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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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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704
추천수 :
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02 00:10
조회
397
추천
10
글자
11쪽

잡아먹히다

DUMMY

“달아나!”

누군가 외쳤다.

짐꾼들이 짐을 내팽개치며 달아났다. 그때 한 명의 짐꾼이 묵직한 짐과 함께 나동그라졌다.

그 짐꾼의 다리가 짐에 깔려 버렸다.

짐꾼은 낑낑거리며 간신히 다리를 빼냈다.

아파서 다리를 부여잡았다.


뭔가가 날아왔다.

데구루루

짐꾼은 굴러온 물체를 힐끔 바라보았다.

데굴데굴 톡

뭔가가 구르다가 돌부리에 걸려 멈췄다. 그리고 그 물체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굴러온 물체는 사람 머리통이었다.


그 짐꾼은 고개를 돌려 헛구역질을 하다가 다시 한번 머리통을 힐끗 살폈다.


짐꾼은 머리통의 주인이 누군지 깨달았다.

레이드 팀 메인 탱커라던 그 헌터다. TV에서도 몇 번 나올 만큼 유명하고, 유명한 만큼 강한 탱커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탱커의 머리만 자신 앞에 놓여 있었다.

짐꾼은 그제라도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짐에 깔렸던 오른쪽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몇 걸음 옮기려다 쓰러졌다.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땅바닥을 손으로 짚어 엎어진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왜일까?

분명히 조금 전까지 우왕좌왕 달아나려는 사람들로 정신없었는데 갑자기 음 소거라도 눌린 것처럼 세상 조용했다.


역겨운 누린내가 진동한다.

뭐지?

짐꾼은 고개를 들려 하는데 앞쪽 땅바닥에 못 보던 것이 보인다.

머리통만 한 크기. 위쪽은 둥글며 앞쪽은 갈고리 모양으로 뾰족하며 휘어져 있었다.

뭔가 찢기 좋게 생긴 발톱

그런 발톱 세 개가 자신을 향하는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크르르르.

낮은 중저음 소리에 소름이 확 끼친다.


놈이 짐꾼을 집어 들어 올렸다.

트롤킹

짐꾼은 놈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앞에 조금 전까지 공격대가 몇 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던 트롤킹이 있었다.

놈의 얼굴에 죽죽 그어진 자상. 수많은 칼자국에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한쪽 눈은 터져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마탄에 폭격을 당했는지 한쪽 귀도 없다. 상처 입은 야수. 피 흘리는 트롤킹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거대한 입이 벌어졌고 이내 곧 짐꾼을 입에 넣었다.

트롤킹은 짐꾼을 삼켜버렸다.

그때 트롤킹의 몸에 화살이 꽂혔다.

불꽃이 날아와 트롤킹의 몸을 태웠다.

레이드의 지원대가 도착했다.

평소의 트롤킹이라면 이정도 공략대는 쉽게 상대했겠지만, 레이드의 본대와 싸우며 트롤킹의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타앗”

한 여자가 날아올랐다.

“야압”


그는 거대한 칼을 휘둘렀다.

쩌억!

트롤킹의 몸이 세로로 깊게 잘렸다.

그리고 트롤의 뱃속에서 아직 심장이 멈추지 않았던 짐꾼의 몸도 반으로 갈라졌다.

괴물의 뱃속에 들어갔거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면 당연히 죽어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짐꾼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트롤킹의 피에는 극한의 재생과 회복의 능력이 담겨있다.

몸이 반쯤 잘린다고 해도 트롤은 죽지 않는다.

팔이 잘렸어도 대충 주워서 붙이면 붙고, 아예 팔이 가루가 되었어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 생기는 것이 트롤이다. 어린 트롤끼리는 장난삼아 싸우다가 몸에 구멍을 뚫기도 하고, 내장이 흘러나와도 좋다며 뛰어다닌다.

하물며 그러한 트롤 중에서도 킹이다.

원래 트롤킹의 위장에는 트롤킹의 피가 없었어야 했다.

그래서 트롤킹이 잡아먹은 짐꾼은 죽고 트롤킹의 영양분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레이드의 공격에 의해 트롤킹의 몸에는 곳곳에 칼이 박혀 트롤킹의 뱃속에는 피가 한 가득이다.

