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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1,934
추천수 :
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4.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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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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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대도무문(大刀無門)

DUMMY

목전에 칼날이 닥쳐드는 싸움터에서 한가로운 회상이라니.

소룡은 자신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 실소를 흘렸다.

아무리 금강불괴공에 대한 믿음이 있어도 이렇게 또 방심하다니.

찢어진 손아귀를 붙잡은 채 멍하니 넋을 놓고 있던 설산이흉은 피식 웃는 소룡을 보자 노여움으로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뭔지도 모를 이유로 칼이 부러지고 낭패를 입었으나,

본래 겁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자들일수록 현실을 인정할 수 없는 법이다.

서로 흉악한 눈빛을 교환한 형제는 동시에 번갯불 같은 속도로 소룡을 공격했다.

천산 파 비전의 과산신권 過山身拳이 두 악인의 손에서 소룡에게 날아갔다.

’ 팟.....‘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과산신권은 원래 음풍권 蔭風拳이라 불리기도 하는 특이한 권법.

표면을 타격하지 않고 표면 안쪽을 암경 暗勁으로 두드리는 수법이다.

문자 그대로 산을 넘어 산 뒤에 있는 사람을 친다는 권법.

천산파에서 도법이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유명하며, 익히기 어려운 권법이 바로 과산신권이다.

강호에서는 과산신권을 두고 십보 권이라고도 불렀다.

맞았을 때는 멀쩡한 것 같지만 열 걸음을 못 가서 쓰러진다는 뜻.

그만큼 외공을 단련한 적에게 가장 상극인 무공이다.

사연이 그러한 무공이었으므로 설산이흉은 득의만면한 얼굴로 소룡에게서 물러났다.

” 어떠냐. 설사 철포삼, 금종조를 익혔다 하더라도 이 과산신권에 맞고는 견디지 못하지.

외공 따위를 익혀 내가 진기를 막을 수는 없다. “

소룡은 설산이흉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긴 한숨을 쉰다.

” 그간 복수를 하자고 손에 묻힌 피가 얼마나 많은지.....

이제 직접 은원을 맺은 상대가 아니라면 더는 모르는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건만······.

이렇듯 세상이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구나.

이미 내공을 다 잃은 사람에게 내가 진기의 음풍권이 무슨 소용인가.“

탄식을 마친 소룡이 그림자처럼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몇 보의 간격을 넘었다.


설산이흉의 두 형제는 멍청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당연히 곧 쓰러지리라 생각했던 광룡이 어느새 그들 앞에 나타나 하복부를 치고 물러선 것.

두 형제는 아랫배를 움켜쥐고 무너지듯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 단전이 파괴되었으니 고통이 심할 것이다.

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이후로는 악행을 저지르지 말고 평범한 백성으로 살아가라. “

무심한 음성으로 말하는 소룡을 향해 구자경이 이를 갈며 쥐어짜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 무림인이 내공을 잃고 강호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치욕적인지 모른다는 말이냐?

우리는 결국 그간 우리에게 당해온 놈들에게 보복을 당해 비참하게 죽을 운명이다.

당장 이 자리에서 우리를 죽이고 가라! “소룡은 둘의 행색을 흘깃 쳐다보다니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계곡 속으로 사라졌다.

뒤에서 울부짖는 설산이흉의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광풍 마장은 산 정상의 분지에 세워져 있었다.

말이 장원이지 제법 작은 읍내 규모로 큰 마을이 형성되어있고,

여인네와 아이들까지 오가는 것이 단순한 비적의 근거지가 아닌 도시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소룡은 잔인무도한 비적인 광풍사의 무리가 이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곳을 만들어 은거하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 내가 오늘 이곳에서 살계를 펼치고 나면 또 얼마나 많은 고아와 과부가 생길 것인가.

그들에겐 죄가 없으나 그들의 아비는 또 무슨 죄 인가.

오직 광풍사와 같은 불의한 무리에 몸을 담고 있다는 것밖에. ‘

질서정연하게 지어진 집들 사이로 마차가 지나가도 될 법한 넓은 중앙 도로가 있었고,

그 중앙 도로의 끝에 높다란 탑처럼 보이는 건물이 서 있었다.

건물에는 커다란 현판 위에 광풍각이라는 글자가 금빛으로 새겨져 있다.


광풍각 앞에 선 소룡은 높다란 전각(殿閣)을 올려 보았다.

전각의 입구에 서 있던 얼굴에 칼자국이 선명한 자가 소룡을 손짓해 불렀다.

“ 이봐, 대주(大主)님을 뵙겠다고? 넌 어디서 왔고 무슨 이유인지를 먼저 대야 한다.”

일단 소룡은 품에서 은자 하나를 꺼내어 사내에게 건넸다.

사내는 당연하다는 듯 은자를 받아 들고도 날카로운 눈으로 소룡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소룡은 사내에게 천천히 말을 꺼냈다.

“ 난 소룡이라고 한다. 강호에서 광룡이라 불리곤 했었지.

개인적으로 타호와 은원관계에 있으니 그와 개인적으로 겨루고 싶다.

이것은 타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함이니 타호에게 전해 주기 바란다. “

짧지만 무거운 말.

소룡이 담담하게 읊조리는 말을 듣던 청색 무복 사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치 콧구멍에서 김이라도 뿜을 듯.

