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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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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734
추천수 :
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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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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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헌팅 시작

DUMMY

달칵

지영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싱크대 찬장에서 커피 캡슐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캡슐형 커피 기계에 캡슐 한 개를 넣었다.

버튼을 꾹 눌렀다.

위이이이잉

잠시 커피 기계가 윙윙거리며 커피를 추출했다.

쪼르르르르

은은한 커피 향기가 난다.

커피를 받아서 창가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앞을 막는 건물이 없어 멀리까지도 보인다.

저 아래 작게 보이는 자동차가 장난감 같다.

후~

호르륵

살살 불어 커피를 마셨다.

맛있다.

지영은 거실에서 멀리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좋다.

커피의 고소한 향이 좋고,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도 좋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커피잔의 느낌도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고 있는 상황 자체다.

행복.

지영은 두 손 가득 느껴지는 따스한 행복감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지영은 병원에서 퇴원한 지 이제 한 달 정도가 되었다.

상급 포션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평범하게 집에서 자다가 평범하게 일어나 평범하게 방문을 열고 걸어 나오는 일

커피 캡슐을 꺼내기 위해 손을 들어 찬장을 여는 일

커피를 마시고 멀리 있는 경치를 구경하는 일

이 모든 일이 감사하고 소중했다.

마나 중독으로 굳어가는 몸은 서서히 관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

한 걸음 한 걸음.

서서히 굳는 몸은 죽음의 걸음을 느끼게 했다.

그 걸음이 무서워서 목놓아 울기도 했었다.

그래서 지영은 이렇게 창가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었다.


띠링

스마트폰으로 톡이 왔다.

-아들-

아들 민준의 톡이다.

아들의 연락에 스마트폰을 보는 시선에 절로 사랑이 담긴다.

-저 오늘 늦어요.

오늘은 아들이 약속이 있나 보다. 지영은 얼른 답장했다.

-그래 약속 있니? 맛있는 것 사서 먹어

-ㅇㅇ

무미건조한 대화이건만 지영은 이런 대화가 좋았다.

피식 웃으며 답장을 한 줄 더 적어본다.

-그래 조심해서 놀아


아들과 톡을 주고받은 지영은 아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각성자

아들은 각성을 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SL에도 가입했다.

길드에서는 계약금도 많이 주고 이런 으리으리한 집에서도 살게 해주었다.

넓고 깨끗한 집, 높고 전망 좋은 뷰, 심지어 아파트 자체에 대 몬스터 결계까지 있다는 고급 브랜드 아파트

그리고 자신이 투약하고 있는 상급 포션까지

모두 아들의 능력이다.

하지만 아들 생각을 하니 걱정이 밀려온다.

몬스터로 인해 변해버린 세상에서 남편은 이미 십 년 전 던전에서 실종되어 버렸다.

지아비 없이 10년

그리고 이제는 남편의 뒤를 걷는 아들.


지영은 커피에 입바람을 부는 핑계를 삼아 깊은 숨을 내쉬었다.

지영은 창밖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홍대 번화가 거리

동현은 민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달간 보지 못했던 친구

동현은 민준이 각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트롤킹 레이드에서 죽다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행이라고 했는데 훌쩍 각성까지 해버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동현은 민준이 각성자가 되자 괜한 걱정이 들었다.

원래 비슷해야 친구라는데 이제 민준은 각성자고 스스로는 일반인이니 수준 차이가 나서 거리감이 느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동현은 머리를 흔들며 걱정을 지웠다.

에라이

각성자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랴.

동현은 괜스레 친구는 그냥 친구지 각성자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냐고 곱씹었다.

그때 때깔 좋은 밴 한 대가 동현의 앞에 섰다.

달칵

스르르륵

차 문이 열리고 민준이 나왔다.

“하이 넴”

안녕 네모난 몬스터라는 뜻이다.

그래 니가 그렇지 뭐

동현은 친구가 때깔 좋은 밴에서 민준이 내릴 때 까지만해도 혹시나 친구가 각성자가 되어 거리감이 느껴질까 걱정했던 스스로가 우스웠다.

동현이 말했다.

“그래, 어여 마시러 가자”


...

하지만, 역시 각성자는 일반인과 뭐가 달라도 달랐다.

동현이 말했다.

“와 주니 니 머꼬. 와 XX 겁나 들이부어도 안 취하네”

그런데 동현은 민준이 아무리 마셔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그래서 니 와 술을 마셔도 안 취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어쩌다 보니 이런 몸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분명히 예전에는 자기보다 한참 못 마셨는데 지금 저 말꼼한 얼굴이란다.

