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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1,935
추천수 :
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4.02 14:06
조회
360
추천
3
글자
6쪽

분골쇄신 (粉骨碎身)

DUMMY

매일 밤.

축골공으로 철창을 빠져나와 참회동 밖으로 나선다.

몸 여기저기에 모래주머니를 묶고, 눈에 익은 숲길을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간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절벽을 한숨도 돌리지 않고 기어올라 소림 외당이 있는 분지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호흡을 가다듬은 후 모옥의 뒤편 절벽을 다시 타고 올라간다.

정상에 올라 다시 한 호흡을 돌린 후 다시 절벽을 타고 내려와

온몸의 기력이 탈진할 때쯤 모옥 근처 공터로 내려온다.

그곳은 괴인이 임시로 만든 연무장이었다.

잡초 외에는 돌만 가득한 분지 한 곳에는 묘한 우윳빛 물이 담긴 웅덩이가 있었다.

그곳에서 혼절할 정도로 철불에게 손발로 두들겨 맞고, 통나무로 매질을 당하는 것.

스스로 바닥에 몸을 내던져 충격을 가하는 것.

철불은 소룡에게 최대한 피하라고 하지만 열에 아홉은 철불의 손에 적중되고 말았다.

처음 며칠간 소룡은 몇 번 혼절했다.

그러면 괴인은 물웅덩이 속에 소룡을 담가 놓는다.

한참 동안 물에 잠겨 있던 소룡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반복.

그 일과들은 동이 트려고 하기 전까지 이어지다가 동이 트기 전에 다시 육체의 힘만으로

절벽 길을 내려가야 했다.

때로는 팔이 하나밖에 없는 소룡은 위태위태하게 절벽에 매달린 채 기운이 다 하기도 했다.

거의 절벽을 내려와 바닥에 떨어져 구르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였다.

그렇게 육 개월이 지났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

그날도 소룡은 전신을 바위 조각에 내던지는 수련 아닌 수련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괴인이 소룡의 수련을 멈추게 했다.

“ 소룡아. 오늘부터는 네게 도법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돌 먼지투성이의 소룡은 의아한 듯 눈을 깜빡였다.

“ 광승 사부께 사사 받았던 멸절 도법과 무당파의 태극 검법이 있습니다만······.”

괴인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 그래? 그럼 한번 펼쳐 보겠느냐?”

소룡이 지니고 있던 아수라 참마도 는 소림사 무기고로 압수되었다.

괴인은 소룡에게 잔뜩 녹이 슬어 칼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커다란 칼을 내밀었다.

그간 육체를 고련 한 덕인지,

제법 무게가 나가는 도였지만 소룡은 공력 없이도 칼을 드는 데 힘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멸절도법을 시작하려던 소룡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기공에서 비롯된 도법이든 검법이든 내공을 끌어내어 병기를 통해 발산한다.

그런데 내공을 잃어버린 소룡은 더는 초식을 펼칠 방법이 없다.

낭패한 소룡 을 두고 괴인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 모름지기 자신의 근육을 이용하지 않고 기공에 기대는 도법 이란 그런 것이다.

네놈은 지금 기공을 운용하는 자들과 팔씨름을 해도 지지 않을 만큼 육체를 단련했다.

그런데 대체 뭘 하는 것이더냐? “

할 말이 없어 눈을 끔뻑거리는 소룡을 두고 괴인은 녹슨 칼을 돌려받아 쥐었다.


“ 잘 들어라.

내공에 의지하고 초식에 의지하는 무공이 얼마나 별것이 없는지 말이다.

무기가 뭐냐?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팔을 연장하는 것이다.

그럼 칼 이란 뭐냐? 베고 자르고 찌르는 것. 그게 전부다.

그럼 어떻게? 당연히 빠르기다.

적의 칼보다 빠르게, 적의 눈보다 빠르게, 적의 발보다 빠르게.

그것이 요체(要諦)다. 더 이상이 없다.

