨며 대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오른손을 저어 병력의 진군을 명령했다.


*


“뭐야? 이 멍청한 놈들은?”


한바탕 싸움, 싸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싱거운 드잡이에 가까운 소란이 끝나자, 김우진 대위는 무장 해제된 일본군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엠마 중위의 작전처럼 후방을 교란하기는 했으나 일본군이 병력을 돌려 정면으로 부딪쳐 오면 꽤 힘든 싸움이 되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일본군은 갑자기 측면 기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층 얇아진 채 드러난 측면, 빈틈을 노리던 김우진 대위가 이것을 놓칠 리 없었다.


양손에 전투용 대검을 쥔 김우진 대위는 한 마리의 맹수처럼 사납게 일본군의 한쪽 날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고, 대혼란에 빠진 일본군을 빅터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결국 일본군 중 한 사람이 우려하던 것처럼 학익진의 측면이 완전히 무너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바지에 똥을 지리며 달아난 것과 같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엠마 티에리 중위와 병력을 궁지까지 몰아넣은 일본 정예병의 허망하기까지 한 패배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달아나기라도 했지...’


허무하게 포로 신세가 된 일본군 병사들은 원망스러운 눈길로 ‘진법 마스터’를 보았다.


“적절한 때에 와주었군요. 덕분에 살았어요.”


갈색 머리칼의 미녀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다른 사내를 보며 웃자 오오야마 소위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후방의 지원군을 섬멸하면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엠마 중위가 순순히 투항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인 것 같았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혼인신고에 손자, 손녀까지 본 상상을 하던 오오야마 소위는 이 모든 사달의 원흉인 김우진 대위를 쏘아보았다.


“뭘 봐, 이 새키야. 눈깔 착하게 안 떠?”


김우진 대위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손을 들자, 오오야마 소위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대장 혼자 갇혔다면 지체할 시간이 없는데, 이것들 그냥 깡그리 묻어버리고 들어갑시다.”


상황을 전해 들은 김우진 대위는 조급했다.


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검을 뽑아 든 대원들, 그 모습을 본 일본군 포로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잠깐만요. 우린 동굴 진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 저들을 통해 뭔가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엠마 중위의 말에 김우진 대위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세한 정보를 캐낼 수만 있다면 위험한 동굴 진지를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좋소. 또 그런 건 내 전문이지.”


김우진 대위는 손가락 마디를 ‘우두둑’ 소리 나게 꺾으며 포로 중 유일한 장교인 오오야마 소위에게 다가가려 했다.


“아뇨, 이번에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그런 김우진 대위를 만류하더니 자청하며 나서는 엠마 티에리, 그런 그녀를 보며 대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몇 사람은 어디선가 배운 듯 가만히 성호를 긋기 시작했다.


- 조상님, 고자 몇 놈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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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마지막 화 - 레퀴엠(requiem) 24.03.27 67 3 12쪽
272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7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6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2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1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9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8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6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4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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