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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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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작성
24.02.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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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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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248화 - 자폭 병기(1)

DUMMY

‘겨우 이게 전부인가...’


스가이 다케오 중좌는 침울한 표정으로 뒤따르는 병력을 참담한 심정으로 보았다.


적의 조급함을 노린 치명타를 날린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는데, 오히려 적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 모든 병력을 잃고 말았다.


‘무슨 낯으로 연대장님을 뵙고 죽은 병사들의 혼을 달랠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여기서...’


어떤 식으로도 패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 스가이 중좌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권총을 빼내 자기의 머리에 겨누었다.


“안 됩니다!”


이를 본 이토 겐타 대위가 기겁하더니 억지로 그의 손을 끌어내리려 했다.


“남은 병력은 이 시간 이후로 자네가 이끌게.”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 늘 있는 일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고작 한 번의 패배일 뿐입니다.”


“...”


이토 겐타 대위는 곰의 앞발 같은 큼지막한 스가이 중좌의 손을 겨우 끌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대가 산산조각 난 마당에 스가이 다케오 같은 구심점마저 자결해 버린다면 가뜩이나 떨어진 부대의 사기를 제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굴욕감과 분노가 뒤섞인 상태로 한참을 걷던 스가이 다케오, 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듯 이토 겐타 대위를 보며 말했다.


“근처에 부락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주민들이 달아나지 않고 있는가?”


이토 대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가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인근 마을의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내주며 포섭해 지형도를 작성했던 일을 떠올렸다.


이미 지형도 작성은 완료되었건만 그는 왜 갑자기 주민들의 행방을 묻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확인해 봐야 알겠습니다만, 전투가 벌어진 곳과 거리가 제법 있으니 아마도 터전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은 왜?”


“지금 당장 인근 마을로 가서 눈에 띄는 모든 이들을 끌고 오도록 하라.”


“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갑자기 인근 마을 주민들을 잡아들이라는 스가이 중좌의 말, 그의 진의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토 겐타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곧 놈들의 추격이 시작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저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어. 덜미를 잡힌다면 그들을 앞세워 시간을 벌어야지.”


분노에 이글거리는 듯한 눈으로 스가이 다케오 중좌가 이를 부득 갈며 말하자 이토 대위가 묘책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스가이 중좌는 인근 마을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와서 방패막이 역할로 쓰겠다는 말이었다.


물론 강제로 잡혀 온 그들이 일본군을 위해 총을 들고 영국군과 싸울 리는 없겠지만, 갱도 진지로 철수하는 일본군과 추격하는 영국군 사이에 민간인들이 배치된다면 영국군도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리라는 것이라는 게 스가이 중좌의 생각이었다.


“민간인이라면 무작정 총을 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점을 노려 그들 사이에 병사들을 배치하도록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추격하던 영국군이 민간인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해 그들을 제거할 수도 있지만, 상황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굳이 그런 민간인 학살은 벌이지 않을 것이다.


스가이 중좌는 이런 점을 노려 징발한 민간인 사이에 무장한 일본군을 끼워 넣어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갈 생각인 듯했다.


“체구가 비슷하니 놈들은 쉽게 구분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총을 몰래 들고 있기는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민간인 사이에 섞을 병사들에게는 수류탄을 두 발씩 지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스가이 중좌의 잔인한 계책에 이토 겐타 대위가 한술 더 떴다.


“계속해 보게.”


“민간인들 틈에 섞인 아군이 영국군에게 던질 유탄 한 발 그리고 자랑스러운 황군이 적의 포로가 될 순 없으니 영예롭게 옥쇄할 여분의 한 발을 지급하자는 것입니다.”


한 발은 영국군에게 던지고 나머지 한 발은 자결할 목적으로 수류탄을 지급하자는 끔찍한 계획, 평소의 스가이 다케오 중좌라면 듣지도 않을 이야기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토 대위의 잔인한 생각은 더없는 묘책으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괴물로 만들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다. 지금 당장 남은 병력을 풀어 인근 마을을 수색하도록 하라.”


*


“대성공입니다!”


팀 배시 대위의 보고에 빌리 에이킨 대령이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 티에리 중위가 제안한 작전, 소규모 병력을 보내 일본군을 끌어들인 작전은 대성공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공격에 나선 영국군을 섬멸하기 위해 숨어 있던 일본군 제56독립연대는 2개로 병력을 나누어 일부는 팀 배시 대위의 병력을 묶어두고 나머지는 우회 기동하여 그들의 배후를 노렸다.