제아무리 화려한 검술이라 해도 그것이 적에 도달하는 시간이 늦다면 소용없다.

네가 익혔다는 멸절 도법도 마찬가지.

기공을 폭발력처럼 이용해서 상대방의 도검을 부수고 기공을 부수는 것.

그것 아니더냐?

지금 네가 익혀야 할 것은,

과거에 사용하던 내공 대신 순수한 외공의 힘으로 적의 병기와 기공을 부수는 것.

그것이다.

그러니, 너는 오늘부터 그 칼을 너의 몸 일부처럼 사용하는 데 익숙해 져야 할 것이다.

또한, 잘 때나 무엇을 할 때나 지녀야 한다.

나는 수시로 어디서든, 너에게 공격을 가할 것이니 너는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 “


다시 육 개월.

소룡은 거의 잠을 제대로 이룰 겨를이 없었다.

괴인은 시도 때도 없이 죽장으로 소룡을 공격해 왔다.

감옥에서 밥을 먹는 중에 날아드는 죽장, 측간에서 일을 볼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룡은 하나뿐인 팔에 늘 녹슨 칼을 들고 있어야 했고,

날아드는 괴인의 죽장에 맞서 방어를 해야 했다.

밤에는 산중에 내린 어둠 속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촛불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안법(眼法)을 수련해야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묘하게도 참회동의 낮에도 벌과 를 치르게 감시하던 무승이 오지 않았다.

무승은 소룡이 밤을 지새운 고련에 지쳐 쓰러져 잠든 아침에 철창 안에 그날의 식사를 내려놓곤 사라져버렸다.

이유는 몰랐지만, 덕분에 소룡은 밤낮없이 괴인의 괴롭힘에 시달리게 되었다.


사계가 다시 지나갔다.

어느 사이 소룡은 자신 오른팔의 연장 된 부분처럼 칼을 다루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괴인은 소룡을 연무장 구석에 서 있는 바위 앞으로 불렀다.

그리고 소룡에게 바위를 가르라고 지시했다.

소룡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결심한 듯 바위 앞에 섰다.

하늘은 만월. 휘영청 밝은 달이 벼랑의 꼭대기 분지를 교교하게 비추고 있었다.

밝은 달빛에도 거무튀튀하게 녹슨 칼은 아무런 빛을 드러내지 못했다.

머리 위로 칼을 들어 올린 소룡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일도양단.

번갯불처럼 이어진 횡 베기. 내공의 운용 같은 건 없었다.

오직 빠름과 힘이 있을 뿐.

철과 바위가 부딪혀 응당 큰 소리가 나야 마땅했지만, 버석하는 소리만 들렸다.

잠시간 밤의 침묵.

이어서 사람 몸집만 한 바위가 네 토막으로 서서히 갈라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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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정무문 (情武聞) 20.04.22 196 2 9쪽
43 사망탑 死網塔 20.04.21 204 3 14쪽
42 사망탑 死網塔 20.04.20 213 3 11쪽
41 사망탑 死網塔 20.04.16 263 3 8쪽
40 사망탑 死網塔 20.04.15 248 3 9쪽
39 사망탑 死網塔 20.04.14 279 3 8쪽
38 사망탑 死網塔 20.04.13 300 3 9쪽
37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10 298 4 9쪽
36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8 325 3 8쪽
35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7 313 4 9쪽
34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6 330 3 8쪽
»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2 361 3 6쪽
32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1 349 3 8쪽
31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1 355 3 8쪽
30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0 363 3 10쪽
29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7 385 3 9쪽
28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6 412 3 9쪽
27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5 397 2 10쪽
26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4 393 2 8쪽
25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3 400 3 8쪽
24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20 418 3 8쪽
23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9 416 3 9쪽
22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8 425 4 10쪽
21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6 441 3 9쪽
20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3 449 5 9쪽
19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2 451 3 9쪽
18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1 456 4 9쪽
17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0 474 4 13쪽
16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6 5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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