그래서 강력한 재생과 회복의 피는 절반으로 잘린 짐꾼까지도 재생시키고 있었다.

물론 이대로 트롤킹이 회복한다면 트롤킹의 피는 트롤킹의 몸으로 흡수되고 짐꾼은 트롤킹의 위장에서 소화될 처지이다.

하지만 레이드의 추가 공격대에 의해 상황이 달라졌다.

레이드는 성공했고 잠시 후 트롤킹의 머리가 완전히 분리되었다.

트롤킹의 심장과 마정석이 도려내졌다.

트롤킹이 죽었다.

레이드 팀은 트롤킹의 시체를 보며 승리를 자축했다.

바닥에는 머리 없는 트롤킹의 시체가 있었다.

아까전에 갈라졌던 몸뚱이는 그새 붙어 있었다.

그리고 트롤킹의 뱃속까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삐...삐...삐...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뭐 이상한 소리가 난다.

이런 알람음이 있었던가?

낯선 소린데

킁킁 이건 또 무슨 냄새지?

알코올 냄새, 피 냄새가 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냄새가 섞여 있다.

눈은 감은 채 이런저런 소리가 들리고 여러 가지 냄새가 났다.

삐삐거리는 기계음 사이로 여러 명의 숨소리가 들린다.

눈을 감은 채 소리를 들어본다.

스읍 후, 슉슉, 흠흠...

하나, 둘, 셋... 다섯 명이다.

왠지 숨소리가 나이 든 아저씨들의 숨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아래 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세 명, 그리고 내 왼쪽으로 두 명

이 공간 안에 여섯 명이 자고 있다.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들리는 숨소리 만으로도 이 공간에 몇 명의 사람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또박또박, 덜컹덜컹 가볍고 단정한 발걸음의 누군가가 뭔가 바퀴가 달린 것을 끌고 들어온다.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면 그리 무겁지 않은 사람인 듯했다.

촤르륵

커튼 열리는 소리가 난다.

“환자님 혈압 잴 시간이에요.”

발자국은 여자였다.


눈을 떴다.

어둑어둑한 방 안 전등은 꺼져 있고 여자가 들어온 쪽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불빛은 희미했지만 주변이 또렷이 잘 보였다.

천장에는 긴 직사각형이 조각이 계속 붙어있었다.

천장의 직사각형 조각 하나에는 작은 구멍 모양의 무늬들이 많이 있었다. 점 모양, 직선 모양, 한번 꺾인 모양... 여러 모양의 무늬들이 천장의 직사각형을 채우고 있었다.

하나...둘...셋...

직사각형 하나에 1,672개의 무늬가 있었다.

어? 그런데 이걸 세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혈압 다 재셨습니다.”

조금 전에 들어온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다시 커튼을 치더니 내가 있는 쪽으로 왔다.

촤르륵

날 둘러싸고 있던 커튼이 열렸다.

그리고 여자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연두색 반팔 상의와 연두색 바지. 왼손에는 뭔가를 적는 종이 뭉치를 들고 있었다.

얼굴은 작고 둥글며 단아해 보였다. 머리카락은 잔뜩 잡아당겨 뒤로 묶었는지 단정해 보였다.

“김민준님 정신 드세요?”

옅은 화장품 냄새, 땀 냄새가 느껴진다.

나는 사람에게 고유의 냄새가 있음을 느꼈다.

화장품으로도 가릴 수 없는 고유의 냄새

나에게 질문하는 여자의 입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향기가 난다.

이거 그 냄새구나

“믹스 커피?”

“네? 커피요?”

나는 고개를 들고 상체를 세웠다.

나는 작은 1인용 침대 위에 있었다.

침대에는 양쪽 옆에 한 뼘쯤 되는 높이로 긴 손잡이 같은 것이 있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물끄러미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김민준님 괜찮으세요?”

보아하니 간호사 같았다.

여자는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그것에 대고 말을 했다.

“여기 1302호인데요. 김민준 환자님 깨어나셨어요. 당직 샘 좀 불러주세요.”

