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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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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617

작성
20.03.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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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망유희(死亡遊戲)

DUMMY

웅손은 금호 신니에 의해 죽었지만, 그 대가는 컸다.

금호 신니는 다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남궁 숙이 급하게 상처에 금창약을 바르고 지혈제를 넣고 싸매었지만,

웅손이 휘두른 칼에 맞은 상처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었다.

남궁 숙은 자신의 고집 때문에 자기를 호위하려고 함께 온 사숙이 크게 다치자 눈물을 흘렸다.

” 숙아. 울 것 없다. 무림인들이란 언제 어디서든 칼날 위를 걷는 자들이다.

그래도 적도를 베고 다쳤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처로 더 추적하긴 힘들겠구나.

너도 나와 함께 다시 표행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떠냐? “

창백한 얼굴의 금호 신니가 말을 걸자 눈물을 울리던 남궁 숙이 고개를 쳐들었다.

” 죄송합니다. 사숙. 제 탓에···. 하지만 여기서 저분을 놓으면 지금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쫓아온 일이 다 무의미하게 됩니다.

사숙께서 말을 타고 돌아가시면, 저도 이 일의 결말을 본 후 따라가겠습니다.

죄송해요, “

눈물이 번진 얼굴로 단호하게 말하는 남궁 숙을 보자 금호 신니도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몫으로 받은 건량과 비상약들을 다 남궁숙에게 넘겨주고,

금호신니를 말을 몰아 다시 표행을 향해 떠났다.


그 이후에 흔적을 더듬어 가던 남궁 숙은 큰 싸움이 벌어지는 소리를 좇아 골짜기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골짜기를 더듬어 가던 남궁 숙은 소로 길 끝에 이르러 함정에 빠진 소룡이 계곡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무가의 여인.

남궁 숙은 미친 듯 말을 몰아 멀리 계곡의 물이 흘러내리는 하구를 향해 뛰었다.

함정으로부터 떨어져 내린 통나무들과 흙더미가 계곡의 계류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흙탕물 속에서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소룡을 발견한 남궁 숙은 격류에 뛰어들었고,

사투 끝에 간신히 소룡을 강기슭으로 건져 내었다.

적들의 추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남궁 숙은 말은 멀리 쫓아 버리고 서둘러 강 주변에 동굴을 찾았고, 낮고 깊은 동굴을 찾아 소룡을 숨기고 호흡을 살폈다.

처음 기식을 살폈을 때 소룡이 호흡을 전혀 하지 않아서 남궁 숙은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그녀도 엄연한 무인.

소룡의 맥은 호흡이 없음에도 미미하게 규칙적으로 뛰고 있었다.

그리고 혈색은 괜찮아 보였다.

물론 격렬한 생존투쟁의 여파로 여기저기 몸에 상처가 깊었고, 남궁숙은 알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마지막 강물을 향해 뻗은 멸절 도법 최후의 한 수.

멸절천하(滅絶)를 시전하기 위해 모든 공력이 고갈되어 완벽하게 탈진했다는 게 제일 큰 상처였다.

물에 빠지기 직전 소룡이 최후의 기력을 다 뽑아 올린 최후의 구명절초 는 물에 빠져도 질식하여 죽는 걸 잠시 피할 수 있도록 호흡을 정지하고 아주 미약한 기력만으로 기를 보존하는 귀식대법 이었다.

그 때문에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의 소룡을 남궁 숙은 이해 할 수 없었다.

남궁 숙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소룡의 몸을 주물러 혈기를 돌리는 것뿐.


소룡의 공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도 본신의 무공만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다.

선천진기(先天眞氣)까지 다 끌어내어 펼친 멸절천하(滅絶天下)는 소룡을 살렸다.

가공할 기운이 강 표면과 부딪히면서 반탄력을 이용해 소룡의 추락 속도를 줄여 주었고,

그렇게 줄어든 속도로 인하여 소룡은 살아남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운을 다 끌어내어 펼친 수법 때문에 소룡이 그간 쌓아 온 공력을 잃었다.

선천진기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운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목숨을 구하고자 끌어낸 공력에 선천진기까지를 끌어써서,

간신히 추락에서의 죽음을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펼친 수법이었지만

그로 인하여 내력을 잃은 소룡.

십여 년간을 절치부심해 온 복수의 문턱에서 간신히 원수의 얼굴을 대하고도,

이제는 공력이 사라져 복수할 힘이 없다.


선천진기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진기로 일반적인 내공보다 훨씬 강력하고 정순하지만

인간의 근원적 생명력이라서 보통 내공처럼 심법을 통해 보충되지 않고,

당연히 전부 쓰면 죽는다.

선천진기가 고갈되면 살아나 봐야 무공을 잃거나 폐인이 되기에,

선천진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살기를 포기하고 쓰는 동귀어진의 수법이다.

소룡이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공력 이상을 끌어내어 살긴 했지만, 결국 진원 진기를 거의

고갈시킨 상태가 되어 더 이상 무공을 펼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무인에게 있어서 한쪽 팔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그것은 한 손으로만 검을 쓰는 검법에서도,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거나 다른 팔로 공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

그것은 절대적인 불리함을 말한다.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광승은 소룡에게 내공 증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덕분에 소룡은 당대의 각파 장문인들에 버금가는 공력을 지니게 되었었다.

그러나 구명절초로 인하여 쌓아 온 공력을 잃어버린 지금은 보통 사람 정도의 기력뿐.

그것은 소룡이 목표로 삼고 살아온 복수에의 길이 멀어졌다는 것.


남궁숙은 넋을 놓고 사막을 바라보고 있는 소룡의 축 처진 어깨를 바라보았다.

불쌍한 사람.

