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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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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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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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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64화 - 최후의 전투(8)

DUMMY

자욱한 흙먼지가 가라앉고 이청천 대령은 엉망이 된 왼쪽 다리를 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유탄이 발사되는 소리에 즉각 반응했으나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한 유탄의 위력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일찍 반응했기에 유탄 파편에 의한 치명적인 파편창은 피할 수 있었으나 표재성 외상은 왼쪽 다리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당분간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을 것 같으나, 그렇다고 여기 계속 있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일, 이청천 대령은 적의 공격에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떠오른 한 가지 생각.


‘피할 곳은 한 군데뿐이다.’


이청천 대령은 절뚝거리며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통을 참으며 도착한 곳은 원래 폭파 목표이자, 상당량의 폭약이 설치된 동굴의 끝부분이었다.


‘여기라면 적의 총격과 유탄은 묶어놓을 수 있겠군...’


수많은 폭약에 설치된 이곳에 함부로 총을 쏘거나 조금 전처럼 유탄을 쐈다가는 이청천 대령을 포함해 접근한 일본군 역시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것이다.


‘후... 어쩌면 마지막 싸움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다리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호흡을 가다듬던 이청천 대령은 탄약이 바닥난 총을 내려놓고 카람빗을 꺼내 들었다.


*


“그걸 피했단 말인가? 대단한 자야. 정말 대단한 자야.”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는 바닥에 떨어진, 아직 온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은 피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놈이 달아날 곳은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수류탄 두 발이면 놈을 아예 이곳에 묻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속이 후련하다는 듯 말하는 어떤 병사, 그도 그럴 것이 빅터, 그중에서도 이청천 대령이라는 놈이 얼마나 황군을 괴롭혔던가?


그런 자를 시신도 찾지 못하도록 땅속 깊이 묻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병사들은 벌써 들뜬 표정이었다.


“쯧쯧, 저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인가? 잘못하면 갱도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어. 이 시간부로 전원 총기와 유탄 사용을 금지한다.”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연대장의 말에 그제야 병사들은 유탄이 아니라 총을 잘못 쏘았을 경우 일어난 일을 알아챘다.


궁지로 몰아넣은 적을 제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없어지고 냉병기로만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병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괴상한 칼을 든 상대를 근접전에서 당한 이가 있기는 하던가?


눈으로 움직임조차 따라갈 수 없는 상대, 평소에도 감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대인데 막다른 길에 몰린, 죽을 각오로 싸우려는 이를 대체 무슨 수로 감당하라는 말인가?


후지모토 대좌는 이런 병사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다. 출혈이 있으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야. 가둬둔 채 서서히 기운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없애버리면 되는 것이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만약에 저놈이 역으로 치고 나온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합니까?”


한 사람의 질문에 후지모토 대좌는 대답하는 대신 벽에 기대놓은 총을 보았다.


열병기를 쓰지 못하는 이유는 이청천이 버티고 있는 곳에 설치된 폭약 때문, 만약 그가 그곳을 버리고 뛰쳐나온다면 후지모토로서는 그보다 고마운 일이 없는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자, 이제 슬슬 상처 입은 맹수를 사냥해 볼까?”


*


“헉... 헉...”


후각을 자극하는 기름이 타는 냄새, 위태롭게 일렁이는 횃불 아래 간신히 버티고 선 이청천 대령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출혈은 멎었으나 제법 많은 피가 흐른 듯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청천 대령을 괴롭히는 것은 빈혈보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달려드는 일본군이었다.


두 사람씩 공격하는 후지모토 부대는 이청천 대령을 쓰러뜨리지는 못했으나 그의 체력을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던 찰나, 매섭게 날아온 일본군의 총검, 잠깐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지독한 후지모토 대좌였다.


이청천 대령은 날아오는 칼의 날을 왼손으로 쳐내면서 훤히 드러난 일본군의 옆구리와 허벅지를 빠르게 찔렀다.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쓰러진 병사 하지만 옆에 있던 다른 일본군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이청천 대령의 머리를 쪼갤 듯한 기세로 손도끼를 휘둘렀다.


섬뜩한 도끼날이 수직으로 내려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내려치는 상대에게 파고든 이청천 대령,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돌린 그는 상대를 등지며 오른쪽 측면으로 일본군을 등졌다.


이청천 대령이 굽혔던 무릎을 펴자, 도끼로 그를 공격하던 일본군의 몸이 살짝 공중에 들렸다.


공격하던 일본군이 당황할 틈도 없이 그의 팔을 잡은 이청천 대령이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강하게 끌어당기듯 힘을 주자 발이 위로, 머리가 아래로 향항 일본군이 동굴 벽면으로 날아갔다.


“크윽!”


벽면과 충돌한 척추와 갈비뼈에서 느껴지는 시큰한 고통에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청천 대령의 반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일본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세상 사람의 눈빛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서늘한 눈빛 그리고 그의 오른손에 들린 휘어진 칼이었다.


얼어붙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못하는 일본군 그리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칼을 쥔 채 빈틈없이 도사리던 이청천 대령.


눈앞에서 뭔가 번쩍번쩍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군의 눈에 다시 칼을 거둬들인 이청천 대령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방심했음이 틀림없는 것, 일본군은 다시 도끼를 휘두르려 했으나 누가 양손을 강제로 펴기라도 하는 듯 도끼를 쥔 손이 스르륵 펴졌고 그의 손에 쥐어진 도끼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것 같은 표정의 일본군, 그는 곧 양쪽 어깨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던 병사가 고통을 이기지 못했는지 거품을 물고 혼절해 버렸다.


