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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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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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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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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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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DUMMY

조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던, 흔적만 있었던 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적의 매복군이 나타나며 소총 사격을 해대자, 스가이 다케오 중좌는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어떻게 예상한 것과 정반대로 모든 일이 일어난다는 것인가!


기세 좋게 떠들던 무라타 토모히사 소위는 적의 집중 사격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나머지 병사들도 매복한 적의 사격에서 피해 갈 수 없었다.


순식간에 열댓 명의 부대원이 쓰러지고 혼비백산한 병사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내던지고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미친 듯이 달아났다.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달려 겨우 적의 손아귀를 벗어난 후 남은 병력을 헤아려 보니 겨우 열 명 남짓 남은 것이 전부였다.


스가이 다케오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꼭 다리에 힘이 풀려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제56독립연대가 어떤 부대인가?


우호 작전이 개시된 이후 졸전에 연전연패를 거듭하던 일본군이었으나 제56독립연대만은 달랐다.


지금은 멀어졌으나 철옹성 같던 코히마의 전초기지를 빼앗고 중국이 자랑하는 X-force 일부를 섬멸했다.


그들이 있던 전장에서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며, 후지모토 연대가 온다는 소문이 퍼지면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던 영국놈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 하루 전투로 무적을 자랑하던 제56독립연대가, 후지모토 연대가 고작 몇십 명만 남긴 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차라리 그때 자결했더라면...’


스가이 다케오 중좌는 영국군에게 대패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면 이런 비참한 꼴은 면했으리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스가이 중좌는 당장이라도 단검을 심장으로 찔러넣고 싶었으나 그의 눈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뒤따르는 남은 부대원이 들어왔다.


한목숨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나 그에게는 남은 이들을 인솔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패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스가이 다케오는 남은 이들 중 가장 선임을 불렀다.


“타카쿠라!”


장교는 모두 죽고 그나마 남은 사람 중 유일한 하사관인 타카쿠라 켄, 그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스가이 중좌 앞에 부동자세로 섰다.


“지금부터 내가 대열의 선두에 설 것이다. 적이 나타나면 그대는 모든 병력을 인솔해 갱도 진지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예?”


갑작스러운 부연대장의 명령이 무슨 뜻인지 타카쿠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두 차례나 호되게 적의 매복에 당했으니 또 한 번 매복군이 나타날 수도 있음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그들을 어떻게 떨쳐내고 갱도 진지로 간다는 말인가?


“아직 남은 놈이 있어. 비록 한 놈이지만 말이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표정을 한 타카쿠라 켄.


하지만 스가이 중좌는 아직 전장에 김우진이라는 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자라면 분명 연대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갱도 진지로 통하는 길 끝에 기다리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막을 것이다. 그러니 자네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꼭 살아서 연대장님께 돌아가란 말이네.”


그제야 스가이 중좌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타카쿠라, 눈이 휘둥그레진 그는 털썩 무릎을 꿇으며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대에 필요한 사람은, 연대장님을 보필할 사람은 저 같은 놈이 아닙니다. 목숨을 던져서라도 적을 막을 것이니 부연대장님께서 부디 남은 부대원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비장한 표정에서 그가 하는 말이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스가이 다케오는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주는 부대원의 모습에 절로 숙연해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밀려오는 걷어낼 수 없는 죄책감, 결정적인 판단 착오로 이런 충성스럽고도 용맹한 이들을 모두 잃지 않았는가.


스가이 다케오 중좌는 자세를 낮추더니 무릎을 꿇은 타카쿠라 켄의 어깨를 짚었다.


“자네의 마음은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야.”


이것이 그와 마지막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일까?


타카쿠라 켄은 부연대장이 어깨를 두어 차례 두드리자 샘솟는 눈물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야. 그 책임이라는 것을 져야 할 시기가 너무 늦었던 것뿐이지. 꼭, 반드시 살아서 연대장님에게 돌아가게.”


*


한편, 갱도 진지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통로를 틀어막은 김우진 대위는 초조한 심정으로 일본군이 나타날 길을 보고 있었다.


그가 의도한 대로 적이 갈림길에서 매복지로 들어섰다면 남은 병력은 모조리 증발했을 것, 여기까지 가까스로 온다고 하더라도 그 수는 많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예상대로만 된다면 여기에 나타날 놈은 많아야 열다섯 명 내외. 하지만 실패한다면...’