평생을 원수를 갚기 위해 일신의 즐거움 같은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미친 듯 무공에

매달렸고, 그 결과로 대성을 이루었고 결혼조차도 복수를 위한 과정으로 삼았음에도

결국, 복수의 문턱에서 일생 쌓은 공력을 다 잃어버린 사내.

소룡은 살아 있되 죽은 자 와 같았다.

일생을 매달려 온 것으로부터 더는 나아갈 수 없게 된 사내.

남궁숙은 소룡이 공력을 잃어 자신보다 기력이 없는 사내가 되자 기묘하게도 안정감을

느꼈었다.

어쩌면 그것으로 인해서 더 이상 복수에 매달릴 수 없게 된 이상,

자신의 보호를 받으며 인적 드문 이 변경에서 그녀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평생 목표를 잃었다는 건 그에게 천추의 한 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목숨을 걸고 칼날 위를 걷고 있던 소룡이 평범한 지아비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 자신 이외의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걸어도 좋으리라 생각이 든.

그런 사람과 이대로 모든 영욕을 다 묻어 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 아닐까.

수많은 상념이 들면서도 그걸 소룡이 과연 바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 가가 ”

남궁 숙의 기척에 소룡은 뒤를 돌아보았다.

앞서 일전에서 모든 기력이 쇠퇴해 버린 소룡은 부쩍 늙어 보였다.

무리도 아니리라.

일생 복수의 일념으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살던 사람이 여인의 보살핌 없이는 살아남기조차

어려운 처지가 되어 버렸으니.

소룡은 텅 빈 것 같은 눈동자로 남궁 숙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허무한 얼굴을 마주하자 여인의 가슴에 사르르 통증이 일었다.

그리고 그제야 분명하게 자신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소룡이 일생의 목표를 이루려 하지 않는 한, 그를 차지한다는 건 껍질뿐이란 것을.

그가 진정으로 행복해하지 않는 한, 자신도 함께 행복할 순 없다는 것도.

소룡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지금 그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건 결코 그의 행복이 아님도.

남궁 숙은 한숨을 몰래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소림으로 가십시오.”

숙의 말이 의아한 듯 소룡은 멍한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 소림사에는 전대의 장로들이 기거하는 조사전(祖詞殿)이 있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공에서는 당금 무림 최고의 분들이 계시지요.

그분 들이라면 가가의 내공을 회복할 방법을 찾을 지도 모릅니다. “

그녀의 말에 소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아니 될 말이오. 나는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소림의 무승들을 이긴 바 있고,

그들에게 치욕을 준 자요. 그런데 무슨 염치로 그들의 도움을 받겠습니까.

게다가 당신은 무슨 죄로 나와 같은 폐인을 돌보며 그 먼 길을 떠나겠소.

나는 기력이 조금 회복되는 대로 남해로 돌아갈 것이니......“

소룡의 말에 갑자기 남궁 숙은 노기 어린 목소리를 냈다.

“ 무슨 말씀입니까? 가가께서 해남 파에 간다 한들, 이미 무공을 잃은 당신을

그들이 얼마나 핍박하겠습니까? 무릇 무가에서 무공을 못 한다는 것은 존재가치가

없다는 것 모르십니까? 복수를 마친 게 아니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공력을 찾아야지요.

소림에 가서 엎드려 비는 한이 있더라도 의당 그래야 하지 않습니까?

가가께서는 한신장군의 일화를 모르지 않겠지요? “


『한신 : 중국 초한쟁패기, 전한(前漢) 한고제(漢高祖) 시대 대장군.

중국사의 명장(名將)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국사무쌍(國士無雙)이란 말로도 유명하다.

한고제가 항우를 꺾고 천하통일을 이루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나

훗날 토사구팽을 당한 것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시정잡배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는 치욕을 참고 훗날 용서하고 선정을 베풀어

과하지욕(胯下之辱)이란 고사를 만들었고,

또 아낙네로부터 받은 작은 은혜를 잊지 않고 후에 크게 보답하여 일반천금(一飯千金)이란

고사를 만들었으며,

소하가 유방에게 그를 천거할 때에는 국사무쌍(國士無雙)이라는 표현을 받았다.

또한 유방과의 대화에서 후세에 지금도 자주 쓰이는 고사인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냈으며,

전략으로 적을 속이는 명수잔도 암도진창(明修棧道 暗度陳倉)이란 말을 만들었다.

한편 병법의 최악의 수이자, 금기인 배수진(背水陣)을 전략적 전술 혹은 결사적 각오라는

의미인 배수진을 탄생시켰으며,

훗날 항우와의 마지막 결전인 해하 전투에서 승리하여 그를 사지로 몰아넣어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을 나오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군주를 위해 큰 공을 쌓았으나 이용가치가 없어졌다고 버려지는 토사구팽까지.』


출전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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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사망탑 死網塔 20.04.15 247 3 9쪽
39 사망탑 死網塔 20.04.14 279 3 8쪽
38 사망탑 死網塔 20.04.13 300 3 9쪽
37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10 297 4 9쪽
36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8 325 3 8쪽
35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7 313 4 9쪽
34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6 330 3 8쪽
33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2 360 3 6쪽
32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1 349 3 8쪽
31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1 355 3 8쪽
30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0 363 3 10쪽
29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7 385 3 9쪽
28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6 412 3 9쪽
»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5 397 2 10쪽
26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4 393 2 8쪽
25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3 400 3 8쪽
24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20 418 3 8쪽
23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9 416 3 9쪽
22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8 425 4 10쪽
21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6 441 3 9쪽
20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3 449 5 9쪽
19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2 451 3 9쪽
18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1 455 4 9쪽
17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0 474 4 13쪽
16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6 5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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