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이나이트님의 서재입니다.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69,165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4.03.04 18:00
조회
48
추천
1
글자
11쪽

259화 - 최후의 전투(2)

DUMMY

”허억!“


이춘삼 중사는 괴로운 신음과 함께 눈을 번쩍 떴다.


아직 이 질긴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구나.


이춘삼 중사는 허탈한 나머지 웃음마저 나왔다.


하반신은 감각이 없었고, 상체는 물을 잔뜩 머금은 솜뭉치처럼 무겁기만 했다.


언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야말로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으윽!“


코즈카 타쿠마 중위의 칼에 깊은 자상을 입은 이춘삼 중사가 괴로운 듯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마지막 기운을 짜내듯 소리쳤다.


”준영아... 필규야... 이 썩을 잡놈들아, 싸게 대답 좀 해보라니께...“


부디 한 사람이라도 대답하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이라고는 동굴에 처연하게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뿐.


”크흐흑...“


머리가 희끗희끗한 장년의 사내가 속절없이 무너지며 흐느꼈다.


여기에 오기로 하면서 예상했던 일, 이렇게 될 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짙은 어둠 속에 벌레처럼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는 이들, 생떼 같은 녀석들을 보내고도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눈물로 잔뜩 흐려지고 번진 눈앞, 갑자기 어둠 속에서 뭔가 비틀대며 겨우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누, 누구여? 필규냐? 준영이여?“


이춘삼 중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비틀거리는 그림자가 익숙한 음성으로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이런 빌어먹을 조센징 같으니!“


안타깝게도 몸을 수류탄 폭발에서 살아남은 것은 장필규 대원도, 도준영 대원도 아니었다.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며 다가오는 것은 다름 아닌 코즈카 타쿠마 중위, 엉겁결에 수류탄을 집어들긴 했으나 터지기 직전 뒤로 흘리듯 던져 버렸고, 그 덕에 간신히 목숨은 부지했다.


물론 폭발로 왼쪽 팔과 다리는 엉망이 되었고, 파편을 피하지 못한 듯 한쪽 눈은 뜰 수 없었지만 말이다.


비틀거리며 움직이지 못하는 이춘삼 중사를 향해 다가오던 코즈카 중위는 땅에 떨어진,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칼을 집어 들었다.


코즈카 중위가 가까워지는 것을 본 이춘삼 중사는 무엇이라도 집어 대항하려 했으나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동굴 바닥의 진흙이 전부였다.


”네놈, 네놈이 모든 것을 망쳤어. 네놈만 아니었으면!“


이 사태를 깔끔히 정리했다면 연대장인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기동 가능한 나무 방패를 꽤 흥미로워했던 연대장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꿈틀거리는 이 조센징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제법 기대를 하는 것 같던 연대장의 시선은 어느새 냉소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예상조차 하지 못한 수류탄에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한쪽 눈마저 잃어버렸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들끓는 듯한 코즈카 중위는 어떻게 해야 눈앞에 이 녀석을 더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피가 엉겨 붙은, 보이지 않는 왼쪽 눈으로 손을 가져간 코즈카 중위, 그는 아직 멀쩡히 두 눈을 뜨고 있는 이춘삼 중사를 마뜩잖은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너 같은 놈이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군.“


코즈카 타쿠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칼로 이춘삼 중사의 두 눈을 베었다.


”으으으으...“


차가운 금속이 눈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과 동시에 찾아온 고통 그리고 어둠, 이춘삼 중사는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모습은 코즈카 타쿠마의 부아를 더욱 돋웠다.


비참한 모습으로 소리라도 질렀다면 심장에 칼을 찔러 넣어 죽여버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는 모습이 더욱 그를 날뛰게 했다.


영원히 찾아온 어둠에서 양손을 휘저어 자기의 다리라도 붙잡으려는 듯한 이춘삼 중사, 차라리 죽어버리면 편하기라도 할 것을, 대체 무엇이 이자의 생을 붙들고 있는 것일까?


굴하지 않는 이춘삼 중사의 모습에 코즈카 타쿠마는 오싹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증오가 끓어올랐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간절히 비는 꼴을 기필코 보고 말리라!‘


칼을 쥔 손에 다시 힘을 준 코즈카 중위는 아직도 양손을 휘젓고 있는 이춘삼 중사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고통을 줄까? 어떻게 하면 너의 그 지독한 의지를 부러뜨릴 수 있을까?


이미 쓸모가 없는 다리, 저런 건 건드려 봐야 재미도 없을 테니 쉴 새 없이 저어대는 저 팔을 하나씩 잘라버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코즈카 타쿠마는 순간 흠칫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만큼 잔인한 사람이었던가?


하지만 그는 이내 그런 ’나약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본디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것이고, 패자를 처분하는 것은 온전히 승자의 몫인 것이다.


”팔을 하나씩 잘라낸 다음 산 채로 포를 떠주지. 이번에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지 지켜보지.“


그가 일본말을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으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결심이 선 마당에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코즈카 중위는 잔인한 웃음을 머금은 채 이춘삼 중사를 향해 한걸음 옮겼다.


