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727
추천수 :
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23 23:41
조회
167
추천
5
글자
12쪽

트롤과 방송하기

DUMMY

회복이 빠르고 자는 시간도 적으니 시간이 많다.

놀면 뭐 하나?

던전에 왔다.

던전은 신기하다.

지구와 시간, 날씨, 환경이 다르다.

이번엔 또 어떤 던전이 나를 반길까?

포탈을 통해 들어온 후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았다.

희고 검은 줄무늬가 구불구불하게 휘어져 있는 바위

황토색 겉 부분이 조금의 힘을 주면 바스러질 것 같은 바위

사람 머리통만 한 둥근 자갈들이 알알이 박혀있는 바위

붉은색 바위, 초록빛 바위, 큼지막한 투명 광물이 콕콕 박혀있는 바위

전체적으로 모양이 둥근 바위들이 많았지만, 한쪽이 편평하거나 뭔가에 잘린 듯한 것도 있고, 톡 건드리면 우르르 부서질 것처럼 보이는 바위들도 있었다.

바위들로 이루어 던전의 환경

나는 특별한 몬스터의 흔적이 보이지 않자 후각에 집중했다.

공기 속에서 몬스터의 향기를 느끼려 집중했다.

아주 희미한 낯선 비린내

조금 멀리 몬스터가 있는 듯하다.

쫑긋 귀를 기울였다.


크르르르


몬스터의 으르렁거림이 바로 옆에서 들린다.

찌릿

나는 내 부하가 된 트롤을 째려보았다.

그리고 입에 손으로 입을 막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롤이 손으로 입을 막았다.

포탈 주변을 원을 그리며 돌아보았다.

원의 크기를 점차 늘리며 몬스터를 탐색했다.

멈칫

뭐지?


“방금 뭔가 움직인 것 같은데?”


트롤을 바라보았다.

야 뭔가 있지?

트롤이 나를 바라본다.


“크륵?”


마냥 해맑다. 어휴.

아니야. 뭔가 있어.

이 공간의 이질감을 찾으려 했다.

무수한 바위들만 있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이질감.


후후


귀에 집중하니 어디선가 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바위들 뿐인 공간에서 숨 쉬는 소리

너구나

나는 곧장 의심스러운 바위에 다가가 해머를 내리쳤다.




내 해머질에 바위가 변했다.

커다란 둥근 바위는 둘둘 말은 몸을 펴며 일어났다.


콰드드드드득


바위처럼 보이던 놈은 옆으로 기다란 마디가 수십 개가 이어져 있었다.

지네와 비슷한 구조였고 등 부분이 바위처럼 생겼다.

지네 같은 마디들로 인해 몸을 둥글게 말 수 있고 그러면 겉보기에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 모양처럼 보였다.

바위형 벌레 몬스터

락웜이다.


“캬악”


락웜이 소리를 지른다.

돌로 된 마디가 웨이브를 치며 나에게 다가온다.

돌로 된 몸이 돌치고는 상당히 유연한데?

돌로 날 덮으려 한다.

바위에 깔릴 일 있냐? 몸의 무게 자체가 무기인 듯하다.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이번 판은 돌깨기인가?

오른손에 든 해머를 그러쥐었다.

내가 락웜을 보며 말했다.


“우린 궁합이 맞나봐. 너는 돌이고 내 손에 들린 것은 해머니까.”


칼이라면 칼날 나갈까 봐 걱정했겠지.

원래 지질학자 같은 돌 전문가들은 해머를 들고 다닌다.

앞으로 나는 듯이 달렸다.


휘익


내가 락웜의 몸에 해머질을 하자 돌이 사방으로 튄다.


이번에는 트롤이 몽둥이 한 방을 먹여주며 존재감을 뿜었다.

얼씨구나

나 한 방 트롤이 한 방을 먹이며 락웜을 잡았다.

한참을 돌을 부수니 녀석이 허물어진다.


푸스스

락웜 한 마리가 가루가 된다.

돌가루가 수북이 쌓였다.

휘잉

바람결에 돌가루가 흩어진다.

그리고 들린다. 언제나 내 귓가를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한 번 잡아보니 어떤 녀석인지 알겠다.

해머를 잠시 내려놓고 내 옆의 돌멩이 하나를 주워들었다.

야구의 투수처럼 와인드업했다.

전방으로 레이저처럼 쏘아지는 돌멩이


명중이다.


“캬약”


응 그래 너 바위 아니고 몬스터인거 티나

나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불렀다.


“어서 와. 뚝배기, 아니 돌 깨는 데는 해머질이 최고야”


트롤의 몽둥이질과 나의 해머질은 조합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채석장에서 돌을 캐는 광부가 되었다.

나도 그렇고 트롤도 그렇고 노가다에는 최적인 것 같다.

어차피 이 녀석도 트롤인지라 체력 부족할 일도 없고 조금 다치면 잠깐 간식이라도 먹고 출발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하다.

