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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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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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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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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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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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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트롤과 드라마

DUMMY

훈련장으로 오피디라는 사람이 왔다.

작은 키, 떡진 머리, 여드름 흉터 범벅, 눈은 작고 찢어졌고 코는 들창코다. 날도 따뜻한데 패딩을 입고 온 남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히 낯이 익은데. 확실히 최근에 본 적이 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츄릅


침 삼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트롤이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오크 닮았구나.

음. 트롤하고 둘만 남겨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KKBS에서 피디를 하고 있는 오구식이라고 합니다. 여기 명함”


나, 오피디, 매니저가 모여 이야기를 했다. 혀를 날름거리는 트롤은 저 뒤로 보냈다.

오피디가 설명했다.


“저는 헌터님과 트롤이 출연하는 먹방을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아! 이거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라마국에 다녀왔습니다. 드라마국에요. 크윽. 헌터님과 트롤만 가능하다면 ‘헌터의 로맨스’에 단역 출연으로 섭외를 하고 싶습니다.”


드라마국에 다녀왔다는 설명을 하며 뭔가 매우 기뻐 보인다. 우리를 발견한 게 그렇게 기쁜가?

헌터의 로맨스? 어떤 내용이지?


“궁금하실까 봐 말씀드리면 헌터의 로맨스는 로맨스 판타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던 여주인공이 헌터 랭킹 세계 1위와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편의점 여자 알바생과 헌터 랭킹 세계 1위라. 하긴 이루지 못할 꿈을 대신 꿔주는 것이 드라마의 묘미겠지. 지금 헌터 랭킹 세계 1위면 미국의 캡틴이라 불리는 그 사람인데 그 옆에 금발 백인 미녀들이 얼마나 많을까? 우리나라 알바생과 연결되긴 힘들 것 같다. 뭐 드라마니까.


“그러면 저희는 어떤 역할을 하면 되는 거죠?”

“헌터의 로맨스에서 남주인 최강혁은 지금은 세계 1위지만 쪼렙인 시절도 있었습니다. 가끔 회상신으로 쪼렙 시절의 모습이 나오곤 합니다. 제가 트롤을 보고 아 저 트롤을 쪼렙 시절의 회상신에 추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라마국에 가서 오케이를 받아냈습니다. 섭외해오면 받아준다고요. 좋으시죠?”


도대체 뭘 받아준다는 걸까? 우릴 받아준다는 걸까? 하긴 우리도 드라마 쪽은 인지도가 전혀 없으니 우릴 받아준다는 얘기겠지.


“예를 들어 쪼렙인 최강혁이 트롤에게 쫓긴다거나 아니면 얻어터진다거나 하는 모습이 연출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궁금한 건 헌터님과 트롤이 어떤 장면까지 구현할 수 있는가입니다. 트롤이 가능한 행동의 범위를 알아야 스토리를 잘 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가능한 범위라.

사실 구체적인 표정 연기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 가능하다.

평범한 사람들은 트롤과 말이 안 통하니까 뭘 못한다. 나처럼 말이 통하는데 안 될 게 뭐가 있겠는가?

이미 먹방에서 이런저런 미션들을 하며 트롤의 쓰임새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표정 연기도 일부 가능하기도 하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따라 하라고 하면 대충 흉내는 내었다.

물론 구조적으로 안 되는 표정도 있지만, 암튼 표정이 바뀐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다.

좋다, 싫다, 화난다, 겁난다, 아무 생각 없다 정도는 얼굴 표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뭘 원하시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주 구체적인 감정이나 표정 연기 말고는 다 할 수 있을 거예요. 표정도 다섯 가지 정도는 가능할 것도 같고요. 그냥 몸으로 하는 거면 다 가능합니다.”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트롤이나 나나 주 전공은 표정 연기 쪽이 아니다. 사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전투다. 조금 과한 액션신은 없나? 트롤이나 나나 CG 안 쓰고 칼 맞기, 화살 맞기 이런 거 잘 할 수 있는데. 원래 영화도 CG를 쓰려면 편집에 한참 걸리고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나 쓰면 CG 안 쓰지. 그러면 돈도 굳고 시간도 빠르지, 얼마나 좋아. 나는 고슴도치처럼 화살 많이 맞고도 해머질 할 수 있다 이거지. 내가 말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전투신이죠. 트롤이나 저나 싸움이 주업이니까요. 특히 트롤과 저는 회복력이 아주 좋아서 칼 맞는 장면이나 신체 일부가 잘리는 장면도 대역이나 CG 없이 가능해요.”