김우진 대위는 예측했던 것과 다르게 일본군 제56독립연대가 매복을 피해 이곳으로 올 경우도 따져보았다.


“만약 여기로 놈들이 왕창 나타나면 어떻게 합니까? 지대장님 포함, 우리는 고작 넷이 전부 아닙니까?”


“그러면 망하는 거지, 새키야. 아니지, 재수 없는 생각은 아예 하는 게 아니지. 지금부터 헛소리하는 놈은 엉덩이를 확 걷어차 줄 거니까 놈들이 오는지 잘 지켜보기나 해.”


김우진 대위는 으름장을 놓은 다음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매복한 병력은 김우진 대위를 포함해 네 사람이 전부였다.


아무리 매복이라고는 하지만 네 사람으로 몇 배, 많게는 몇십 배에 달하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을 김우진 대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첫 번째 매복지와 두 번째 매복지로 일본군이 지나갈 것을 확고하게 믿고 있었기에 오히려 마지막 관문에는 최소한으로 병력을 배치했다.


부대 병력이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번의 실패로도 상당수의 적군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는 것, 김우진 대위로서는 부담감이 큰 도박에 운명을 건 셈이었다.


‘음?’


초조하게 기다리던 김우진 대위는 먼 곳에서 여러 사람이 달려오는 소리를 듣자 바짝 긴장했다.


“긴장해! 놈들이 온다!”


그의 예측이 빗나가 접근하는 일본군의 수가 훨씬 많다면 숨어서 꼼짝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던 때, 기진한 일본군 십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은 적이 저게 전부라면 자신의 매복 작전이 대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늘 이청천 대령 혹은 엠마 티에리 중위의 전략에 의해 움직여 승리했던 김우진은 자신의 전투력이 아닌 ‘머리’로 대승을 거뒀다는 생각에 짜릿함마저 느끼며 몸을 숨겼던 바위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 새키들.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냐!”


두려운 대상을 막연히 머릿속에서 예상한 것과 실제로 마주한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아직 김우진이라는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 즉 그가 최종 경로에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으나 막상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달리던 일본군들은 공포에 질려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일본군이 이토록 겁에 질린 것은 김우진이라는 인물이 두렵기도 했으나 그와 함께 숨어 있을 매복군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제 한 곳만 지나면 안전한 지역으로 접어드는데 그 고비를 결국 넘지 못하고 이렇게 이역만리 땅에서 죽게 되는 것인가...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달아날 생각조차 하지 못할 때 거구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오호, 이게 누구신가?”


김우진 대위는 그를 알아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목숨은 아까웠나 보군. 그 난리 통에 목은 잘 붙이고 있는 걸 보면.”


이죽거리는 김우진 대위 그런데 뭔가 묘하게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래도 빅터라는 부대에서 제법 지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매복이라지만 저런 식으로 혼자 우뚝 서서 지껄이고 있다니.


- 뭐야? 설마 혼자였어?


- 아무리 그놈이라지만 한 놈이라면 해볼 만하지 않겠어?


잠시 공포에 질리긴 했으나 김우진 대위 외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없자 일본군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 물론 상대가 악명이 높은 김우진이라는 녀석이지만, 여기에도 만만치 않은 전투력을 자랑하는 스가이 중좌가 건재하다.


겁에 질렸던 일본군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마다 총검이며 몽둥이 같은 무기를 힘껏 쥐더니 김우진을 노려보았다.


이런 일본군을 가소롭다는 듯 보고 있던 김우진 대위는 뒤를 보며 손을 휙 저었다.


그것이 어떤 신호였는지 수풀에 숨었던 세 사람이 엄폐물에서 벌떡 하고 일어나 일본군 병사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대략 세 배 정도의 차이, 하지만 상대는 일본군이 달려들기 전 먼 거리에서 총으로 먼저 전투력을 갉아먹을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일본군이 달라붙기도 전에 저들의 사격에 모조리 전멸해 버릴지도 모른다.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던 일본군은 섬뜩하게 생긴 시커먼 총구를 보자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어랍쇼, 이새키들 봐라. 아까는 기세가 아주 하늘을 찌르더니, 총 몇 정에 꼬리를 내린 거야? 내가 설마 얘네 도움으로 너희들을 처리할 것 같았어?”


김우진 대위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편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지자, 스가이 다케오 중좌는 이대로라면 대원들이 흩어지기도 전에 적의 사격에 산화하리라 판단했다.


