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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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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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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3.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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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사망유희(死亡遊戲)

DUMMY

“ 십여 년 전이 아니라 해도 우린 광승의 상대가 아니다.

그동안 아무리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긴 해도 그 광승의 제자가 된 놈은 이미 우리보다 한창 젊고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너는 감히 네놈과 형제들이 소위 십 대 문파를 찾아다니며 비무를 해서 이길 수 있다 자신하는 건 아니겠지? “

“ 죄, 죄송합니다. 대형! ”

“ 만약, 너라면 웅손을 단칼로 물리치고 오십 명이 넘은 기마대를 몰살 시킬 수 있단 말이냐?

네가 그토록 무공이 강하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

타호의 준엄한 질책에 막부를 비롯한 다른 형제들도 입을 다물고 얼굴이 굳었다.

과거 마적 질을 하던 기분에, 오랜만에 직접 병기를 들고 싸움질에 나선 흥분에 깜빡,

저 광룡이라는 젊은이가 어떤 과정으로 이곳 장판 교에 도달했는지를 잊은 것이다.

그건 그들이 뭉쳐서 대응한다고 해도 감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일이었다.

물론 한 손이 열 개의 손을 당해내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의외의 일들이 종종 있는 법이다.

설사 그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광룡을 척살한다고 해도,

분명 여럿이 죽을 것인데 그건 이미 잃을 것이 많은 그들 처지에서는 손해였다.


앞날을 대비하기에 철저한 타호는 장판 교로 넘어오는 곳에 함정이 깔린 공지를 인력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

흙과 바위들은 절벽 위에 세워진 발판에 의해서 지탱이 되고 있었고,

필요할 때 몇 개의 줄만 풀어도 팽팽하게 버티던 공지와 다리가 무너지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타호가 굳이 말을 길게 늘어놓은 것은 소룡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함이었고, 성공했다.

타호도 젊은 시절에는 아우들과 함께 세상 무서운 것 없이 중원을 휘젓고 다녔었다.

그 결과로 그가 이끌던 광풍사는 요동에서 전멸하고,

광풍 십걸만 살아남아 무림 맹의 추격을 피하며 머나먼 중원을 가로질러 그들이 활동하던 지역과 아주 먼 둔황까지 도망쳐왔던 것이다.

중앙정부와 무림 맹의 발길이 뜸한 이곳은 다행히도 중앙정부나 무림 맹 과는 거리가 먼 관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치를 따진다면 변방이고 국경일수록 강한 군대와 청렴한 관리들이 배치되어 있어야 마땅하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대체로 중앙에서 승진이 어려운 뒷배가 없는 과거시험 출신 관료들이나,

관직에서 사소한 죄를 지어 징벌성으로 배치되는 곳이 바로 둔황지역이었으니,

그렇게 썩은 관료들은 광풍 십걸과 그럭저럭 이해가 맞아 다행히 뇌물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맺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도적질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공식적으로 통행세를 받아 국경 수비대장에게 상납만 제대로 한다면 그대로 눌러살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 과정도 무척 힘이 들었었다.

그렇게 다져놓은 가업인데 과거 재미 삼아 노략질을 하던 과정에서 놓아준 꼬마 하나 때문에 전부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 수지가 맞지 않은 일이었다.

전부는 아니어도 복수의 일념으로 이 먼 변방까지 찾아온 광룡과 목숨을 걸고 승부수를 던질 이유가 타호로서는 없는 것이다.

이미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고, 이곳에서 느지막이 노후의 평온함을 만끽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그래서 타호는 사람과 돈을 써서 처음부터 이런 함정을 만들었다.

꼭 광룡이 아니어도 언제가 자신들의 무력으로 감당 못 할 적이 광풍 마장을 노린다면 바로 이 함정으로 일거에 쓸어버릴 생각이었으니까.

만에 하나, 관군이 배신하여 이곳으로 쳐들어오는 일이 있다 해도 충분히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는 함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타호와 광풍 십걸이 과거에 미래 따위 개의치 않고 오늘 이 순간만을 살아가는 불한당이었다곤 하지만, 이제 그들도 안온한 평화를 바랐다.

비록 그 밑바닥에는 여전히 약탈과 피비린내가 깔려있긴 하지만.

다리를 새로 놓아야 통행이 되겠지만, 타호는 이곳에 근거지를 만든 자기 자신의 혜안에 스스로 뿌듯했다.


소룡은 이전의 촉잔에서 떨어져 내렸던 계곡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천 길 낭떠러지로 함정의 잔해물들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새가 아닌 이상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낭떠러지가 얼마나 깊은지 무너진 잔해들이 계곡의 강물 속에 떨어지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촉잔에서 떨어질 때는 허공에서 몸을 움직이며 절벽에 팔을 꽂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디디고 있던 공터의 흙과 돌, 통나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바람에 몸을 움직일 틈이라곤 없었다.

