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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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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707
추천수 :
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19 01:06
조회
215
추천
8
글자
11쪽

첫 사냥

DUMMY

나는 맨티스를 향해 달려갔다.

맨티스는 사마귀라는 뜻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녀석의 모습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놈의 모습이 사마귀를 닮긴 닮았다.

초록색 피부, 세모난 머리, 왕방울처럼 달린 두 눈, 뾰족한 입과 기다란 더듬이

사마귀의 무기인 날카로운 앞발

가슴에서 이어진 배 부분은 뒤쪽으로 길게 이어졌다.

두 발은 양쪽으로 벌어져 붙어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사마귀와 다른 점도 있었다.

원래 사마귀는 날렵하게 생기지 않았나?

머리는 작고 목도 가늘고 팔도 가늘고 다리도 가늘고 해야 하지 않나?

팔과 다리, 몸통이 날렵하다기보다는 튼실한 느낌이 강하다.

사람보다 조금 더 큰 키에 헬스장에서 쇠질 좀 해본 듯한 몸매

사마귀라서 플라이급 권투선수를 기대했는데 밴텀급이나 웰터급이 나온듯하다. 아 그렇다고 헤비급까지는 아니고

왕방울만 한 눈덩이에 작은 점처럼 보이는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를 강렬하게 노려본다.

캬아악

조막만 한 입이 옆으로 벌어지며 괴성을 지른다.

나를 향해 더듬이를 쫑긋 세우고 날카로운 칼날 같은 앞발을 치켜든 것이 맨티스 역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팡팡 솟는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온몸에 피를 뿜어낸다.

이런 긴장감

이런 흥분감이라니

격투기 선수들은 격투기 중에는 맞아도 안 아프다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주변이 사라지고 이 세상에 오직 맨티스와 나 둘뿐인 듯한 느낌이다.

시간이 느려지고 단둘뿐인 감각

집중

실력 정석을 풀 때도 상상 속에서 다양한 상황을 겪으면서 얼마든지 실전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흥분과 집중이라니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실전이 아주 훨씬 자극적이다.

맨티스의 앞발이 나에게 날아왔다.

왼쪽 위에서부터 대각선 방향으로 나를 가르려는 칼날

마치 야구선수가 머리 뒤에서부터 팔을 휘둘러 앞으로 잡아채듯이

맨티스의 팔이 머리 뒤쪽으로 넘어갔다가

강력한 팔 근육에 이끌려 앞으로 날아온다.

길다.

리치가 길다.

키도 나보다 큰데 팔 길이는 그것보다 훨씬 더 길다.

높은 곳에서 휘둘러지는 채찍처럼 칼날이 날아왔다.

저 칼날로 수많은 생명체를 자르곤 했을 것이다.

어설픈 하급 헌터였다면 무엇이 날아오는지도 모르고 잘렸을 터

하지만 내 민첩도 만만치 않았다.


민첩 90


보인다.

나에겐 보인다.

실제로는 매우 빠른 속도겠지만 내 시선과 감각과 본능으로는 맨티스의 칼날에 대응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피할까? 막을까?

하지만 깊이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다가온 칼날

내 왼팔이 본능처럼 칼날의 궤도를 가로막았다.


방패를 내려친 칼날

왼팔에 느껴지는 묵직한 압박감

역시 플라이급은 아닌 것 같다.

살짝 칼날과 방패가 닿은 부분을 보았다.

칼날도 멀쩡하고 방패도 멀쩡하다.

한 방 받아 줬으면 나도 한 방 날려 주는 것이 예의겠지.

두 발에 힘을 꾹 주어 방패를 앞으로 밀었다.

힘스텟 198

맨티스 한 마리 정도는 밀어붙일 정도가 된다.

널 밀어붙이기 위해 내가 들어온 쇳덩이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니?

널 밀어붙이기 위해 내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몇 번이나 끊어진 줄은 아니?

인대와 근육이 끊어진 횟수만큼은 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각오로 녀석을 밀어붙였다.

이얍

놈이 한 걸음 뒤로 밀렸다.

기세 싸움

밀리는 놈이 지는 거다.

나는 녀석을 밀어붙이다가 방패와 닿아있는 칼날을 비껴내고 녀석의 품속으로 다가갔다.

나는 방패를 팔뚝으로 올려 고정했다.

방패는 두 가지 방법으로 들 수 있는 구조이다.

