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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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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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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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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화 - 자폭 병기(2)

DUMMY

“이게 무슨 소린가?”


처음에 빌리 에이킨 대령은 달아나던 일본군이 지뢰라도 설치한 줄로 착각했다.


하지만 소총탄도 없는 그들이 지뢰를 가지고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큰일입니다! 민간인 중 일부가 아군을 향해 유탄을 투척하고 있습니다.”


“뭐야? 유탄을 던져? 분명 조금 전 몸 수색을 했다고 하지 않았나?”


“민간인 수가 많아 전수 조사를 하지 못한 듯합니다. 아마 총기 위주로 수색을 진행하다 보니 작은 유탄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젠장!”


낭패였다.


도망가던 일본군 잔당이 갑자기 인근 주민들을 징발한 이유, 그중 이들을 무장하여 아군의 진격을 방해하리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가 유탄을 숨기고 있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닌가.


“추가로 확인된 사실을 보고드립니다. 현재 소동을 일으킨 자들은 인근 주민이 아니라 현지인으로 위장한 일본군 잔당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팀 배시 대위의 보고에 빌리 에이킨 대령이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디에 위장한 일본군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모든 이들을 한 명씩 수색하는 것도 문제였다.


외모라도 차이가 나면 모르겠으나 영국인들 눈에 동양 사람들은 전부 거기에서 거기로 보였으며, 오랫동안 직사광선을 받고 군복까지 벗겨 놓은 일본군을 겉모습만으로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찾아내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없었으나, 수색에 몰두한 사이 위장한 적군이 슬쩍 수류탄을 밀집된 곳으로 던지기라도 한다면 겉잡을 수 없이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더욱 골치 아픈 것은 유탄을 던지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놈들이었다.


이들은 아군 병사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자살 테러까지 벌이고 있으니 겁이 난 병사들은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꺼리고 있었다.


부대의 피해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눈앞의 민간인 그리고 그사이 숨은 일본군을 모두 사살하는 것이지만, 빌리 에이킨 대령은 아무런 죄가 없는 민간인들을 향해 발포한다는 결정을 도저히 내릴 수 없었다.


“일단 물러서게 해. 저들과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라!”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빌리 에이킨 대령은 위험 요소와 부대를 분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시간을 벌어 추격자와 거리를 벌리는 것, 일본군의 계책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저, 이렇게 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저들을 쏘라는 말이라면 꺼내지도 말게.”


팀 배시 대위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빌리 에이킨 대령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은 잊어 주십시오. 경솔했습니다.”


“...”


빌리 에이킨 대령의 표정이 풀어진 것을 본 팀 배시 대위가 말을 이었다.


“외람된 말이지만, 시간이 지체된 사이 적과 아군의 간격은 상당히 벌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밀림이라는 지형을 저들이 이용해서 소규모라도 병력을 숨겨두었다면 추격군에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연대장의 눈치를 보며 돌려 말하고 있으나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면 퇴각이었다.


어차피 적의 주력은 섬멸했으니 전략 목표는 달성한 셈이고, 추격해서 적의 잔당을 소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과 확대 목적이니 여기서 돌아가더라도 제78연대가 손해 볼 것은 없었다.


하지만 빌리 에이킨 대령은 애꿎은 민간인까지 끌어들여 자폭 테러를 감행하는 적을 두고 돌아서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듯했다.


이러한 연대장의 속내를 알아챈 팀 배시 대위가 두 번째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장 추격하여 잔당을 소탕하기는 어렵지만, 민간인들 사이 숨은 일본군을 처리할 방법은 있을 듯합니다.”



*


‘꼬랑지를 말고 도망가는 꼴이 아주 볼만 하구나.’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물러나는 영국군 제78연대를 보며 현지인으로 위장한 가네무라 상등병이 코웃음을 쳤다.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고작 이 정도로 대패한 것을 만회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무기력하게 일방적으로 쫓기는 모양새는 면하지 않았는가.


“당장 어찌할 수단이 없는 모양입니다.”


영국군이 더는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본 마츠시타 상등병이 입꼬리를 올렸다.


“멍청한 놈들이 아닌가? 이런 놈들에게 어설픈 인정을 베풀어 일을 그르치다니.”


가네무라는 잔뜩 위축된 표정의, 끌려온 주민들을 보며 비웃듯 말했다.


압도적인 머릿수와 화력을 가지고도 영국군이 물러난 이유는 뻔했다.


민간인들 틈바구니에 섞인 일본군을 찾아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니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아예 추격을 중단한 것이다.


‘만약 내가 저놈들의 지휘관이었다면...’


전부 이 자리에서 사살해버리면 간단한 일, 가네무라 상등병은 두 번 고민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철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놈들이 이곳을 주시할지도 모른다. 당장 물러나는 것보다 추이를 지켜보다가 판단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놈들... 쯧쯧.”


마츠시타 상등병은 온몸에 파편이 박혀 숨진 시신을 끌어안고 흐느끼는 주민을 보며 혀를 찼다.


아마 조금 전 장렬히 전사한 사카구치 일등병의 수류탄 폭발에 휘말려 죽은 이와 관계가 있는 녀석인 듯했다.


“참으로 한심한 놈들이 아닙니까. 누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목숨을 기꺼이 내던지는 마당에, 아무리 총칼로 위협했다고 하나 제 발로 기어와 질질 짜는 꼴이.”


마츠시타 상등병은 끌려온 주민들을 멸시하는 듯한 눈으로 보았다.


