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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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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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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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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솔로잉

DUMMY

오전 10시

오랜만에 오전에 한가하게 쉬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었다.

이놈의 몸뚱어리는 잠도 별로 필요가 없는지 하루에 한 시간만 자도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그래도 이런 날이 오랜만이라 괜히 억지로라도 누워있었다.

왼쪽으로 누워 한 시간, 오른쪽으로 누워 한 시간

뒹굴뒹굴 침대를 구르니 이런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천장을 보며 바로 누웠다.

천장이 보인다.

천장 벽지의 단순하고 반복되는 무늬

어쩌다 나는 저 무늬의 개수를 셀 수 있게 된 것일까?

저 무늬의 개수를 세는 내가 낯설다.

원래 못 세는 게 정상 아닐까?

뭐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들은 셀 수도 있겠지?

잘 모르겠다.

매일 근육을 찢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렇게 쉬니까 잡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 육체가 회복력 끝장인 것은 맞지만 정신도 그렇게 잘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일렁이던 던전 입구에 손끝을 넣는 감각

맨티스와의 첫 접전

그리고 수많은 나가를 때려잡은 일

당장 어제의 던전에서 해머를 휭휭 휘두르던 내가 오늘 이렇게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고 있음이 어색하다.

으이차

잡생각은 휘휘 털어버리고 거실로 나갔다.

엄마가 거실에서 TV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내가 나가자 엄마가 말했다.

“아들, 밥 먹어야지”

“어”

달그락달그락

엄마가 밥을 차리신다.

TV를 보며 잠시 기다렸다.

TV에서는 드라마가 나왔다.

몇 분 정도 봤나? 그사이에 내 아이가 아니라는 둥, 유전자 감식을 한다는 둥, 얼굴에 찬물을 붓는 장면까지 나왔다.

와. 전개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 같다.

“민준아 밥 먹어”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한 된장찌개에 지은 지 얼마 안 된 쌀밥, 그리고 갖가지 반찬을 차려주셨다.

한 입 먹어본다.

꿀꺽

맛있다.

알고 있어서 더 맛있는 맛

눈으로만 보아도 어떤 맛일지 상상이 가서 더 기대되는 맛

어느덧 개 코가 된 내 후각으로도 푸근함을 느끼는 익숙한 맛

나는 엄마에게 엄마 한 그릇 더 주세요를 날려주었다.

엄마는 씽긋 웃으며 한 그릇 더 퍼주었다.

“그래, 아들 잘 먹어서 보기 좋네”

엄마는 내가 복스럽게 먹는다며 좋아하셨다.

내가 다시 한번 말했다.

“한 그릇 더 주세요.”

“엄마는 생긋 웃으시며 밥공기를 푸셨다.”

하지만 열 번째가 넘어가면서부터 엄마가 조금 당황하셨다.

그만 먹어야겠다.



점심을 먹고 나니 매니저가 도착했다.

갑옷을 아예 교체해 왔는데 이번에는 지난번 보다 더 두껍고 딱딱한 재질이었다.

무게는 조금 더 나가지만 방어력을 조금 더 높여보았단다.

한 번 입어보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매니저와 함께 길드 본부에 갔다.

내가 솔로로 던전을 돌고 싶다고 하니 급하게 회의를 잡았다고 한다.

미안하네

원숭이 작전 과장님이 오셨다. 어 그 뒤로 나를 지도하던 우리 한국대샘과 근육맨도 오셨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샘들 반가워요

와. 빵빵 우리 강버스님도 오셨다. 어제 힘드셨을 텐데 날 위해 오늘도 오시다니. 고마우셔라.

작전 과장님이 상태창 공유를 요청하셨다.

내가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김민준 (C등급)

레벨 8

힘 198

민첩 90

체력 350/350

마나 20/20

미분배 스텟 35

액티브 스킬: 권기 Lv. 1 급속재생 Lv. 1

패시브 스킬: 회복 Lv. Max 재생 Lv. Max


상태창 디스플레이를 컴퓨터에 공유해 대형 화면에 띄웠다.

작전 과장이 회의를 진행했다.

“자, 여기 계신 분들은 김민준 헌터님을 잘 알고 계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김민준 헌터님의 스텟 배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 즉 어떤 테크를 타느냐입니다.”


근육맨이 말문을 열었다.

“저거 몸 죽여줘. 탱커로 쓰기 위해 태어난 몸이야. 체력에 올인”

반론이 이어졌다.

“물론 나중에는 체력을 키워야겠지만 지금은 마나부터 찍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마력으로는 스킬을 마음대로 쓰지 못할 것 같아요.

“탱커의 본질을 생각하면 장점을 더욱 키우는 게 낫지. 이것저것 키우다 잡캐 돼버려.”