오피디는 놀라는 것 같았다. 하긴 일반인에게 신체 일부가 잘린다는 말은 좀 놀라울 만하지.


“헌터님, 그러니까 헌터님도 신체 일부가 잘려도 다시 회복된다는 말씀입니까? 트롤만 그런 게 아니라 헌터님도 마찬가지란 말씀이지요?”


아, 이 사람은 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왔구나.


“네. 트롤과 저는 비슷한 신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팔 하나쯤 잘려도 붙이면 금방 붙고요. 아예 없어져도 시간만 지나면 다 나아요. 저도 각종 스턴트, 액션, CG 안 쓰고 칼이나 화살 맞기 전문입니다. 그 뭐더라 옛날 영화 보면 도박할 때 밑장 빼다 걸리면 손모가지 자른다고 막 그러잖아요. 저는 그거 실사로 가능합니다.”


오피디는 트롤 하나만 주워가려고 하다가 내 얘기까지 듣더니 나한테도 흥미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 그렇지. 트롤만 내보내면 안 되지. 내가 단순 사육사도 아니고 내 얼굴 정도면 드라마에도 나갈 만하지 않겠어?



다음날 촬영장에 왔다.

전속 세트장이라고 했다.

도시의 건물들을 만들어 놓은 듯한 거리

건물이며 간판이며 그대로다. 저긴 세탁소, 저긴 슈퍼마켓. 사람만 있으면 그냥 살아도 될 것 같았다. 아, 그런 데 내가 신기해하니 오피디가 겉모습만 그런 거란다. 속에는 아무것도 없고 시멘트가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란다. 겉으로 보면 벽돌, 시멘트지만 가까이 가서 만져보면 플라스틱이고 그렇단다. 오 그렇군.

오늘의 장면은 회상신이라고 했다.

극중의 남자 주인공이 트롤과 전투를 벌였던 적도 있다는 식으로 회상이 들어간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의 대역으로 트롤과 함께 싸우면 된다고 했다.

주어진 옷을 입고 난생처음 분장이란 것도 했다.

분장해주는 분께서 내 피부를 부러워한다.


“어머 피부가 어쩜 이리도 좋아?”


뭐 트롤 뱃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각성 좀 하면 돼요. 나는 이렇게 말해줄까 하다가 가만히 있었다.

옷을 입고, 가발을 쓰고, 분장하고, 얼굴에 피 좀 묻혔다.

물어보니 나는 대역이라서 내 얼굴은 자세히 나오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오래 분장하나 싶었다.

촬영 감독이 말했다.


“자, 오늘 급하게 모였는데요. 추가된 회상신 내용은 쪼렙 주인공이 트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장면입니다. 다들 준비되셨나요?”


나는 트롤을 불러서 설명했다.


“트롤아 날 때려라”

“행님 왜 그러십니까?”

“때리라면 때려 이거 놀이야 놀이”

“놀이 말입니까?”

“그래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니가 날 때리는 걸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좀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저는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행님”


감독이 촬영 시작을 알렸다.

“스탠바이, 레디, 액션”


트롤은 망설였지만 이내 주먹을 날렸다.




내 고개가 오른쪽으로 휙 돌아갔다. 죽빵이 제대로 들어왔다.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나는 돌아간 고개를 천천히 다시 원위치시켰다. 주위가 조용했다. 모두 집중하는 듯 우리만 찍고 있었다. 그래 연기가 아니라 이렇게 날 것 같은 싸움은 보기 어렵겠지.





명치를 가격당했다. 트롤놈 웬만하면 배를 때리지, 명치를 정확히 맞췄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힐끔 트롤을 보았다. 두 눈이 희번덕하고 두 볼에 홍조가 가득하다. 미세하게 바들바들 올라가려는 입꼬리. 이 새끼 즐기고 있다.


까드득


이빨을 깨물었다.

한참을 처맞았다.


“컷!”