그는 포로로 끌려와 이런 꼴을 당할 바에는 그 자리에서 죽더라도 달려들어 싸우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런 정신, 하늘로 승천하는 기상을 가진 대일본제국이 미개한 아시아인들을 이끌어야 할 합당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내 뜻이 바로 그렇단 말이지. 하긴 사무라이 정신을 모르는 놈들에게 무엇을 기대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연대장님께서는 무엇하러 이런 미개한 놈들에게 귀한 식량을 내주고 머리까지 숙이셨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긴 연대장님께서 군신(軍神)에 가까운 위대한 분이신 건 확실하지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내리실 때도 있는 모양이야. 나라면 저런 놈들 모조리 잡아 와서 진지 구축에 동원하거나 이번처럼 인간 병기로 내세웠을 것이야.”


“설마 특공(特攻)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설마 숭고한 애국심과 희생정신이 바탕인 특공에 저런 놈들을 세웠을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특공이라니! 신풍특별공격대(神風特別攻撃隊, 일명 카미카제)와 어떻게 같은 선상에서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그저 인간 병기라고 하지 않았나, 이 사람아. 쉽게 말해 그냥 총알받이란 말이네.”


가네무라가 낄낄거리자 마츠시타 상등병 역시 조소를 띠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마주친 한 사람의 얼굴, 위축되고 겁먹은 표정의 사람들과 달리 그는 분개한 얼굴로 낄낄거리는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미개한 놈이! 어딜 쏘아보는 거야!”


마츠시타 상등병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더니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청년의 가슴팍을 강하게 걷어찼다.


“이봐, 너무 다그치진 말게. 그러다 오줌이라도 지리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으하하.”


말리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는 가네무라, 그의 반응에 더욱 기세등등해진 마츠시타는 짐짓 화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넘어진 청년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위협했다.


소수로 다수를 제어하는 방법, 마츠시타 상등병은 오직 공포만이 이들이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할 수단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방법이 잘 통하고 있었다.


한껏 기세가 오른 마츠시타를 재밌다는 듯 보던 가네무라 상등병은 문득 주위를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응? 저놈들... 표정이...?”


*


팀 배시 대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물러나긴 했으나 빌리 에이킨 대령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록 부대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긴 하지만 겁에 질린 현지인의 표정이 지워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군요.”


“이봐, 나를 인도주의자로 착각하면 곤란해. 내가 걱정하는 건 적군이 물러가고 이 지역까지 우리 대영제국의 손길이 미쳐야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그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한 것뿐이야.”


빌리 에이킨 대령은 무력을 앞세워 식민지를 건설하던 야만의 시대는 일찌감치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협력의 시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면서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빌리 에이킨 대령은 미래 대영제국을 위해서는 인도에서 중국까지 이어지는 육지 회랑 구축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인근 지역, 특히 정글 깊은 곳에 사는 이들의 환심을 사서 원만하게 영국이 인도차이나반도까지 닿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런 식의 대응이 이어진다면 저들의 협조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거야.”


“동감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택이 꼭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습니다. 일본군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근의 주민들을 모두 끌어내 전선으로 투입했습니다. 그중 몇 명은 유탄 폭발로 인해 다치거나 죽었을지도 모르지요.”


현지 주민들이 죽거나 다쳤는데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 이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의아한 빌리 에이킨 대령의 표정을 보지 못했는지 팀 배시 대위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상황에 우리가 억지로 수색하거나 숨어 있는 일본군 몇 명을 박멸할 목적으로 민간인 전체를 공격했다면 원성은 고스란히 아군에게 향하지 않았겠습니까?”


그제야 그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아군이 물러난 마당에 남겨진 것은 다수의 주민과 소수의 위장한 일본군이 전부가 아니겠습니까?”


“음,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은 일본군의 몫이라는 말이겠군.”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간인들 틈으로 끼어든 일본군이겠지만요.”


빌리 에이킨 대령은 그제야 제78연대가 퇴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민간인으로 위장한 일본군이 정리되리라는 팀 배시 대위의 말이 완전히 이해됐다.


“아무튼 본 연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했다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 이제 철수할 일만 남았네.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야.”


빌리 에이킨 대령은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비구름이 몰려오는 능선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폭격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6시간 정도, 그는 문득 빠듯한 시간 내에 그들이 무사히 작전 지역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됐다.


*


가네무라 상등병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이, 이봐.”


쓰러진 청년을 무차별 구타하던 마츠시타 상등병은 어딘가 이상한 가네무라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가 깜짝 놀랐는지 발을 헛디디며 볼썽사납게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이내 벌떡 일어난 마츠시타는 눈을 부라리며 수류탄 한 발을 꺼내 앞으로 내밀더니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주민들을 보며 위협하듯 외쳤다.


“저리가! 이게 뭔지 알지? 다가오면 확 터트려 버린다!”


저들이 일본말을 알아듣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들고 있는 유탄이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마츠시타의 위협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독기 어린 눈을 한 채 천천히 다가왔다.


이 모습을 본 가네무라는 칼이라도 꺼낼 요량으로 품을 뒤적이다 순간 ‘아뿔싸’ 하고 말았다.


작전에 투입되기 전 그들은 수류탄 두 발을 제외한 모든 무기를 반납하지 않았던가!


즉, 접근하는 주민들이나 위장한 일본군 몇 명이나 수류탄을 제외하면 맨손인 것은 같은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마츠시타!”


가네무라는 다급한 목소리로 마츠시타 상등병을 불러 무언의 눈짓을 보냈다.


- 자네의 결의를 보여주게!


가네무라 상등병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곧장 알아챈 마츠시타, 안전핀에 손을 가져가려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만, 유탄은 나만 있는 게 아닌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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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9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8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6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4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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