사면초가의 상황,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스가이 중좌는 결심이 선 듯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


“부연대장님!”


스가이 다케오의 돌발 행동에 김우진 대위는 크게 놀랐으나, 이 상황에 놀란 것은 김우진만이 아니었다.


전의를 상실했던 일본군은 자신들의 지휘관이 적군을 향해 무릎을 꿇는 것을 보자 대경실색했다.


“자네가 살육에 미친 자가 아니라면 이들은 보내주게. 그래봐야 고작 열 명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미 전세는 기울었어.”


스가이 중좌의 행동에 적잖게 놀랐던 김우진 대위는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내가 너네한테 맺힌 게 좀 많아서 그냥 보내주기는 싫은데 어쩌지?”


“거절한다면... 내가 죽기로 싸우는 것을 봐야겠지.”


스가이 다케오 중좌는 매서운 눈으로 김우진을 노려보았다.


- 함께 싸우겠습니다!

- 어차피 고작 한 놈이 아닙니까!


스가이 중좌의 태도에 일본군 잔여 병력은 언제 겁에 질렸냐는 듯 분기탱천해서 증오가 가득한 표정으로 김우진 대위를 보았다.


“이거 뭐, 생각할 필요도 없게 만드는 눈빛들이네. 진작에 그렇게 나왔어야지.”


일본군의 반응에 김우진은 오히려 잘됐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왼손을 펴서 사격 준비 지시를 내렸다.


그의 지시에 대원들이 재빠르게 각자 목표를 찾아 총구를 돌렸다.


“그만! 타카쿠라! 내 말을 기억하고 있겠지?”


누구보다 김우진 대위에게 먼저 달려들려고 마음먹었던 타카쿠라 켄은 부연대장의 외침에 움찔했다.


“내가 달려 나가는 즉시 전력으로 달려야 할 것이다. 절대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무슨 수작인지 알 것 같기도 하네.’


스가이 중좌와 타카쿠라 켄이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을 듣지는 못했으나 김우진 대위가 보기에 움직임이 너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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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마지막 화 - 레퀴엠(requiem) 24.03.27 67 3 12쪽
272 270화 - 최후의 전투(14) 24.03.26 47 0 11쪽
271 269화 - 최후의 전투(13) 24.03.25 49 0 10쪽
270 268화 - 최후의 전투(12) 24.03.22 56 0 12쪽
269 267화 - 최후의 전투(11) 24.03.20 41 0 11쪽
268 266화 - 최후의 전투(10) 24.03.18 45 0 12쪽
267 265화 - 최후의 전투(9) 24.03.14 50 1 13쪽
266 264화 - 최후의 전투(8) 24.03.13 44 0 11쪽
265 263화 - 최후의 전투(7) 24.03.12 47 0 11쪽
264 262화 - 최후의 전투(6) 24.03.11 50 1 11쪽
263 262화 - 최후의 전투(5) 24.03.07 57 1 12쪽
262 261화 - 최후의 전투(4) 24.03.06 53 1 11쪽
261 260화 - 최후의 전투(3) 24.03.05 49 1 11쪽
260 259화 - 최후의 전투(2) 24.03.04 48 1 11쪽
259 258화 - 최후의 전투(1) 24.02.29 57 1 10쪽
258 257화 - 낙화(落花) : (3) 24.02.28 48 2 10쪽
257 256화 - 낙화(落花) : (2) 24.02.27 50 2 10쪽
256 255화 - 낙화(落花) : (1) 24.02.26 56 1 10쪽
255 254화 - 생사결 : 김우진 vs. 스가이 다케오 24.02.24 56 2 11쪽
» 253화 - 스가이 다케오의 결심 24.02.21 52 2 11쪽
253 252화 - 이럇샤이마세다, 이놈들아! 24.02.20 58 2 12쪽
252 251화 - 잠깐만 가져다 쓰겠습니다 24.02.19 58 1 10쪽
251 250화 - 얼룩무늬의 끈 24.02.16 61 1 13쪽
250 249화 - 자폭 병기(2) 24.02.15 55 1 13쪽
249 248화 - 자폭 병기(1) 24.02.13 63 2 10쪽
248 247화 - 결전(3) 24.02.12 59 2 11쪽
247 246화 - 결전(2) 24.02.09 65 1 13쪽
246 245화 - 결전(1) 24.02.07 61 2 11쪽
245 244화 - 이카로스의 날개(2) 24.02.06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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