감독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아주 좋아요. 역시 헌터님들이 직접 촬영해주시면 액션의 격이 다르다니까요. 이렇게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때리고 맞아버리는 것. 아주 좋습니다. 이번에는 맞고 버티지 말고 맞으면서 이리저리 구르고 날아가 보죠. 아까 보니까 몽둥이도 하나 있던데 그건 어떤가요?”


신이 난 건 트롤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트롤이 몽둥이를 질질 끌고 다가왔다.

...

“자, 이번에는 바스트를 딸 테니까 지금까지 했던 연기 다시 반복해 주세요.”

...


한참 후 나는 오피디를 불렀다.


“오피디님 같이 싸우는 버전은 혹시 안 필요하세요? 안 써도 되니까 여기까지 멀리 온 김에 두 가지 버전 다 찍어 보시죠. 쪼렙이라서 맞기만 할 수도 있지만, 럭키펀치를 한 방 먹일 수도 있잖아요. 뭐 그런 설정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안 써도 좋아요. 맞짱 뜨는 거 한 장면만 찍게 해주세요. 예? 한 장면만.”


나의 강렬한 요청에 오피디는 감독에게 뭐라 했고 아까부터 기분 좋던 감독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이고 오늘 배우님들 몸 안사리고 좋네요. 그럼 백업용을 한 장면 갑니다. 스탠바이, 레디, 액션”


들었냐?


지잉


나는 마나를 끝까지 사용해 양손에 권기를 둘렀다.

어제 손톱도 뾰족하게 갈고 나왔다.


“야아아아아아압!! 뒈져라!”



어제의 촬영을 뒤로하고, 오늘은 강버스, 한법사와 던전을 도는 날이다.

강버스는 여전히 멋진 기사의 모습으로 변신했고, 한법사는 붉은 원피스를 입은 마법사의 모습이 되었다. 한법사는 모델 일을 한다고 하더니 항상 볼 때마다 컨셉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오늘은 붉은 톤으로 화려하다. 그런데 모델은 일반 옷에 대한 모델이 아닌가? 저거 다 마법복일텐데 마법복도 많나 보다. 비싸다던데. 그리고 나는 한 명의 바이킹 전사가 되었다.

한법사가 물었다.


“어제 트롤에게 무슨 일 있어? 몸에 상처가 있네. 트롤이 상처가 낫지 않을 정도면 꽤 많이 다친 모양인데?”


내가 트롤을 보자 트롤이 쫄아서 움찔거렸다. 안 때려. 안 때린다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제 드라마 촬영에 갔었거든요. 싸우는 연기를 좀 해달라고 해서요. 연기를 조금 과격하게 했어요.”


한법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홍 그렇구나. 뭐 아무튼 좋아. 그러면 오늘은 우리 세 명이 아니라 저 트롤까지 한 파티가 되는 건가? 몸빵되는 소환수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럼요. 저와 트롤 모두 몸빵되는 탱커라 생각하시고 맘껏 굴려주시면 됩니다.”


저기 앞에 던전 포탈이 보였다.

세 명과 한 마리. 아니 우리 파티는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꿀렁

화악


어? 몸의 뭔가 몸이 부푸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박


한 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옮기는데 발바닥과 땅의 반발력이 평소의 감각과 다르다.

붕 뜨는 느낌

살랑

바람이 불었다.

저 앞에서 바람결에 돌조각이 휘날린다.

그런데 돌조각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휘날리는 주먹만 한 크기의 돌조각

어색한 광경

무릎에 힘을 주어 제자리에서 가볍게 점프를 뛰어보았다.


가볍게 뛰었는데 키 높이 정도로 뛰어올랐다.

스르르

공중에 뜬 몸이 바닥에 닿는 시간이 느릿느릿하다.

이거 위험한걸

이런 공간에서의 전투가 익숙하지 않다.

낯선 환경에서의 전투는 조심해야 한다. 레벨이 별것 아닌 몬스터도 이런 환경에 꼭 맞게 적응했다면 의외로 어려운 전투가 될 수도 있다.


한법사가 말했다.


“어서 와 저중력 던전은 처음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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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6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8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1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8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7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8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20 8 12쪽
11 성장 21.12.16 232 7 12쪽
10 마나 21.12.15 228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7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3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1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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