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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광검사 狂劍士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8 15:35
최근연재일 :
2020.04.16 16:33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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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05
추천수 :
249
글자수 :
140,352

작성
20.03.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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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무신출림 武神出林

DUMMY

준경이 첫 번째 기습에서 깨어나 노승에게 진지하게 공격을 했던 날.

그다음 날부터 준경은 낭랑한 음성의 주인공, 노승의 제자가 되었다.

그건 준경이 원해서라기보다는, 노승으로부터 감히 도망칠 엄두가 없었기 때문에 이었다.

노승을 깔보지 않은 상태로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공격했다.

그것은 준경이 세상에서 활개를 치며 살아온 이래, 가장 진지한 공격이었다.

그 이전에 그와 상대하던 자들은 시장판 왈짜들은 물론이고,

나름 무예를 배웠다는 무관이나 포졸조차 상대가 안 되었었으니까.

그런 준경에게 생애 최초로 기절을 맛보여준 노승을 절대 경시하는 마음은 없었다.

진지하게, 정말 진지한 공격을 시도한 준경은 다시 기절했고,

이번에는 하루를 꼬박 누워있어야 했다.

준경은 일어나자마자 노승 앞에 엎드렸고, 노승은 제자로 거두는 건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준경이 자신에게서 벗어난다면 당장에 무릎을 빼서 불구로 만들어 버린다는 협박까지 했다.

준경을 따르던 졸자들은 노승의 엄명 때문에 절이 없던 산속에 절을 지어야 했다.

졸지에 갑자기 절을 짓는 부역 꾼이 되어버린 졸자들의 원망이 적지 않았지만,

그것은 준경의 으름장 몇 번에 의해 다 잦아들었다.

돌을 나르고, 나무를 베어 목재를 만드는 일은 순수한 왈짜들의 노역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그들을 먹이도록 공양을 제공하는 그것과 전문적인 목수의 일을 왈짜들이 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마치 사전에 약조라도 있었던 것처럼 일군의 승려들이 산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들은 일반적인 승려의 복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보통의 승려들처럼 선장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 무기를 들고 있었다.

창, 혹은 칼. 드물게 검을 가진 자와 활을 가진 자.

그도 아니면 편, 곤, 봉, 도리깨 등 보기에도 살기등등한 무기 들을 각자 하나씩 가진.

왈짜 들은 임시거처로 쓰고 있던 계곡 속 동굴의 어귀에서,

노승이 승려무리 들에 나아가자 일제히 승려 무리들이 노승 앞으로 맞달려와 합장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동굴과 승려들이 올라오던 산길은 가운데 개울을 둔 꽤 거리가 있는 다소 험한 곳이었는데,

승려들은 마치 날아오르듯 유유하게 개울을 뛰어넘어 노승 앞에 차례로 날아 섰다.

그렇게 여럿이 내려앉는데도 별소리가 나지 않았다.


왈짜 중에 좀 세상 소견에 밝다는 놈이 준경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 저 중놈들······.아무래도 항마군 놈들 같은데요?

몸 날램이 장난 아닌 데다 무기들······.차림새가 그러네요. 두령.”

세상일에 관심이 없던 준경이지만 항마군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고려는 별무반이란 특수군단을 편성하여 윤관의 지휘 아래 여진 정벌을 행했었다.

그리하여 대략 함경남도 일대를 평정하여 9성을 쌓았다.

이때 별무반은 신기군, 신보군, 항마군이란 3개의 부대로 조직되어 있었다.

신기군은 기병, 신보군은 보병, 그리고 항마군은 승병 부대였다.

이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려 사회의 특성 때문이다.

지방의 지배층이 그대로 장교가 되고,

백성들이 병사가 되는 중세 봉건적 군대와 유사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승려들 역시 군대화하여 강한 세력들이 많았고 자치적 성격이 컸으며,

어지간한 사찰에는 무승 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리가 꽤 되었음에도,

졸자의 속삭임을 듣기라도 한 듯 젊은 승려 하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준경과 졸자를 쏘아보았다.

준경은 순간적으로 움찔했고, 그의 귓전에 중얼대던 졸자 놈도 얼굴이 허옇게 굳어 버렸다.

그것은 무저갱같이 그 끝을 짐작하기 힘든 노승의 눈빛과도 달라서,

마치 표범이나 살쾡이의 눈빛처럼 날카롭고, 무척이나 사나운 눈길이었다.

노승 역시 그 먼 거리에서 말을 엿듣기라도 한 듯,

고개를 돌리더니 준경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러더니 손짓을 하며 예의 낭랑한 음성으로 준경을 불렀다.

“ 준경아! 어서 예로 나와 보거라!”

