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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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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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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3.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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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구곡간장 九曲肝腸

DUMMY

두 남녀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아랑곳없이 표행은 목적지인 둔황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갔다.

표행이 목적지인 둔황(燉煌) 에 도착하기 전 거쳐야 하는 치롄산맥((祁连山脈)을 지나는 길이었다.

감숙성(甘肅省)은 한나라 때부터 시작하여 수, 당 대에서 실크로드로 서역 지방에 가는 관문 역할을 해 왔었지만,

명대에 이르러 해상교역이 활발해 지면서 이전 시대처럼 활발한 교역 통로로 쓰이진 않았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여전히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이 이루어지곤 했고 중경표국이 맡아 수행하게 된 표행이 그러했다.

감숙에는 무림의 명문대파인 공동(崆峒) 파가 있었다.

소림(少林), 무당(武当), 아미(峨眉), 곤륜(昆仑)파 와 더불어 국가에서 인정하는 5대 문파로 꼽히는 곳.

톈산산맥의 지류에 공동산 (崆峒山) 이 있었고 그곳은 서북 무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공동 파의 영역.

그 때문에 비적이나 산적들도 흔치 않은 곳이라 오랜만에 표행은 긴장을 풀고 속도를 올리는 중이었다.

국가가 관리하는 공적인 도로이자 대외 수출과 직결된 통로는 관군이 관리하며 주변에 늘 도로를 경계하는 병력이 주둔했다.

어지간히 담량이 큰 대도적들이거나 아예 세상 물정이 어두운 도적들이 아니고서야 병력이 관리하는 관도를 습격하는 일은 드물었다.

대체로 관병이라 해도 무공을 주로 연마하며 유지되는 무림 문파들의 개개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무력이 못 미친다.

하지만, 국가를 대상으로 반역이라도 하지 않은 바에야 감히 관병과 맞서는 무림세력은 드물다.

일찍이 명나라를 개국할 때 소림과 무당이 깊이 개입된 바가 있었지만,

그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시작된 것에 이어서 그 대가로 당금 무림에서 소림과 무당이 무림의 태산북두라 칭송받는 것 또한, 국가의 지원이 있어 가능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표행은 중원의 변방을 지나는 길이기는 해도 나름 평화로운 표행을 누리는 셈이다.

표국 일행이 공동산 자락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둔황으로 이르는 관도에 이르렀다.

갑자기 관도 앞 분지로부터 흙먼지가 솟아올랐다.

이어서 백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인마의 무리가 지축을 흔드는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군대가 아닌 이상 그 정도로 많은 말을 타고 이동하는 무리란 없다.

비적이나 마적떼를 제외하곤.

표국의 일행들은 혹시 근처 관병들이 훈련이라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드러내놓고, 산속도 아닌 관도에서 대놓고 다수 무리가 말을 달리는 경우란 드물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저들이 비적이라고 해도 별로 할 수 있는 대처가 적었다.

표사 들 외에는 기마가 없는 도보 행렬인 표국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대였다.

기본적으로 표행은 무거운 짐을 실은 마차가 주축이 되는 행렬.

마차의 짐을 관리하는 쟁자수 들과 그 외곽에서 짐을 지키는 표사,

그리고 표사들을 지휘하는 표두 들이 말을 타고 행렬을 관리하는 모양새가 기본이다.

어지간하면 충돌을 피해서 산적들과도 흥정하고,

피치 못해 충돌을 해야 한다고 해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어적인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촉잔을 제외하고는 오랜 시간이 걸릴 만한 우회로를 피해서 멀리 돌더라도 안전한 관도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었다.

그러나 그 관도도 국경에 가까워지고 황량함이 가득한 이곳 지역에서는 안전치 않은 모양.

아직 앞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몰려오는 무리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행수 남궁훈은 바짝 긴장했다.

아무래도 저들이 관병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평화의 시기에, 변방에서 굳이 저리 티를 내가며 군사훈련을 열심히 하는 관병들이 있다는 식으로 순진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기마를 탄 것도 그렇지만 다가오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표사들 중 대부분이 무공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다수의 적은 곤란했다.

이기건 지건 표물과 표사에 타격은 있을 것 이기 때문에 이다.

그래서 차라리 통행세를 내는 것이다.

남궁훈은 일단 누군지를 알아본 후 통행세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표물을 중심으로 쟁자수와 기마가 없는 표사들을 방진을 짰다.

표국 특유의 방어진. 윤자반두 (輪字盤頭).

그리고 기마를 탄 표사 십여 명을 데리고 앞서 달려오는 먼지구름을 향해 맞서 나갔다.


표국의 행렬 두어 마장 앞에 이르러서야 기마의 무리가 분주하게 말을 멈춘다.

투레질하는 말들의 소란스러움 때문에 한참이 지나서야 먼지가 가라앉았다.

맞서 달려가다 말을 세운 표국 일행들도 꼼짝없이 먼지를 뒤집어썼다.

서서히 먼지가 가라앉으며 말을 탄 정체불명의 무리 십여 명이 보이고 그 뒤로 어렴풋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깃발이 보인다.