“지금은 미분배 스텟이 35지만 100렙 정도 생각하면 분배해야 할 스텟이 500이에요. 당장 35스텟만 논의하지 말고 100렙 정도 올라갈 것을 가정해서 비율을 정해놔야 할 것 같은데요?”

“힘은 일단 200을 찍을까요? 장비 제한으로 힘 200인 것들 꽤 되지 않나요?

”아니야 뭘 벌써 찍어 지금 힘도 남아도는데 장비는 쓸 때 찍으면 돼. 거대한 피통, 장비 들 정도의 힘. 딱 두 가지만 키워서 맨 앞에 세워두면 돼”

“그러다 사고 나면요? 도망갈 민첩은 안 찍어주고 사고 나면 누가 책임져주나요?”

“근데 권기 저거 얻다 쓰나? 권기 1레벨이면 해머를 쓰는 게 훨씬 낫지. 커터칼보다는 당연히 해머 아니겠어?”

“그래도 권기를 사장시키는 것은 아깝습니다. 잘만 키우면 해머에 기를 두를 수 있을 텐데요. 해머에 기를 두르면 공격력, 방어력 지금과 비교할 바가 아닐 겁니다.”

“저기 스킬을 잘 보세요. 마나는 권기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저 급속재생 저게 가능성이 커 보여요. 마나를 체력으로 바꾸는 거잖아요. 그러면 마나를 채워놓고 공격에도, 체력 채우기에도 모두 사용이 가능한 거예요.”

“마나를 체력으로 전환하는 효율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관건이지요.”

“하지만 체력으로 전환하는 효율을 지금 측정하는 것도 의미 없을 수 있어요. 스킬 레벨이 오르면 또 효율이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니까요.”

...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나는 내 스텟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토의한 끝에 1차 목표치가 만들어졌다.


1차 목표

힘 200

민첩 150

체력 500

마나 100

초반 스텟은 마나부터 올려보고 스킬의 효율성을 보기로 했다.


매니저와 함께 차를 타고 던전을 향했다. 조금 멀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한참을 가던 중 매니저가 물었다.

“헌터님”

“네”

“헌터님은 아까 회의하면서 어떤 의견이 좋으셨어요?”

“저요?”

“네. 뭐 여러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해도 결국은 헌터님 마음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나의 생각이라

“저는 헌터님 입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딜탱이냐 전문 탱커냐의 문제이잖아요. 그리고 매니저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요. 막말로 길드를 나갈 수도 있으신 거잖아요. 아까 과장님은 전문 탱커를 원하시는 것 같은데 길드의 입장만 고려할 수는 없다고 봐요.”

매니저의 말은 길드는 레이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가 전문 탱커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대형 레이드에서 탱커면 탱커, 딜러면 딜러로 확실한 포지션이 있는 쪽이 작전 짜기 좋겠지. 지금처럼 솔로 플레이를 하거나 다양한 파티에 들어가려면 딜탱이 더 낫고.

그래 어른들의 사정, 저마다의 입장이 있는 것이지.

“헌터님이 생각하는 목표는 뭐에요?”

목표라

저 물음은 그거겠지. 길드에서 쭉쭉 커서 임원급이 되든가 아니면 계약기간 끝나면 FA를 치고 빠지던가.

FA는 자유계약이다. 내 계약금이 10억. 100렙 찍고 3년이면 계약기간이 끝이다. 그러면 SL도 좋고 다른 곳도 좋고 재계약을 해야지. 재계약을 하면서 또 한 몫 벌어야지. FA에는 무엇이 유리할까? 전문 탱커? 딜탱?

내가 말했다.

“저는 그냥 돈 벌려고요. 사실 전문 탱커든, 딜탱이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저는 그냥 돈 더 버는 쪽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요. 사실 그게 정답이긴 하죠.”

그래. 내가 무슨 영웅이랍시고 몬스터 처단에 이 한 몸 바치랴?

“헌터님 그러면 제가 다른 돈 되는 일들도 조금 알아볼까요?”

“돈 되는 일이요?”

“네. 사실 돈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어느 정도는 벌지만 유명한 사람은 같은 일을 해도 더 많은 돈을 벌잖아요. 당장 헌터님만 해도 먹방 찍으시면서 밥값 걱정은 하지 않으시잖아요.”

그렇지.

“그게 헌터님이 밥을 잘 먹어서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헌터님 먹는 모습을 보면서 돈을 내기 때문이요. 아무리 잘먹어도 누가 돈을 주지 않으면 돈을 못 벌지요. 몬스터 헌팅만 열심히 하면 당연히 일반인보다야 많이 잘살지만 아주 막 별세계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아요. 물론 초고렙이 되시면 별세계에 오르시겠지만 헌팅이란 게 늘 위험을 감수하는 거니까요.”

“그럼 초고렙이 되지 않아도 별세계에 오를 수 있다는 건가요?”