방패를 드는 한 가지 방법은 손으로 방패 손잡이를 드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방패를 왼쪽 팔 쪽에 있는 걸쇠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걸쇠에 고정하는 방법은 왼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른손으로 방패를 왼쪽으로 밀어 걸쇠에 걸어도 되고 왼손으로도 관성을 이용해 빠르게 흔들어 찰칵하고 걸쇠에 고정할 수 있다.

나는 왼손만을 이용해 방패를 팔뚝에 고정하고 나서 그 손으로 맨티스의 맞은편 팔뚝을 붙들었다.


내 오른쪽 옆구리에 맨티스의 다른 쪽 칼날이 박혔다.

맨티스의 한쪽 손을 봉쇄했지만

맨티스는 손이 두 개였다.

맨티스는 한쪽 팔은 나에게 붙잡혔지만 남은 한쪽 팔로 나를 찔렀다.

하지만 그게 나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맨티스의 거리를 뚫고 가까운 거리에 맨티스를 두었다는 것

그리고 이제 맨티스는 내 손에 붙들려 계속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손이 두 개라는 점이다.

보아라. 나의 오른손에 묵직한 해머가 들려있음을 보아라.

캬악

코앞에서 역삼각형 끝의 입이 벌어졌다.

역한 냄새가 난다.

나는 옆구리에 박힌 칼날로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나는 오른손을 뒤로 젖힌 후 힘껏 맨티스의 몸통 한가운데를 가격했다.


큰 북을 울린 듯한 탄력, 고깃덩어리를 내리친 듯한 물컹함. 그리고 무거운 묵직함이 복합된 감각이 손끝을 타고 전해진다.

내가 휘두르는 무기는 한 손 해머

내 한쪽 팔 길이 정도 되는 길이에 끝부분에는 머리통만 한 쇳덩이가 달려있다.

쇳덩이는 기본적으로 직육면체 덩어리인데 끝부분이 살짝씩 다듬어져 있어서 한쪽 면을 보면 팔각형 모양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이 적을 죽이는 냉병기를 생각하면 검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백일창, 천일도, 만일검이란 말이 있듯이 검은 배우는 데 오래 걸린다.

날카로움이 있으나 그 날카로움이 자신을 위협할 수도 있고 날카로운 만큼 얇아서 정확한 방향, 정확한 각도로 들어가지 않으면 검 자체가 부러지거나 상대의 몸에 박힌 검이 빠지지 않기도 한다.

일반인도 몸속으로 검이 파고들면 근육이 수축해서 검을 붙잡는다.

더구나 헌터, 특히 나 같은 괴물 신체라면 검이 몸을 파고들면 땡큐일 것 같다.

근육으로 붙들어버리면 되니까

도나 창도 일정 기간 숙련 기간을 거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해머는 훨씬 쉽다.

물론 해머도 나름대로 궁극의 경지가 있겠지만 길가는 누구에게라도 대충 뚝배기 하나 깨는 데는 적당한 망치 하나면 충분할 것이다.


내가 해머를 한 번 내리치면

쿠엑

맨티스가 괴성을 지른다.

권투로 치면 보디블로다. 싸움은 얼굴을 때리는 것이 우선일 것 같지만 권투선수들은 얼굴뿐 아니라 몸통 공격의 중요성도 잘 안다.

몸통은 얼굴보다 공격하기 쉽다. 상대방도 바보가 아니면 얼굴 공격을 쉽게 허용할 리가 없다. 그리고 몸통을 맞으면 발이 느려진다. 얼굴을 막는 가드도 내려온다. 그러다 보면 주요 부위인 얼굴이 비게 되고 결국은 얼굴을 맞고 쓰러진다.

즉, 몸통을 뚜드려 패다 보면 얼굴도 비게 된다는 뜻.

굳이 저 꼭대기에 있는 조막만 한 얼굴을, 눈, 더듬이가 있어서 민감한 얼굴을 노리느니 내 앞에 있는 넓적한 몸통 아무 데나 두드려 패면 된다.

단순한 일이다.


내가 한 번 때린 데를 또 때리면

쿠애애액

아까보다 더한 소리가 난다.

맨티스가 달아나려고 몸부림을 친다.

두 발로 점프를 하고 등 뒤 날개를 펼쳐 날갯짓한다.

원래 사마귀는 날 줄 안다.

이놈도 위기를 느꼈는지 파르르 날갯짓한다.

그 바람에 내 몸도 같이 떠진다.

하지만 맨티스가 내 몸을 찌르던, 점프하던, 날갯짓하던

무슨 짓을 하든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맨티스를 꽉 붙들고 해머질을 할 뿐

왼손을 더욱 꽉 쥐어 놈이 달아나지 못 하게 하고 해머질을 다시 한번 한다.