준경은 노승이 마치 십여 년 이상 스승 노릇이라도 한 듯 애 부르듯 하는 품이 영 마뜩잖았지만,

몇 번 툴툴거렸다가 노승에게 머리를 쥐어박혀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한 일이 없지 않았으므로 입술을 꾹 다물고 동굴로부터 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육중한 준경의 몸이 날래게 바위들을 박차고 개울가 공터로 내려앉자,

항마군으로 보이는 젊은 승려들의 눈빛에 은은하게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노승은 씩 웃으며 승려들의 맨 앞에 나와 서 있는 젊은 승려를 향해 입을 열었다.

“ 혜승아, 어떠냐, 이놈 몸짓이? ”

혜승이라 불린 승려는 우시장에 끌려 나온 소 가격을 매기듯 준경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오르내리며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준경의 둘레를 빙 둘러서 보는 것이다.

준경은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이 머리 하나는 작아 보이는 중놈이 몹시 괘씸했다.

나이 차이도 별로 나 보이지 않는 놈이 감히, 라는 마음이 울컥 솟았다.

한 바퀴 준경의 둘레를 돌아본 승려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머리 하나는 더 높은 곳에 있는 준경의 눈동자를 쏘아 보았다.

서늘함, 그리고 짜릿함.

노승의 눈매와는 또 다른,

날카로운 송골매의 눈초리 같은 시선이 준경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강자를 만났을 때 느끼게 되는 위축과 더불어 호승심이었다.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겨뤄 보고 싶다는 마음.

저 노승이야 닳을 대로 닳아빠진 노괴라 그럴지 모르지만,

어차피 태어나서 살아온 세월이 엇비슷해 보이는 젊은 중에게까지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만 해도 일대의 또래에서 감히 댓거리를 할만한 왈짜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름의 가전 무공을 닦은 몸이다.


혜승이라 불린 승려가 습관처럼 노승을 향해 합장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 다듬어지지 않은 몸치곤 제법 근골이 좋습니다.

게다가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스스로 터득한 경공이 느껴집니다.

잘 다듬으면 말잡이 정도 재목은 될 듯합니다. 스승님.”

말잡이?

젊은 중이 안 그래도 마뜩잖던 준경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저도 모르게 콧김을 내뿜었다.

아 중놈이 나를 놀리는구나. 감히 이 척준경이를.

준경 앞에 늘어선 승려들이 키들거리며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했다.

노승은 파안대소를 하며 마주 입을 열었다.

“ 그러하냐? 그럼 이놈이 말잡이가 될지 소잡이가 될지 한번 겨루어 보거라.”


준경은 안 그래도 이 젊은 중놈을 한번 혼꾸멍내줘야 하겠다는 심사가 있었다.

항마군이라. 정규군이고, 스승이라 불리는 노승의 제자라고 한다면 분명 한가락은 있겠지만,

나이 터울도 많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리 밀릴 것이라 생각 들지 않았다.

어차피 제깟 중놈이 아무리 수련을 했다고 한들,

자신 또한 장거리의 왈짜들 사이에서 자라난 몸 아니던가.

주먹질이라면 인근 관군들도 슬슬 시비를 피할 정도로 타고 난 용력이 있다.

게다가 머리 하나는 더 큰 타고 난 체구.

기본적으로 몸뚱이가 다른데 그것을 단지 뭔가 한가락 배운 것으로 이기는 것은 저 괴짜 돌중 하나면 족했다.

몇 대 맞더라도 자신의 힘과 체격으로 움켜 붙들고 쥐어패면 그만 일터.

예로부터 매에는 장사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준경은 건들거리는 것처럼 하면서 주먹을 우두둑거리며 쥐었다.

육중한 상체가 마치 성난 황소가 도사린 것처럼 한껏 도사려 들었다.

혜승이라 불린 젊은 승려는 서 있는 자세에서 한쪽 발을 슬며시 들어 가볍게 앞으로 빼내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곤 동시에 오른손과 왼손을 부채처럼 치켜들어 눈높이로 올렸다.

마치 얼굴을 가리는 듯한 자세, 활갯짓이었다.

그 자세를 본 준경이 흥! 하고 코웃음 쳤다.

그까짓 춤사위 같은 것으로 감히 이 어르신을 건드리려고?


준경의 큰 키에서 내려다보는 성난 범 같은 시선이,

손가락을 느슨하게 펼쳐 겹친 두 손 사이로 힐긋 보이는 혜승의 차가운 매 같은 시선에 얽혔다.

서너 걸음 사이로 떨어진 두 젊은이 사이로 공기가 압축된 것처럼 팽팽하게 조여든다.

순간 준경이 거리를 홱 잡아채며 돌덩이 같은 오른 주먹이 혜승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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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6 579 6 9쪽
14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5 614 7 9쪽
13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4 658 9 9쪽
12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3 709 9 8쪽
»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2 765 9 9쪽
10 적반하장 賊反荷杖 20.02.29 766 9 8쪽
9 오합지졸 烏合之卒 20.02.27 862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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