2인조 노가다 전문 일꾼

아니 1인 1몬스터 노가다 전문 일꾼이다.

한나절 락웜을 잡고 잠깐 쉴 때 나는 없는 줄 뻔히 알면서 괜스레 배낭 안을 뒤져보았다.

원래 노가다에는 막걸리 한잔이 필순데

내가 트롤에게 말했다.


“어이 거기 트롤 광부, 다 쉬었으면 다시 돌 캐러 가세나”

“크락?”


그래 넌 항상 해맑다.


이틀간 잠도 안 자고 돌만 부쉈다.

트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온몸이 먼지, 돌가루다.

한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막고 팽하고 풀었다.

콧구멍에 낀 먼지를 중간중간 빼줘야 했다.

막판에는 제법 커다란 락웜이 나왔다.

이때는 나와 트롤의 양동작전이 빛을 발휘했다.

내가 대형 락웜의 전방에 있을 때 나는 약간 수비적으로 임하고 그때 트롤이 락웜의 뒤통수를 부숴댄다.

짜증이 난 락웜이 트롤을 향하면 또 내가 락웜의 뒤통수를 갈겨댄다.

양쪽에서 부숴대니 우왕좌왕하는 락웜.

그 사이에 꾸준히 락웜을 부술 수 있었다.

그리고 락웜 던전은 수확도 제법 좋았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수정 광석

내가 한국대샘에게 배울 때 이거 돈 좀 나가는 거라고 배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락웜은 죽어서 수정을 남겼다.

수정도 벌고 먼지도 많이 마셨으니 오늘은 나가서 고기 좀 먹자.

원래 먼지 많이 마신 날을 삼겹살이라던데

귀환석을 깨고 나서 포탈로 귀환했다.



“헌터님 수고하셨어요.”


매니저가 내 모습을 보더니, 수고했다고 말했다.

다른 때는 이런 말 안 하더니 오늘은 수고한 것처럼 보이나 보다. 내가 봐도 꼬질꼬질하다.

아 이럴 때는 사우나라도 가야 하는 건데 트롤 때문에 사우나도 못 가겠네.

일단 길드 훈련장으로 향했다. 트롤 넣어두고 좀 씻어야겠다.

매니저가 말했다.


“헌터님이 던전을 돌고 계시는 동안 연락 온 곳들이 있어요. 연금 길드에서도 연락이 오고, 방송국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어요”


연금 길드? 거기서 왜? 방송국? 아, 내가 먹방하는 것 보고 연락을 했나? 그래. 이제 내 얼굴이 조금 알려졌나 보다. 얼마 전 매니저가 나보고 별세계 한 번 올라가 보자고 했는데 이제 내가 스타가 되는 길을 걷는 건가?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며칠 전에 헌터님이 트롤과 방송을 한 것이 인기가 있었나 봐요. 트롤을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호기심 천사, 몬스터 탐구생활. 이런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연금 길드는 트롤의 피 때문이죠. 트롤 피를 팔라는 겁니다.”


아. 내가 아니었구나. 트롤 피라. 나는 트롤을 힐끔 바라보았다. 어라? 내 눈빛이 뭔가 이상했나? 평소의 해맑은 표정 대신 트롤이 두 손으로 몸을 가리고 웅크린다. 으이구 안 잡아먹어. 헌혈이라고 헌혈. 몸에 좋은 거야.


차에서 먹을 것을 주문하니 도착할 때쯤 배달이 왔다. 일단 씻고 먹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먹방을 켰다.


-준하

-하이

-트롤은?

-트롤 보여주세요


나는 일단 묵묵히 먹었다. 제대로 먹는 게 이틀만이다. 식당에 가면 좋은데 트롤 때문에 식당도 못 가고 다 배달 음식이다. 그래도 요즘은 고기도 구워서 배달해주는 곳이 많다. 먹느라 바쁘다.


-그래서 트롤은 어디 있는 겁니까?

-트롤 내놔라.


나는 댓글을 힐끔 보았다. 줄줄이 트롤을 내놓으라는 댓글이 올라온다. 트롤이 그렇게 좋은가? 평소에는 몬스터를 인류의 적이라고 말하면서 몬스터에 점령당한 땅을 되찾아야 한다고 부르짖으면서 왜들 이러지?


“여러분들, 여기는 꿀꺽 먹방이라구요 먹방. 본질에 충실하자구요. 냠냠”


-트롤 내놔라 님께서 10000코인을 선물하셨습니다.

-트롤이랑 댄스 추면 10만코인 쏜다.


내가 말했다.


“어이 트롤, 춤 한 번 땡기실라우?”



같은 시각 KKBS 방송국

좁은 골방, 사람 한 명 누울 자리도 안되는 곳에 책상 하나, 그 좁은 공간에 모니터 다섯 개에 덩치 큰 컴퓨터가 두 대 설치되어 있다. 윙윙 돌아가는 컴퓨터 소리. 오피디는 편집 중인 영상을 보고 또 보고, 자르고 또 자르고, 붙이고 또 붙이고 있었다.