일전에 촉잔에서 그러했듯, 강기를 주입한 참마도를 석벽에 찔러 넣으려 했었다.

문제는 촉잔의 석벽과는 달리, 이곳 골짜기의 석벽은 무척 무르다는 것.

참마도가 벽에 박히는 족족 흙처럼 부서져 나가서 지탱할 힘이 없었다.

고작 공력을 최대한 돋워 경공으로 앞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바위와 흙덩이 들을 발로 차면서 낙하 속도를 줄이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띄운다고 추락속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다.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전이었다.

십여 년의 복수를 다짐하고 만난 원수가 코앞에 있었는데 한가로운 생각이라니.

그리고 놈의 함정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다니.

생각은 짧고 몸은 본능적으로 빨랐다.

골짜기는 깊고 깊어서, 아래에 흐르고 있는 계곡물에 함정의 잔해들이 일으키는 흙탕물 들

십여 마장 위로 치솟았다.

골짜기 사이의 거리가 넓어서 경공으로 벽을 차올리는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찰나에 뇌리에 떠오른 그 어떤 경공도 지금은 무용지물이다.

소룡은 마음을 먹고 참마도를 치켜들어 발아래로 모든 공력을 실은 일도를 내질렀다.

강을 상대로 공력을 펼쳐 충격 속도를 낮춰 보려는 시도.

무모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인간이 자연과 자연의 물리적인 현상을 이겨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소룡은 자신이 지닌 모든 내공을 참마도에 쏟았다.

단 한방.

한방으로 내리꽂히는 몸의 무게와 중력을 거슬러 보려는 것.

골짜기 아래에 잠시 묵빛 광채가 커다랗게 일어났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계곡 아래 수면에 격돌이 일어났다.

묵빛 강기가 서린 참마도가 강 표면을 두드리고,

그 힘으로 인해 거대한 물거품이 강을 헤집었다.

소룡은 그 반동으로 강기슭으로 내동댕이쳐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공력을 쏟아부으며 탈진한 것.

물 위에 떨어지는 순간 온몸이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암흑.


소룡이 눈을 떴을 때는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도 실감 할 수 없을 만큼 천지사방이 어두웠다.

그리고 아팠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아프다는 건 아직은 살아 있다는 뜻.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은 복수의 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을 뜸과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 그랬다.

다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뜬 소룡의 시야에 여인의 얼굴이 있었다.

꿈에도 그립던 얼굴. 남궁숙.

소룡은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

어둠이 가득했던 처음 의식이 돌아온 순간 이후 시간이 흘렀는지 희미한 빛이 보였다.

그 희미한 빛 속에 머리칼이 헝클어진 남궁 숙의 얼굴이 보였다.

슬픈 얼굴을 한 그녀가 가만히 소룡의 뺨을 쓰다듬고 있다.

“ 숙매.....이게 어찌 된? ”

소룡이 간신히 입을 떼자, 남궁 숙이 가만히 그의 입술에 손을 댔다.

“ 입 열지 말아요. 많이 다쳤어요. 가가(哥哥 ). ”

남궁 숙의 가가라는 호칭에 갑자기 가슴이 쿡하게 아파져 오는 소룡.

소룡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기운이 안 난다.

당황해서 단전에 공력을 돌렸다.

그런데 전신의 혈맥에 공력이 한 줌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목 아래로 온몸이 마비라도 된 것처럼 전신 혈맥에 기를 느낄 수가 없다.

그것은 내공을 쌓기 이전의 어린 시절보다도 못해서,

몸 어느 한 곳에도 기운을 모을 수가 없었다.

당황한 소룡은 잠시 숨을 헐떡였다.

곧 나아지겠지.

마지막, 살아남기 위해 전신 공력을 참마도에 몰아넣은 탓 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천 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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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정무문 (情武聞) 20.04.22 197 2 9쪽
43 사망탑 死網塔 20.04.21 204 3 14쪽
42 사망탑 死網塔 20.04.20 213 3 11쪽
41 사망탑 死網塔 20.04.16 263 3 8쪽
40 사망탑 死網塔 20.04.15 248 3 9쪽
39 사망탑 死網塔 20.04.14 279 3 8쪽
38 사망탑 死網塔 20.04.13 300 3 9쪽
37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10 298 4 9쪽
36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8 325 3 8쪽
35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7 313 4 9쪽
34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6 330 3 8쪽
33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2 361 3 6쪽
32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1 349 3 8쪽
31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1 355 3 8쪽
30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0 363 3 10쪽
29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7 385 3 9쪽
28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6 412 3 9쪽
27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5 397 2 10쪽
26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4 393 2 8쪽
»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3 401 3 8쪽
24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20 418 3 8쪽
23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9 416 3 9쪽
22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8 425 4 10쪽
21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6 441 3 9쪽
20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3 449 5 9쪽
19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2 451 3 9쪽
18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1 456 4 9쪽
17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0 474 4 13쪽
16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6 5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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