하! 하고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 이제 광풍사가 다 되었나. 별 거지 같은 놈들이 다 시비를 걸러 오는구먼.

야, 광룡이란 애송이는 재작년에 계곡에 빠져 죽었다.

게다가, 타호 대주님을 보자면 보고, 아니면 마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한단 말이냐?

남은 팔 하나도 끊어······.헙! “

말을 하다 보니 사내의 기억에 왕년의 광룡이 외팔이였다는 것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청색 무복의 사내는 찬찬히 소룡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 설사 네 놈이 광룡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내공 한 줌 없는 놈이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와서 시비를 거는 것이냐? 일단, 이 칼맛부터 맛보지 그래?”


사내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에 차고 있던 대감 도를 벼락같이 뽑아 소룡의 오른편 어깨로 쳐 내린다.

자신의 말 그대로 소룡의 남은 팔을 잘라버리려는 기세.

‘땅!’

사내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대감도라는 병기 자체가 중병기(重兵器)다.

칼의 첨두(尖頭)가 무겁게 제작되어 예리한 맛은 별로 없지만, 상대적으로 보통의 검도 부딪치면 상하기 쉬울 만큼 묵직해서 뭔가를 잘라내는 데 적합하다.

그런데 칼을 내리치자마자 칼날이 부러져 튕겼다.

상대의 어깨에는 옷이 갈라졌을 뿐 아무 이상이 없다.

그리고 힘껏 내리친 서슬에 손아귀가 찢어졌다.

이건 마치 금강동인(金剛銅人)을 내려친 것 같지 않은가.

어깨에 느닷없는 칼을 맞은 소룡의 얼굴은 전혀 변화도 없다.

청색 무복의 사내가 탈구 된 손목을 붙잡고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 땡땡땡 ‘

청색 무복과 함께 번을 서고 있던 남은 한 명이 비상 경고를 울린 모양이다.

전각의 입구에서 흑색 무복을 입은 자 서넛이 뛰쳐나왔다.

“ 뭐냐?”

고함을 지르는 앞선 사내에게 뒤에 남은 번을 서던 자가 재빠르게 다가가 귀엣말을 했다.

“ 그러니까 네가 광룡이라고?”

소룡이 고개를 돌려 말을 건 사내를 돌아보았다.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광풍 십걸 중의 한 명.

“ 그렇다. 난 너희들과 불필요한 살생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부모의 원수와 같은 하늘을 지고 살 수는 없는 법. 타호와 일대일로 겨루고 싶다. “

광룡이 나직이 하는 말을 듣던 놈은 갑자기 앙천대소한다.

“ 이봐. 꼬맹이. 정말 지겹게도 살아있구먼 그래. 정말 명도 길고 운도 좋아.

그렇다고 치자. 그런다고 지금 우리가 아 그렇군요 하고 대주에게 너를 데려가면,

강호에서 우리 광풍사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겠나? “


소룡은 하늘을 올려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마음이 어떠하든 늘 이렇다.

어떤 곳 이건 그곳에는 그곳의 방식들이 있는 것이다.

결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론 같은 건 없다.

강호란 늘 강자 존. 결국은 힘이 모든 걸 정의 한다.

더 말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느낀 소룡은 번갯불처럼 질주하여 광풍각의 입구로 달렸다.

경공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숱한 단련으로 소룡의 몸짓은 공력을 잃기 전보다 오히려 날랬다.

득달같이 쳐오는 소룡을 향해 여남은 명의 흑색 무복을 입은 자들이 도, 검, 장력을 동시에 날렸다.

그리곤 일제히 튕겨 나갔다.

공력을 가지고 공격할 때 공격당한 대상에게 그 기공이 먹히지 않으면 반동(反動)이 일어난다.

그 반동은 공격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오히려 치명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그랬다.

순식간에 소룡의 몸에 격증 된 무기들에 실린 공력이 고스란히 퉁겨져 팔이 부러지거나 손목이 으스러지며 그 여파가 그대로 몸통에 격중 된다.

강한 기공을 펼친 만큼 그들의 몸은 그대로 산산이 튕겨 나갔다.

신음하는 무리를 개의치 않고 소룡은 전각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문이 자동으로 뒤에서 닫혔다.

전각 안은 칠흑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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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정무문 (情武聞) 20.04.22 196 2 9쪽
43 사망탑 死網塔 20.04.21 204 3 14쪽
42 사망탑 死網塔 20.04.20 213 3 11쪽
41 사망탑 死網塔 20.04.16 263 3 8쪽
40 사망탑 死網塔 20.04.15 248 3 9쪽
39 사망탑 死網塔 20.04.14 279 3 8쪽
38 사망탑 死網塔 20.04.13 300 3 9쪽
»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10 298 4 9쪽
36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8 325 3 8쪽
35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7 313 4 9쪽
34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6 330 3 8쪽
33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2 360 3 6쪽
32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1 349 3 8쪽
31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1 355 3 8쪽
30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0 363 3 10쪽
29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7 385 3 9쪽
28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6 412 3 9쪽
27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5 397 2 10쪽
26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4 393 2 8쪽
25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3 400 3 8쪽
24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20 418 3 8쪽
23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9 416 3 9쪽
22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8 425 4 10쪽
21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6 441 3 9쪽
20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3 449 5 9쪽
19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2 451 3 9쪽
18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1 456 4 9쪽
17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0 474 4 13쪽
16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6 5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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