타다다다다다닥

꿀꺽꿀꺽꿀꺽


오피디는 편집 프로그램 단축키를 오락실 버튼처럼 눌러가며, 내일의 체력을 오늘로 땡겨쓴다는 고금리 대출 같은 음료를 마신 후 시뻘건 눈으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오피디는 꿈이 있었다.

최고의 피디가 되어서 수많은 연예인에게 갑질하기.

만인의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미녀가 자신 앞에서 설설 기게 만드는 꿈을 꾸며 방송국에 입사했다.

그게 꼭 오피디가 오크처럼 생겼기 때문은 아니다. 오피디 자신은 절대 외모 콤플렉스가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현실은 노가다였다. 이 공간에서 자신이 갑질할 수 있는 대상은 편집 프로그램의 키보드뿐이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유명 피디뿐이었다. 자신처럼 입봉 한 번 못해본 피디는 그저 월급을 받으며 지금처럼 시간과 체력을 영상의 완성도와 교환하는 일을 할 뿐이다.


“휴... 그때 드라마국에 줄을 섰어야 하는 건데···.”


군대도 줄을 잘 서야 한다지만 방송국도 줄을 잘 서야 했다. 같은 학교 같은 과 3년 선배가 자기가 잘 챙겨준다며,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며, 넌 그냥 관상이 딱 이쪽이라며, 좋은 영상을 함께 만들자며 의기투합을 하는 게 아니었다.


“끙 끙”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드라마를 편집하는 노가다를 했었더라면, 대한민국 연예인 중에 예쁜 연예인이 얼마나 많은데, 하루 중 스무 시간을 예쁜 여자 연예인 얼굴을 보며 편집하는 일을 했다면 일은 똑같이 피곤해도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지는 않을 것이다. 왜 하필 자신은 하루 중 스무 시간을 저렇게 끙 끙 하면서 개가 똥 싸는 장면을 편집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어쩌다가 자신이 동물 담당 피디가 되어버렸는지 그중에서 배변 전문 스페셜리스트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하... 드라마 마렵다.”


오피디는 오늘도 편집실에서 혼밥을 먹어야 했다.

오피디는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수 많은 사람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있는 직장에서 혼밥을 먹어야 하는가? 아침도, 저녁도 아니고 점심을?

아리따운 후배가 오피디님? 오늘 식사하셨어요? 저랑 같이 먹어요~

오피디님 이것 어떻게 하는 거예요? 잘 모르겠어요. 아하 그렇게 하는 거구나. 역시 오피디님은 대단해요. 존경해요. 선배님. 히히

원래 직장은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오피디는 늘 먹던 배달 도시락을 입에다가 넣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래도 점심시간에는 일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늘 보던 유리의 먹방을 틀려 했다. 그래 유리야 우리 함께 밥을 먹자.

어? 그런데 유리가 방송을 하지 않는다.

늘 점심 먹방을 하던 그년데 오늘은 안 한다.

몸이 아픈가? 우리 유리가 점심 방송은 꾸준히 했는데

뭘 볼까 고르는데 인기 순위에 ‘트롤과 먹방’이 있다.

트롤이라고? 몬스터? 오피디는 동물원처럼 생긴 곳에서 철창 너머의 트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방제를 클릭했다. 동물 담당 피디의 직업병 같은 선택이었다.

그곳에는 트롤이 립싱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거어어어얼

거어어어어어얼

거어어어어어어어얼

예에에에에에”


원본 가수의 노랫소리에 맞춰 트롤 한 마리가 입을 뻥긋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시늉을 하고 있다.

립싱크하는 트롤

오피디는 한참을 트롤을 보았다.

이건 된다.

동물 담당 피디의 감이 외쳤다.

이건 된다. 확실히 된다.

동물 프로그램 히트 따위의 얘기가 아니다.

오피디의 눈앞에는 동물 담당인 자신을 드라마국으로 보내줄 잃어버린 고리가 있었다.



먹방 찍다가 미션이 자꾸 올라오는 바람에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 아주 그냥 생쇼를 했다. 노래 립싱크를 트롤이 어떻게 맞추겠나? 카메라는 트롤을 향하게 하고 카메라 뒤에서 내가 박자에 맞춰 노래하는 흉내를 내면, 트롤은 그냥 나를 따라 했을 뿐이다. 하... 하얗게 불태웠다. 조금만 더 했으면 현타 올뻔했다. 밥값 벌기 힘들다.

그때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

매니저가 말했다.


“헌터님 트롤 데리고 드라마 한 편 찍어볼래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합니다. +1 22.01.08 116 0 -
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5 4 11쪽
»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8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1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8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7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7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20 8 12쪽
11 성장 21.12.16 232 7 12쪽
10 마나 21.12.15 228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7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3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1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