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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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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43
추천수 :
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3.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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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용쟁호투 (龍爭虎鬪)

DUMMY

‘ 카카캉! ’

참마도가 한번 휘둘릴 때마다 묵빛 호선이 그려진다.

묵빛의 호선에 걸리는 것들은 칼이건 창이건 도끼이건 여지없이 잘려나가고,

그 잘린 무기들을 붙잡고 있던 손이건 사람이건 모조리 베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적들이 타고 있던 기마는 포물선 안에 들어가 있던 이유로 죄없이 참살을 당한다.

웅손이 일찌감치 도망을 치긴 했지만,

그것으로 이미 날뛰는 광룡을 남은 졸개들이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은 드러났지만,

그래도 졸개들은 말이 졸개일 뿐 변방의 거친 도적질에서 살아남은 역적의 용사들.

그들은 다소 부족한 무공을 숫자로 이겨낼 거라 믿었다.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멸절도법이란 바로 그렇게 무리를 지은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법이라는 것을.

비명을 지를 여지도 없이 사람이었던 것들이 흩날렸다.


한 시진(時辰)이 지나지 않아 계곡 밖으로 도망친 웅손을 제외한 기마를 탄 무리 오십 여명은 전멸했다.

무리들의 한가운데 는 여기저기 옷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광룡이 홀로 서 있었다.

바닥에 나뒹구는 기마 무리들의 사체는 처참했다.

말 과 인간 이었던 것들의 잔해 들이 여기저기 토막이 난 채 흩어져 쌓여있고,

아직 혈흔은 식지도 않아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삭풍이 불었다.

바람은 짙은 피비린내를 허공에 띄워 올렸다.

남궁 숙이 정성껏 마련 해 입힌 묵빛 무복은 붉은 피가 스며들어 번들대며 빛났다.

문자 그대로의 시산혈해(屍山血海 )앞에서 광룡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나 뿐인 팔로 참마도를 지팡이처럼 짚고 서서 안개가 넘실대는 장판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십여 년 전의 참극에 대한 복수는 그와 별다르지 않은 참극으로 시작 되었다.


스승으로부터 사사할 때도 가장 어려웠던 도법.

멸절도법(滅切刀法) 의결과는 참혹했다.

자기 자신도 이런 결과가 되리라 예측을 한 것 은 아니었다.

마공까지는 아니라 해도,

스승인 광승이 창안해 낸 멸절도 는 정파의 검도와는 달랐다.

소림에서 달마삼검(達磨參劍)을 극성(極性)으로 수련 했고,

다른 기연으로 무당의 검법을 제대로 배운 광승은 두 거대문파의 검법 들이 실상 살육과는 거리가 먼 것 이라는 게 불만 이었다.

두 가지 검법 모두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게 주된 목적 인 것.

늘 살심이 들끓던 광승에겐 참으로 가소로운 무술이 아닐 수 없었다.

광승이 생각하는 무공의 극 은 다른 게 없었다.

이기는 것. 그것도 무자비 한 일격으로. 그 이상의 목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파의 검법, 도법 들은 모두 일종의 수련방법이 위주 였다.

그래서 광승은 파문 후 군의 용병으로도 활동을 하고, 때때로 사파들의 흑사회를 겪기도 하면서 실전적인 검도를 창안하려고 애썼다.

그 과정에서 예전 소림의 장경각에서 몰래 훔쳐 읽었던 마교의 아수라도법이 생각났다.

일체의 허례허식이 없고,

보통 정파의 검법이라면 당연히 따르는 초식조차 없는 도법.

실전적이다 못해 극성에 이르면 다수가 부딪치는 전장에서도 가히 상대할 자가 없을 도법.

그 결과가 멸절도법 이었다.

전장이라는 것은 무공에서 배우는 무술과는 또 다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일대 일 비무를 통해 상대방과 무공의 고하를 겨루는 것이 일반적인 무공.

