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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광검사 狂劍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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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8 15:35
최근연재일 :
2020.04.16 16:33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4,538
추천수 :
249
글자수 :
140,352

작성
20.02.29 12:04
조회
766
추천
9
글자
8쪽

적반하장 賊反荷杖

DUMMY

노승의 무저갱 같은 눈빛을 더는 바라보고 있다가는 전신이 옥죄어 들어갈 것 같은 본능에, 준경은 거침없이 제겨차기( 발등 앞차기)를 내질렀다.

본디 제겨차기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상대의 불알을 걷어차는, 가장 치사해 보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었으며 살법 이었다.

고구려 시대부터 내려오던 격투술은 후대에 수박, 각희, 각저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렸지만, 기본은 같았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살법,

그리고 화려한 활갯짓과 발놀림으로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내는 겨루기가 있는데 그중 살법은 오늘날의 궐련 택견에 해당한다.

현대무술이 가지는 예법이나 스포츠정신과는 무관할지 몰라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단순한 공격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앞서 졸자가 보인 화려한 두발당성은 겨루기의 품이었다면, 준경이 내지른 발길질은 바로 살법에 해당했는데 곁에서 보는 졸자들에겐 좀 치사하게 보이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거구의 준경이 자기 반키 밖에 안 되는 앉아있는 노승의 턱을 쳐올리는 모양새였으니.

졸자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준경의 발길질이 날아감과 동시에 노승의 턱이 깨어질 것이리라 생각했다.

준경의 발차기가 노승의 턱을 거침없이 차올렸다.

노승은 순간적으로 턱이 빠져나가며 사정없이 고개가 젖혀진다.

차오른 서슬의 힘을 못 이긴, 책상다리로 앉아있던 노인은 그 모습 그대로 서너 보 뒤로 나가떨어지며 두개골이 강가의 울퉁불퉁한 자갈돌에 부딪히며 깨어진다..


준경은 눈을 떴다.

그런데도 눈앞은 캄캄했다.

왜 자신이 잠이 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지간히 술을 먹어도 멀쩡한 자신이 이토록 만취 되어 본 기억이 있던가?

봄볕이 좋은 꽃놀이 중이었는데 갑자기 만취하여 잠이 들어버렸나 싶다.

준경은 몸을 일으키려다가 가슴을 찌르는 통증에 뒤로 벌렁 넘어갔다.

아무래도 술이 과해서 취중에 앞으로 넘어지기까지 한 모양이다.

순간적인 뒤척임에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떠받쳐서 바닥에 뒤통수를 찧는 낭패는 면할 수 있었다.

“ 에구, 두령. 조심 하시우. 좀 괜찮소?”

조심스러운 손길에 걸맞지 않은 우렁우렁한 목소리.

졸자 중 중간두령급이 되는 놈의 목소리가 귀에 익다.

“ 에이 썅······.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제야 눈에 어른어른 놈의 얼굴이 보였다.

창호지 문밖에 아직 훤한 것을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지는 않은 모양인데.

꿈 치고는 좀 터무니없긴 하다.


“야, 내가 왜 이렇게 취했지? 어찌나 취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

나 얼마나 잠이 들었던 거냐? 굳이 왜 냇가에서 방안까지 옮긴 거야?

아니면 내가 스스로 왔나? ”

잠시 침묵 끝에 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 기억···. 안 나시우? 돌중한테, 아니 선승께 당했잖수.”

선승?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자신도 좀 체면 안 서는 일이었지만 자기 몸의 반 토막밖에 안 되는 노승을 향해 발질을 했었다.

그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노승의 깊은 눈을 마주하곤 본능적인 공포에 따른 반사작용이었다.

노승과의 거리라야 한걸음 남짓.

분명 자신의 날랜 발질이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개울가에 앉아 돼지 다리를 들고 있는 노인의 턱에 꽂혔어야 했다.

아니, 꽂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자신의 날랜 발질 사이로, 느닷없이 돼지 다리가 날아온 게 생각났다.

그리고 그 돼지 다리가 자신의 명치에 꽂히고, 그 촌음의 순간에도 이 가까운 거리에서 던진 돼지 다리라 해봤자 바위처럼 두터운 자기 가슴팍에 아무런 충격 따위 아닐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돼지다리가 명치에 닿는 순간 자신이 뒤로 한걸음 날아간 느낌.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며 정신이 아득해졌던 느낌.

거기까지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근데 그건 그냥 꿈 아니었나?

좀 어이없는 꿈이라 생각했었다.

당연히 꿈이고, 자신은 만취한 상태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부하 놈 말을 들으니 그게 진짜라는 거다.

준경은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어서 성질이 치솟았고,

이어서 그 노승 이란 자가 뭔가 환술 같은 걸 쓰는 게 아니었나. 란 생각이 들었다.