캬아아악

열받은 맨티스가 자유로운 팔로 내 등을 마구 찍는다.

촤악, 촤악

가죽 갑옷이 찢어지고 칼날이 내 몸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을 스치는 칼날도 느껴졌다.

하지만 맨티스야

그거 아니?

나한테 붙들린 순간

넌 끝이었어.


쾌액


쾌애애액

캬악

촤악

나는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내가 할 일을 했다.

퍽 하는 맨티스 울리는 소리와 최악 하는 나의 몸이 베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퍽, 퍽, 퍽, 퍽 촤악

한 곡의 밴드 음악 소리 같다.

한 대의 타악기와 한 대의 현악기

그리고 이 리듬감

익숙하다.

어디서 들었더라

분명히 들었던 리듬감인데

퍽, 퍽, 퍽, 퍽

내가 때리는 소리에 맞춰서 하나, 둘, 셋, 넷 숫자가 세어진다.

이 박자.

아 맞다 꿈속 트롤이 먹이를 쥐어팰 때 이런 리듬감이었어

맨티스의 몸통은 거대한 울림통이 되고 나의 해머는 북을 치는 막대가 된다. 그리고 나는 한 명의 연주가가 된다.

퍽, 퍽, 퍽, 퍽, 콰직

아 이런

부서져 버렸다.

나의 악기가 부서져 버렸다.



“와 대단하네요. 저 오빠 맨티스 칼날에 찍히고 베여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데요?”

한법사가 강버스에게 말했다.

민준의 전투를 유심히 지켜보던 강버스가 말했다.

“음. 자기 장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 어영부영 뒤로 물러났으면 맨티스의 칼날이 계속 날아왔겠지. 상대와 자신의 리치를 알고 자신의 공격 존에 상대를 가둔 거야. 몇 방 베여봤자 체력 350이면 맨티스 칼날로는 무리야. 민준의 공격 존에 맨티스가 붙들린 순간 끝난 거지.”

강버스는 잠시 고개를 돌려 한법사를 보더니 나직히 말했다.

“그리고...민준이 너보다 나이 어리다.”

찌릿

한법사가 강버스를 째려보았다.

“원래 잘생기고 쌈 잘하는 남자는 다 오빠인 거 몰라요? 딜러 오라버님께서는···.”

한법사가 강버스의 얼굴을 안타깝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쉽게도 싸움만 잘해서 잘 모르시겠지만요”

크윽

강버스는 말빨로 해머 질을 당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강버스는 더 말해봐야 자기만 손해라는 걸 잘 알았다.

“어머 저 오빠 봐”

“어머어머어머 봤어요? 방금 얼굴 베였잖아요. 근데 눈 깜짝하니까 싹 치유되는데? 와 어쩐지 꿀피부가 괜히 꿀피부가 아니네. 칼에 베여도 1초 컷인데 여드름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 와 저건 진짜 부럽다.”




깊은숨을 내쉬었다.

처음으로 몬스터를 잡았다.

이렇게 쉬운 거였나? 그동안의 훈련이 오히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쉬운 놈한테 벌벌 떨던 옛 시절이 떠오른다.

공포의 대명사 몬스터란 놈이 엉망이 된 채로 누워있다.

몬스터가 생물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하더라도 아무튼 두 발, 두 팔이 있고, 살아있던 커다란 무언가를 내 손으로 때려잡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몰려든다.

나는 내 손으로 무언가를 죽였다는 것에 대한 충격

살아있던 것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이런 놈들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변한 것에 대한 억울함

너무 쉬운 것 같다는 허탈함

너희 같은 몬스터들 때문에 우리 가족이 힘들었음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귓가를 울리는 희망을 느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강버스와 한법사에게 소리쳤다.

“저기 왼쪽으로 얼마 안 가면 몬스터들이 뭉쳐 있는 것 같아요. 저쪽으로 가시죠. 제가 오늘 사냥 끝나고 첫 사냥 턱 내겠습니다.”

강버스와 한나리를 내 쪽으로 왔다. 오면서 한법사가 저 오빠는 무슨 탐지스킬까지 있는 거냐며 중얼거렸다. 탐지 스킬은 아니었다. 그저 바람결에 냄새가 났을 뿐이다.

사냥하기 딱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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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5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7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0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8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6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6 6 12쪽
» 첫 사냥 21.12.19 216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19 8 12쪽
11 성장 21.12.16 231 7 12쪽
10 마나 21.12.15 227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0 9 12쪽
8 각오 21.12.13 233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5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2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2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4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1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0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398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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