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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1,945
추천수 :
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4.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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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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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대도무문(大刀無門)

DUMMY

일 년여 전 올랐던 길이라 소룡이 둔황으로 가는 길은 초행관 달리 수월했다.

소림에서 내어 준 여비는 충분하기도 했고,

장문 방장이 일러준 대로 가는 곳마다 있는 소림 무관들은 장문 방장이 슬쩍 찔러 넣어 준 소림장로 의 패를 내미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환대와 숙식을 제공해 주었다.

소룡의 마음에는 처음 내키지 않는 일이었으나,

어차피 세상살이는 무공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 늘 여비가 필요하고 먹고 자야 했다.

그렇게 오랜 길을 말달려 도착한 곳.

소룡의 기억에 남아 있던 광풍사의 근거지 계곡.

그곳 에는 끊어졌던 다리가 다시 이어져 있었다.

이제 소룡이 영원히 잠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하긴, 그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살았으리라 과연 생각이나 했을까.

그들은 지역의 패자로 자리 잡았는지 비좁은 협곡을 지나 도착한 공지에는 제법 널따란 평지를 만들어 놓았다.

일전의 경험으로 그것 역시 허공에 올려놓은, 일종의 함정이란 것도 알고 있지만.

게다가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초소와 다리 입구에 커다랗게 ‘광풍곡’ 이라는 현판을 걸어 놓았다.

소룡은 침착한 걸음걸이로 다리를 향해 다가갔다.

다리 초입에 통나무로 지어진 초소에서 우락부락한 얼굴을 가진 사내 둘이 앞으로 나섰다.

얼굴 생긴 것은 천하의 산적이라 딱 어울릴 만한데,

어울리지 않게 옷은 관복 비슷한 것을 입고 있었다.


“ 넌 뭐 하는 놈인데 감히 광풍곡에 들어오는 것이냐?

남은 팔 하나마저 잘리기 전에 썩 돌아가거라!”

다짜고짜 내뱉는 거리가 제아무리 관을 업고 일을 도모한다 해도 태생이 비적질인 버릇은 남 주지 못하는 모양이다.

소룡은 조용히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 저는 진모라는 자인데,

일찍이 타호 대장께 빚진 바가 있어서 이리 갚으러 온 것이오.

두 분께 은자를 드릴 터이니 대장께 모쪼록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의외로 공손하게 나오는 소룡을 두고 처음 거칠게 대거리를 하던 놈은 좀 무안했는지 머리를 긁적거린다..

두 사람에게 은자 한 냥씩을 건네자 놈들의 안색이 금방 밝아졌다.

” 그래. 소형제는 무슨 연유로 우리 대장님께 빚을 졌는가?

우리 대장님이 밖으로 거동을 안 한 지 벌써 이 년째라 달리 인연을 맺기도 어려운데···.“

여전히 거칠긴 하지만 소룡이 내민 은자에 이미 절반은 넘어온 것 같다.

” 아주 오래전 일이오.

타호 대장이 광풍사를 이끌던 무렵이지요.

그때 개인적으로 은혜를 입은 바 있어서 먼 걸음으로 이렇게 찾아왔소.“

소룡의 모호한 대답을 듣던 두 명의 사내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과거 악명을 떨치던 광풍 사로부터 은혜를 입다니. 대체 무슨 수작인지.

처음 거친 대거리를 하던 놈이 앞서며 재차 입을 연다.

” 이봐. 돈을 받는 것은 좋다만, 여긴 광풍 마장이야.

아무나 들여보낼 수도 없고, 소형제처럼 사연이 모호한 자는 더욱 그렇지.

그나저나 소형제는 돈이 좀 있는가 보네? “

두 사내는 서로 눈짓을 하더니 허리춤에 매단 박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역시 태생이 비적이라 제 버릇을 버리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소룡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이 하는 양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처음에 말을 꺼내던 녀석이 거만한 표정으로 바뀌며 소룡을 향해 소리쳤다.

”자! 소향제에겐 두 가지 길이 있네.

가진 돈을 여기 다 꺼내놓고 올라온 길로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나는 거지.

그게 싫다면 우리 두 어르신에게 목을 먼저 바치고,

그다음에 우리가 소형제 몸을 뒤져 돈을 꺼내 가지는 거야. 어떤가? 으하하! “

무섭기 짝이 없을 농담을 하는 사내와 그 소리를 듣고 마주 배꼽을 잡고 웃는 사내.

소룡은 두 사내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나는 당신들에게 볼일이 없어.

가능하면 타호만 만나서 서로의 은혜를 따지면 그뿐인 것을 굳이 당신들이 주는 술을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

소룡의 말이 끝나자 두 사내는 왁자하니 굴던 짓거리와는 달리 소룡의 좌우로 민첩하게 자리를 바꾸며 박도를 뽑는다.

‘차창!’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박도의 날에 햇볕이 번뜩였다.

” 이런 산중에 신세를 갚는다고 들어온다?

게다가 팔이 하나. 상처투성이 얼굴.

네 놈은 이 년 전 계곡으로 떨어진 광룡이구나.

마침 잘 되었다. 오늘 우리 설산이흉 雪山貳兇에게 재신이 내린 모양이다만.

네 목에 걸린 상금이 자그마치 천 냥인 걸 알기는 하느냐? “

보법을 밟는 그들의 걸음 자세가 제법 명가의 가르침을 받은 자들 같다.

” 그러면 너희들은 원래 이 다리에서 보초를 서는 자들은 아니겠구나.“

” 네놈이 산 아랫마을에서 요기했지?

