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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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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38
추천수 :
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4.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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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사망탑 死網塔

DUMMY

흑백쌍사라는 위명을 처음에 들은 자들은 黑白双邪 라 생각했다.

검고 흰, 사악한 쌍둥이라고.

하지만 그들에게 그 별호는 실은 다른 의미의 흑백쌍사 ‘ 黑白双絲 ’ 였다.

그들의 치명적인 무기는 바로 끊기지 않는 실, 천삼사였었다.

서로 손에 끼우고 있는 강조가 튀어나온 철 수갑은 그 자체로도 위력적인 무기이긴 했다.

하지만 실제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천삼사를 이용한 공격이다.

서로의 수갑에서 발출되어 연결된 천삼사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를 칭칭 옭아매고, 그렇게 행동이 억압된 상대에게 다가가 강조로 목숨을 끊거나,

아니면 지금과 같이, 멀리 떨어져서 상대의 목을 조여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비록 온몸에 칼집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단련한 금강불괴의 몸인 소룡에게는,

그야말로 천적에 가까운 무공이었다.

두 괴인이 내공을 주입한 천삼사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사이,

이제 소룡의 얼굴은 터질 듯 붉은색으로 부어올랐다.

강철처럼 단련된 근골의 목은 천삼사에 조여 퉁퉁 부었다.

아마 보통사람이었다면 이미 천삼사에 목이 잘려나갔을 것이다.


철불에게 무공을 배울 때 소룡은 자신이 외팔이라 불리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었다.

과거 광승에게 무공을 배울 때는 어느 정도 내공 수련을 하고 나서 내가 기공을 응용하게 된 이후에 도검술을 배웠기에 근력의 부족함을 몰랐었다.

하지만, 내공을 다 잃어버린 몸으로 오직 근력에 의지해 매일 밤 한쪽 팔만으로 소림외당까지 이르는 절벽을 오르는 일은 매일 목숨을 거는 훈련이었다.

한 번만 손을 놓치면 두 번의 기회는 없었으니까.

만약 팔이 두 개라면 번갈아 어떻게든 버텨볼 일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외팔이가 절벽을 오르려면 발로 버팀이 될만한 바위를 박차고 떠올라 한쪽 팔만의 힘으로 매달리고,

다시 몸을 움츠려 바위를 박차고 떠오르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

이 년여 동안 그렇게 수련을 하는 동안,

나중에 소룡은 두 발로 바위를 박찰 필요도 없이 오직 한쪽 팔의 힘만으로 팔을 굽혔다가 힘껏 뻗어 솟구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었다.


소룡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목을 빙빙 둘러싼 천삼사를 한쪽 손아귀로 휘감아 잡았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천삼사가 팔뚝에 감기는 일은 사양할 것이다.

그건 상대가 힘을 쓰면 팔이 잘려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지금 천삼사로 공격을 하는 흑백쌍사조차 철로 만든 수갑의 기관에 의지해서 천삼사를 다루고 있었다.

소룡은 한쪽 팔로 목을 옥죄는 천삼사를 빙빙 돌려 감은 다음,

그가 매일 밤 절벽을 오를 때 썼던 그 힘을 천삼사에 가했다.

‘ 휘리릭! ’

소룡의 팔이 휘둘려지자 마치 연실에 매달린 종이연처럼 흑백쌍사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른다.

“ 헉! ”

“ 뭐, 뭐야? 이놈은···.”

두 괴인은 대경실색했다.

내공 한 줌 없는 놈이, 내가고수 두 명이 양쪽에서 조이고 있던 천삼사를 한쪽 팔로 휘감아 마치 연날리기하듯 허공에 띄우다니.

단 한 명의 힘, 게다가 한쪽 팔만의 힘이 이토록 강력하리라곤 전혀 예상 밖이다.

흑백쌍사는 무심코 떠오른 몸을 바로 잡기 위해 천근추를 이용하여 바닥에 힘껏 몸을 내렸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실책일 줄이야.

소룡은 그들과 반대로 허공으로 몸을 힘차게 띄우며 팔을 좌우로 힘껏 흔들어 제쳤다.

‘퍽!’

‘ 아악! “

흑백쌍사가 바닥에 내려서는 찰나에 가해진 소룡의 힘은 그들이 서로 얽혀 돌아가게 했고,

사방에 천삼사가 거꾸로 얽힌 흑백쌍사는 당황했다.

그 상태로 목과 팔에 천삼사를 칭칭 휘감은 소룡은 넓은 전각 내부를 빙글빙글 돈다.

’아악! ‘

’ 그만! ‘

두 괴인은 비명을 지르지만 팔과 몸 일부들이 사정없이 끊겨 나갔다.

소룡이 이리저리 전각을 도는 사이에 기둥과 천삼사가 얽히는데,

아직 손에 착용한 철 수갑에서 흘러나와 팽팽하게 당겨진 천삼사가 소룡과 기둥과 그들을 마구 얽어버렸기 때문이다.

뒤늦게라도 철 수갑을 빼려던 흑백쌍사였지만 당황하여 반응이 좀 늦었다.

이미 그럴 필요도 없이 몸 여기저기 얽어 든 천삼사가 그들의 팔을 잘라버렸으니까.


