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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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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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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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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화 - 최후의 전투(12)

DUMMY

한편 갑작스러운 폭음에 깜짝 놀란 이청천 대령은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엠마 중위와 대원들이?’


처음에는 바깥에서 대기하던 엠마 티에리와 대원들이 갱도 내부로 진입해 일본군과 교전하는 것으로 여겼으나 단 한 번의 폭음만 들렸을 뿐 함성이나 총성 따위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갈피를 잡기 어려운 혼란 속,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던 이청천 대령의 귀에 날이 선 듯한 일본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내용 전부가 들리지는 않았으나 확실히 들려온 것은 공격 지시를 내린 누군가와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또 다른 누군가.


상대 진영에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자는 제56독립연대의 지휘관인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일 것이다.


그리고 반문한 누군가는 응당 그의 명령을 수행해야 할 부대원일 것, 중요한 사실은 부대 최고 지휘관의 명령에 부대원이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군인이라면 상명하복이 기본, 그중에서도 일본군은 위계질서가 엄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또한 입수된 첩보에 의하면 우호 작전에 동원된 일본군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린 제56독립연대는 탈영병도 없을 만큼 부대의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최고 지휘관인 연대장에 대한 믿음이 맹목적이라고 할 만큼 후지모토 대좌에 대한 부대원들의 충성심은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지휘관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한다?


분명 그들의 질서에 균열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미묘하게 바뀐 기류가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이청천 대령의 귀에 누군가 이곳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얼핏 보기에도 공포에 질린 일본군 병사 둘, 이청천 대령은 한눈에 그들이 후지모토 대좌의 강압으로 마지못해 총검을 들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불안한 시선을 어디에 두지 못하고, 특히 이청천 대령과는 눈을 마주칠 생각도 못하는 일본군, 그들을 보며 이청천 대령은 카람빗을 거두고 방어적인 자세를 풀었다.


- 뭐, 뭐 하는 거야, 저놈? 설마 총이라도?


- 젠장! 저런 놈을 어떻게 상대하라고. 우릴 죄다 죽일 생각이 틀림없어!


경계 태세를 거둔 이청천 대령을 보며 당황한 일본군은 울상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했다.


“굳이 싸우지 않고도 살아날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이청천 대령의 입에서 자연스러운 일본말이 흘러나오자 깜짝 놀란 일본군 병사들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한 멍청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다가 금세 경계하는 눈초리로 이청천 대령을 보았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득하군. 미안하지만 너희들을 상대로 굳이 내가 수를 쓸 이유가 있겠는가?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그대들이 여태까지 멀쩡히 서 있을 수 없겠지.”


이청천 대령은 이 방법이 통하기를 기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태도에 혼란스러운 것은 일본군 병사들이었다.


무기를 거둬들인 모습, 하는 말로 봐서는 공격 의사가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여차하면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의 자신감이 그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일본군 병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것 같더니 두 사람 중 하나가 덥석 미끼를 물었다.


그의 반응에 이청천 대령은 티가 나지 않게 희미하게 웃었다.


“원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대들에게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아리송한 말에 병사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간절히 바라는 바가 아닌가?”


이청천 대령의 말에 병사들은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전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고, 대일본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수도 없이 교육받았다.


또한 전쟁터에서 전공을 세워 소위 말하는 ‘팔자’를 고쳐보려 한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일본군 대부분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신 이루어 주겠다고 제안하는 이가 다른 사람도 아닌 적군이었다.


기가 막힌 상황에 일본군 병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흥, 궁지에 몰리니 허세를 떠는 것인가?”


총검을 꽉 쥔 병사 하나가 호기롭게 소리쳤으나 이청천 대령은 그의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호전적인 말투와 다르게 그의 눈빛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었으며, 온몸이 떨리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가.


“굳이 싸우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다시 대화할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을 거야.”


칼을 거둬들이고 말하던 이청천 대령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섬뜩하게 생긴 작은 칼을 꺼냈다.


평온한 그의 표정은 서리라도 내린 듯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움찔한 일본군 하지만 이대로 주도권을 넘겨주기는 싫었던 모양인지 떨리는 목청을 가다듬으며 다시 말했다.


“함부로 날뛰지 마! 유탄 한 발이면 넌 가루가 될 거야. 그 잘난 솜씨를 펼 시간도 없을 거란 말이지.”


여차하면 수류탄을 던져 설치된 폭약과 함께 그를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이었으나 이청천 대령은 가당치 않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래, 터지는 폭탄을 피할 재주는 없겠지. 그런데 이 엄청난 폭약이 터지면 너희들은 무사할까? 그리고.”


이청천 대령이 잠시 말을 끊고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자, 일본군은 절로 오금이 저렸다.


“그리고 안전핀을 뽑고 던지는 것과 내 칼, 어느 것이 더 빠를지 나도 궁금하네?”