그것은 정파 사파를 막론하고 무림에 몸을 담은 자들에겐 불문율이다.

하지만 전장은 그와 다르다.

무림인들처럼 체계적으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병사들은 단체전에 특화된 살인귀 들이다.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는건 당연한 것이며, 그런 병사들을 정정당당하게 상대할 수 있는 무림인 들은 많지 않았다.

무공이란 살인기술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처음 칼을 쥘때부터 무조건적으로 일적필살을 노리는 군부의 무술과 출발선이 달랐다.

일체의 형식도 기교도 없는 살육 일변도의 도법.

어느 면을 보나 불문이나 도문에 기반을 둔 무공 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러나 광룡과 같이 복수라는 것을 두고 칼을 갈아 온 자 에겐 더 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그래서 멸절도법은 일인이 다수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살법이었다.


광룡은 자신이 벌여놓은 살육의 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한 시진 전 까지 살아 움직이던 생명의 활력들은 이제 거기 없었다.

그곳에는 이미 영혼이 떠나간 고깃덩이들의 잔해만 남아 있었다.

어린 날 자신의 육신을 떠나간 왼팔이 그러했듯,

지금 그곳에 뼈와 살로 나누어져 흩어진 그들 도 곧 그렇게 흙으로 돌아 갈 것 이었다.

장판교 넘어 미지의 곳.

저 곳에 자신의 어린 날을 산산이 부숴놓은 자.

타호라고 불리는 자가 있을 것 이다.

그리고 그들과 만나는 순간, 그들을 도륙 함 으로 자신의 기나긴 복수는 이뤄질 것 이었다.

문득 광룡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얽혔다.

과연 자신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난도질 했던 그들과 다른 걸까 라는 근원적 질문.

그들이 막강한 힘을 내세워 변방(邊方) 산촌의 힘없는 자 들을 도륙 한 것.

그래서 유일한 마을의 생존자였던 아이를 오직 복수일념으로 살아가게 만든 것.

그것이 자신의 인생 태반을 쏟아 부어 만든 현재의 자신이다.

그렇게 오직 복수라는 일념 하나에 매달려 살아 온 것, 그래서 얻은 막강한 힘.

그 힘으로 저 들 무리들을 짐승처럼 난도질 하는 권력.

그것은 과연 옳은 것 일까. 그게 정당한 힘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힘이 있어서 저들을 응징한다는 것은 정당할까.

정작 지금 이 자리에 죽어 쓰러진 자들은 광룡과는 일면식도 없었을 것이다.


저 들 또한 누군가의 자식 이고 아비 일 터.

그들이 태생부터 마적 질을 하는 게 일생의 목표는 아니었을 것 이다.

어쩌면 자신처럼 불가항력적 운명에 의해 천애고아가 되어 필연적으로 택할 수 있는 길이 그것 뿐 이었을지도.

자신이 운 좋게도 희대의 무광 이던 스승을 만나,

그의 모든 무공들을 전승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운명에 의한 전화위복.

그러나 일생을 걸고 하는 일 이라는게 결국 살육의 장을 여는 것.

문득 광룡은 자신 과 그들의 차이, 정당성, 이런 것들에 회의가 들었다.

십여 년간의 치 떨리는 수련과 복수에의 염원.

딱히 원치 않았어도 복수의 길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하여 선택했던 모호한 혼사.

그리고 행복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행복 하기는 어려울 가족의 구성.

이 복수를 끝내고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아니, 행복은 고사하고 과연 자신의 칼날에 죽어간 저들이 전혀 생각도 나지 않을까.

그 와중에 소룡은 한 여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남궁 숙. 그녀는 피로 물들여진 자신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이다지도 피비린내가 자욱한데도.

하필 복수를 코앞에 둔 광룡의 머리에 회한 들이 몰아쳤다.