그들의 철 수갑이 끼워진 팔이 잘려져 나가자 비로소 소룡의 목을 옥죄어오던 압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소룡은 손을 들어 목을 감고 있는 천삼사를 떼어내며 바닥에 쓰러져 나뒹귀는 흑백쌍사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과 고통에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흘려낸 피 웅덩이 속에 드러누워 있었다.

” 만약 내 몸이 금강불괴가 아니었다면 당신들의 천삼사에 도리없이 잘려나갔을 거요. “

피로 물든 백색 얼굴의 괴인이 이를 갈았다.

” 네놈이 천삼사에 잘리진 않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내공도 없는 네놈이 우리 두 명을 마치 팽이처럼 돌릴 줄이야······.“

그들의 말에 소룡은 탄식하듯 한숨을 내쉰다..

” 내 남은 팔 하나로 버티며 살기에는 내 몸의 무게가 만만치 않더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 두어 명의 무게가 대수이겠소. “

말을 마친 소룡은 신음을 흘리는 흑백쌍사를 뒤로하고 다음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룡이 계단을 올라 묵직한 문을 열었다.

이번에 나타난 대청에는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달콤한 꽃향기 같기도 하고 비린내가 섞인 피 냄새 같기도 한 묘한 향기.

그곳에는 호랑이 가죽을 씌운 태사의(太師椅)에 한 여인이 앉아 있었는데,

화려한 구슬 장식이 가득한 검은색 옷을 입고 갸우뚱 한 표정으로 소룡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제법이네?

흑백쌍사 놈들은 몸으로 부딪치기엔 소림승들도 좀 어려울 놈 들인데 말이야.

광룡 이라고?

네 명성은 오래전에 들은 바 있지만, 생각보단 매우 어리구나. “

그리 말하는 여인도 짙은 화장과 번쩍이는 화려한 옷차림새 때문에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모양새.

아무 말 없이 소룡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여인의 눈빛에 당혹감이 어렸다.

“ 호? 마치 세상을 달관 한 부처 같은 그 눈빛이 뭐지?

아이야. 제법 정신력이 강 하구나.

제아무리 금강불괴라 해도 이 독연(毒煙)은 당해내기 힘들 것인데.

네가 무슨 만독불침지체(만독不侵之體)라도 되느냐? “


아닌 게 아니라 방에 들어선 이후부터 어딘지 모르게 속이 울렁대고 몹시 역겨운 느낌이 난다.

소룡은 말없이 여인에게로 다가섰다.

여인도 태사의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붉게 연지가 칠해진 입술을 다시 열었다.

“ 내가 묘강(苗疆)에서 출도 하여 지금껏 중원의 무인 나부랭이들을 두루 겪어 봤지만, 이 용연독(龍煙毒)에 버티는 놈은 처음 보내.

뭐 대단하다. 인정해 주지.

그럼 이번엔 내 용연독장(龍煙毒掌)을 한번 받아 보겠느냐?

네가 이것까지 견뎌낸다면 뭐, 그냥 올라가도 내가 말릴 재주는 없다만.”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여인이 두 손을 치켜들어 장풍을 쏘아 보냈다.

손바람 속에 비릿한 냄새가 풍겨왔다.




● 묘강(苗疆). 행정상 운남성(雲南省)으로 구분된 이곳이지만 대륙의 사람 들은 묘강이라 부르길 주저치 않는다. 먀오족(중국어: 苗族, 병음: Miáo, 묘족)은 중국의 56개 공식 소수민족 중 하나이다. 먀오족은 중국어 명칭으로, 실제로는 몽족(베트남어: Hmông/Mèo, 태국어: ม้ง/แม้ว (Mong/Maew)), 아마오족(A-Hmao) 등으로 자칭하는 여러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 강조 : 鋼爪 손에 끼워 사용하는 철 손톱 형태의 병기. 나이트 메어에 나오는 프레디가 끼고 있는 그것과 같은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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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정무문 (情武聞) 20.04.22 197 2 9쪽
43 사망탑 死網塔 20.04.21 204 3 14쪽
42 사망탑 死網塔 20.04.20 213 3 11쪽
41 사망탑 死網塔 20.04.16 263 3 8쪽
40 사망탑 死網塔 20.04.15 248 3 9쪽
» 사망탑 死網塔 20.04.14 280 3 8쪽
38 사망탑 死網塔 20.04.13 300 3 9쪽
37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10 298 4 9쪽
36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8 325 3 8쪽
35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7 313 4 9쪽
34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6 330 3 8쪽
33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2 361 3 6쪽
32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1 349 3 8쪽
31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1 355 3 8쪽
30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0 363 3 10쪽
29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7 385 3 9쪽
28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6 412 3 9쪽
27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5 397 2 10쪽
26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4 393 2 8쪽
25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3 401 3 8쪽
24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20 418 3 8쪽
23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9 416 3 9쪽
22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8 425 4 10쪽
21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6 441 3 9쪽
20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3 449 5 9쪽
19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2 451 3 9쪽
18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1 456 4 9쪽
17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0 474 4 13쪽
16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6 5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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