- 짝짝짝!


그때 갑자기 들린 박수 소리, 피를 흥건하게 뒤집어쓴 이청천 대령이 천천히 몸을 돌리자, 태연자약하게 손뼉을 치는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눈에 들어왔다.


“단번에 힘줄을 끊어버리기라도 한 것인가? 대단해! 정말 대단해! 과연 일기당천(一騎當千)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후지모토는 정말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그런 그를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응시하던 이청천 대령, 후지모토 대좌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이번에는 돌연 태도를 바꾸어 혀를 차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되살아난다고 한들 그대보다 대단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런데 말이야. 그대가 자랑하는 움직임도 더는 어려울 것 같은데. 움직임이 봉쇄된 동굴, 거기다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왼쪽 다리. 쯧쯧, 그래서야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는가?”


후지모토 대좌가 그의 왼쪽 다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눈빛을 보아하니 항복할 생각은 없는 것 같군. 어떤가, 후회되지 않는가? 일전에 내가 했던 제안을 거부했던 것을 말이야.”


후지모토 대좌는 투항하여 일본군에 가담하라는 제안, 이청천 대령이 고민조차 하지 않았던 그 제안을 상기했다.


“말을 하는 법을 잊기라도 한 것인가? 혼자 떠들려니 영 재미가 없군. 그런데 이 이야기가 어쩌면 자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청천 대령이 여전히 묵묵부답인 가운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후지모토 대좌가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직접 보았겠지만 자네가 있는 곳에는 상당량의 폭약이 설치되어 있어. 물론 그곳뿐만 아니라 이 갱도 곳곳에는 여기와 마찬가지로 폭약이 설치되어 있지. 아마 지금쯤이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을 거야. 아니지, 어쩌면 자네는 그것을 보자마자 내 의도를 알아차렸을지도 모를 일이야. 그렇지 않은가?”


“... 갱도 전체를 폭파해 진입한 상대를 제거하려는 속셈이겠지.”


“오, 역시 잘 알고 있군. 하지만 절반만 맞췄어. 나머지 절반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


그때 동굴 진지의 천장, 그러니까 지상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렸다.


곧이어 희미하게 풍겨오는 타는 냄새.


“흠, 폭격이 시작된 모양이군. 지상에 누군가 남아있다면 참으로 끔찍한 최후의 순간을 맞이했겠군.”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이청천 대령은 순간 김우진 대위와 엠마 중위 그리고 대원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불바다가 된 전장을 무사히 빠져나갔을까...


“아무튼 나머지에 대해 말하려고 했으니 계속해야겠군. 자네 말이 맞아. 목적은 이 갱도 전체를 날려버리는 거야. 그런데 그 대상은 내부로 진입한 이들만이 아니라는 것이지.”


후지모토 대좌의 말을 이청천 대령은 이해하지 못했다.


입구를 무너뜨려 내부에 진입한 이들과 바깥에서 대기하던 이들을 분리하는 것 그리고 동굴 방어선이 무너진다면 폭약을 한꺼번에 터트려 동굴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있단 말인가?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 짐작하지 못한 것 같군. 자네의 헤아림이 미치지 못하다니 이거 왠지 묘하게 기분이 좋군.”


차가운 웃음을 흘리던 후지모토 대좌가 손가락으로 동굴 천장을 가리켰다.


“여기에 들어온 적군이라고 해봐야 확인된 것은 자네가 전부네. 다른 입구로 자네의 부대원들이 더 왔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자네들의 목숨을 이 갱도 진지와 바꾸기에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


“생각해 보니 빅터와 이청천 정도면 남는 장사라고 할 수도 있으려나. 아무튼 지금 떨어지는 폭격이 끝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겠는가? 잿더미가 된 밀림을 수색하러 영국군이 진입하지 않겠는가?”


후지모토 시게루의 말에 이청천 대령은 한가지 짚이는 것이 있었다.


‘설마?’


이청천 대령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자 후지모토 대좌의 눈이 번뜩였다.


“뭔가 떠오른 듯한 표정이군. 그래, 맞아, 바로 그것이네. 이미 전장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고 믿는 영국군 본대가 갱도 위로 진입했을 때 난 모든 폭약을 일시에 발파할 예정이네. 어떤가?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그의 말에 이청천 대령은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다.


후지모토 대좌가 예상한 것처럼 폭격이 마무리되면 영국 제14군 병력이 정글로 진입할 것이다.


그들을 집어삼킬 폭약이 설치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갱도 진지가 있는 지상으로 걸어들어왔을 때 폭약이 터진다면?


광범위한 지역이 가라앉으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은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제14군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 그들이 진입하기 전 갱도를 장악하거나 수몰시켜야 해.’


하지만 상황이 간단하지 않았다.


기동이 자유로운 개활지라면 승산이 있겠으나 이곳은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된 동굴이다.


게다가 왼쪽 다리를 비롯한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은 몸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결국 자력으로는 갱도 진지를 장악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청천 대령, 그는 주머니에서 단파 위치 발신기를 꺼내 들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손에 든 것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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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마지막 화 - 레퀴엠(requiem) 24.03.27 67 3 12쪽
272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7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7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2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5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1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9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8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6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4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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