다른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면 마음껏 비웃었겠지만, 하필 상대가 이청천이라는 귀신 같은 자였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운 좋게 그의 칼보다 빠르게 유탄이 터진다고 하더라도 죽는 것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결국 어쨌거나 두 사람이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다다르자, 그들은 이청천 대령이 원했던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서 살아서 돌아갈 그 방법이란 게 대체 뭐지?”


저들이 악에 받쳐 정말로 수류탄이라도 던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청천 대령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내가 직접 그대들의 연대장과 담판을 짓겠다.”


담판이라, 저 벽창호 같은 후지모토 대좌와 대화를 하겠다니.


“어차피 이 전쟁은 끝났어. 지체하면 모두 죽거나 운이 좋아 살아남더라도 포로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 전쟁 포로가 아니라 여기서 나간다면 버마로 돌아갈 길을 열어주겠다.”


파격적인 제안 그러나 이청천 대령은 후지모토 대좌가 이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지모토 시게루가 아닌 휘하 병사들은 달랐다.


그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뭐? 포로가 아니라 돌아갈 길을 열어준다고?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 하지만 그대들에게는 결정할 권한이 없으니 내가 직접 협상하겠다는 뜻이다.”


이청천 대령의 말에 병사들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살아서 포로만 되더라도 나쁜 결론은 아닌 마당에, 비참한 포로 신세가 아니라 버마까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니.


이와 같은 조건을 듣는다면 요지부동인 연대장도 어쩌면 마음을 달리 먹을지 모른다.


“좋다, 제안을 수락하도록 하지. 하지만 이 사실은 우리가 먼저 돌아가 전하도록 하겠다. 연대장님은 절대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여차하면 이 갱도 전체를 날릴 수 있는 폭파 장치를 가지고 있단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협상이 원하는 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동굴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단 말이군.”


“그래, 그래서 우리가 먼저 돌아가 연대장님께 협상의 뜻을 전하겠다는 말이다.”


이유는 그럴듯하게 둘러댔으나 그들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어차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협상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그 협상을 끌어낸 것이 상대가 아니라 두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을 후지모토 대좌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그래서 여기서 나가면 그냥 우리를 풀어주겠다는 말이군.”


병사의 말을 되뇌며 중얼거리는 후지모토 대좌는 어딘가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다나카 쥰이치를 비롯한 병사들의 표정에는 화색이 돌았다.


상대할 방법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 저 이청천이라는 자를 총도 없이 백병전으로 상대하라는 말에 난감했었는데 굳이 싸우지 않아도 활로를 열 수 있다니.


게다가 조금 전 오오야마 소위가 말한 조건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이 아닌가.


연대장은 안중에도 없는 듯 저마다 쑥덕거리고 있을 때 후지모토 대좌가 입을 열었다.


“이 제안은 이청천이라는 자가 꺼낸 것인가?”


제안의 주체를 묻는다는 것은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얼른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교전을 멈추고 이곳을 나간다면 포로로 잡겠다는 것을 거부하고 버마로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조건을 조정했습니다.”


태연하게 거짓을 늘어놓는 병사, 자리에 있었던 것은 두 사람과 이청천이니 연대장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겠는가?


좋은 조건을 끌어냈으니 당연히 칭찬이 있을 것으로 여긴 두 사람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연대장의 칭찬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적을 상대로 싸우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협상 따위를 했단 말이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한 한 사람이 황급히 말을 바꾸려 했으나 후지모토 대좌의 행동이 더 빨랐다.


- 탕!


순식간에 권총을 꺼내더니 협상을 끌어냈다고 보고한 병사의 머리를 쏴버린 연대장, 그의 얼굴에 병사의 뇌수와 피가 튀었으나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삽시간에 얼어붙은 분위기,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고,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때 후지모토 시게루가 무심한 표정으로 권총을 살펴보며 말했다.


“마지막 총알이었나? 이럴 줄 알았으면 쓰지 말 걸 그랬군.”


마지막 총알?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다나카 쥰이치는 기가 막혔다.


“지휘관의 명령에 언제부터 이렇게 자의적인 해석이 많아진 건가?”


한층 더 차가워진 연대장의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황군에게 상관, 특히 지휘관의 말은 절대적인 것. 설령 그것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도 마땅히 가야 하는 것을 잊기라도 한 모양인가?”


“아, 아닙니다!”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모두가 대답했으나 다나카 쥰이치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예전에 그의 말은 달리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보급품 하나를 버리지 못해 부하들을 죽음으로 모는 비상식적인 지휘관들과 달리 그의 사고는 유연했고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병사들을 적당한 시기에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제56독립연대 부대원들은 절대적으로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복종했으며, 그가 내리는 명령이라면 불 속이라도 뛰어들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함께 생사고락을 하던 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유탄을 던지고 총을 쐈다.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태양처럼 받들던 주군, 한 줄기 희미한 빛마저 사라진 주군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어느덧 싸늘하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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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마지막 화 - 레퀴엠(requiem) 24.03.27 67 3 12쪽
272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7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7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2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1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9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8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6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4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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