준경은 불끈 부하 놈의 멱살을 거머쥐었다.

“ 뭐라는 거냐. 내가 그···. 돌중에게 맞아서 기절했다고?

뭔가 속임수가 있었던 거 아니야?

야, 네 생각에 내가 그런 돌중한테 맞아서 기절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캑캑거리며 준경에게 잡힌 멱살을 간신히 뗀 졸자가 얼굴이 벌겋게 변해 툴툴대며 말을 한다.

“아 물론 우리도 첨에 두목이 장난을 치는지 알았지 뭐유.

근데 한참 동안 숨을 못쉬드라고. 얼굴빛도 시퍼레지고 말요.

그래서 한꺼번에 그 돌···. 아니 선승께 덤벼들었다가 다들 한 방에 나가떨어졌잔수.”

아닌 게 아니라 그 졸자의 얼굴 반쪽이 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꿈이 아니라는 말.

준경 자신이 조그만 노승에게 맞아 기절한 게 사실이라는 이야기다.


갑자기 문밖에서 낭랑한 음성이 들렸다.

“ 정신 들었으면 발딱 일어날 일이지, 무슨 엄살 인게냐?

비계 덩이만 커다란 놈이 아주 엄살이 지랄 맞구나!”

“뭐라고!”

노승의 음성에 울컥 화가 치민 준경이 문을 박차고 나섰다.

자신이 잠든? 사이에 졸자들이 패거리의 근거지로 쓰이는 동네 외곽의 빈 사당으로 자신을 옮겼던 모양이다.

문을 열고 나서니 사당의 안마당에 냇가에서 벌이던 잔치판이 그대로 옮겨져 와있었다.

장작불과 돼지 구이, 커다란 솥에 끓이던 탕국과 술 항아리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런 잔치판에 걸맞게 왁자하니 웃고 떠들어야 할 왈짜들이 전부 조용히,

조용한 정도가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챙기는 것 외에는 무슨 점잖은 선비들처럼 가만히 앉아있다는 것이다.

얼굴에는 한결같이 시퍼렇게 멍을 훈장처럼 매달고 말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널따랗게 상을 펼치고 고기와 술을 쌓아놓곤 여유로이 술잔을 기울이는 노승이 있었다.


준경은 아까의 실수는 자신이 노승을 너무 깔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왈짜 생활의 경험을 통해서,

무술이니 기술이니 해도 타고난 신체의 격차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타고 난 체격이 크고 힘이 좋은 사람이라도,

농사만 짓고 나무가 캐던 것으로 살아왔다면 체구가 작아도 태어나 어릴 때부터 무술을 지도받고 전장에서 살법을 연마한 무인을 이기기란 어렵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같은 무술을 배우고 훈련을 받았다면,

당연히 타고난 체격과 힘을 가진 자가 유리한 것은 당연했다.

짐승도, 제아무리 늑대가 사나워도 호랑이나 곰을 이길 방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준경은 눈앞의 광경에 분기가 치솟았지만,

성질대로 하지 않고 침착하게 노승을 상대하기로 했다.

아무 말 없이 준경은 천천히,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발걸음으로 노승에게 다가갔다.

노승은 안 일어난다고 고함을 질렀던 준경이 문밖으로 나와 자신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자, 흐릿하게 떴던 눈에 반짝 호기심이 번뜩인다..

노인의 앞, 서너 걸음 앞에 도달하자 준경은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땅을 박차고 노인의 머리위로 뛰어 올랐다.


계속


용어 및 배경 해설


본 글에서 쓰이는 격투기술용어 들은 현재 대한택견협회에서 쓰이는 용어를 참고 하였습니다.

삼국시대의 맨손격투술은 수박, 각희, 각저, 수박희, 등 여러 가지의 용어로 전해집니다.

다만, 택견, 혹은 탁견 이라는 용어는 조선 시대부터 쓰였다고 알려지기도 합니다.

정확히는, 삼국시대 격투술을 ‘택견’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해를 쉽게 하려면 택견, 그중에서도 실전 무술에 가까운 결련 택견의 동작과 기술명칭을 적용하였으니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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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광검출도 (狂劍出刀) 20.04.10 29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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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백척간두 百尺竿頭 20.04.07 275 3 8쪽
31 백척간두 百尺竿頭 20.04.06 307 2 14쪽
30 백척간두 百尺竿頭 20.04.02 34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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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옥오지애(屋烏之愛) 20.03.30 357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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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만부부당 萬夫不當 20.03.25 36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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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화위복 轉禍爲福 20.03.20 415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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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5 614 7 9쪽
13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4 658 9 9쪽
12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3 710 9 8쪽
11 무신출림 武神出林 20.03.02 766 9 9쪽
» 적반하장 賊反荷杖 20.02.29 767 9 8쪽
9 오합지졸 烏合之卒 20.02.27 862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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