“와 니 진짜 각성해뿐나비다.”

“그럼 진짜로 하지 가짜로 하냐”

“아따 겁나 잘 마시네. 니 뭐 해독 스킬 그런 거라도 있냐?”

해독보다 재생이 더 상위 클래스일 것이다.

민준이 말했다.

“뭐 비슷한 거 있지”

동현은 괜히 민준이 걱정되어 한마디 했다.

“그래. 잘 하래이. 나 같은 헌터 시다들은 하는 일은 드러워도 모가지 날아갈 걱정은 안 하지 않냐. 니는 목숨 거는 일 하는 거 아니냐. 잘 혀.”

그때 민준이 말했다.

“동현아. 너 카메라에 찍히고 그런 거 어떻게 생각해?”

“뭔노무 카메라?”

“먹방이라고 알아”

그걸 모를까?

“나 뭐 먹을 때는 방송 켜고 먹은 지 좀 됐어.”

그래서?

“그런데 지금도 뭐 먹는 중이니까 같이 방송하면 어떨까 해서. 뭐 별거 없어. 그냥 켜 놓고 신경 안 쓰고 먹기만 하면 돼. 나 너튜브 구독자 진짜 많아”

동현은 어이가 없었다.

“와 니 진짜 별걸 다하네.”

“이번 영상 수익은 반반 할게. 여기 돈도 내가 내고.”

“뭔 돈을 벌써 낸다고 하냐? 아무나 내면 되지.”

민준이 피식 웃었다.

“나 100인분 시킬 건데?”

뭐? 동현은 어이가 없었다.



나는 방송을 켰다.

동현이의 허락도 받았으니 제대로 먹어볼까?

기왕 먹는 것 방송 켜고 먹으면 어차피 먹을 것 돈도 벌면서 먹으면 겸사겸사 좋았다.

솔직히 100인분씩 시켜 먹으면 돈이 좀 아깝기도 했다.

방송을 켜면 먹는다는 생각보다는 일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음식값이 오직 나만을 위한 식비가 아니라 일하는 데 쓰이는 재료비가 된다.

그런 생각이 들면 그다지 아깝지 않았다.

물론 밥값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자 방송 켰다. 와 저녁 먹을 시간이라서 그런지 시청자분들 쭉쭉 들어오네요.”

동현이는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어벙해 보인다.

“오늘은 제가 친구와 함께 홍대에 왔어요. 소개할게요. 제 친구, 네모난 몬스터같다고 해서 네몬, 이를 줄여서 ‘넴’이라고 부른답니다. 안녕 넴. 인사해”

나는 동현을 툭툭 쳤다.

동현은 아주 잠깐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입을 털기 시작했다.

“아따 행님들 넴이라고 불러주쇼.”

오오 좀 하는데. 자연스러워

-주하

-쭈니하

-넴하

-와 정말 네모다.

-진짜가 나타났다.

-잃어버린 내 레고 블록이 저기 있었구나.

줄줄이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들어 서빙하는 분을 불렀다.

“여기요~ 사장님~”

사장이 왔다.

나는 메뉴판 표지를 손가락으로 찍고 메뉴판을 뒤집어 다시 손가락으로 찍었다.

“사장님 여기 메뉴판 표지에서 맨 뒤까지 다 주세요.”

나는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제가 원체 많이 먹어서요. 보통 돈부터 내고 먹어요.”

카드를 받아든 사장님의 눈빛이 반짝였다.

“네 손님, 나오는 순서대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다음날

나는 매니저와 함께 길드 본부로 갔다.

본부 건물에 있는 회의실

기다란 사각 테이블이 있는 회의실 의자에 앉아 매니저와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두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마흔은 되어 보이는 남자 한 명, 서른 중반은 되어 보이는 남자, 그리고 이십 대로 보이는 여자였다.

마흔은 되어 보이는 남자가 가장 먼저 자기소개했다.

이마에 살짝 보이는 주름살, 반곱슬머리와 동글동글한 눈, 어렸을 때는 귀여운 얼굴일 것 같았으나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그냥 아저씨로 보이는 원숭이 상의 얼굴이었다.

“하하 반갑습니다. 저는 작전 과장 손오영이라고 합니다. 레이드에서는 주로 커맨더 역할을 맡고 있지요.

커맨더

수십 명 이상이 포함되는 레이드에서는 지휘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1:1 대결에서는 개인의 힘이 중요하고

수십, 수백 명의 전투라면 작전을 펼치는 장수가 중요하다. 그 장수에 해당하는 것이 커맨더이다.