이훈종 하사가 목숨을 걸고 그들의 위치를 확인한 덕분에 영국군은 일본군의 우회 기동로에 미리 중기관총을 배치해 역으로 일본군을 포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놈들이 방어선을 돌파할 때는 어찌나 정신이 아찔하던지...”


우회 기동한 일본군을 역으로 포위할 때까지 버텨야 할 특명을 띠고 투입된 팀 배시 대위의 부대는 아닌 게 아니라 빌리 에이킨 대령의 본대가 조금만 늦게 나타났으면 전멸을 면치 못했을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자네가 잘 버텨준 덕이지. 자네와 대원들의 공이 컸네.”


“칭찬은 놈들을 완전히 섬멸한 다음 듣도록 하겠습니다.”


“하핫. 그래, 그러도록 하지.”


호기로운 팀 배시 대위의 말에 빌리 에이킨 대령이 흡족한 듯 호탕하게 웃었다.


달아난 적이라고 해봐야 겨우 백여 명 남짓, 그나마 살아남은 이들도 무거운 상처를 입은 이들이 많으니 곧 덜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정말로 끝이 보이는군. 앵글로색슨 제국 육군의 체면을 겨우 살릴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그들에게 진 빚을 이렇게나마 갚을 수 있겠군.’


빌리 에이킨 대령은 아군을 위해 악전고투했던 특수 부대를 떠올렸다.


이제 그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커다란 위협이 사라졌으니,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철수한다면 소이탄 폭격에서 무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남은 한 가지 과제는 한 줌도 되지 않는 일본군 제56독립연대 잔여 병력을 섬멸하는 것 그리고 승자의 얼굴로 당당히 제14군 사령부로 복귀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남은 과제라고 할 수 있었다.


“도주하는 적을 찾았는데,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상한 점?”


달아난 적군을 수색하러 보낸 정찰대를 이끈 초급 장교의 말에 빌리 에이킨 대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적군이 인근 마을로 쳐들어가 모든 이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빌리 에이킨 대령은 말 그대로 ‘이상한’ 보고에 눈살을 찌푸렸다.


한 걸음이라도 더 달아나야 할 판국에 민간인을 잡아들인다? 대체 무엇 때문에?


“병력을 몽땅 잃었으니 급한 대로 민간인들에게 총이라도 쥐여주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팀 배시 대위의 추측을 고민하던 빌리 에이킨 대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협조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어설프게 무기를 내줬다가 도리어 총구가 그들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인질을 잡아 협박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팀 배시 대위의 두 번째 추측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것도 아니라면 아군 사격을 막기 위한 수단을 내세웠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돌려 말했지만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총알받이’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상당히 귀찮게 됐군. 추격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겠어.”


“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곳은 산간벽지입니다. 누가 죽어 나가도 말이 새어 나갈 위험이 없는 곳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팀 배시 대위의 말에 빌리 에이킨 대령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연대장의 심기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 시점에 추격 속도가 늦어지면 저들이 아군의 화력이 미치지 못하는 후방으로 도주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막아서는 자들이 있다면 차라리 깔끔하게 치워버리고...!”


“그만!”


치워버리겠다는 그의 뜻은 영문도 모른 채 잡혀 온 민간인을 학살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군인이지, 도살자가 아니야. 방금 의견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네!”


빌리 에이킨 대령의 단호한 말에 팀 배시 대위가 얼굴을 붉힌 채 물러났다.


그리고 얼마 후 빌리 에이킨 대령은 퇴각하던 일본군 제56독립연대가 강제 징발한 민간인 한 무리와 마주쳤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들 중 무장한 이들이 있는가?”


빌리 에이킨 대령은 가슴을 졸이며 물었다.


조금 전 가정한 것처럼 일본군이 회유나 협박 또는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그들을 무장해 영국군을 막으려 한다면 그는 상당히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무작위로 수색해 보았으나 총이나 칼을 든 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무장한 이들은 없는 상태, 결국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추격 속도를 늦추기 위함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빌리 에이킨 대령, 무심코 고개를 일본군이 달아난 방향으로 돌리던 찰나,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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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7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6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1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9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7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9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254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5 1 13쪽
»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4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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