“그래서 사실 우리 SL만 해도 헌팅과 종합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되어 있어요. 아시다시피 한나리 마법사만 해도 모델이시고 여러 헌터분들이 음악, 영화, 각종 방송에도 많이 나가요. 예를들어 헌터님이 누군가를 경호하는 의뢰가 들어왔다고 칠게요. 그럼 얼마 받을까요? 그리고 만약 헌터님이 영화 두 편 찍고 같은 의뢰를 받으면 또 얼마를 받을까요? 유명해지면 단가가 올라가요.”

“좋아요. 별세계. 맘에 쏙 드는데요?”

“하하 스타가 되는 거죠. 그리고 사실 이런 말씀 드리는 것 또한 저의 입장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일 거예요. 작전 과장님은 작전을 잘 짤 수 있는 헌터가 되시길 바라고, 저는 또 제 처지에서의 헌터님이길 바라는 걸지도 몰라요.”

“매니저님의 입장이요?”

“네. 저는 매니저잖아요. 약은 약사에게, 레이드는 작전 과장에게, 그리고 연예계 생활은 매니저에게 물어보셔야지요”

“하하 믿음직스러운데요?”



꿀렁

던전 입구에 손을 넣는 느낌 중독될 것 같다.

화악

시야가 바뀌었다.

짙은 녹음

우루루루루 끼꿀끼꿀

뭔가 우는 소리가 난다.

자박

한걸음 내디딜 때 발에 밟히는 풀잎 소리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귀를 쫑긋 세우고, 후각에 신경을 세운다.

잠시 멈춰서 주변을 보았다.

아직은 별것 없다.

든든한 강버스와 한법사가 없으니 절로 긴장이 된다.

뭐 그래도 던전 등급을 한 등급 낮췄으니 해볼 만할 거다.

한 손엔 방패, 다른 손에는 해머를 들었다.

헬멧에는 체력 포션이 캡슐 형태로 연결되어 있어서 고개만 살짝 돌리면 캡슐형 포션을 깨물어 먹을 수 있는 구조다. 여벌 목숨이다.

등에는 이런저런 짐들을 가방에 넣어 메고 있었는데 왼손으로 고리를 당기면 한 번에 가방이 풀리는 구조였다.

이런 숲에서는 나무와 풀들로 인해 시야가 차단된다.

킁킁 후각에 뭔가가 걸렸다.

오라 저 앞에 뭔가 있다.

조심스레 앞을 가보니 초록색 오크 세 마리가 있다.

오크 세 마리 정도야 문제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저 세 마리를 잡는 와중에 또 다른 뭔가가 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잠시 오크들을 중심으로 두고 크게 한 바퀴 돌아 보았다.

좋다.

저것들뿐이다.

첫 방은 기습이다.

찰칵 가방을 풀어서 짐은 잘 숨겨두고

살금살금 다가간다.

나도 첫 방에 쓸 마법 같은 것 있으면 좋을 텐데

뭐 이가 없으면 잇몸

조심스레 다가서다가 발에 마나를 밀면서 달렸다.

파팟

오크들이 가까워졌다.

크롹?

한 마리가 날 발견했다.

크왁?

다른 한 마리도 나를 보았다.

달리는 힘을 그대로 이용하여 풀파워로 아직도 뒤돌아 있는 오크를 가격한다.


이렇게 한 방에 보내주는 것도 자비다.

기습으로 한 마리

남은 두 마리와는···.

개싸움을 펼쳤다.

원래 내가 막 기술적이지는 않다.

한 대 맞고 한 대 때리고 그게 내 스타일이다.

그런데 오크가 두 마리라서 두 대 맞고 한 대 때렸다.

그래도 내가 이겼다.


솔로잉으로 잡은 첫 전투였다.

그래. 오크 세 마리 정도는 잡아 줘야지.

그때 풀숲이 바스락거렸다.

뭐지?

뭐가 온건가?

다른 오크인가?

풀숲을 헤치고 다른 몬스터가 나왔다.

크로롹? 콰라라락

뭐지? 인간인가? 라는 뜻이다.

푸른 피부, 대머리에 큰 입, 삐죽삐죽 난 이빨 트롤이다.

다행히 트롤은 한 마리이며 보스급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놀랐다.

내가 싸우면 질 것 같거나 목숨의 위기가 느껴져서가 아니다.

뭐지?

난 왜 저 트롤이 뭐지? 인간인가? 라고 말하는 걸 알아듣는 거지?

그랬다.

꿈에서 트롤의 말을 알아들을 때는 꿈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도 트롤의 말이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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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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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단합니다. +1 22.01.08 116 0 -
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6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8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1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9 7 12쪽
» 솔로잉 21.12.20 208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8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21 8 12쪽
11 성장 21.12.16 232 7 12쪽
10 마나 21.12.15 229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7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4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2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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