옛날이라면 몰래 원숭이 장군님이라고 불렀을 커맨더

커맨더 옆의 남자가 인사를 했다.

짙은 눈썹, 부리부리한 눈매, 굵은 코와 입, 약간 사각형 턱선을 가진 남자는 훤칠한 키에 잘 어울리는 짙은 남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남자가 말했다.

“하하 반가워요. 소문의 그 헌터시군요. 저는 강준이라고 합니다.”

회의실을 울릴 듯한 중저음 음성

매니저가 살며시 말했다.

“유명한 고렙 딜러분이세요.”

그 옆의 여자는 검은색 A라인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꼭 커리어우먼 같았다. 적당한 키에 어깨라인을 덮는 갈색 머리 왠지 ‘대리님’하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나리라고 해요. 저는 법사고, 아이스 계열과 디버프 계열도 익히고 있어요.”

한나리라는 여자는 자기소개를 하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살포시 지어지는 보조개가 귀여운 여우상 얼굴이다.

내가 말했다.

“저는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회의는 작전 과장이 주로 진행했다.

“자, 일단 김민준 헌터님 상태창부터 보면서 회의합시다.”

나는 상태창을 공유했다.


이름: 김민준 (C등급)

레벨 1

힘 198

민첩 90

체력 350/350

마나 5/20

액티브 스킬: 권기 Lv. 1 급속재생 Lv. 1

패시브 스킬: 회복 Lv. Max 재생 Lv. Max


“휘이익”

딜러가 휘파람을 불었고

“와 이게 1렙 상태창이라고요?”

여자 법사가 놀라며 물었다.

과장이 말했다.

“자, 강딜러님, 한법사님 보시면 아시겠지만 민준 헌터님에 대해 길드 차원에서도 기대가 큽니다. 운동으로 기본 스텟이 올라가는 효과가 커서 지금까지는 운동만 하며 숙성을 시켰습니다. 이제 운동으로 인한 스텟 상승도 미미해져서 렙업할 타이밍으로 보입니다. 강딜러님과 한법사님과 민준 헌터님까지 셋이서 당분간 던전을 돌아 주었으면 합니다. 민준 헌터님이 저레벨이시니까 레벨이 빠르게 올라가실겁니다. 어느 정도 레벨이 올라가면 인원을 더 보충해서 기본파티를 이룰까 합니다.”

아 나 버스 타는 거구나.

보아하니 강딜러가 운전기사고, 한법사가 안내양이네.

고렙에게 버스도 타보고 좋네

과장이 말했다.

“장비는 힘이 어느 정도 받쳐주니까 길드에서 매직급으로 맞춰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세 분이 돌기 적당한 던전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5일마다 한 번씩 던전을 도는 걸로 하죠.”

강버스 아니 강딜러와 한법사는 모두 과장의 말을 수긍하였고 나도 버스를 태워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강버스, 한법사와 스케쥴 약속을 정하고 장비센터에 왔다.

매니저가 예약된 번호를 말하니 장비센터에서 장비를 대여해 주었다.

통짜 가죽옷에 묵직한 쇠로 된 헬멧, 커다란 한 손 방패에 한 손 해머. 영락없는 중세 바이킹이 되었다.

내가 물었다.

“매니저님”

“네?”

나는 괜히 한 바퀴 돌면서 물었다.

“나 어울려요?”

매니저는 말없이 썩소를 날렸다.


삼 일 후 나는 강버스와 한법사와 함께 던전에 왔다.

대형 타원형 거울 같은 형태의 포탈

파르스름한 물결이 일렁이는 포탈의 가운데 부분은 신기하고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포탈을 넘을 때는 정말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노련한 기사로 변신한 강버스

그리고 커리어우먼에서 신비한 마법사로 바뀐 한법사

촌놈처럼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표정에 다 드러나서 그런지 나를 보며 한법사가 미소를 지었다.

한법사가 말했다.

“자 우리 유망주님 솜씨 좀 볼까요?”

마침 저 멀리 맨티스 한 마리가 보인다.

퉤퉤.

손바닥에 침을 조금 뱉고 해머를 그러쥐었다.

좋아. 달려 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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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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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단합니다. +1 22.01.08 116 0 -
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6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8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1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9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7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8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 헌팅 시작 21.12.17 221 8 12쪽
11 성장 21.12.16 232 7 12쪽
10 마나 21.12.15 229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7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4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2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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