그곳은 우리 광풍사의 흑점. 이미 소식이 광풍 마장에 들어간 게 오래다.

그나저나 저렇게 깊은 골짜기에서 떨어지고도 살아있다니 소문보다 더 대단하구나.“

제 입으로 ‘대단하다’ 평을 하면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아 보이는 두 왈짜의 모습을 보고,

소룡은 이들 또한 보통의 비적들과는 다른 무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소룡은 별다른 자세를 바꾸지도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의 모습이었는지 설산이흉은 서로 쳐다보며 당황하는 듯했다.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중 처음 말을 걸던 사내가 갑자기 태산 압정 太山壓頂 초식으로 소룡을 덮쳤다.

태산 압정이라고 해도 그저 수직으로 머리를 내려치는 단순한 초식.

하지만 무림 명가란 그런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 무공의 고하를 가르는 법이다.

벼락같이 내려치는 박도의 칼날에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는 도기가 맺혔다.

그것은 단순 무식해 보이던 설산이흉의 모습과는 달리 그들이 쓰는 도법이 뿌리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쇅!’

바람을 가르는 박도의 소리가 매섭다.

설산이흉의 첫째, 구자경은 이 한 번의 칼질로 소룡이 두 쪽으로 갈라질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설산이흉은 원래 톈산산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명문 천산파의 제자들이었다.

천산 파는 도문도 불문도 아닌 순수한 무공으로 이루어진 방파다.

지역이 중원으로부터 변방에 가깝게 자리 잡고 있으니 늘 천산은 산적들이라거나 나라에 반기를 든 반란군들이 숨어드는 곳이었다.

게다가 산맥 너머에는 완전하게 다른 용모의 이민족들의 국가가 있는 곳이라,

머리가 금발이고 눈동자가 푸르거나 녹색인 색목인들도 꽤 많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천산 파는 심성이나 도의보다는 실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어린 시절에 형제로 천산 파에 입문한 구자경과 구자우는 부친이 천산지역의 고관이었다.

변방이긴 하지만 정부의 고관이라 천산지역에서는 왕 못지않은 권력을 부리고 있었으니,

천산 파에서도 그들 형제는 늘 특별대접을 받고 장로로부터 직접 무공을 배울 수 있었다.

두 형제는 빼 박은 듯 무공에 재질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천산 파 내부에서도 차기 후기지수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늘 떠받듦에 길든 두 형제는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자,

천산 일대의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불한당 같은 짓을 하는데 맛을 들였다.

그러다 나중에는 그게 지나쳐서 천산관도를 지나는 정부의 외국사절과 시비가 붙었다.

두 형제는 외국사절을 호위하던 관병들을 참살하고,

후환이 두려워 마차에 타고 있던 외국사절의 일행마저 모조리 죽이고 말았다.

그길로 중앙정부의 수배령이 내려 두 형제가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친 곳이 둔황.

그곳에서 광풍사를 만난 둘은 그들이 합법적으로 저지르는 비적질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광풍 마장의 빈객으로 자리를 잡은 둘에게 모처럼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광룡에 대한 소문은 이전에도 들었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서너 번 술좌석에서 시비가 붙었던 광풍 십걸의 몇몇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역시 명문정파에서 장로에게 특별히 수련을 받은 효과는 컸다.

그러니 구자경은 거침없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도법을 첫수로 썼다.

그에 반해 소룡은 마치 죽여달라는 듯 고개를 숙인다.

동자배불(童子拜佛).

어린 사미승이 부처님께 절을 하는 듯 고개를 숙여 마주하는 자세,

그것이 단지 예법이 아닌 것을 알고 있는 구자경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 이놈이 소림에서 철두공 같은 것을 익힌 모양이로구나.

보통의 칼이라면 그것으로 막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칼에는 도기가 들어간 상태.

이 칼을 튕겨낼 리 없을뿐더러 설사 튕겨낸다 해도 칼에 실린 내공이 놈의 뇌수를 산산조각낼 것이다.’


보통 외공을 단련하여 전신을 강기막으로 두른다고 해도,

상대방이 더 강한 강기를 주입한 무기로 공격을 하면 깨어지게 마련이다.

구자경이 얼핏 보았을 때 광룡에겐 한 줌의 내공도 보이지 않았다.

과거 요란했던 광룡의 행보를 생각하면 미심쩍었지만, 눈빛만 보아도 내공이 있지 않아 보였다.

묵직하게 도기를 두른 칼이 소룡의 정수리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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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정무문 (情武聞) 20.04.22 197 2 9쪽
43 사망탑 死網塔 20.04.21 204 3 14쪽
42 사망탑 死網塔 20.04.20 214 3 11쪽
41 사망탑 死網塔 20.04.16 264 3 8쪽
40 사망탑 死網塔 20.04.15 248 3 9쪽
39 사망탑 死網塔 20.04.14 280 3 8쪽
38 사망탑 死網塔 20.04.13 300 3 9쪽
37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10 298 4 9쪽
36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8 325 3 8쪽
»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7 314 4 9쪽
34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6 330 3 8쪽
33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2 361 3 6쪽
32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1 349 3 8쪽
31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1 355 3 8쪽
30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0 364 3 10쪽
29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7 385 3 9쪽
28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6 412 3 9쪽
27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5 397 2 10쪽
26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4 394 2 8쪽
25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3 401 3 8쪽
24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20 418 3 8쪽
23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9 417 3 9쪽
22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8 426 4 10쪽
21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6 441 3 9쪽
20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3 449 5 9쪽
19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2 451 3 9쪽
18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1 456 4 9쪽
17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0 474 4 13쪽
16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6 5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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