치칙. “네 송이샘”

여자가 들고 있는 작은 기계 안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의사가 다녀간 지 얼마 후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여자다.

이제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남녀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박자박

긴장하고 있다. 발걸음에서 여자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드르륵

내가 있는 방문이 열렸다.

촤르륵

내가 있는 커튼이 열리고 한 어린 소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침대에서 허리를 세워 앉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깨를 덮는 긴 생머리, 허름한 잠바를 걸친 소녀. 십 대 중반.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주르륵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와락

그녀가 내 품에 안겼다.

“오빠...”

내 여동생 민아다.


나는 병원에 실려 온 지 일주일 만에 깨어났다고 한다.

민아의 말로는 내가 레이드를 뛰다가 병원에 실려 왔다고 한다.

레이드...

윽.

머리가 아프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의사 말로는 원래 큰 충격을 받으면 그 순간은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사에게 후각과 청각이 너무 예민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불편하냐고 묻길래

감각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지 불편하진 않다고 했다.

청각 검사를 추가했는데 잘 들리고 이상 없다는 결과만 받았다.

아니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들려서 그런 건데.

뭐 나빠진 것도 아니니까.

민아가 묻는다.

“오빠는 어쩌다 병원에 실려 왔어?”

그러게

내가 왜 병원에 실려 왔을까?

레이드를 뛰다가.

그래.

말은 똑바로 해야지

레이드를 뛰었다기보다는 레이드 뛰는 헌터들 옆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짐을 날랐다.

뭐 뛰긴 뛴 거니까.

나는 짐꾼이다.

그냥 짐꾼이 아니라 헌터들이 레이드를 뛰거나 던전을 돌 때 함께 다니는 던전 짐꾼.

뭐 요즘은 던전 서포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짐꾼이나 서포터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억을 더듬어보면 트롤킹 레이드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다 눈을 뜨니 병원.

레이드, 기억안남, 병원

젠장

뻔하다. 레이드 뛰다가 뭔가 사고가 났고 그래서 병원에 실려온 거다.

죽지 않고 눈 떴으면 성공한 거다.

황천길 갈 뻔했군.

병원에서 뭔 검사를 더 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해서 이틀을 더 있었다.

그리고 냉큼 퇴원했다.

없는 살림에 병원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퇴원을 한다고 민아가 병원에 왔다.

기특하네. 혼자 가도 되는데

일주일간 마음졸였을 녀석이 안쓰럽기도 하다.

민아와 함께 길을 가는데 저 앞 골목 코너에서 통통 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통통 탁탁탁

뭔가 공이 튀는 소리가 들린다.

이틀간 적응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후각과 청각이 너무 예민하다.

통통 튀는 소리. 그리고 그 공을 쫓는 듯한 뛰는 발걸음 소리

코너 뒤편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지만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마치 건물이 투명해진 것처럼 건물 뒤편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아.

한 아이가 공을 잡으러 뛰어가고 있구나

그런데 공이 튀는 속도가 빨라 공이 아이의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저 공은 저대로 튀어 내려가고 그러면 곧 자동차가 지나는 찻길이다.

그리고 저 앞에 오고 있는 트럭 한 대

아이가 공만 보고 뛰어온다면 분명히 저 트럭에 부딪힐 것이다.

이거...

사고 날 것 같은데?

통통

곧 코너 뒤편에서 공이 아이보다 먼저 모습을 드러낼 시간이다.

뛰어야 할까?

나는 머리 옆으로 오른손을 들었다가 휙 하고 손을 뿌리쳐 내렸다.

코너에서 공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내가 던진 것에 부딪혀 공이 제자리에 멈췄다.

곧 모습을 드러낸 아이

아이는 멈춰선 공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트럭 한 대가 무심하게 지나갔다.

민아가 물었다.

“뭐해? 뭐 던졌어?”

그러게

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내가 뭘 던졌지?

“...아무것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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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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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5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7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0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8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6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6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5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19 8 12쪽
11 성장 21.12.16 231 7 12쪽
10 마나 21.12.15 227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39 9 12쪽
8 각오 21.12.13 233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5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1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2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4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1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0 12 11쪽
» 잡아먹히다 21.12.02 398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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