‘ 광풍사 (狂風社) ’

말을 멈추고 깃발을 읽은 남궁훈의 얼굴에 착잡함이 드러나고,

주변의 표사들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다.

광풍사 라니.

요동벌판에서 악명을 떨치던 세력이 무림의 공적이 되어 무림 맹의 추격으로 전멸하다시피 했던 사건이 벌어진 것이 벌써 십여 년 전이다.

그중 핵심 두목급이던 광풍 십걸의 행방이 홀연히 사라진 시기도 그 당시였었다.

그런데 세월이 강산이 변할 만큼 지난 지금 중원의 변방에 느닷없이 나타난 광풍사라니.

그것은 과거 악명을 떨치던 요동의 비적 떼를 사칭한 무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앞서 다가오는 무리를 향해 마주 나가던 표사 일행은 자리에 멈춰 당황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말을 탄 표사 무리 중 세 명.

아미 파의 두 승려 얼굴에는 노기가 올랐다.

그리고 광룡.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표정도 없이 광룡은 갑자기 말을 거꾸로 돌려서 표물이 실린 마차로 질주했다.

광룡의 과거 사연을 얼추 알고 있던 남궁 훈과 금호 신니는 잠시 어리둥절 해가 졌다.

‘광룡’이라는 별호로 불리던 소룡이라면 저 깃발만 보더라도 무작정 싸우러 갈 것으로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 합오(合吾)!

소생은 중경을 출발하여 둔황으로 가는 중경 표국의 대행수 남궁훈이라 합니다.

영웅들께서는 오래전 위명을 떨치던 요동의 광풍사와는 무슨 관계이신지요. “

대행수가 외친 합오(合吾)란 모두가 하나란 뜻이다.

도적질로 통행세를 뜯어내는 자 나, 생계수단으로 운송업을 하는 표국이나 무협의 세계에서는 어차피 같은 처지, 사해(四海)가 동도(同道)라는 뜻.

기마 무리의 앞에 서 있던 곰처럼 거대한 몸집을 가진 자가 입을 연다.

“ 우린 요동에서 멀리 떠나와 이곳 둔황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광풍사라고 하오.

내 이름은 웅손 이라 하지. 이전과 달리 우린 뭐 마적 질을 하는 건 아니오.

나라의 경계가 취약하다 보니 그거 뭣이냐,

우리도 옥문관의 일부 지역을 위임받아 지킨다오.

알다시피 나라에서 나오는 세전도 취약한 지역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 자체로 통행세를 받는 건 엄연히 관에서 허락을 받은 셈이지.

자, 보다시피 우리 인원이 적지 않고 이만큼의 인원이 병영에 남아 있는지라······. 세를 어찌 내겠소? “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전의 광풍사란 말 그대로 요동의 마적단.

관은 물론이고, 그 잔인성 때문에 무림맹을 결성해서 수년간 추종을 할 만큼 악적 들 아니었던가.

그런데 세월은 참 무색한 게 한때 노략질을 일삼던 자들이 국가의 용병이 되었다니.

당시 명나라 초기에는 군사력이 중원 위주로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변경에는 늘 세외( 世外 )의 이민족과 충돌이 잦았고,

특히 둔황과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는 중앙권력이 닿기 어려운 게 사실 이었다.

그 때문에 지방의 호족들에 일정한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가 많았고,

엉뚱하게도 광풍사가 그 세력을 인정받아 공식적으로 관도와 국경을 관리하게 된 것이라니.

아미 파의 두 승려는 기가 막혀서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추종하던 악적 들이 이제 떳떳한 관의 개가 되어 있었다니.

“ 어쩐지 감히 금색 깃발을 내걸었다 싶었더니 이유가 있었구나. 저런 죽일 놈 들을 ”

아미의 금호 신니 가 이를 갈 듯 내뱉었다.

당시의 금색은 황제의 색이라서 관가가 아니곤 함부로 쓰는 게 국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남궁훈은 슬쩍 광룡의 눈치를 보았다.

광룡의 얼굴은 무표정하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안색이 창백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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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망탑 死網塔 20.04.16 263 3 8쪽
40 사망탑 死網塔 20.04.15 247 3 9쪽
39 사망탑 死網塔 20.04.14 279 3 8쪽
38 사망탑 死網塔 20.04.13 300 3 9쪽
37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10 297 4 9쪽
36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8 325 3 8쪽
35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7 313 4 9쪽
34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6 329 3 8쪽
33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2 360 3 6쪽
32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1 349 3 8쪽
31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1 355 3 8쪽
30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0 363 3 10쪽
29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7 385 3 9쪽
28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6 412 3 9쪽
27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5 396 2 10쪽
26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4 393 2 8쪽
25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3 400 3 8쪽
24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20 418 3 8쪽
23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9 416 3 9쪽
22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8 425 4 10쪽
21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6 441 3 9쪽
»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3 449 5 9쪽
19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2 451 3 9쪽
18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1 455 4 9쪽
17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0 474 4 13쪽
16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6 5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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