한편, 코즈카 타쿠마에 의해 양쪽 눈을 잃은 이춘삼 중사, 영원히 끝나지 않는 칠흑 같은 밤 한가운데에서 그는 외롭게 양손을 휘젓고 있었다.


어차피 진작에 내려놓은 목숨, 지금 와서 죽는다고 아쉬울 것은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쓰러질 수 없는 것은 이곳에 적군을 묶어두고 시간을 벌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버텨야 작전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그래야 명부(冥府, 저승)에 가서도 차돌이 성님을 비롯해 먼저 간 녀석들을 볼 낯이 있다는 집념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안된다! 절대 못 지나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이춘삼 중사는 필사적으로 손을 저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 퍽!


머리를 걷어차인 것인지 이춘삼 중사의 몸이 기우뚱하고 기울어졌다.


동시에 윙하고 울리는 머리, 한쪽 귀가 어떻게 된 것인지 소리마저 웅웅거리며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숨을 내쉬고 뱉는 것조차 힘겨웠다.


하지만 질긴 목숨은 아직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아니, 절대 지금 쓰러질 수는 없었다.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발목이라도 붙잡으려는 듯 이춘삼 중사는 다시 더듬듯 손을 휘저었다.


오장육부가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고통, 한 줄기 빛조차 느껴지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죽음을 관장하는 사자가 한발 성큼 다가온 듯 감각이 둔해지며 온몸에 한기가 돌았으나 이춘삼 중사는 이가 부러질 듯 깨물며 버텼다.


- 쿵!


뭔가 육중한 것이 다가오는 소리와 함께 일본말로 나지막하게 욕지기를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 하지만 이춘삼 중사는 단 1초라도 시간을 더 벌어보려는 듯 손을 뻗어 앞에 있을 무언가를 잡으려 했다.


사방을 더듬던 그의 손에 잡힌 무언가, 분명 사람의 다리였다.


”안된다! 못간다, 이놈...“


그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부여잡은 양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포술장님, 아니 아재, 납니다. 김우진...“


김우진? 우리 부대의 지대장인 그 김우진?


그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차, 참말로 지대장님이여라? 참말로?“


이춘삼 중사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눈을 크게 더 나타난 김우진을 보려 하다가 이내 조금 전 영원히 빛을 잃었음을 떠올렸다.


”그, 그렇군요. 이 목소리, 틀림없이 우리 지대장님이 맞구마이. 허허.“


김우진 대위의 목소리를 알아본 이춘삼 중사가 한시름 놓았다는 듯 힘없이 웃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왔다면 안심할 수 있으리라.


온 힘을 다해 부여잡던 무거운 짐,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기라도 한 듯 김우진 대위의 다리를 잡았던 이춘삼 중사의 손에 힘이 스르륵 빠지더니 이내 그의 고개가 툭하고 떨어졌다.


영원한 안식으로 접어든 이춘삼 중사의 얼굴에 평온한 기색이 피어났고, 그의 시신을 끌어안은 한 사내의 절규가 동굴을 가득 메웠다.


*


”입구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다른 쪽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부대원의 보고에 김우진 대위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까지 웃고 떠들던 이들이, 곁에서 함께 숨 쉬던 사람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까?


”... 그런데 포술장님과 두 사람은 왜 이곳까지 왔을까요?“


무거운 침묵을 깨고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난 김우진 대위,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하긴 했다.


뭔가 일을 도모하기에 세 사람은 너무 적었다.


세 사람이 특공조가 되어 입구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뒤를 받치는 병력이 없다는 것은 이곳을 점령할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무엇보다 위치가 이상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이곳은 J-4, 이청천 대령이 목표로 한 지점인 E-2와는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그 사이 작전이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김우진 대위는 헤어지기 전 그가 건네준 단파 위치 송신기를 물끄러미 보았다.


아직 잠잠한 송신기, 적어도 그의 작전이 실패해 포격이 필요한 상황은 아님이 확실했다.


”병력을 산개해. 다른 입구를 찾는다.“


”저, 지대장님, 폭격까지는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이곳을 이탈하지 않는다면...“


주저하듯 꺼낸 말, 그의 말에 김우진 대위는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작전에 없던 이춘삼 중사와 장필규 대원, 도준영 대원이 엉뚱한 곳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이 분명한데 이청천 대령과 나머지 대원들을 남겨둔 채 떠날 수는 없었다.


”엔진음입니다!“


갑작스러운 보고에 김우진 대위가 손으로 신호를 보내 부대원을 엄폐하게 하는 한편 가까워지는 차량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모습을 드러낸 엔진음의 정체는 다행히 적군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국군이 운용하는 일종의 구난 차량으로서 험지에서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무장을 최소화한 일종의 차륜형 장갑차라고 할 수 있었다.


”폭음을 듣고 이쪽으로 왔는데 다행이군요. 늦지 않았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4 에필로그 24.03.31 76 2 17쪽
273 마지막 화 - 레퀴엠(requiem) 24.03.27 67 3 12쪽
272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7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6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1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9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7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5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3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