장판교 너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걸 사전에 전해 듣고 있던 타호는 흰 수염을 어루만졌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도 오래 전부터 멀리 중원의 남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듣고 알고 있었다.

합법적인 마적질이라 해도,

정치란 어느 시대이건 권력자의 손짓 한 번에 뒤바뀔 수 있는 것.

때문에 거칠 것 없이 살아 온 타호도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정보의 필요성을 느꼈고,

값비싼 대가를 지불 하면서 라도 중원의 소식을 정탐 하곤 했었다.

광승의 제자 광룡.

타호는 똑똑히 기억 하고 있었다.

세상 무서울 것 없이,

후환 따위는 남기지 않는다 호언하며 야생마처럼 살아 온 세월 중 딱 한번.

자신이 후환을 남겼다 생각하는 게 그 사건이었으니까.

당시 외팔이가 된 꼬마는 대단치 않게 생각 했었지만 하필 그 꼬마를 데려간 게 명성이 중원천지를 떨치던 광승이라는 것.

그것 만 으로도 타호는 늘 마음이 껄끄러웠다.

꼬마가 크면서 스승과 함께 중원 천지에 많고 많은 무파들을 찾아가 생사를 걸고 비무를 했다는 것도 알고 이었다.

그런 소식들은 듣기에 따라 몹시 불편했다.

소문대로라면 그 꼬마놈은 어느새 스승 광룡의 진전을 이어받은게 분명했다.

물론, 한쪽 팔이 없는데다 세력이 없는 일개 무림인에 불과했지만,

타호 자신도 그런식으로 비무행을 했다면 늘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은 없었다.

굳이 이 먼 변방에 자리를 잡은 것 도, 굳이 진입로도 복잡한 난해한 장소에 근거지를 만든 것 도 다 그런 부분에 맘을 썼기 때문 이라는 걸 부하놈 들은 몰랐다.

그들의 대형 이라는 자가 그렇게 까지 소심하게 마음을 쓴다는 걸 알면, 이 무식한 놈 들이 자신을 만만하게 보고 무슨 짓을 벌일지 장담하기 어려웠으니까.

만에 하나, 시간이 흘러 놈이 복수를 한다고 찾아올지 모를 일이라 타호 자신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과거 제멋대로 살던 시절에 뿌려놓은 씨앗이 위협이 된다면,

그 보다 무조건 강해지고 볼일이라 부하들 몰래 온갖 종류의 마공 비급을 사들여 익히던 그 다.

타호는 좋지않은 소식을 전한 부하를 물러가라 이르고 아우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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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정무문 (情武聞) 20.04.22 197 2 9쪽
43 사망탑 死網塔 20.04.21 204 3 14쪽
42 사망탑 死網塔 20.04.20 214 3 11쪽
41 사망탑 死網塔 20.04.16 264 3 8쪽
40 사망탑 死網塔 20.04.15 248 3 9쪽
39 사망탑 死網塔 20.04.14 280 3 8쪽
38 사망탑 死網塔 20.04.13 300 3 9쪽
37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10 298 4 9쪽
36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8 325 3 8쪽
35 대도무문(大刀無門) 20.04.07 313 4 9쪽
34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6 330 3 8쪽
33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2 361 3 6쪽
32 분골쇄신 (粉骨碎身) 20.04.01 349 3 8쪽
31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1 355 3 8쪽
30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30 364 3 10쪽
29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7 385 3 9쪽
28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6 412 3 9쪽
27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5 397 2 10쪽
26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4 393 2 8쪽
25 사망유희(死亡遊戲) 20.03.23 401 3 8쪽
24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20 418 3 8쪽
»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9 417 3 9쪽
22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8 426 4 10쪽
21 용쟁호투 (龍爭虎鬪) 20.03.16 441 3 9쪽
20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3 449 5 9쪽
19 구곡간장 九曲肝腸 20.03.12 451 3 9쪽
18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1 456 4 9쪽
17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10 474 4 13쪽
16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6 5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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